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두 번째 총격까지 3초” 아베 저격, 왜 못 막았나

입력 2022.07.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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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 KBS AI 앵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괴한의 저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전 세계에 남긴 충격은 아직까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유세 중이던 아베 전 총리가 백주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무방비 상태로 습격을 당했기 때문인데요.

일본 열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현장 경호 실패’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본 치안 당국은 현재 당시 경호 부실을 조사하기 위해 검증위원회 설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승민 기자가 아베 전 총리 유세 경호의 문제점을 파헤쳤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일 오전 11시 30분경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앞 로터리에서 유세를 하다 피습됐습니다. 범인은 41세 남성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 자신의 어머니가 맹신한 종교단체와 아베 전 총리가 관련돼 있다고 여겨 범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직 해상자위대원인 야마가미는 한 차례 격발로 탄환 6발이 발사되는 ‘사제(私製) 총기’를 가방에 숨겨와 아베 전 총리를 저격했습니다. 범행에 나서기 전 총기 위력을 실험하고, 유세 현장에 미리 도착해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주도면밀한 기습도, ‘철통 경호’가 이뤄졌다면 무위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현장 영상을 보면, 야마가미가 버스정류장 쪽에서 아베 전 총리의 7~8m 뒤로 유유히 걸어와 가방에서 총을 꺼내 격발할 때까지도, 그는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습니다.

일본 TBS 방송이 분석한 자료화면을 보면,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역 앞 차도와 보도 사이 사각 가드레일 구역에 설치된 연설대 위에 올랐습니다. 그 곁에는 선거 후보 관계자와 ‘SP(Security Police·경시청 경비부 경호과 소속 경호 인력)’로 불리는 요인(要人) 전문 경호원이 있었고, 주변으로 나라현 경찰이 배치돼 있었습니다.

먼저 경호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사방이 뚫린 도로 한가운데’를, 전직 국가원수의 유세 장소로 삼은 게 ‘첫 번째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호사카 유지 / 現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 동아시아일본학회 이사

“그래도 한국은 ‘유세 카(Car)’라는 게 있잖아요. 차량 위에서 많이 (연설)하잖아요. 앞부분은 열려 있지만 뒷부분을 막아놓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베 전 총리 연설 장소가) 굉장히 허술했어요. 높이 50㎝ 정도의 빨강 상자 위에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그거는 진짜 ‘전직 총리’에 대한 경호라는 부분에서는 너무 ‘안전 신화’를 믿어버린 거죠.”

또 일각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전직 신분이라 따라붙는 SP가 얼마 없었고, 전문 경호 경험이 부족한 경찰이 다수였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찰 차원에서도 아베 전 총리의 뒤편으로 접근하는, 이른바 ‘거동 수상자’ 정도는 주변 경계를 통해 ‘사전에 차단할 수 있지 않았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김명영 / 前 대통령 경호실 부장, 現 대경대 경호보안과 교수

“거기 같이 유세를 하는 자리, 움직이지 않는, 도보 대형(隊形)을 유지해 갖고 이동하면서 하는 경우가 아닌 그런 장소에서는 반드시 ‘배면(背面·뒤쪽) 경호’를 하면서, ‘방어적 대응’을 취해서, 사주(四周) 경계를 해야 되는데. (당시 일본 경찰은) 기본적으로 군중이 일부 있는 전면(前面) 쪽만 보고 있었고, 후면 쪽에 아예 경계가 없었다는 건 기본적으로 경호의 ‘ABC가 없었다’고 봐야죠.”

제일 큰 문제는, 명중하지 못한 첫 번째 총격 이후 아베 전 총리를 쓰러뜨린 두 번째 총격까지, 약 3초간의 방어 시간이 있었지만 경호 인력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현장 영상을 보면 야마가미의 첫 번째 총격이 끝나고 3초 정도의 시간이 흐릅니다. 아베 전 총리는 첫 번째 총격에 치명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위험을 감지한 그가 뒤를 돌아보자마자 두 번째 총격이 가해집니다.

