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에어컨 없던 영국이 40도…유엔 “공동대응 안 하면 다 죽어”

입력 2022.07.21 (10:52) 수정 2022.07.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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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또다시 사상 최대 폭염이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선 거대한 산불이 났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서서 "이대로 가면 인류가 자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홍석우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화면 보니까 첫째는 영국 폭염 이야기네요.

영국이 원래 더운 나라가 아니지 않나요?

[기자]

네. 폭염 소식으로 도배된 영국 신문의 1면인데, '영국이 녹고 있다' 이렇게 헤드라인을 뽑았습니다.

미국 언론도 역사상 영국이 이렇게 더웠던 적이 있냐고 묻기도 했는데, 수도 런던의 기온이 363년 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40도를 넘었습니다.

이른바 선을 넘은 겁니다.

뜨거운 열기에 철도 선로가 뒤틀리며 1/3가량 운행이 취소됐고요,

런던 루턴 공항에선 활주로가 부풀어 올라 항공기의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학교도, 회사도, 병원도, 식당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답니다.

[영국 캠브리지 시민 : "오늘 너무 덥네요. 저 같은 영국인에겐 이해가 안 될 정도입니다."]

[앵커]

영국 사람들도 많이 당황했나 봐요,

[기자]

영국에는요, 에어컨이 없습니다.

거의 안 쓴다고 해요.

7월 평균 기온이 20도 정도로, 한국 사람들이 가면 얇은 바람막이를 입을 정도의 기온이었는데요.

그런데 40도라니 체감하는 차이는 더욱 크겠죠.

이렇다 보니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적색 경보'가 처음으로 발령됐습니다.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재택근무를 하라는데, 막상 집에 에어컨이 없어요.

에어컨이 있는 집은 전체의 5% 정도라고 합니다.

이동식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폭염으로 2천 명이 숨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습니다.

[앵커]

영국은 위도상 그래도 유럽의 북부인데요,

북부가 이러면 남부는 어떨까요?

[기자]

네. 간단히 정리하면 "영국 너희는 40도로 놀라냐? 우리는 50도 찍을 것 같다" 이런 상황입니다.

프랑스도 이달 들어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는데요,

42도를 찍은 한 관광지는 보시다시피 거리가 텅 비었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어서요,

지난주 기온이 최고 47도까지 올라갔던 포르투갈에선 6백 명 넘게 숨졌고, 스페인에서도 45도 안팎의 무더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5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앵커]

생각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데요,

이 정도 폭염이라면 여파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겠는데요,

[기자]

일단 화면을 보실까요.

지금 보시는 게 유럽의 기온 분포도인데, 아주 붉게 물들어 있죠.

그야말로 펄펄 끓고 있다는 건데요,

이 지역은 지금 산불이 난 지역들과 일치합니다.

폭염에 산불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건데요,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 지역이 있는 프랑스에선 산불이 계속 번져 3만 4천여 명의 이재민이 생겼고, 포르투갈에서도 산불이 북부를 덮쳐 3만 헥타르가 잿더미가 됐습니다.

[야네스 레나르치치/EU 집행위 재난관리국 관계자 : "지난해 여름, 산불 때문에 EU의 시민보호제도를 9번 발동 했는데요, 올해는 한여름이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5번 발동했습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강과 호수도 바닥을 드러냈는데요,

지금 유럽 전역이 최악의 전력난은 물론이고, 식량 위기까지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유럽에 사상 최악의 폭염이 찾아온 원인, 알 수 있을까요?

[기자]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리카에서 온 뜨거운 공기가 유럽 상공을 데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는데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1.2도나 더 높아졌거든요.

여름철 북극의 찬 기운과 상공의 제트 기류가 약화되면서 더운 공기를 내몰지 못하는 '열돔' 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강력한 폭염이 닥치는 속도에 있는데요,

2020년 영국 기상청은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2050년에나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그보다 훨씬 앞서서 올해 7월에 이미, 영국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찍어버렸습니다.

유럽뿐만이 아닌데요,

지금 미국 중서부에도 폭염 경보가 내려졌고, 중국 상하이는 지난주 40.9도를 기록해 149년 만에 최고 기온을 나타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급기야 세계적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고 밝혔는데요,

[안토니우 구테흐스/유엔 사무총장 : "인류의 절반이 홍수, 가뭄, 폭풍, 산불과 같은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함께 대응할지 모두 자멸할 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세계 180개 나라의 기후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세계 각국의 '사상 최고기온'은 이달 16일을 기준으로 모두 188건에 이른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기후 변화' 매번 듣는 얘기지만, 폭염이 찾아오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 만큼 행동 방안 마련과 실천에도 좀 더 속도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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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1 10:52:05
    • 수정2022-07-21 10:59:21
    지구촌뉴스
[앵커]

올해 또다시 사상 최대 폭염이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선 거대한 산불이 났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서서 "이대로 가면 인류가 자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홍석우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화면 보니까 첫째는 영국 폭염 이야기네요.

