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치솟는데 쌀값만 폭락…올해 추수까지 걱정

입력 2022.07.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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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기름값, 식료품, 의류까지. 생활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쌀인데요. 지난해 워낙 농사가 잘 돼 수확량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쌀 소비 자체가 줄면서 쌓인 재고가 빠져나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젭니다. 추수를 앞둔 농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의 논. 수확철을 앞두고 벼가 한창 자라고 있다.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의 논. 수확철을 앞두고 벼가 한창 자라고 있다.

■수확철 두 달 앞으로…농민들 "가격 더 떨어질까 걱정"

수확철을 두 달 앞둔 강원도 철원의 한 논. 푸르게 자란 벼가 논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이곳에서 벼농사를 짓는 유재우 씨를 만났습니다. 유 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습니다. "올해 비룟값이라든지 농약값이라든지 모든 건 다 30% 이상씩 올라있는 상태들인데. 쌀값은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앞으로 더 얼마나 떨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상태에서 가격이 더 내려가면 수확철 수매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철원에서 쌀 농사를 짓는 유재우 씨는 “쌀값이 계속 떨어지면 올해 수매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철원에서 쌀 농사를 짓는 유재우 씨는 “쌀값이 계속 떨어지면 올해 수매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원도의 쌀 가격은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오대쌀'을 기준으로, 이달 중순 쌀 20kg들이 한 포대 평균 가격은 6만 6,357원이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 6만 9,518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3,161원 떨어진 겁니다.

강원도내 주요 도시 시장의 소매 가격을 보면 하락세가 더 눈에 띕니다. 이달 중순 춘천 중앙시장에선 쌀 20kg을 5만 5,000원, 원주 중앙시장에선 6만 원씩 받고 팔았습니다. 두 곳 모두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10% 정도씩 내려갔습니다.

통계청의 산지 쌀값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 쌀 평균 가격은 4만 5,537원이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만 5,904원과 비교해 1만 367원이나 하락한 겁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5만 5,355원을 기록한 뒤 8개월 연속으로 낮아졌습니다.

강원도 철원의 양곡처리장. 지난해엔 2020년에 비해 20% 넘게 수확량이 많았다.강원도 철원의 양곡처리장. 지난해엔 2020년에 비해 20% 넘게 수확량이 많았다.

■지난해 풍년으로 생산량 증가…공무원까지 나서 소비 촉진

이렇게 쌀 가격이 내려간 건, 풍년이 들어 생산량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철원지역 쌀 생산량은 7만 5,000여 톤으로 2020년보다 27%가량 늘었습니다.

기준을 강원도, 전국 단위로 넓혀 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강원도에서 지난해 생산된 쌀은 모두 15만 6,000여 톤이었습니다. 2020년 12만 7,000여 톤이 생산된 것에 비하면 22% 증가한 수칩니다. 전국에선 388만 2,000여 톤이 생산됐는데, 2020년 생산량보다 10% 넘게 증가했습니다.

쌀 가격이 방어가 안 되자 공무원들이 쌀 팔아주기 운동을 벌이고, 지자체 차원에서 인터넷으로 실시간 판매 활동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김영보 철원군 농업기술센터장은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해서 한 조치들이다"라면서, "생산시 농협이 수매한 가격보다 계속 낮은 가격으로 쌀을 팔게 되니까, 당장 농협에서도 부담이 있고 장기적으로 농민에게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까지 이렇게 팔린 쌀은 26억 원 어치에 이릅니다.

철원군은 올해 지속적으로 쌀 팔아주기 운동을 벌이는 한편, 온라인 판매 사업도 벌였다. 하지만 재고량이 워낙 많아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철원군은 올해 지속적으로 쌀 팔아주기 운동을 벌이는 한편, 온라인 판매 사업도 벌였다. 하지만 재고량이 워낙 많아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량은 20년 만에 반 토막…재고도 아직 가득

가격도 떨어지고, 지자체가 소비 촉진 운동도 벌이고 있지만 팔려나가는 속도는 시원찮습니다.