그 사이는 분명 짧은 시간이지만, 신속한 경호가 이뤄졌다면 비극은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범인을 완벽히 제압하지 못하더라도, 아베 전 총리를 숙이게 하고 밀쳐서라도 피신시키거나, 범인의 조준을 방해해 빗나가게라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의 운명을 가른 3초의 시간은 덧없이 흘러갔습니다. 몸으로 막는 ‘육탄 방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그 시각 한 경호원이 아베 전 총리 앞으로 급히 방탄 가방을 내밀었지만, 하단부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은 장면이 찍히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상의 무방비 상태에 대해, 박수현 경운대 항공보안경호학부 교수는 “경호 차원에서 무조건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와 일본 현지에서는 얼마 전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소주병 투척 사건 당시 우리 경호 태세와 대조하며, 아베 전 총리 경호 미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24일 특별사면으로 수감 생활을 마치고 대구 달성군 사저로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은 집 앞 연설 도중 날아드는 소주병을 목격했습니다. 그보다 앞서 위험을 감지한 경호원들은 소주병을 발로 쳐내고 박 전 대통령을 에워싸며 방탄 가방을 펼치는 등 재빨리 방어 대형을 갖췄습니다.

물론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 대통령 경호처의 전문 경호를 받는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과, 경호 제도와 문화가 다른 일본 전직 총리의 사례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아베 전 총리 피습 사건의 경우, 현장에서 치밀한 경호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분명합니다.

박준석 / 前 한국경호경비학회장, 現 용인대 경호학과 교수

“교육이라든지 경호원 선발부터 (우리나라) 대통령 경호처가 상당히 아주 잘 돼 있습니다. 여러 가지 우발 상황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훈련하고 있거든요. (중략) 이제는 (테러 시에) 다양한 ‘위해 도구’가 생길 겁니다. VIP, 전직 대통령, 여러 국가 중요 인물에 대해 (경호 차원에서) 더욱 전문가를 양성하고, 또 제일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아베 전 총리 피격 현장에서도) 이상한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은 미리 예측을 하고 검문검색을 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추후 아베 전 총리 경호문제 규명을 위해 발족될 검증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대문 사진 구성: 배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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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6 09:06:11
    세계는 지금

신지혜 / KBS AI 앵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괴한의 저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전 세계에 남긴 충격은 아직까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유세 중이던 아베 전 총리가 백주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무방비 상태로 습격을 당했기 때문인데요.

일본 열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현장 경호 실패’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본 치안 당국은 현재 당시 경호 부실을 조사하기 위해 검증위원회 설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승민 기자가 아베 전 총리 유세 경호의 문제점을 파헤쳤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일 오전 11시 30분경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앞 로터리에서 유세를 하다 피습됐습니다. 범인은 41세 남성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 자신의 어머니가 맹신한 종교단체와 아베 전 총리가 관련돼 있다고 여겨 범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직 해상자위대원인 야마가미는 한 차례 격발로 탄환 6발이 발사되는 ‘사제(私製) 총기’를 가방에 숨겨와 아베 전 총리를 저격했습니다. 범행에 나서기 전 총기 위력을 실험하고, 유세 현장에 미리 도착해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주도면밀한 기습도, ‘철통 경호’가 이뤄졌다면 무위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현장 영상을 보면, 야마가미가 버스정류장 쪽에서 아베 전 총리의 7~8m 뒤로 유유히 걸어와 가방에서 총을 꺼내 격발할 때까지도, 그는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습니다.

일본 TBS 방송이 분석한 자료화면을 보면,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역 앞 차도와 보도 사이 사각 가드레일 구역에 설치된 연설대 위에 올랐습니다. 그 곁에는 선거 후보 관계자와 ‘SP(Security Police·경시청 경비부 경호과 소속 경호 인력)’로 불리는 요인(要人) 전문 경호원이 있었고, 주변으로 나라현 경찰이 배치돼 있었습니다.

