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엉터리 핀테크’…신분증 사본 본인 인증으로 대출 사기

입력 2022.07.18 (21:44) 수정 2022.07.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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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대면 금융거래의 허술한 틈을 노린 범죄가 일어났습니다.

신분증 사본만으로도 본인 인증이 가능하다는 허점을 악용해 대출 사기를 벌인건데요.

김화영 기자가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6월 이 여성의 남편은 가입한 적도 없는 카카오뱅크에서 6천만 원 정도가 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얼마 뒤 실제 대출자가 경찰에 잡혔는데, 남편이 잃어버린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신분증 사진으로 본인인증을 거쳐 대출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신분증 사본 인증 피해자 부인 : "별다른 확인 없이 승인시켜 가지고 그 책임은 또 이제 피해자한테 고스란히 돌아가니까..."]

이 여성의 언니는 지난해 7월 딸을 사칭한 온라인 메시지에 속아 자신의 신분증 사진을 보냈고, 이를 받은 사기범 역시 신분증 사본을 이용해 신한은행에서 34차례에 걸쳐 1억 5천만 원을 빼갔습니다.

[신분증 사본 인증 피해자 동생 : "신분증 사진이 금융 쪽하고는 연관을 전혀 못 지은 상황이었으니까 이 정도 가지고..."]

모두 신분증 사본 인증으로 피해를 본 사례들인데, 금융위원회가 만든 고시에는 비대면 인증을 할 때 신분증 원본으로만 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국내 5대 은행 모두 신분증 원본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없습니다.

통신사들도 이 시스템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신분증 사본만 있으면 금융 사기를 저지를 수 있는 이른바 대포폰부터 대포 통장까지 다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정호철/경실련 간사 : "결국, 돈 때문입니다. 인건비나 점포 비용, 설비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신분증 사본 인증 시스템이 결국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은행들은 신분증 사본 인증을 악용한 금융사고가 드문 상황에서 많은 돈을 들여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최경원/영상편집:차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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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사 ‘엉터리 핀테크’…신분증 사본 본인 인증으로 대출 사기
    • 입력 2022-07-18 21:44:46
    • 수정2022-07-19 1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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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대면 금융거래의 허술한 틈을 노린 범죄가 일어났습니다.

신분증 사본만으로도 본인 인증이 가능하다는 허점을 악용해 대출 사기를 벌인건데요.

김화영 기자가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6월 이 여성의 남편은 가입한 적도 없는 카카오뱅크에서 6천만 원 정도가 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얼마 뒤 실제 대출자가 경찰에 잡혔는데, 남편이 잃어버린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신분증 사진으로 본인인증을 거쳐 대출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신분증 사본 인증 피해자 부인 : "별다른 확인 없이 승인시켜 가지고 그 책임은 또 이제 피해자한테 고스란히 돌아가니까..."]

이 여성의 언니는 지난해 7월 딸을 사칭한 온라인 메시지에 속아 자신의 신분증 사진을 보냈고, 이를 받은 사기범 역시 신분증 사본을 이용해 신한은행에서 34차례에 걸쳐 1억 5천만 원을 빼갔습니다.

[신분증 사본 인증 피해자 동생 : "신분증 사진이 금융 쪽하고는 연관을 전혀 못 지은 상황이었으니까 이 정도 가지고..."]

모두 신분증 사본 인증으로 피해를 본 사례들인데, 금융위원회가 만든 고시에는 비대면 인증을 할 때 신분증 원본으로만 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국내 5대 은행 모두 신분증 원본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없습니다.

통신사들도 이 시스템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신분증 사본만 있으면 금융 사기를 저지를 수 있는 이른바 대포폰부터 대포 통장까지 다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정호철/경실련 간사 : "결국, 돈 때문입니다. 인건비나 점포 비용, 설비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신분증 사본 인증 시스템이 결국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은행들은 신분증 사본 인증을 악용한 금융사고가 드문 상황에서 많은 돈을 들여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최경원/영상편집:차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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