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 내 머리 위에만 비가?…“너 정체가 뭐니?”

입력 2022.07.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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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맛비가 없는 지역에는 어김없이 소나기 예보가 나와 있습니다. 오늘(22일)도 오전부터 저녁 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 소나기 소식이 들어와 있는데요.

그런데 같은 시간, 같은 지역에 있는데 내 위로만 소나기가 내린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최근 SNS 등을 통해 이런 요상한 비를 경험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오늘은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이상한 비의 정체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 양팔 너비만큼만 내린 비, 실화냐?

출처 : 시청자 전정희님출처 : 시청자 전정희님

지난 6일, 부산의 한 골목길. 시청자 전정희 님은 신기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위 영상을 보면 동그란 형태의 작은 구역에만 갑자기 비가 쏟아지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누군가 옥상에서 물을 뿌리나?" 생각하며, 주변을 확인했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정말로 동그랗게 한 지점에만 소나기가 내린 겁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uryanriana출처 : 인스타그램 @uryanriana

이번에는 인도네시아입니다. 위 영상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 주의 한 주차장에서 촬영된 건데요. 주차된 수많은 차 중에 유독 한 검은색 SUV 차에만 세찬 비가 쏟아집니다. 보고도 믿기 힘든 이 요상한 비, 정체가 뭘까요?


바로 '키 작은 구름'입니다. 구름의 높이와 관련성이 있는 건데요.

여름철, 뜨거운 햇볕에 지면이 가열되면 공기가 데워지고, 주변의 공기가 한곳으로 모여 대기 중으로 올라갑니다. 이렇게 상승한 공기는 위쪽에서 찬 공기를 만나 뭉쳐지고, 구름을 만드는데요.

이때 공기가 얼마나 하늘로 올라가느냐에 따라 구름의 높이가 달라집니다. 상층의 공기가 차가우면 더 높은 곳에서 구름이 만들어지고, 상대적으로 따뜻하면 구름이 높이 발달하지 못하고 낮고 작은 구름이 되는 거죠.

높이가 낮은 '키 작은 구름'은 구름 크기만큼만 비를 쏟아내는데요. 비가 내리는 시간도 5분에서 30분 정도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여우비'도 비슷합니다. 여우비의 사전적 의미는 "볕이 나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입니다.

위 영상은 지난달 11일, 서울 관악구의 미성동에 내린 여우비입니다. 영상에서 볼 수 있듯 주변은 맑은 하늘인데, 아파트 단지에만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좁은 지역에 갑자기 내리는 비는 흔하지는 않지만, 희귀한 현상이 아닙니다. 실제 우리 속담에 "여름 소나기는 밭고랑을 두고 다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키 작은 구름'이 만든 요상한 비는 예전에도 관측되던 자연현상인 거죠.

■ 비는 왔지만 강수량은 '0'…레이더도 피해 가는 '소나기 구름'


그런데 이 얇고 키 작은 구름이 쏟아내는 비는 기상청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첫째는 '키 작은 구름'은 기상청 레이더를 피해가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에서는 전국에 11대의 기상 레이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상레이더는 대기 중으로 전파를 보내 구름 속에 있는 빗방울에 부딪혀서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서 비구름의 이동속도와 방향, 강도를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7월 6일 오전 10시 40분~11시 10분 레이더 실황7월 6일 오전 10시 40분~11시 10분 레이더 실황

그런데 대부분의 기상 레이더 관측소는 높은 산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관측소보다 낮은 얇은 비구름은 레이더가 감지하지 못하는 거죠. 실제로 지난 6일 11시쯤, 부산 금정구에 국지성 소나기가 내렸는데, 위의 기상청 레이더 영상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둘째는 관측소 거리입니다.

우리나라에 기상 관측 장비는 자동기상관측장비를 포함해 모두 638대가 있는데요. 관측자료의 수집 주기는 1분이고, 약 13km 단위로 측정됩니다. 그런데 관측소 사이의 좁은 구역에만 국지적으로 비가 내릴 경우, 강수량을 측정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 팝콘 같은 소나기 구름

소나기가 내리는 원리는 '팝콘'과 비슷합니다.

