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김한민 감독 “초기 이순신은 외유내강 선비형”

입력 2022.07.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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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님을 만나면 일단 큰절을 세 번 드리고 누가 되지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묻고 싶습니다."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한민 감독은 "난중일기를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이순신과 그의 해전이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4년작 '명량'부터 오는 27일 개봉하는 '한산: 용의 출현'까지 이순신에 10년 가까운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 데 대해서도 "원동력은 이순신"이라고 했다.

'한산'은 이순신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자 시간상으로는 한산도대첩 당시 40대 후반의 젊은 이순신을 그린 영화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오,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고 외치며 병사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명량' 속 이순신(최민식 분)의 카리스마를 기대한 관객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한산'의 이순신(박해일)은 용장(庸將) 아닌 지장(智將)이다.

"이순신 장군의 3대 해전을 보면 각각 차별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기록에 충실하게 초기 이순신을 선비형, 지략형 인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류성룡 대감의 표현에 따르면 그 용모가 단아한 선비와 같았다고 합니다. 외유내강형 선비의 느낌을 주려고 했습니다."

김 감독은 "'명량'에서 이순신의 고독하고 굳센 의지가 불가능할 것 같은 역전승을 이뤄냈다면, '한산'은 이순신과 주변 장수들이 함께 활약한다"고 설명했다. '한산'에서는 물길 전문가인 수군향도 어영담(안성기), 전라우수사 이억기(공명), 거북선을 설계한 나대용(박지환), 경상우수사 원균(손현주) 등 이순신의 주변인물 캐릭터가 전편에 비해 살아있다. 이순신과 왜장 와키자카(변요한)의 성정은 물과 불처럼 대비된다.

"이 전쟁은 무엇입니까?" 이순신의 신념에 감화해 조선 수군의 첩보원으로 전향하는 왜군 병사 준사(김성규)는 이렇게 묻는다. 영화는 임진왜란을 국가 간 전쟁이 아닌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으로 규정한다. 김 감독은 "의는 한국인의 유전자에 각인된 개념"이라며 "근현대사의 역동성을 불러일으키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룬 의의 원조가 이순신"이라고 했다.

"이순신은 무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리학자들이 천착한 사단(四端)의 문제를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실천해냈습니다. 군자의 상이 문인 아닌 무인에서 나왔다는 게 이순신의 아이러니죠. 7년 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정신적 피폐함과 외적 압박을 겪었고, 어머니와 아들과 전우들을 잃은 상황에서 어떻게 버티셨을까요. 하느님을 믿은 것도 아닌데 놀랍습니다."

김 감독은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노량: 죽음의 바다'를 '한산'과 함께 찍었다. '한산' 촬영을 마친 뒤 2개월여 동안 노량해전에 참전한 명나라 배를 제작했다. 김 감독은 "'한산'을 거쳐 '노량'에 이르면 조선 수군의 진법이 완성된다"며 "거북선은 조선 수군의 힘과 우리의 혼이 응축한 상징물"이라고 말했다.

거북선의 구체적 생김새와 운용 방식에 대한 시각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실제 전장에서 쓰일 법한 거북선을 탄생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면서도 "우리가 대체로 생각하는 거북선 이미지와 너무 다르게 묘사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명량' 이듬해 이순신의 행적을 좇아 명량해전 준비 과정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순신 3부작을 마무리한 뒤 임진왜란 7년사를 드라마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이순신과 전투 상황에 집중했습니다. 선조와 류성룡, 명나라 장수 등을 주역으로 임진왜란의 정치외교사를 다룬 드라마를 준비 중입니다. 물론 원동력은 이순신의 매력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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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산’ 김한민 감독 “초기 이순신은 외유내강 선비형”
    • 입력 2022-07-21 13:56:24
    연합뉴스
"이순신 장군님을 만나면 일단 큰절을 세 번 드리고 누가 되지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묻고 싶습니다."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한민 감독은 "난중일기를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이순신과 그의 해전이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4년작 '명량'부터 오는 27일 개봉하는 '한산: 용의 출현'까지 이순신에 10년 가까운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 데 대해서도 "원동력은 이순신"이라고 했다.

'한산'은 이순신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자 시간상으로는 한산도대첩 당시 40대 후반의 젊은 이순신을 그린 영화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오,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고 외치며 병사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명량' 속 이순신(최민식 분)의 카리스마를 기대한 관객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한산'의 이순신(박해일)은 용장(庸將) 아닌 지장(智將)이다.

"이순신 장군의 3대 해전을 보면 각각 차별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기록에 충실하게 초기 이순신을 선비형, 지략형 인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류성룡 대감의 표현에 따르면 그 용모가 단아한 선비와 같았다고 합니다. 외유내강형 선비의 느낌을 주려고 했습니다."

김 감독은 "'명량'에서 이순신의 고독하고 굳센 의지가 불가능할 것 같은 역전승을 이뤄냈다면, '한산'은 이순신과 주변 장수들이 함께 활약한다"고 설명했다. '한산'에서는 물길 전문가인 수군향도 어영담(안성기), 전라우수사 이억기(공명), 거북선을 설계한 나대용(박지환), 경상우수사 원균(손현주) 등 이순신의 주변인물 캐릭터가 전편에 비해 살아있다. 이순신과 왜장 와키자카(변요한)의 성정은 물과 불처럼 대비된다.

"이 전쟁은 무엇입니까?" 이순신의 신념에 감화해 조선 수군의 첩보원으로 전향하는 왜군 병사 준사(김성규)는 이렇게 묻는다. 영화는 임진왜란을 국가 간 전쟁이 아닌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으로 규정한다. 김 감독은 "의는 한국인의 유전자에 각인된 개념"이라며 "근현대사의 역동성을 불러일으키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룬 의의 원조가 이순신"이라고 했다.

"이순신은 무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리학자들이 천착한 사단(四端)의 문제를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실천해냈습니다. 군자의 상이 문인 아닌 무인에서 나왔다는 게 이순신의 아이러니죠. 7년 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정신적 피폐함과 외적 압박을 겪었고, 어머니와 아들과 전우들을 잃은 상황에서 어떻게 버티셨을까요. 하느님을 믿은 것도 아닌데 놀랍습니다."

김 감독은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노량: 죽음의 바다'를 '한산'과 함께 찍었다. '한산' 촬영을 마친 뒤 2개월여 동안 노량해전에 참전한 명나라 배를 제작했다. 김 감독은 "'한산'을 거쳐 '노량'에 이르면 조선 수군의 진법이 완성된다"며 "거북선은 조선 수군의 힘과 우리의 혼이 응축한 상징물"이라고 말했다.

거북선의 구체적 생김새와 운용 방식에 대한 시각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실제 전장에서 쓰일 법한 거북선을 탄생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면서도 "우리가 대체로 생각하는 거북선 이미지와 너무 다르게 묘사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명량' 이듬해 이순신의 행적을 좇아 명량해전 준비 과정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순신 3부작을 마무리한 뒤 임진왜란 7년사를 드라마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이순신과 전투 상황에 집중했습니다. 선조와 류성룡, 명나라 장수 등을 주역으로 임진왜란의 정치외교사를 다룬 드라마를 준비 중입니다. 물론 원동력은 이순신의 매력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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