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가짜 크리켓 시합에 지갑 연 러시아 도박꾼들

가짜 크리켓 경기를 연출해 러시아 도박꾼들을 감쪽같이 속인 사기극이 벌어졌습니다.

가디언 등 외신들은 사기에 연루된 인도 갱단 4명이 경찰에 검거됐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사기는 인도 구자라트주 서부의 한 농장에서 시작됐습니다. 갱단은 농장에 가짜 경기장을 만든 뒤 경기당 400루피(한화 약 6,600원)를 주겠다며 젊은 청년들을 고용했습니다. 이들은 크리켓 선수도 아니었습니다.

돈을 받은 청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리켓 리그로 꼽히는 '인디언 프리미어 리그'(IPL) 소속 팀인 첸나이 슈퍼킹스, 뭄바이 인디언스, 구자라트 타이탄스 유니폼을 입고 가짜 경기를 했습니다.

갱단은 유튜브에 'IPL'이라는 계정을 만들고 고해상도 카메라로 가짜 경기를 중계했습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관중 함성과 해설자를 흉내 낸 음성을 집어넣고 점수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여줬습니다.

자신을 흉내 낸 목소리가 사용된 걸 알게 된 해설자는 SNS에 "웃음을 멈출 수 없다"며 사건을 실은 신문을 찍어 올리기도 했습니다.

심판들은 무전기로 지시를 듣고 선수들에게 득점할지 퇴장할지 등 경기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갱단은 경기가 가짜란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경기장 전체 모습을 촬영하지 않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실제 인도 크리켓 리그는 3주 전에 종료된 상태였지만, 러시아 도박사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갱단의 가짜 경기는 8강까지 진행됐습니다.

도박 참가자들은 갱단이 마련한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돈을 걸었고, 갱단은 30만 루피(약 495만 원)가 넘는 금액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인도에서 크리켓 경기를 활용한 도박은 불법이며 2013년 크리켓 승부조작과 도박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00여 개국으로 중계되는 IPL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크리켓 리그로 꼽힙니다. 2023∼2027년, 5년간 중계권이 4,839억 루피(약 8조 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화면 출처 : 'bhogleharsha'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