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타도 100% 결제?…대형·고급 택시 수수료 ‘플랫폼 마음대로’

입력 2022.07.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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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새벽, 30대 직장인 A 씨는 친구들과 모임을 마치고 카카오 택시를 호출했습니다.

하지만 배차가 됐다는 알림도, 택시 기사의 연락도 받지 못했고, 결국 택시 탑승을 포기하고 심야 버스를 타고 귀가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고 난 뒤,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에서 32,900원이 자동 결제됐다는 알림이 울렸습니다.

잡힌 줄도 몰랐던 택시가 미탑승 처리되면서, 기존 예상 운임이 고스란히 '취소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결제된 겁니다.


A 씨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택시 기사님 입장에서 '노 쇼'였다면, 이에 대해 일정 부분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며 "하지만 택시를 아예 이용하지도 않았는데, 예상 운임을 고스란히 다 물어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취소 수수료에 대해 카카오 모빌리티 측에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업체 측에서는 "약관에 따라 고객 책임으로 미탑승 처리돼, 운임의 100%를 취소 수수료로 부과했다"고 답변했습니다.

■ 승객이 타지 않아도 운임 100% 결제?

최 씨가 호출한 택시는 '카카오 벤티'라는 고급형 택시였습니다.

이런 고급형 택시들은 원하는 시간에 맞춰 탑승할 수 있는 '예약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서비스의 경우 출발 1시간 미만 이내에 취소하거나, 출발 시간 5분 뒤까지 탑승하지 않으면 운임의 100%까지 부과합니다.

소비자가 이용하지 않고도 이용요금 전액을 부담할 수 있는 겁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뿐 아니라, 소비자원이 조사한 택시 플랫폼 4곳 (카카오 T, 타다, 마카롱 M, i.M) 모두 취소 수수료 규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료로 택시 예약 취소가 가능한 시점은 이용 24시간 전, 12시간 전, 1시간 50분 전까지 등 플랫폼별로 차이가 컸습니다.


■소비자 불만 절반이 '요금 관련'

소비자들은 이 같은 취소 수수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시민 1: 서비스를 받지 못 한 상태에서 취소 수수료 100% 라는 금액은 좀 많은 것 같아요. 서비스를 못 받는데 돈을 냈다는 건, 먹지도 않는 음식 값을 내는 것 같아요.

시민 2: 노쇼(No Show)에 대한 금액은 어느 정도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집에 갈 수 있는 일반 택시비 만큼 취소 수수료가 부과되는 건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다보니, 소비자원에 접수된 택시 플랫폼 관련 소비자 불만은 최근 4년 간(2018년 ~2022년 3월) 총 483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입니다.

특히 '부당 요금 부과' 34.4%(166건)와 '취소 수수료 과다' 17.0%(82건) 등 요금 관련 불만(51.4%)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취소 수수료' 어떤 기준으로 정해졌나?

대표적인 택시 플랫폼 업체에 '예약 호출' 취소 수수료의 책정 기준을 문의했습니다.

업체 측에서는 "예약콜 수행 시 기사가 이용자 픽업을 위해 이동하는 평균 시간, 해당 기대 운임 등을 감안해 적용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처럼 택시 플랫폼 업체들은 취소 수수료 액수 등을 내부 규정에 따라 정하고 있습니다.

택시 업종을 관리하는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수수료와 관련된 기준이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실제 택시를 타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만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택시를 이용하려 했다가 '계약 취소'에 따른 수수료에 대한 법령은 따로 없다고 말합니다.

취소 수수료는 승객 약관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사인 간의 계약으로 간주해 국토부에서 들여다 볼 수는 없다는 겁니다.

다만 국토부는 취소 수수료 수준이 과도하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취소 수수료요...? 안 알려주는데 어떻게 알아요?

택시 취소 수수료에 대한 법령도 없고, 관리하는 정부 기관도 없는 상황. 당장 손해보지 않으려면, 소비자들 스스로 눈 크게 뜨고 취소 수수료에 유의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수료 정보조차 제대로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 택시를 선택해 호출하는 화면에서 바로 취소 수수료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조사대상 4곳 중 1곳(반반택시)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3곳(카카오 T, 타다, i.M)은 작은 크기의 특정 아이콘('?' ' !' 모양 아이콘)을 별도로 클릭해야 확인할 수 있어, 택시 호출 시 소비자들이 취소 수수료 정보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한국 소비자원은 택시 플랫폼 사업자에게 취소 수수료 고지를 강화하고 예약 호출 취소 수수료의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배동희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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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타도 100% 결제?…대형·고급 택시 수수료 ‘플랫폼 마음대로’
    • 입력 2022-07-21 12:01:43
    취재K

4월 새벽, 30대 직장인 A 씨는 친구들과 모임을 마치고 카카오 택시를 호출했습니다.

