손흥민과 박지성, ‘인종 차별 넘어 해외축구 개척한 선구자’

입력 2022.07.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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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 인종차별 경험 토로 "어릴 적 상상하지도 못한 힘든 생활 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어릴 때 독일에서 상상도 못 할 힘든 생활을 했다고 처음으로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축구 유망주로 뽑혀 만 16살에 독일로 건너간 손흥민이 당시 경험했던 것은 '인종차별'이었습니다.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을 거치며 23살까지 독일에서 8년 동안 설움을 곱씹었던 손흥민은 그때 당했던 '인종차별을 언젠가 꼭 되갚아 주겠다'는 생각도 그래서 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오로지 실력으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넘었습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2대 0 승리를 거두고 독일을 조별 리그에서 탈락시켰습니다.

2020~2021시즌부터 EPL 모든 팀과 관계자가 유니폼 소매에 착용하고 있는  ‘No Room For Racism’2020~2021시즌부터 EPL 모든 팀과 관계자가 유니폼 소매에 착용하고 있는 ‘No Room For Racism’

■ 유니폼에 'No Room For Racism' 새긴 EPL, 그러나 현실은….

독일 관중의 눈물을 보면서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되갚아 줄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 손흥민의 인터뷰를 영국 언론도 조명했습니다. 손흥민에게 인종 차별을 했던 영국도 월드컵에서 한국과 손흥민을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는 인종차별 금지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0~2021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2020년 9월엔 모든 선수의 유니폼 소매에 인종 차별 무관용 원칙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No Room For Racism'이라는 패치를 달고, 경기 시작 전 '무릎 꿇기' 의식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인종차별 행위는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런던 경찰은 2021~2022시즌 손흥민에게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인종차별을 가한 축구팬 12명을 조사해 손흥민에게 사과 편지를 쓰도록 조처했습니다. 지금까지 구단 자체 징계에 그쳤던 것에서 공권력을 통해 처벌하는 것으로 나아갔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1, 2부리그 흑인 감독은 단 3명.

직접 위해를 가하는 인종 차별도 문제지만,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더 위험하고 큰 좌절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전체 선수 가운데 흑인 선수는 꾸준히 30% 안팎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에서 흑인 지도자의 비율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현재,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에서는 크리스털 팰리스 감독인 파트리크 비에이라가 유일한 유색 인종 감독입니다. 2부리그 격인 EFL 챔피언십 리그까지 범위를 넓히면 번리FC의 뱅상 콩파니 감독, 레딩 FC의 폴 인스 감독이 유색 인종 감독으로 1부리그 20개 팀과 2부리그 24개 팀을 통틀어 모두 3명에 불과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득점왕 출신 드와이트 요크는 몇 년 전 흑인뿐 아니라 아시아인 등 백인이 아닌 사람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요크뿐 아니라 토트넘의 공격수 출신 레슬리 퍼디낸드, 그리고 AC 밀란의 전설적 인물인 클라렌세 세도르프 또한 하나같이 유색 인종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 존재한다며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토로했습니다.

드와이트 요크 " 흑인이라는 이유로 코치를 못 하고 있다. 정당한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최소한 면접 기회라도 달라"
레슬리 퍼디낸 "흑인으로서 구단의 감독이나 단장 등 고위직에 오르기 어렵다는 것을 느껴왔다."
클라렌세 세도르프 "왜 흑인 감독에게는 제의가 오지 않는 걸까?"


■ 박지성, EPL 지도자 데뷔…"실력으로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 돌파해야!"

지난해 맨유 팬들에게 자신의 응원인 '개고기송'을 멈춰 달라고 부탁했던 박지성(41)이 언젠가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영국 현지의 전망이 나왔습니다.

박지성이 지난해 12월 퀸스파크 레인저스 16세 이하 유스팀 코치를 맡았고, 크리스 램지 기술 이사의 도움을 받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B급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한국이 아닌 영국에서 지도자 자격증을 딴 것을 영국 복귀 의지로 해석하는 단초가 됐습니다.

유럽축구연맹 지도자 자격증(UEFA Coaching Licence)은 취득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매우 깁니다. B급을 딴 뒤, A급 자격증을 거쳐 P급 자격증까지 취득해야 비로소 프로팀 감독을 맡을 수 있습니다. 단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아 유럽은 물론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통용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박지성의 별칭 가운데 하나는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입니다.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열정과 실력으로 개척한 점은 많은 후배에게 귀감이 됐습니다. '인종 차별'을 넘어 이룩한 것이기에 더욱 가치 있는 성과입니다.

