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신매매방지 20년 만에 2등급 하락…이유는?

입력 2022.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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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에서는 2001년부터 매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나라별 인신매매 실태와 정부의 방지 노력 등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겁니다. 이 보고서는 미 정부 기관, 비정부기구(NGO), 해외 공관 등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보고서 발간 첫 해에 한국은 가장 낮은 3등급을 받았지만,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1등급을 유지해 왔습니다. 미 국무부가 이번에 공개한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은 2등급에 포함됐습니다. 무려 20년 만의 강등입니다.

■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 결과는?

미 국무부는 정부의 인신매매 감시와 단속 수준을 모두 3등급으로 나눠 평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발표 대상국은 모두 188개국, 조사 기간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입니다.

그래픽 : 권세라그래픽 : 권세라

1등급은 '미국의 인신매매 및 폭력 피해자 보호법(TVPA)' 최소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나라들, 2등급은 최소 기준을 모두 충족하진 않았지만,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노력을 지속하는 나라들이 해당합니다. 2등급 중에서도 인신매매 추정 피해자 수가 많고 관련 조치를 하지 않는 등의 경우엔 '감시리스트'로 지정됩니다. 3등급은 최소 기준 충족도 못 하고,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나라들로 분류됩니다.

3등급 국가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모두 22개국이 지정됐습니다. 북한 역시 3등급으로, 20년 연속 최하위 국가로 평가됐습니다.

■ 한국, '2등급 강등' 왜?…"관련 기소 건수 줄고, 처벌 약해"

이번 평가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성매매와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노동 등'을 강등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0년보다 검찰의 기소 건수가 줄었고,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피해자를 강제추방시켰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한국 어선에서 강제 노동이 만연하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피해자 신원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미 국무부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피해자 식별 지침을 일관되게 활용하지 않았고, 법원도 인신매매 관련 범죄자 다수에게 1년 미만의 징역형이나 벌금,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이 ‘2등급’에 해당하는 노란색으로 분류돼 있다 (출처 : 2022년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한국이 ‘2등급’에 해당하는 노란색으로 분류돼 있다 (출처 : 2022년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

■정부 "아쉬운 결과"…내년부터 '인신매매 방지법' 시행

20년 만의 등급 하락에 우리 정부는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외교부는 "그간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우리 정부로서는 등급 조정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인신매매 예방 및 근절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 측은 우리나라가 ▲인신매매 사범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 ▲외국인 등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강화 ▲피해자 보호 강화 등에 대해 보다 높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그간 우리 측에 제기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간 법률 체계와 양형 제도의 차이 등도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사실 관계가 잘못된 내용이 있을 경우,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미국 측에 해당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근거 자료를 제출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할 계획입니다. 또, 보고서 결과는 우리나라의 인신매매 방지 노력이 약화되었거나 관련 인권 상황이 악화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도 외교부는 덧붙였습니다.

내년 1월부턴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됩니다. 흩어져 있는 인신매매 관련 법률을 하나로 모은 건데,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에는 입국 목적과는 다르게 노동 착취 피해를 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보호·지원 내용이 포함돼있습니다. 다만, 인신매매를 처벌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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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인신매매방지 20년 만에 2등급 하락…이유는?
    • 입력 2022-07-21 06:00:19
    취재K

미국 국무부에서는 2001년부터 매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나라별 인신매매 실태와 정부의 방지 노력 등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겁니다. 이 보고서는 미 정부 기관, 비정부기구(NGO), 해외 공관 등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보고서 발간 첫 해에 한국은 가장 낮은 3등급을 받았지만,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1등급을 유지해 왔습니다. 미 국무부가 이번에 공개한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은 2등급에 포함됐습니다. 무려 20년 만의 강등입니다.

■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 결과는?

미 국무부는 정부의 인신매매 감시와 단속 수준을 모두 3등급으로 나눠 평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발표 대상국은 모두 188개국, 조사 기간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입니다.

그래픽 : 권세라
1등급은 '미국의 인신매매 및 폭력 피해자 보호법(TVPA)' 최소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나라들, 2등급은 최소 기준을 모두 충족하진 않았지만,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노력을 지속하는 나라들이 해당합니다. 2등급 중에서도 인신매매 추정 피해자 수가 많고 관련 조치를 하지 않는 등의 경우엔 '감시리스트'로 지정됩니다. 3등급은 최소 기준 충족도 못 하고,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나라들로 분류됩니다.

3등급 국가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모두 22개국이 지정됐습니다. 북한 역시 3등급으로, 20년 연속 최하위 국가로 평가됐습니다.

■ 한국, '2등급 강등' 왜?…"관련 기소 건수 줄고, 처벌 약해"

이번 평가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성매매와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노동 등'을 강등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0년보다 검찰의 기소 건수가 줄었고,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피해자를 강제추방시켰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한국 어선에서 강제 노동이 만연하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피해자 신원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미 국무부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피해자 식별 지침을 일관되게 활용하지 않았고, 법원도 인신매매 관련 범죄자 다수에게 1년 미만의 징역형이나 벌금,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이 ‘2등급’에 해당하는 노란색으로 분류돼 있다 (출처 : 2022년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
■정부 "아쉬운 결과"…내년부터 '인신매매 방지법' 시행

20년 만의 등급 하락에 우리 정부는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외교부는 "그간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우리 정부로서는 등급 조정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인신매매 예방 및 근절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 측은 우리나라가 ▲인신매매 사범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 ▲외국인 등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강화 ▲피해자 보호 강화 등에 대해 보다 높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그간 우리 측에 제기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간 법률 체계와 양형 제도의 차이 등도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사실 관계가 잘못된 내용이 있을 경우,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미국 측에 해당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근거 자료를 제출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할 계획입니다. 또, 보고서 결과는 우리나라의 인신매매 방지 노력이 약화되었거나 관련 인권 상황이 악화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도 외교부는 덧붙였습니다.

내년 1월부턴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됩니다. 흩어져 있는 인신매매 관련 법률을 하나로 모은 건데,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에는 입국 목적과는 다르게 노동 착취 피해를 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보호·지원 내용이 포함돼있습니다. 다만, 인신매매를 처벌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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