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장훈고’ 일반고 전환 신청…‘재정 어려움’에 벌써 10번째

입력 2022.07.2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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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자율형사립고 (자사고) 장훈고등학교가 지난달 29일 서울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겁니다. 장훈고는 지난 2011년 자사고 전환 이후 10여 년간 자사고로 운영돼 왔습니다.

취소 신청 사유는 " 신입생 충원 어려움에 따른 재정 악화"와 "자사고와 일반고의 차별성 약화"입니다.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학점제 등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적응하고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하고 싶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서울지역은 교육부와 교육청 예산을 포함해 모두 25억 원의 '일반고 전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장훈고의 신청에 따라 시교육청은 자율학교 지정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육부에 일반고 전환 동의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절차대로 진행되면 장훈고는 서울지역 자사고 중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 10번째 학교가 됩니다.

이에 따라 내년 신입생부터는 일반고와 동일하게 교육청의 배정을 받게 됩니다. 내년에 2~3학년이 되는 기존 학생들은 자사고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게 돼, 당분간은 '2개 유형의 학교'가 공존하는 모습으로 유지됩니다.

■ 서울만 벌써 9개 학교 일반고 전환…대부분 '신입생 모집' 어려워 재정난 호소

실제로 장훈고는 최근 3년간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특히 올해는 일반전형 신입생 충원을 절반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사고는 교육청으로부터 학교 운영비 등을 전혀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는데, 학생 수가 줄면서 등록금 등이 줄게 되니 자연스럽게 학교 재정 상황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3개 학교가 일반고 전환을 하면서 자사고의 위기감이 크게 다가왔고, 다음 차례는 장훈고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5년간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서울지역 자사고는 대성고(2019년)와 경문고(2020년), 숭문고(2021년) 등 모두 5곳인데 이 중 4곳이 일반고 전환을 앞두고 신입생 충원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3개 학교가 동시에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됐습니다.

숭문고의 경우, 2019년 시 교육청으로부터 지사고 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뒤 소송을 통해 지난해 승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결국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유일하게 신입생 충원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한가람고 역시 일반고 전환의 이유로 '재정적 어려움'을 꼽기도 했는데요.

한가람고는 입장문을 통해 "일반전형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해도, 사회통합전형 중심으로 누적된 결원 인원이 많아서 학부모의 학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 2025년으로 예정된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자사고의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갖기도 힘들게 됐다"고 공개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앞으로 강남과 목동 등 학구열이 높은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 있는 자사고는 차례대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사고라는 이유로 교육청으로부터 학교 운영에 대한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 대상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재단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교과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면서 지원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되다 보니, 학부모에게 부담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하는데 다들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 자사고 평균 등록금 '730만 원'…'고교 무상교육'으로 학비 격차도 더 벌어져

교육계에서는 '자사고 위기' 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2019년도 2학기부터 시작된 '고교 무상교육제'를 이야기합니다. 이전까지는 일반고 학생들도 한 해에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의 등록금을 부담해야 했지만, 전면 무상교육이 시행되며 등록금 부담이 없어진 것입니다.

반면 자사고의 등록금 평균은 2020년 기준 '730여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민족사관고와 하나고 용인외대부고 등은 연간 등록금이 천만 원을 넘었고, 가장 낮은 충남 삼성고도 4백60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다수의 자사고는 대부분 6백~ 7백만 원대 등록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등록금 격차는 더 벌어졌는데, 수시 제도가 확대되면서 '학업'위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자사고의 장점이 사라져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대입제도가 매년 바뀌면서 학생생활기록부 기록을 간소화하거나 학교 이름을 블라인드로 처리하는 등 자사고에 유리한 점들이 사라졌다"며 "지금의 교육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자사고가 비싼 등록금을 받으며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장점을 내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장훈고 관계자 역시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대비해 교실 개선 등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은데 교육 당국의 지원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결국, 교육환경과 입시 제도가 바뀌면서 자사고의 장점이 줄어든 상황에서, 신입생 충원 미달 등으로 재정적인 어려움까지 이중고를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사고 운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 정부는 교육 공약 중 하나로 '자사고 폐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25년으로 예정된 '자사고 전면 폐지' 정책을 되돌린다는 의미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사고 폐지와 존치, 모두 각자의 논리로 맞서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피해를 받지 않는 것일 겁니다.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고루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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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사고 ‘장훈고’ 일반고 전환 신청…‘재정 어려움’에 벌써 10번째
    • 입력 2022-07-22 08:02:18
    취재K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자율형사립고 (자사고) 장훈고등학교가 지난달 29일 서울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겁니다. 장훈고는 지난 2011년 자사고 전환 이후 10여 년간 자사고로 운영돼 왔습니다.