먼저 경호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사방이 뚫린 도로 한가운데’를, 전직 국가원수의 유세 장소로 삼은 게 ‘첫 번째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호사카 유지 / 現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 동아시아일본학회 이사

“그래도 한국은 ‘유세 카(Car)’라는 게 있잖아요. 차량 위에서 많이 (연설)하잖아요. 앞부분은 열려 있지만 뒷부분을 막아놓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베 전 총리 연설 장소가) 굉장히 허술했어요. 높이 50㎝ 정도의 빨강 상자 위에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그거는 진짜 ‘전직 총리’에 대한 경호라는 부분에서는 너무 ‘안전 신화’를 믿어버린 거죠.”

또 일각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전직 신분이라 따라붙는 SP가 얼마 없었고, 전문 경호 경험이 부족한 경찰이 다수였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찰 차원에서도 아베 전 총리의 뒤편으로 접근하는, 이른바 ‘거동 수상자’ 정도는 주변 경계를 통해 ‘사전에 차단할 수 있지 않았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김명영 / 前 대통령 경호실 부장, 現 대경대 경호보안과 교수

“거기 같이 유세를 하는 자리, 움직이지 않는, 도보 대형(隊形)을 유지해 갖고 이동하면서 하는 경우가 아닌 그런 장소에서는 반드시 ‘배면(背面·뒤쪽) 경호’를 하면서, ‘방어적 대응’을 취해서, 사주(四周) 경계를 해야 되는데. (당시 일본 경찰은) 기본적으로 군중이 일부 있는 전면(前面) 쪽만 보고 있었고, 후면 쪽에 아예 경계가 없었다는 건 기본적으로 경호의 ‘ABC가 없었다’고 봐야죠.”

제일 큰 문제는, 명중하지 못한 첫 번째 총격 이후 아베 전 총리를 쓰러뜨린 두 번째 총격까지, 약 3초간의 방어 시간이 있었지만 경호 인력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현장 영상을 보면 야마가미의 첫 번째 총격이 끝나고 3초 정도의 시간이 흐릅니다. 아베 전 총리는 첫 번째 총격에 치명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위험을 감지한 그가 뒤를 돌아보자마자 두 번째 총격이 가해집니다.

그 사이는 분명 짧은 시간이지만, 신속한 경호가 이뤄졌다면 비극은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범인을 완벽히 제압하지 못하더라도, 아베 전 총리를 숙이게 하고 밀쳐서라도 피신시키거나, 범인의 조준을 방해해 빗나가게라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의 운명을 가른 3초의 시간은 덧없이 흘러갔습니다. 몸으로 막는 ‘육탄 방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그 시각 한 경호원이 아베 전 총리 앞으로 급히 방탄 가방을 내밀었지만, 하단부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은 장면이 찍히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상의 무방비 상태에 대해, 박수현 경운대 항공보안경호학부 교수는 “경호 차원에서 무조건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와 일본 현지에서는 얼마 전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소주병 투척 사건 당시 우리 경호 태세와 대조하며, 아베 전 총리 경호 미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24일 특별사면으로 수감 생활을 마치고 대구 달성군 사저로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은 집 앞 연설 도중 날아드는 소주병을 목격했습니다. 그보다 앞서 위험을 감지한 경호원들은 소주병을 발로 쳐내고 박 전 대통령을 에워싸며 방탄 가방을 펼치는 등 재빨리 방어 대형을 갖췄습니다.

물론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 대통령 경호처의 전문 경호를 받는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과, 경호 제도와 문화가 다른 일본 전직 총리의 사례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아베 전 총리 피습 사건의 경우, 현장에서 치밀한 경호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분명합니다.

박준석 / 前 한국경호경비학회장, 現 용인대 경호학과 교수

“교육이라든지 경호원 선발부터 (우리나라) 대통령 경호처가 상당히 아주 잘 돼 있습니다. 여러 가지 우발 상황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훈련하고 있거든요. (중략) 이제는 (테러 시에) 다양한 ‘위해 도구’가 생길 겁니다. VIP, 전직 대통령, 여러 국가 중요 인물에 대해 (경호 차원에서) 더욱 전문가를 양성하고, 또 제일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아베 전 총리 피격 현장에서도) 이상한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은 미리 예측을 하고 검문검색을 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추후 아베 전 총리 경호문제 규명을 위해 발족될 검증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대문 사진 구성: 배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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