취재진은 철원의 양곡처리장 5곳 중 한 군데를 찾아가 봤습니다. 800kg짜리 쌀 포대 수백 개가 창고 안에 쌓여 있었습니다. 건물 천장이 닿을 정도로 쌀 포대가 쌓여 있기도 했습니다. 양곡처리장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창고에 300톤 정도가 쌓여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아직도 1,000톤 넘게 벼가 쌓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쌀 소비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7kg였습니다. 일 평균으로 환산하면 155.34g, 한 끼에 51.78g입니다. 즉석밥 1공기가 210g인 것을 감안하면 반 공기도 안 되는 것입니다. 20년 전 1인당 쌀 소비량은 110kg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많았습니다. 이래 저래, 올해 추수를 앞두고 있는 농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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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 치솟는데 쌀값만 폭락…올해 추수까지 걱정
    • 입력 2022-07-23 11:30:26
    취재K
기름값, 식료품, 의류까지. 생활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쌀인데요. 지난해 워낙 농사가 잘 돼 수확량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쌀 소비 자체가 줄면서 쌓인 재고가 빠져나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젭니다. 추수를 앞둔 농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의 논. 수확철을 앞두고 벼가 한창 자라고 있다.
■수확철 두 달 앞으로…농민들 "가격 더 떨어질까 걱정"

수확철을 두 달 앞둔 강원도 철원의 한 논. 푸르게 자란 벼가 논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이곳에서 벼농사를 짓는 유재우 씨를 만났습니다. 유 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습니다. "올해 비룟값이라든지 농약값이라든지 모든 건 다 30% 이상씩 올라있는 상태들인데. 쌀값은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앞으로 더 얼마나 떨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상태에서 가격이 더 내려가면 수확철 수매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철원에서 쌀 농사를 짓는 유재우 씨는 “쌀값이 계속 떨어지면 올해 수매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원도의 쌀 가격은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오대쌀'을 기준으로, 이달 중순 쌀 20kg들이 한 포대 평균 가격은 6만 6,357원이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 6만 9,518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3,161원 떨어진 겁니다.

강원도내 주요 도시 시장의 소매 가격을 보면 하락세가 더 눈에 띕니다. 이달 중순 춘천 중앙시장에선 쌀 20kg을 5만 5,000원, 원주 중앙시장에선 6만 원씩 받고 팔았습니다. 두 곳 모두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10% 정도씩 내려갔습니다.

통계청의 산지 쌀값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 쌀 평균 가격은 4만 5,537원이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만 5,904원과 비교해 1만 367원이나 하락한 겁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5만 5,355원을 기록한 뒤 8개월 연속으로 낮아졌습니다.

강원도 철원의 양곡처리장. 지난해엔 2020년에 비해 20% 넘게 수확량이 많았다.
■지난해 풍년으로 생산량 증가…공무원까지 나서 소비 촉진

이렇게 쌀 가격이 내려간 건, 풍년이 들어 생산량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철원지역 쌀 생산량은 7만 5,000여 톤으로 2020년보다 27%가량 늘었습니다.

기준을 강원도, 전국 단위로 넓혀 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강원도에서 지난해 생산된 쌀은 모두 15만 6,000여 톤이었습니다. 2020년 12만 7,000여 톤이 생산된 것에 비하면 22% 증가한 수칩니다. 전국에선 388만 2,000여 톤이 생산됐는데, 2020년 생산량보다 10% 넘게 증가했습니다.

쌀 가격이 방어가 안 되자 공무원들이 쌀 팔아주기 운동을 벌이고, 지자체 차원에서 인터넷으로 실시간 판매 활동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김영보 철원군 농업기술센터장은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해서 한 조치들이다"라면서, "생산시 농협이 수매한 가격보다 계속 낮은 가격으로 쌀을 팔게 되니까, 당장 농협에서도 부담이 있고 장기적으로 농민에게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까지 이렇게 팔린 쌀은 26억 원 어치에 이릅니다.

철원군은 올해 지속적으로 쌀 팔아주기 운동을 벌이는 한편, 온라인 판매 사업도 벌였다. 하지만 재고량이 워낙 많아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량은 20년 만에 반 토막…재고도 아직 가득

가격도 떨어지고, 지자체가 소비 촉진 운동도 벌이고 있지만 팔려나가는 속도는 시원찮습니다.

취재진은 철원의 양곡처리장 5곳 중 한 군데를 찾아가 봤습니다. 800kg짜리 쌀 포대 수백 개가 창고 안에 쌓여 있었습니다. 건물 천장이 닿을 정도로 쌀 포대가 쌓여 있기도 했습니다. 양곡처리장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창고에 300톤 정도가 쌓여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아직도 1,000톤 넘게 벼가 쌓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쌀 소비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7kg였습니다. 일 평균으로 환산하면 155.34g, 한 끼에 51.78g입니다. 즉석밥 1공기가 210g인 것을 감안하면 반 공기도 안 되는 것입니다. 20년 전 1인당 쌀 소비량은 110kg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많았습니다. 이래 저래, 올해 추수를 앞두고 있는 농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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