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자율운항으로 접안까지 척척…수주 1위지만 인력난 ‘숙제’

입력 2022.07.19 (18:05) 수정 2022.07.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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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율주행차처럼 선박도 스스로 움직이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LNG 운반선이 자율운항으로 대양을 건너고, 보트가 스스로 접안도 한다는데요.

4년 만에 상반기 수주 1위를 한 국내 조선업계가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산업과학부 신지수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지난주에 자율운항 보트를 타고 왔죠.

사람 없이도 운항이 가능합니까?

[기자]

현재 국제법상 완전 무인은 불가능해서 사람이 타긴 해야 합니다.

대신, 조타석이 아닌 뒷좌석에 타고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이 알아서 최적 항로를 찾아 운항했고요.

선박이 다가오자 이를 인식하고 우회했다가 다시 항로로 복귀하기도 했습니다.

보트 운항 면허가 있는 사람도 어려워한다는 접안도 척척 해냈습니다.

[앵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죠?

[기자]

자율주행차와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인공지능이 위성으로부터 위치 정보를 받고, 자율주행차에 적용된 카메라와 라이다가 선박에도 장착돼 선박 상태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겁니다.

그걸 바탕으로 자동으로 경로를 설정하고 엔진에 전달해서 운항하는 구조입니다.

자율운항 선박을 바다의 테슬라라고 부르는데, 파도, 암초, 선박 등 실시간으로 변하는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만큼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앵커]

국내 업체가 자율운항 기술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자율운항 관련 시장은 2028년까지 2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조선업계 흐름이 친환경은 물론 스마트 선박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기를 놓치면 조선업계 선두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안 그래도 한동한 주춤했던 우리나라 조선업이 다시 세계 1위로 올라섰잖아요.

수주를 얼마나 많이 한 건가요?

[기자]

상반기 기준 전세계 발주량의 45.5%를 수주했습니다.

절반 가까이 싹쓸이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상반기 수주량을 살펴봐도 올해 목표치의 절반 이상을 훌쩍 넘겼습니다.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을 따돌린 건 2018년 이후 4년 만입니다.

[앵커]

이렇게 수주 실적이 좋은 이유가 뭔가요?

[기자]

LNG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가 늘어난 영향이 큽니다.

LNG 선박은 영하 163도의 극저온 탱크에 기체인 LNG를 액화시켜 운반하는 건데요.

내부 탱크 온도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일반 유조선에 비해 비싸기도 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LNG 운반선 발주가 증가했는데요.

이 발주의 70% 이상을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실적이 좋지만 업계 분위기는 마냥 웃지 못한다면서요?

[기자]

수주는 많이 했는데 정작 현장에서 배를 만들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대형 조선사에 선박 부품을 납품하는 한 협력 업체 대표에게 상황이 어떤지 물어봤는데요.

필요한 인력에 비해 200~300명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수주 받은 물량을 다시 반납할 정도라고 토로했습니다.

실제 하반기에 용접, 도장 등 현장 인력이 9,500여 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업계는 호황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거죠?

[기자]

2016년 조선업 불황을 겪으며 많은 이들이 현장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는데요.

13만 명이 넘었던 하청 인력은 6년 만에 8만 명 넘게 감소했습니다.

거기다 떠난 이들이 돌아올 유인이 적은 것도 문젭니다.

조선소 특성상 근무 강도는 높은데 그에 비해 임금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육상 건설 현장 등으로 인력이 떠나 돌아오지 않는 겁니다.

[앵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가 파업도 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조선업 불황 당시 하락한 임금을 원상회복시켜 달라는 게 요구 사항인데요.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미 올해 공사 대금 명목인 기성금을 3% 정도 올렸고, 그 이상은 여력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조선산업 특성상 수주가 늘어난 게 당장 실적에 반영되지 않고, 후판 등 원자재 가격도 상승했다는 이유인데요.