박지성은 '코치가 되는 것은 전술뿐만 아니라 통솔력과 커뮤니케이션 등 선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 또한 뚫어야 합니다.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로축구팀의 지도자가 된다면 그것은 선수로서 밟는 발자취와는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이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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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과 박지성, ‘인종 차별 넘어 해외축구 개척한 선구자’
    • 입력 2022-07-15 09:03:13
    스포츠K

■ 손흥민 인종차별 경험 토로 "어릴 적 상상하지도 못한 힘든 생활 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어릴 때 독일에서 상상도 못 할 힘든 생활을 했다고 처음으로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축구 유망주로 뽑혀 만 16살에 독일로 건너간 손흥민이 당시 경험했던 것은 '인종차별'이었습니다.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을 거치며 23살까지 독일에서 8년 동안 설움을 곱씹었던 손흥민은 그때 당했던 '인종차별을 언젠가 꼭 되갚아 주겠다'는 생각도 그래서 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오로지 실력으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넘었습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2대 0 승리를 거두고 독일을 조별 리그에서 탈락시켰습니다.

2020~2021시즌부터 EPL 모든 팀과 관계자가 유니폼 소매에 착용하고 있는  ‘No Room For Racism’
■ 유니폼에 'No Room For Racism' 새긴 EPL, 그러나 현실은….

독일 관중의 눈물을 보면서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되갚아 줄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 손흥민의 인터뷰를 영국 언론도 조명했습니다. 손흥민에게 인종 차별을 했던 영국도 월드컵에서 한국과 손흥민을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는 인종차별 금지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0~2021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2020년 9월엔 모든 선수의 유니폼 소매에 인종 차별 무관용 원칙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No Room For Racism'이라는 패치를 달고, 경기 시작 전 '무릎 꿇기' 의식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인종차별 행위는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런던 경찰은 2021~2022시즌 손흥민에게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인종차별을 가한 축구팬 12명을 조사해 손흥민에게 사과 편지를 쓰도록 조처했습니다. 지금까지 구단 자체 징계에 그쳤던 것에서 공권력을 통해 처벌하는 것으로 나아갔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1, 2부리그 흑인 감독은 단 3명.

직접 위해를 가하는 인종 차별도 문제지만,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더 위험하고 큰 좌절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전체 선수 가운데 흑인 선수는 꾸준히 30% 안팎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에서 흑인 지도자의 비율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현재,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에서는 크리스털 팰리스 감독인 파트리크 비에이라가 유일한 유색 인종 감독입니다. 2부리그 격인 EFL 챔피언십 리그까지 범위를 넓히면 번리FC의 뱅상 콩파니 감독, 레딩 FC의 폴 인스 감독이 유색 인종 감독으로 1부리그 20개 팀과 2부리그 24개 팀을 통틀어 모두 3명에 불과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득점왕 출신 드와이트 요크는 몇 년 전 흑인뿐 아니라 아시아인 등 백인이 아닌 사람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요크뿐 아니라 토트넘의 공격수 출신 레슬리 퍼디낸드, 그리고 AC 밀란의 전설적 인물인 클라렌세 세도르프 또한 하나같이 유색 인종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 존재한다며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토로했습니다.

드와이트 요크 " 흑인이라는 이유로 코치를 못 하고 있다. 정당한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최소한 면접 기회라도 달라"
레슬리 퍼디낸 "흑인으로서 구단의 감독이나 단장 등 고위직에 오르기 어렵다는 것을 느껴왔다."
클라렌세 세도르프 "왜 흑인 감독에게는 제의가 오지 않는 걸까?"


■ 박지성, EPL 지도자 데뷔…"실력으로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 돌파해야!"

지난해 맨유 팬들에게 자신의 응원인 '개고기송'을 멈춰 달라고 부탁했던 박지성(41)이 언젠가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영국 현지의 전망이 나왔습니다.

박지성이 지난해 12월 퀸스파크 레인저스 16세 이하 유스팀 코치를 맡았고, 크리스 램지 기술 이사의 도움을 받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B급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한국이 아닌 영국에서 지도자 자격증을 딴 것을 영국 복귀 의지로 해석하는 단초가 됐습니다.

유럽축구연맹 지도자 자격증(UEFA Coaching Licence)은 취득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매우 깁니다. B급을 딴 뒤, A급 자격증을 거쳐 P급 자격증까지 취득해야 비로소 프로팀 감독을 맡을 수 있습니다. 단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아 유럽은 물론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통용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박지성의 별칭 가운데 하나는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입니다.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열정과 실력으로 개척한 점은 많은 후배에게 귀감이 됐습니다. '인종 차별'을 넘어 이룩한 것이기에 더욱 가치 있는 성과입니다.

박지성은 '코치가 되는 것은 전술뿐만 아니라 통솔력과 커뮤니케이션 등 선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 또한 뚫어야 합니다.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로축구팀의 지도자가 된다면 그것은 선수로서 밟는 발자취와는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이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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