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노동’ 30년…사과도 않더니 재산 세탁까지?

입력 2022.07.21 (06:25) 수정 2022.07.2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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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사찰에서 장애인이 30년 넘게 강제 노동을 했던 사연, 몇 해 전 KBS를 통해 이른바 '사찰 노예'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가 최근 나왔는데요.

해당 사찰 승려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피해자가 밀린 임금을 배상받을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사찰 측의 재산 빼돌리기 의혹, 그리고 허술한 법체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데 이윤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적장애인 A 씨가 서울 노원구의 한 사찰에서 지냈던 기간은 32년입니다.

그 기간 동안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일하길 되풀이했지만, 사찰 측은 '수행'이라며 보수 한 푼 주지 않았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스님이 나무도 해 갖고 오라고 시키고, 빨리빨리 안 하면 꼬집고 발로 차고, 말하자면 노예나 마찬가지예요, 노예."]

KBS 보도로 이 사건이 알려진 지 3년 만에 법원은 주지 승려 최 모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과는 없었고 항소만 이어졌습니다.

["(피해자분께 할 말 없으세요?) ..."]

승려 최 씨는 1심 선고 직전에 자신이 소유한 사찰 건물과 부지를 사찰 '법인' 앞으로 넘긴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A 씨에게 억 대의 밀린 임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는데, 그에 대비해서 재산 명의를 바꾸고 압류를 피해가려는 것 같다고 피해자 측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사찰 관계자/음성변조 : "(갑자기 선고 일주일 전에 증여를 하신 이유가 좀 따로 있으신지?) 그건 자세히 잘 모르겠어요, 저는."]

최 씨 측은 사찰 법인이 우연히 1심 선고 즈음 설립돼 명의를 옮겼을 뿐이라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결국 A 씨가 온전한 배상을 받으려면 명의 이전 취소 소송 등을 추가로 제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1심 징역형의 근거가 된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최대 형량이 징역 3년으로, A 씨가 착취당한 기간의 10분의 1도 안 됩니다.

[윤○○/피해자 어머니 : "몇십 년을 거기서 고생하고 살았는데, 세상에 법이 이런 법이 어디 있나..."]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신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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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예 노동’ 30년…사과도 않더니 재산 세탁까지?
    • 입력 2022-07-21 06:25:31
    • 수정2022-07-21 06:44:51
    뉴스광장 1부
[앵커]

서울의 한 사찰에서 장애인이 30년 넘게 강제 노동을 했던 사연, 몇 해 전 KBS를 통해 이른바 '사찰 노예'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가 최근 나왔는데요.

해당 사찰 승려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피해자가 밀린 임금을 배상받을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사찰 측의 재산 빼돌리기 의혹, 그리고 허술한 법체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데 이윤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적장애인 A 씨가 서울 노원구의 한 사찰에서 지냈던 기간은 32년입니다.

그 기간 동안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일하길 되풀이했지만, 사찰 측은 '수행'이라며 보수 한 푼 주지 않았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스님이 나무도 해 갖고 오라고 시키고, 빨리빨리 안 하면 꼬집고 발로 차고, 말하자면 노예나 마찬가지예요, 노예."]

KBS 보도로 이 사건이 알려진 지 3년 만에 법원은 주지 승려 최 모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과는 없었고 항소만 이어졌습니다.

["(피해자분께 할 말 없으세요?) ..."]

승려 최 씨는 1심 선고 직전에 자신이 소유한 사찰 건물과 부지를 사찰 '법인' 앞으로 넘긴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A 씨에게 억 대의 밀린 임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는데, 그에 대비해서 재산 명의를 바꾸고 압류를 피해가려는 것 같다고 피해자 측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사찰 관계자/음성변조 : "(갑자기 선고 일주일 전에 증여를 하신 이유가 좀 따로 있으신지?) 그건 자세히 잘 모르겠어요, 저는."]

최 씨 측은 사찰 법인이 우연히 1심 선고 즈음 설립돼 명의를 옮겼을 뿐이라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결국 A 씨가 온전한 배상을 받으려면 명의 이전 취소 소송 등을 추가로 제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1심 징역형의 근거가 된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최대 형량이 징역 3년으로, A 씨가 착취당한 기간의 10분의 1도 안 됩니다.

[윤○○/피해자 어머니 : "몇십 년을 거기서 고생하고 살았는데, 세상에 법이 이런 법이 어디 있나..."]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신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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