전문가들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임금을 현실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직업의 안정성 부분도 개선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촬영기자:최진영/영상편집: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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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자율운항으로 접안까지 척척…수주 1위지만 인력난 ‘숙제’
    • 입력 2022-07-19 18:05:04
    • 수정2022-07-19 18:16:57
    통합뉴스룸ET
[앵커]

자율주행차처럼 선박도 스스로 움직이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LNG 운반선이 자율운항으로 대양을 건너고, 보트가 스스로 접안도 한다는데요.

4년 만에 상반기 수주 1위를 한 국내 조선업계가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산업과학부 신지수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지난주에 자율운항 보트를 타고 왔죠.

사람 없이도 운항이 가능합니까?

[기자]

현재 국제법상 완전 무인은 불가능해서 사람이 타긴 해야 합니다.

대신, 조타석이 아닌 뒷좌석에 타고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이 알아서 최적 항로를 찾아 운항했고요.

선박이 다가오자 이를 인식하고 우회했다가 다시 항로로 복귀하기도 했습니다.

보트 운항 면허가 있는 사람도 어려워한다는 접안도 척척 해냈습니다.

[앵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죠?

[기자]

자율주행차와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인공지능이 위성으로부터 위치 정보를 받고, 자율주행차에 적용된 카메라와 라이다가 선박에도 장착돼 선박 상태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겁니다.

그걸 바탕으로 자동으로 경로를 설정하고 엔진에 전달해서 운항하는 구조입니다.

자율운항 선박을 바다의 테슬라라고 부르는데, 파도, 암초, 선박 등 실시간으로 변하는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만큼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앵커]

국내 업체가 자율운항 기술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자율운항 관련 시장은 2028년까지 2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조선업계 흐름이 친환경은 물론 스마트 선박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기를 놓치면 조선업계 선두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안 그래도 한동한 주춤했던 우리나라 조선업이 다시 세계 1위로 올라섰잖아요.

수주를 얼마나 많이 한 건가요?

[기자]

상반기 기준 전세계 발주량의 45.5%를 수주했습니다.

절반 가까이 싹쓸이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상반기 수주량을 살펴봐도 올해 목표치의 절반 이상을 훌쩍 넘겼습니다.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을 따돌린 건 2018년 이후 4년 만입니다.

[앵커]

이렇게 수주 실적이 좋은 이유가 뭔가요?

[기자]

LNG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가 늘어난 영향이 큽니다.

LNG 선박은 영하 163도의 극저온 탱크에 기체인 LNG를 액화시켜 운반하는 건데요.

내부 탱크 온도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일반 유조선에 비해 비싸기도 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LNG 운반선 발주가 증가했는데요.

이 발주의 70% 이상을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실적이 좋지만 업계 분위기는 마냥 웃지 못한다면서요?

[기자]

수주는 많이 했는데 정작 현장에서 배를 만들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대형 조선사에 선박 부품을 납품하는 한 협력 업체 대표에게 상황이 어떤지 물어봤는데요.

필요한 인력에 비해 200~300명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수주 받은 물량을 다시 반납할 정도라고 토로했습니다.

실제 하반기에 용접, 도장 등 현장 인력이 9,500여 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업계는 호황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거죠?

[기자]

2016년 조선업 불황을 겪으며 많은 이들이 현장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는데요.

13만 명이 넘었던 하청 인력은 6년 만에 8만 명 넘게 감소했습니다.

거기다 떠난 이들이 돌아올 유인이 적은 것도 문젭니다.

조선소 특성상 근무 강도는 높은데 그에 비해 임금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육상 건설 현장 등으로 인력이 떠나 돌아오지 않는 겁니다.

[앵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가 파업도 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조선업 불황 당시 하락한 임금을 원상회복시켜 달라는 게 요구 사항인데요.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미 올해 공사 대금 명목인 기성금을 3% 정도 올렸고, 그 이상은 여력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조선산업 특성상 수주가 늘어난 게 당장 실적에 반영되지 않고, 후판 등 원자재 가격도 상승했다는 이유인데요.

전문가들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임금을 현실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직업의 안정성 부분도 개선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촬영기자:최진영/영상편집: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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