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대출 만기’ 코앞인데…둔촌주공에 무슨 일이?

입력 2022.07.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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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2,000가구 규모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멈춘 지 석 달이 넘었습니다.

입주 예정일이 미뤄지다보니까 조합원 속은 타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업비 대출금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이주비 이자 등으로 금융사에서 빚을 냈는데 금액만 7,000억 원에 달합니다.

■ "사업비 7,000억 원 대출 연장 불가"…조합원 1명당 1억 이상 부담해야

조합원들이 거액의 빚을 낸 구조는 이렇습니다.

은행을 비롯해 24개 금융사에서 돈을 빌렸는데, 둔촌주공 재건축에 참여한 건설사 4곳이 보증을 섰습니다.

건설사 신용을 보고 조합원들에게 대출금을 준 겁니다.

그런데 조합과 시공사 협상도 지지부진하고,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 되자, 은행들이 더 이상 이 보증을 연장하지 못하겠다고 한 겁니다.

조합원 6,000여 명은 당장 다음 달 빚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된 건데, 조합원 1명이 부담해야할 돈만 1억이 넘게 됐습니다.

■ 대출 해결했다던 조합장, 주말 갑자기 사임…"역량 부족"

조합장은 급한 불을 끈다며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대출금을 갚겠다고 했는데, 이게 또 문제가 됐습니다.

대출 이율이 기존 4%에서 7%로 올랐는데, 누구한테 돈을 빌리겠다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습니다.

인터넷 조합원 카페에는 조합장을 향한 비판 글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조합장은 지난 주말 역량이 부족했다며 돌연 사임했습니다.

조합장이 물러나자 조합 집행부는 긴급 회의를 열고, 사업비 대출을 자체 조달하는 방안은 더 이상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 시공단 "빚 대신 갚고 구상권 청구할 것"

시공단은 만기가 돌아오는 조합원들 빚을 대신 갚아주기로 했습니다.

조합원들 입장에서 급한 불을 끄긴 했는데, 아직 불씨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시공사들이 향후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떤식으로 돈을 받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빚을 못 갚게되면 사업부지와 건물 등이 압류돼 경매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 상가 분쟁 현재 진행형, 둔촌 주공의 미래는?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이 겉돌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제 상가와 관련된 이견만 남았습니다.

쟁점 하나 남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들 온도 차이는 여전합니다.

조합 집행부 관계자는 "시공단 관계자 등과 만나 덕담을 주고 받았다. 앞으로 협상에 적극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시공사들은 "상가 분쟁 해결 없이는 협상도, 공사 재개도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시공사들이 조합원들에게 빚을 갚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 상황입니다.


결국 상가 문제가 해결돼야 공사도 재개되고 조합원들이 빚 부담을 덜게 되는데, 아직 갈 길이 험난해 보입니다.

10년 전인 2012년 둔촌주공 상가단체는 무상지분율 190%를 약속받고 '리츠인홀딩스'라는 건설사업 관리사(PM)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예를 들어 10㎡ 상가를 소유한 조합원이 19㎡짜리 신축 상가를 추가 분담금 없이 분양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습니다.

당시 '리츠인홀딩스'는 상가의 설계와 분양 등의 비용을 부담하고, 대신 조합원 지분을 뺀 나머지 신축 상가 분양 수익을 챙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새로 들어선 통합상가운영위원회가 무상지분율 270%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리츠인홀딩스'와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리 없는 '리츠인홀딩스'는 이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며 상가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 중입니다.

조합 관계자는 "PM사의 유치권 행사는 불법"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조합이 책임질 테니 시공단은 공사를 진행하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시공단은 조합의 주장을 더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시공사업단은 "둔촌주공 사업은 전체 85개 동으로 유치권이 걸린 상가 위로 주상복합 아파트 2개 동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이 2개 동에 대한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머지 83개 동에 대한 공사가 끝나더라도 전체 단지에 대한 준공 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 "공사 재개 빨라야 11월"…'갈등' 계속되면서 조합원 부담 눈덩이

공사 중단만 석달째. 원래 내년 8월로 예정됐던 입주는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입니다.

시공단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공사 재개가 아니라 착공이라고 봐야 한다"며 "당장 상가 분쟁을 해결한다고 해도 총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빨라야 오는 11월에 공사를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사 중단과 그사이 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벌어진 손해는 모두 조합 측이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조합 집행부는 다음 달 중에 총회를 열어 새 조합장을 선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반면 현행 집행부에 반대하며 구성된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 위원회'는 역시 총회를 열어 집행부 전원 해임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85개 동 1만 2,0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일반 분양 물량만 4,700여 세대에 이릅니다.

공사비 증액 문제로 시작된 시공단과 조합 측의 갈등으로 지난 4월 15일부터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잇따르는 문제로 꼬이고 또 꼬이면서 사실상 공사재개와 일반 분양은 '시계 제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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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00억 대출 만기’ 코앞인데…둔촌주공에 무슨 일이?
    • 입력 2022-07-20 07:00:16
    취재K

1만 2,000가구 규모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멈춘 지 석 달이 넘었습니다.