하지만 배차가 됐다는 알림도, 택시 기사의 연락도 받지 못했고, 결국 택시 탑승을 포기하고 심야 버스를 타고 귀가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고 난 뒤,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에서 32,900원이 자동 결제됐다는 알림이 울렸습니다.

잡힌 줄도 몰랐던 택시가 미탑승 처리되면서, 기존 예상 운임이 고스란히 '취소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결제된 겁니다.


A 씨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택시 기사님 입장에서 '노 쇼'였다면, 이에 대해 일정 부분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며 "하지만 택시를 아예 이용하지도 않았는데, 예상 운임을 고스란히 다 물어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취소 수수료에 대해 카카오 모빌리티 측에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업체 측에서는 "약관에 따라 고객 책임으로 미탑승 처리돼, 운임의 100%를 취소 수수료로 부과했다"고 답변했습니다.

■ 승객이 타지 않아도 운임 100% 결제?

최 씨가 호출한 택시는 '카카오 벤티'라는 고급형 택시였습니다.

이런 고급형 택시들은 원하는 시간에 맞춰 탑승할 수 있는 '예약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서비스의 경우 출발 1시간 미만 이내에 취소하거나, 출발 시간 5분 뒤까지 탑승하지 않으면 운임의 100%까지 부과합니다.

소비자가 이용하지 않고도 이용요금 전액을 부담할 수 있는 겁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뿐 아니라, 소비자원이 조사한 택시 플랫폼 4곳 (카카오 T, 타다, 마카롱 M, i.M) 모두 취소 수수료 규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료로 택시 예약 취소가 가능한 시점은 이용 24시간 전, 12시간 전, 1시간 50분 전까지 등 플랫폼별로 차이가 컸습니다.


■소비자 불만 절반이 '요금 관련'

소비자들은 이 같은 취소 수수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시민 1: 서비스를 받지 못 한 상태에서 취소 수수료 100% 라는 금액은 좀 많은 것 같아요. 서비스를 못 받는데 돈을 냈다는 건, 먹지도 않는 음식 값을 내는 것 같아요.

시민 2: 노쇼(No Show)에 대한 금액은 어느 정도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집에 갈 수 있는 일반 택시비 만큼 취소 수수료가 부과되는 건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다보니, 소비자원에 접수된 택시 플랫폼 관련 소비자 불만은 최근 4년 간(2018년 ~2022년 3월) 총 483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입니다.

특히 '부당 요금 부과' 34.4%(166건)와 '취소 수수료 과다' 17.0%(82건) 등 요금 관련 불만(51.4%)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취소 수수료' 어떤 기준으로 정해졌나?

대표적인 택시 플랫폼 업체에 '예약 호출' 취소 수수료의 책정 기준을 문의했습니다.

업체 측에서는 "예약콜 수행 시 기사가 이용자 픽업을 위해 이동하는 평균 시간, 해당 기대 운임 등을 감안해 적용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처럼 택시 플랫폼 업체들은 취소 수수료 액수 등을 내부 규정에 따라 정하고 있습니다.

택시 업종을 관리하는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수수료와 관련된 기준이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실제 택시를 타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만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택시를 이용하려 했다가 '계약 취소'에 따른 수수료에 대한 법령은 따로 없다고 말합니다.

취소 수수료는 승객 약관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사인 간의 계약으로 간주해 국토부에서 들여다 볼 수는 없다는 겁니다.

다만 국토부는 취소 수수료 수준이 과도하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취소 수수료요...? 안 알려주는데 어떻게 알아요?

택시 취소 수수료에 대한 법령도 없고, 관리하는 정부 기관도 없는 상황. 당장 손해보지 않으려면, 소비자들 스스로 눈 크게 뜨고 취소 수수료에 유의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수료 정보조차 제대로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 택시를 선택해 호출하는 화면에서 바로 취소 수수료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조사대상 4곳 중 1곳(반반택시)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3곳(카카오 T, 타다, i.M)은 작은 크기의 특정 아이콘('?' ' !' 모양 아이콘)을 별도로 클릭해야 확인할 수 있어, 택시 호출 시 소비자들이 취소 수수료 정보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한국 소비자원은 택시 플랫폼 사업자에게 취소 수수료 고지를 강화하고 예약 호출 취소 수수료의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배동희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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