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추정’ 어린이 시신, 이달 벌써 3건 발견

입력 2022.07.19 (18:37) 수정 2022.07.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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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한강과 임진강 하구 일대에서 어린이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2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 인근 갯벌에서 긴소매 윗옷만 입은 어린이 시신 발견
-5일 낮 12시쯤, 한 어민이 김포 한강 하구에서 반바지만 입은 어린이 시신 발견
-16일 오전 7시, 임진강 통일대교 근처에서 옷 입지 않은 생후 9개월 추정 아기 시신 발견

신원을 알 수 없는 어린이 시신이 연달아 세구나 발견된 상황. 경찰은 모두 북한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라벨 없는 옷, 그리고 조류 흐름

경찰의 판단 근거는 옷과 조류 흐름에 있습니다.

인천과 김포에서 발견된 시신은 모두 상표가 없는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한국의류산업협회에 반바지의 제조업체나 유통 경로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협회는 확인이 안 된다고 회신했습니다.

인천 해경 역시 한국패션산업협회에 윗옷의 유통경로를 확인하려 했지만, 아직 결과를 받아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파주에서 발견된 생후 9개월 아기는 옷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생후 2개월에 맞는 국가 예방접종의 흔적이 없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국내 아동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경찰은 국립해양조사원의 협조를 받아 한강과 임진강의 조류 흐름도 분석했습니다. 만조일 때는 김포대교까지 물이 역류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북한에서 내려온 시신이 서해로 빠져나가지 않고 한강 하구까지 떠밀려 올라올 가능성이 충분함을 시사합니다.

또, 실종 아동들의 DNA를 모아둔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일치한 정보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종합해 경찰은 '북한에서 온 시신으로 보인다'로 추정했습니다.

■ 간혹 있는 일이긴 한데…

북한에서 시신이 떠내려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6년과 2017년, 2019년에도 비슷한 지역에서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2018년에는 울릉도 앞바다에서 어선에 있던 시신 4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회장은 "제방이나 배수 시설을 제대로 해놓지 못해 북한에서는 매년 장마철이면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설명합니다.

나무가 없는 민둥산도 많다 보니 산사태가 흔하게 일어나는데, 주택을 덮쳐 사람이 쓸려가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번처럼 어린이 시신만 연달아 발견된 것은 이례적입니다. 서재평 회장은 "어른도 많이 죽었을 텐데, 아이들이 가벼워 멀리 떠내려 온 것이 아닌가 싶다"고 추측했습니다.

지난 6월 말 북한 기상 당국의 보도를 보면 평양과 평안남도, 남포에 300mm가 넘는 비가 왔습니다. 수해가 자주 일어나는 황해북도 지역에선 60세대 이상이 침수 피해를 봤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 시신 인도는 어떻게?

북한에 시신을 인계하는 절차는 <북한 주민 사체 처리 지침>에 정해져 있습니다. 2000년부터 시행된 규정입니다.

시신이 북한의 민간인 주민으로 확인되면,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이를 통지하고 국내에 연고자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 후 연고자가 없고 납북이나 탈북의 경우가 아니라면,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시신을 인계하게 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시신을 받아가지 않으면 발견된 지역의 무연고 묘지에 보관됩니다.

경찰 관계자는 "신분증이 있거나 군복을 입은 것이 아니라면 북한에서는 인계를 잘 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비에 떠내려 온 3구의 시신이 북한 아이들로 밝혀지더라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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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주민 추정’ 어린이 시신, 이달 벌써 3건 발견
    • 입력 2022-07-19 18:37:43
    • 수정2022-07-19 18:40:53
    취재K

이달 들어 한강과 임진강 하구 일대에서 어린이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2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 인근 갯벌에서 긴소매 윗옷만 입은 어린이 시신 발견
-5일 낮 12시쯤, 한 어민이 김포 한강 하구에서 반바지만 입은 어린이 시신 발견
-16일 오전 7시, 임진강 통일대교 근처에서 옷 입지 않은 생후 9개월 추정 아기 시신 발견

신원을 알 수 없는 어린이 시신이 연달아 세구나 발견된 상황. 경찰은 모두 북한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라벨 없는 옷, 그리고 조류 흐름

경찰의 판단 근거는 옷과 조류 흐름에 있습니다.

인천과 김포에서 발견된 시신은 모두 상표가 없는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한국의류산업협회에 반바지의 제조업체나 유통 경로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협회는 확인이 안 된다고 회신했습니다.

인천 해경 역시 한국패션산업협회에 윗옷의 유통경로를 확인하려 했지만, 아직 결과를 받아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파주에서 발견된 생후 9개월 아기는 옷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생후 2개월에 맞는 국가 예방접종의 흔적이 없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국내 아동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경찰은 국립해양조사원의 협조를 받아 한강과 임진강의 조류 흐름도 분석했습니다. 만조일 때는 김포대교까지 물이 역류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북한에서 내려온 시신이 서해로 빠져나가지 않고 한강 하구까지 떠밀려 올라올 가능성이 충분함을 시사합니다.

또, 실종 아동들의 DNA를 모아둔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일치한 정보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종합해 경찰은 '북한에서 온 시신으로 보인다'로 추정했습니다.

■ 간혹 있는 일이긴 한데…

북한에서 시신이 떠내려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6년과 2017년, 2019년에도 비슷한 지역에서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2018년에는 울릉도 앞바다에서 어선에 있던 시신 4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회장은 "제방이나 배수 시설을 제대로 해놓지 못해 북한에서는 매년 장마철이면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설명합니다.

나무가 없는 민둥산도 많다 보니 산사태가 흔하게 일어나는데, 주택을 덮쳐 사람이 쓸려가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번처럼 어린이 시신만 연달아 발견된 것은 이례적입니다. 서재평 회장은 "어른도 많이 죽었을 텐데, 아이들이 가벼워 멀리 떠내려 온 것이 아닌가 싶다"고 추측했습니다.

지난 6월 말 북한 기상 당국의 보도를 보면 평양과 평안남도, 남포에 300mm가 넘는 비가 왔습니다. 수해가 자주 일어나는 황해북도 지역에선 60세대 이상이 침수 피해를 봤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 시신 인도는 어떻게?

북한에 시신을 인계하는 절차는 <북한 주민 사체 처리 지침>에 정해져 있습니다. 2000년부터 시행된 규정입니다.

시신이 북한의 민간인 주민으로 확인되면,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이를 통지하고 국내에 연고자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 후 연고자가 없고 납북이나 탈북의 경우가 아니라면,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시신을 인계하게 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시신을 받아가지 않으면 발견된 지역의 무연고 묘지에 보관됩니다.

경찰 관계자는 "신분증이 있거나 군복을 입은 것이 아니라면 북한에서는 인계를 잘 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비에 떠내려 온 3구의 시신이 북한 아이들로 밝혀지더라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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