영국이 원래 더운 나라가 아니지 않나요?

[기자]

네. 폭염 소식으로 도배된 영국 신문의 1면인데, '영국이 녹고 있다' 이렇게 헤드라인을 뽑았습니다.

미국 언론도 역사상 영국이 이렇게 더웠던 적이 있냐고 묻기도 했는데, 수도 런던의 기온이 363년 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40도를 넘었습니다.

이른바 선을 넘은 겁니다.

뜨거운 열기에 철도 선로가 뒤틀리며 1/3가량 운행이 취소됐고요,

런던 루턴 공항에선 활주로가 부풀어 올라 항공기의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학교도, 회사도, 병원도, 식당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답니다.

[영국 캠브리지 시민 : "오늘 너무 덥네요. 저 같은 영국인에겐 이해가 안 될 정도입니다."]

[앵커]

영국 사람들도 많이 당황했나 봐요,

[기자]

영국에는요, 에어컨이 없습니다.

거의 안 쓴다고 해요.

7월 평균 기온이 20도 정도로, 한국 사람들이 가면 얇은 바람막이를 입을 정도의 기온이었는데요.

그런데 40도라니 체감하는 차이는 더욱 크겠죠.

이렇다 보니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적색 경보'가 처음으로 발령됐습니다.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재택근무를 하라는데, 막상 집에 에어컨이 없어요.

에어컨이 있는 집은 전체의 5% 정도라고 합니다.

이동식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폭염으로 2천 명이 숨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습니다.

[앵커]

영국은 위도상 그래도 유럽의 북부인데요,

북부가 이러면 남부는 어떨까요?

[기자]

네. 간단히 정리하면 "영국 너희는 40도로 놀라냐? 우리는 50도 찍을 것 같다" 이런 상황입니다.

프랑스도 이달 들어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는데요,

42도를 찍은 한 관광지는 보시다시피 거리가 텅 비었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어서요,

지난주 기온이 최고 47도까지 올라갔던 포르투갈에선 6백 명 넘게 숨졌고, 스페인에서도 45도 안팎의 무더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5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앵커]

생각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데요,

이 정도 폭염이라면 여파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겠는데요,

[기자]

일단 화면을 보실까요.

지금 보시는 게 유럽의 기온 분포도인데, 아주 붉게 물들어 있죠.

그야말로 펄펄 끓고 있다는 건데요,

이 지역은 지금 산불이 난 지역들과 일치합니다.

폭염에 산불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건데요,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 지역이 있는 프랑스에선 산불이 계속 번져 3만 4천여 명의 이재민이 생겼고, 포르투갈에서도 산불이 북부를 덮쳐 3만 헥타르가 잿더미가 됐습니다.

[야네스 레나르치치/EU 집행위 재난관리국 관계자 : "지난해 여름, 산불 때문에 EU의 시민보호제도를 9번 발동 했는데요, 올해는 한여름이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5번 발동했습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강과 호수도 바닥을 드러냈는데요,

지금 유럽 전역이 최악의 전력난은 물론이고, 식량 위기까지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유럽에 사상 최악의 폭염이 찾아온 원인, 알 수 있을까요?

[기자]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리카에서 온 뜨거운 공기가 유럽 상공을 데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는데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1.2도나 더 높아졌거든요.

여름철 북극의 찬 기운과 상공의 제트 기류가 약화되면서 더운 공기를 내몰지 못하는 '열돔' 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강력한 폭염이 닥치는 속도에 있는데요,

2020년 영국 기상청은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2050년에나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그보다 훨씬 앞서서 올해 7월에 이미, 영국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찍어버렸습니다.

유럽뿐만이 아닌데요,

지금 미국 중서부에도 폭염 경보가 내려졌고, 중국 상하이는 지난주 40.9도를 기록해 149년 만에 최고 기온을 나타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급기야 세계적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고 밝혔는데요,

[안토니우 구테흐스/유엔 사무총장 : "인류의 절반이 홍수, 가뭄, 폭풍, 산불과 같은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함께 대응할지 모두 자멸할 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세계 180개 나라의 기후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세계 각국의 '사상 최고기온'은 이달 16일을 기준으로 모두 188건에 이른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기후 변화' 매번 듣는 얘기지만, 폭염이 찾아오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 만큼 행동 방안 마련과 실천에도 좀 더 속도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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