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2명 구속된 경북대 국악학과…이번엔 탄원서 요청 논란

입력 2022.07.1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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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를 쓰세요!

경북대 국악학과가 구속된 교수들을 위한 탄원서를 써 달라며 해당 학생과 강사 등에게 내린 긴급 요청입니다.

탄원서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학과 학생과 강사들은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채용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국립대 교수들

검찰은 지난 13일 경북대 국악학과 현직 교수 A 씨와 B 씨를 위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또 전직 교수 한 사람은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들은 학교 신임 교수 공채 과정에서 특정 인물 C 씨에게 유리하도록 심사 기준을 변경하고, C 씨에게는 실기점수 만점을, 다른 지원자에겐 최하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정당한 교수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뭘 했기에 구속까지? 경북대 국악학과 채용 비리 전말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00156

조작된 채용 과정에도 불구하고 C 씨는 교수로 채용됐지만, 부정 채용을 주도한 A 교수와 B 교수(학과장과 C 씨의 스승) 두 사람은 구속되는 신세가 됐습니다.

검찰의 구속 기소가 이뤄진 다음날인 14일, 국악학과는 A, B 교수의 불구속 재판과 처벌 경감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학생과 강사 등에게 일제히 보냈습니다.

예정된 학과 수업과 공연 등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교수들의 빠른 복귀가 필요하다며 탄원서 작성에 동참하라는 겁니다.

해당 교수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지금까지 업적은 뭐가 있는지 등의 내용이 빼곡히 담긴 탄원서 양식 파일도 작성했고, 단톡방을 통해 신속히 전파했습니다.

경북대 국악학과가 구속된 A 교수를 위해 작성한 탄원서 내용 중 일부경북대 국악학과가 구속된 A 교수를 위해 작성한 탄원서 내용 중 일부

■ 구속 이어져도 문제, 풀려나도 문제

탄원서 작성 요청을 받은 일부 학생, 강사들은 당혹스럽습니다.

학과의 명예를 훼손한 건 채용 담합을 한 교수들이고, 학습권 침해 등의 피해를 보게 된 건 학생인데, 도리어 학생들이 가해자를 도와야 하는 신세가 돼 버렸다는 겁니다.

특히 학과는 "동참을 부탁"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적인 강요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법원에 제출하는 탄원서인만큼 당연히 작성자의 신원이 드러나기 때문에, 누가 썼는지 누가 쓰지 않았는지 금세 다 알 수 있습니다.

구속의 원인이 됐던 채용 과정을 통해 합격한 C 교수는 현직에 있어 학생이든 강사든 이래저래 마주치게 될 가능성이 크죠.

여기에 더해 학과 측은 "불참할 거면 짧게라도 관련 의견을 말씀해달라"고 추가 공지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나 신념을 갖고 있다 한들, 약자인 학생이나 강사가 탄원서 작성을 거부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국 탄원서 숫자는 쌓여가겠지만, 그 탄원서 숫자만큼 진심이 반영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학과 내 비리 교수 두둔 세력이 잘못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증언도 접했습니다.

학생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탄원서가 효과를 거둬 구속 교수들이 2학기에 학교로 돌아오게 될 경우입니다.

일부 학생들은 명예를 잃은 이들에게 수업받는 게 과연 자신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스승이 누구인지가 매우 중요한 국악계 특성상,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스승에게 배운다는 게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경북대 국악학과가 속한 예술대학 전경경북대 국악학과가 속한 예술대학 전경

담합채용이라는 범죄로 교육권과 학습권을 스스로 침해한 교수들, 그런 그들이 교육권과 학습권을 핑계 삼아 돌아오려 하는 경북대 국악학과의 현실.

'동참'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 중인 탄원서 강요 탓에 구성원들의 피해는 더 커져만 가고 학교의 위상은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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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 2명 구속된 경북대 국악학과…이번엔 탄원서 요청 논란
    • 입력 2022-07-15 14:38:48
    취재K

탄원서를 쓰세요!

경북대 국악학과가 구속된 교수들을 위한 탄원서를 써 달라며 해당 학생과 강사 등에게 내린 긴급 요청입니다.

탄원서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학과 학생과 강사들은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채용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국립대 교수들

검찰은 지난 13일 경북대 국악학과 현직 교수 A 씨와 B 씨를 위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또 전직 교수 한 사람은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들은 학교 신임 교수 공채 과정에서 특정 인물 C 씨에게 유리하도록 심사 기준을 변경하고, C 씨에게는 실기점수 만점을, 다른 지원자에겐 최하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정당한 교수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뭘 했기에 구속까지? 경북대 국악학과 채용 비리 전말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00156

조작된 채용 과정에도 불구하고 C 씨는 교수로 채용됐지만, 부정 채용을 주도한 A 교수와 B 교수(학과장과 C 씨의 스승) 두 사람은 구속되는 신세가 됐습니다.

검찰의 구속 기소가 이뤄진 다음날인 14일, 국악학과는 A, B 교수의 불구속 재판과 처벌 경감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학생과 강사 등에게 일제히 보냈습니다.

예정된 학과 수업과 공연 등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교수들의 빠른 복귀가 필요하다며 탄원서 작성에 동참하라는 겁니다.

해당 교수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지금까지 업적은 뭐가 있는지 등의 내용이 빼곡히 담긴 탄원서 양식 파일도 작성했고, 단톡방을 통해 신속히 전파했습니다.

경북대 국악학과가 구속된 A 교수를 위해 작성한 탄원서 내용 중 일부
■ 구속 이어져도 문제, 풀려나도 문제

탄원서 작성 요청을 받은 일부 학생, 강사들은 당혹스럽습니다.

학과의 명예를 훼손한 건 채용 담합을 한 교수들이고, 학습권 침해 등의 피해를 보게 된 건 학생인데, 도리어 학생들이 가해자를 도와야 하는 신세가 돼 버렸다는 겁니다.

특히 학과는 "동참을 부탁"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적인 강요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법원에 제출하는 탄원서인만큼 당연히 작성자의 신원이 드러나기 때문에, 누가 썼는지 누가 쓰지 않았는지 금세 다 알 수 있습니다.

구속의 원인이 됐던 채용 과정을 통해 합격한 C 교수는 현직에 있어 학생이든 강사든 이래저래 마주치게 될 가능성이 크죠.

여기에 더해 학과 측은 "불참할 거면 짧게라도 관련 의견을 말씀해달라"고 추가 공지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나 신념을 갖고 있다 한들, 약자인 학생이나 강사가 탄원서 작성을 거부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국 탄원서 숫자는 쌓여가겠지만, 그 탄원서 숫자만큼 진심이 반영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학과 내 비리 교수 두둔 세력이 잘못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증언도 접했습니다.

학생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탄원서가 효과를 거둬 구속 교수들이 2학기에 학교로 돌아오게 될 경우입니다.

일부 학생들은 명예를 잃은 이들에게 수업받는 게 과연 자신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스승이 누구인지가 매우 중요한 국악계 특성상,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스승에게 배운다는 게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경북대 국악학과가 속한 예술대학 전경
담합채용이라는 범죄로 교육권과 학습권을 스스로 침해한 교수들, 그런 그들이 교육권과 학습권을 핑계 삼아 돌아오려 하는 경북대 국악학과의 현실.

'동참'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 중인 탄원서 강요 탓에 구성원들의 피해는 더 커져만 가고 학교의 위상은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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