입주 예정일이 미뤄지다보니까 조합원 속은 타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업비 대출금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이주비 이자 등으로 금융사에서 빚을 냈는데 금액만 7,000억 원에 달합니다.

■ "사업비 7,000억 원 대출 연장 불가"…조합원 1명당 1억 이상 부담해야

조합원들이 거액의 빚을 낸 구조는 이렇습니다.

은행을 비롯해 24개 금융사에서 돈을 빌렸는데, 둔촌주공 재건축에 참여한 건설사 4곳이 보증을 섰습니다.

건설사 신용을 보고 조합원들에게 대출금을 준 겁니다.

그런데 조합과 시공사 협상도 지지부진하고,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 되자, 은행들이 더 이상 이 보증을 연장하지 못하겠다고 한 겁니다.

조합원 6,000여 명은 당장 다음 달 빚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된 건데, 조합원 1명이 부담해야할 돈만 1억이 넘게 됐습니다.

■ 대출 해결했다던 조합장, 주말 갑자기 사임…"역량 부족"

조합장은 급한 불을 끈다며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대출금을 갚겠다고 했는데, 이게 또 문제가 됐습니다.

대출 이율이 기존 4%에서 7%로 올랐는데, 누구한테 돈을 빌리겠다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습니다.

인터넷 조합원 카페에는 조합장을 향한 비판 글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조합장은 지난 주말 역량이 부족했다며 돌연 사임했습니다.

조합장이 물러나자 조합 집행부는 긴급 회의를 열고, 사업비 대출을 자체 조달하는 방안은 더 이상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 시공단 "빚 대신 갚고 구상권 청구할 것"

시공단은 만기가 돌아오는 조합원들 빚을 대신 갚아주기로 했습니다.

조합원들 입장에서 급한 불을 끄긴 했는데, 아직 불씨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시공사들이 향후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떤식으로 돈을 받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빚을 못 갚게되면 사업부지와 건물 등이 압류돼 경매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 상가 분쟁 현재 진행형, 둔촌 주공의 미래는?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이 겉돌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제 상가와 관련된 이견만 남았습니다.

쟁점 하나 남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들 온도 차이는 여전합니다.

조합 집행부 관계자는 "시공단 관계자 등과 만나 덕담을 주고 받았다. 앞으로 협상에 적극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시공사들은 "상가 분쟁 해결 없이는 협상도, 공사 재개도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시공사들이 조합원들에게 빚을 갚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 상황입니다.


결국 상가 문제가 해결돼야 공사도 재개되고 조합원들이 빚 부담을 덜게 되는데, 아직 갈 길이 험난해 보입니다.

10년 전인 2012년 둔촌주공 상가단체는 무상지분율 190%를 약속받고 '리츠인홀딩스'라는 건설사업 관리사(PM)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예를 들어 10㎡ 상가를 소유한 조합원이 19㎡짜리 신축 상가를 추가 분담금 없이 분양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습니다.

당시 '리츠인홀딩스'는 상가의 설계와 분양 등의 비용을 부담하고, 대신 조합원 지분을 뺀 나머지 신축 상가 분양 수익을 챙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새로 들어선 통합상가운영위원회가 무상지분율 270%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리츠인홀딩스'와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리 없는 '리츠인홀딩스'는 이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며 상가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 중입니다.

조합 관계자는 "PM사의 유치권 행사는 불법"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조합이 책임질 테니 시공단은 공사를 진행하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시공단은 조합의 주장을 더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시공사업단은 "둔촌주공 사업은 전체 85개 동으로 유치권이 걸린 상가 위로 주상복합 아파트 2개 동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이 2개 동에 대한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머지 83개 동에 대한 공사가 끝나더라도 전체 단지에 대한 준공 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 "공사 재개 빨라야 11월"…'갈등' 계속되면서 조합원 부담 눈덩이

공사 중단만 석달째. 원래 내년 8월로 예정됐던 입주는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입니다.

시공단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공사 재개가 아니라 착공이라고 봐야 한다"며 "당장 상가 분쟁을 해결한다고 해도 총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빨라야 오는 11월에 공사를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사 중단과 그사이 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벌어진 손해는 모두 조합 측이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조합 집행부는 다음 달 중에 총회를 열어 새 조합장을 선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반면 현행 집행부에 반대하며 구성된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 위원회'는 역시 총회를 열어 집행부 전원 해임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85개 동 1만 2,0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일반 분양 물량만 4,700여 세대에 이릅니다.

공사비 증액 문제로 시작된 시공단과 조합 측의 갈등으로 지난 4월 15일부터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잇따르는 문제로 꼬이고 또 꼬이면서 사실상 공사재개와 일반 분양은 '시계 제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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