취소 신청 사유는 " 신입생 충원 어려움에 따른 재정 악화"와 "자사고와 일반고의 차별성 약화"입니다.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학점제 등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적응하고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하고 싶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서울지역은 교육부와 교육청 예산을 포함해 모두 25억 원의 '일반고 전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장훈고의 신청에 따라 시교육청은 자율학교 지정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육부에 일반고 전환 동의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절차대로 진행되면 장훈고는 서울지역 자사고 중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 10번째 학교가 됩니다.

이에 따라 내년 신입생부터는 일반고와 동일하게 교육청의 배정을 받게 됩니다. 내년에 2~3학년이 되는 기존 학생들은 자사고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게 돼, 당분간은 '2개 유형의 학교'가 공존하는 모습으로 유지됩니다.

■ 서울만 벌써 9개 학교 일반고 전환…대부분 '신입생 모집' 어려워 재정난 호소

실제로 장훈고는 최근 3년간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특히 올해는 일반전형 신입생 충원을 절반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사고는 교육청으로부터 학교 운영비 등을 전혀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는데, 학생 수가 줄면서 등록금 등이 줄게 되니 자연스럽게 학교 재정 상황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3개 학교가 일반고 전환을 하면서 자사고의 위기감이 크게 다가왔고, 다음 차례는 장훈고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5년간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서울지역 자사고는 대성고(2019년)와 경문고(2020년), 숭문고(2021년) 등 모두 5곳인데 이 중 4곳이 일반고 전환을 앞두고 신입생 충원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3개 학교가 동시에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됐습니다.

숭문고의 경우, 2019년 시 교육청으로부터 지사고 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뒤 소송을 통해 지난해 승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결국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유일하게 신입생 충원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한가람고 역시 일반고 전환의 이유로 '재정적 어려움'을 꼽기도 했는데요.

한가람고는 입장문을 통해 "일반전형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해도, 사회통합전형 중심으로 누적된 결원 인원이 많아서 학부모의 학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 2025년으로 예정된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자사고의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갖기도 힘들게 됐다"고 공개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앞으로 강남과 목동 등 학구열이 높은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 있는 자사고는 차례대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사고라는 이유로 교육청으로부터 학교 운영에 대한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 대상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재단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교과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면서 지원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되다 보니, 학부모에게 부담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하는데 다들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 자사고 평균 등록금 '730만 원'…'고교 무상교육'으로 학비 격차도 더 벌어져

교육계에서는 '자사고 위기' 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2019년도 2학기부터 시작된 '고교 무상교육제'를 이야기합니다. 이전까지는 일반고 학생들도 한 해에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의 등록금을 부담해야 했지만, 전면 무상교육이 시행되며 등록금 부담이 없어진 것입니다.

반면 자사고의 등록금 평균은 2020년 기준 '730여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민족사관고와 하나고 용인외대부고 등은 연간 등록금이 천만 원을 넘었고, 가장 낮은 충남 삼성고도 4백60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다수의 자사고는 대부분 6백~ 7백만 원대 등록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등록금 격차는 더 벌어졌는데, 수시 제도가 확대되면서 '학업'위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자사고의 장점이 사라져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대입제도가 매년 바뀌면서 학생생활기록부 기록을 간소화하거나 학교 이름을 블라인드로 처리하는 등 자사고에 유리한 점들이 사라졌다"며 "지금의 교육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자사고가 비싼 등록금을 받으며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장점을 내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장훈고 관계자 역시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대비해 교실 개선 등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은데 교육 당국의 지원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결국, 교육환경과 입시 제도가 바뀌면서 자사고의 장점이 줄어든 상황에서, 신입생 충원 미달 등으로 재정적인 어려움까지 이중고를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사고 운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 정부는 교육 공약 중 하나로 '자사고 폐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25년으로 예정된 '자사고 전면 폐지' 정책을 되돌린다는 의미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사고 폐지와 존치, 모두 각자의 논리로 맞서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피해를 받지 않는 것일 겁니다.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고루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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