같은 옥수수 알갱이를 튀겨도 어떤 건 팝콘이 되고 어떤 건 그대로 옥수수 그대로 남아있죠. 마찬가지로 같은 기상 조건이라도 수증기가 모여 비가 내리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이제 길을 가다 '키 작은 구름'이 만든 '비'를 만나신다면,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비를 감상해 보면 어떨까요? 자연이 주는 '여유'라는 깜짝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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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 하늘, 내 머리 위에만 비가?…“너 정체가 뭐니?”
    • 입력 2022-07-22 07:00:05
    취재K

요즘 장맛비가 없는 지역에는 어김없이 소나기 예보가 나와 있습니다. 오늘(22일)도 오전부터 저녁 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 소나기 소식이 들어와 있는데요.

그런데 같은 시간, 같은 지역에 있는데 내 위로만 소나기가 내린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최근 SNS 등을 통해 이런 요상한 비를 경험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오늘은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이상한 비의 정체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 양팔 너비만큼만 내린 비, 실화냐?

출처 : 시청자 전정희님
지난 6일, 부산의 한 골목길. 시청자 전정희 님은 신기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위 영상을 보면 동그란 형태의 작은 구역에만 갑자기 비가 쏟아지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누군가 옥상에서 물을 뿌리나?" 생각하며, 주변을 확인했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정말로 동그랗게 한 지점에만 소나기가 내린 겁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uryanriana
이번에는 인도네시아입니다. 위 영상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 주의 한 주차장에서 촬영된 건데요. 주차된 수많은 차 중에 유독 한 검은색 SUV 차에만 세찬 비가 쏟아집니다. 보고도 믿기 힘든 이 요상한 비, 정체가 뭘까요?


바로 '키 작은 구름'입니다. 구름의 높이와 관련성이 있는 건데요.

여름철, 뜨거운 햇볕에 지면이 가열되면 공기가 데워지고, 주변의 공기가 한곳으로 모여 대기 중으로 올라갑니다. 이렇게 상승한 공기는 위쪽에서 찬 공기를 만나 뭉쳐지고, 구름을 만드는데요.

이때 공기가 얼마나 하늘로 올라가느냐에 따라 구름의 높이가 달라집니다. 상층의 공기가 차가우면 더 높은 곳에서 구름이 만들어지고, 상대적으로 따뜻하면 구름이 높이 발달하지 못하고 낮고 작은 구름이 되는 거죠.

높이가 낮은 '키 작은 구름'은 구름 크기만큼만 비를 쏟아내는데요. 비가 내리는 시간도 5분에서 30분 정도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여우비'도 비슷합니다. 여우비의 사전적 의미는 "볕이 나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입니다.

위 영상은 지난달 11일, 서울 관악구의 미성동에 내린 여우비입니다. 영상에서 볼 수 있듯 주변은 맑은 하늘인데, 아파트 단지에만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좁은 지역에 갑자기 내리는 비는 흔하지는 않지만, 희귀한 현상이 아닙니다. 실제 우리 속담에 "여름 소나기는 밭고랑을 두고 다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키 작은 구름'이 만든 요상한 비는 예전에도 관측되던 자연현상인 거죠.

■ 비는 왔지만 강수량은 '0'…레이더도 피해 가는 '소나기 구름'


그런데 이 얇고 키 작은 구름이 쏟아내는 비는 기상청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첫째는 '키 작은 구름'은 기상청 레이더를 피해가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에서는 전국에 11대의 기상 레이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상레이더는 대기 중으로 전파를 보내 구름 속에 있는 빗방울에 부딪혀서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서 비구름의 이동속도와 방향, 강도를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7월 6일 오전 10시 40분~11시 10분 레이더 실황
그런데 대부분의 기상 레이더 관측소는 높은 산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관측소보다 낮은 얇은 비구름은 레이더가 감지하지 못하는 거죠. 실제로 지난 6일 11시쯤, 부산 금정구에 국지성 소나기가 내렸는데, 위의 기상청 레이더 영상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둘째는 관측소 거리입니다.

우리나라에 기상 관측 장비는 자동기상관측장비를 포함해 모두 638대가 있는데요. 관측자료의 수집 주기는 1분이고, 약 13km 단위로 측정됩니다. 그런데 관측소 사이의 좁은 구역에만 국지적으로 비가 내릴 경우, 강수량을 측정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 팝콘 같은 소나기 구름

소나기가 내리는 원리는 '팝콘'과 비슷합니다.

같은 옥수수 알갱이를 튀겨도 어떤 건 팝콘이 되고 어떤 건 그대로 옥수수 그대로 남아있죠. 마찬가지로 같은 기상 조건이라도 수증기가 모여 비가 내리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이제 길을 가다 '키 작은 구름'이 만든 '비'를 만나신다면,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비를 감상해 보면 어떨까요? 자연이 주는 '여유'라는 깜짝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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