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강화 흐름 속 대구만 역행?…“기존 의료원 강화” vs “제2의료원 필요”
입력 2022.07.24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감염병 대응과 의료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제2대구의료원 건립을 적극 추진해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겠습니다.” - 권영진 대구시장(2021.2.18/코로나 19 확진자 발생 1주년 대시민 담화문) |
지난해 2월 18일,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2 대구의료원’ 건립 추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꼭 1년 되던 날이었습니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주장했던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애초 제2 대구의료원 건립에 소극적이었던 대구시가 입장을 바꾼 건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가 공공병원 건립 예산 지원 의사를 밝힌 데다 대구의료원만으로는 감염병 대응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후 대구시가 8개월 동안 실시한 ‘제2 대구의료원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도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음이 확인됐습니다. 시민 천 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66.7%가 제2 의료원 설립에 찬성했고, 87.6%가 향후 이용 의향을 나타냈습니다.
올해 3월, 대구시는 최종 용역 결과 “400~500병상 정도 규모로, 대구 동북권에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이 필요하며 부지매입비를 제외한 소요 예산은 2천2백억 원~3천2백억 원 정도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말까지 부지 선정 등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7년 완공하겠다는 로드맵까지 제시했습니다.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 같았던 ‘제2 대구의료원’ 건립. 하지만 이 약속은 불과 몇 달 만에 뒤집힙니다. 민선8기가 출범하자마자 홍준표 시장이 제2 대구의료원 건립을 ‘유보’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이후 지역 사회에서는 연일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는 제2 대구의료원 문제의 쟁점은 무엇인지, 다른 시·도 사례는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대구의료원 강화”vs “제2 의료원 필요”
“일부 강성노조에서 제2 의료원 요구한다고 꼭 설립해야 된다. 그런 논리는 나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지금있는 대구시민 의료원을 강화하겠습니다.” (홍준표/대구시장) |
홍준표 시장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제2 대구의료원 건립은 유보하고, 현 대구의료원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제2 의료원을 짓는 일보다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재 대구의료원을 정상화하는 것이 더 급하다는 건데요.
이를 위해 홍 시장은 임기인 2026년까지 488억 원을 투입해 소아 환자의 야간, 휴일 진료가 가능한 ‘달빛 어린이 병원’과 지역 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또, 경북대병원 의료진 파견 등을 통해 현재 36명인 의사 수를 60~80명, 지금의 2배 수준으로 늘리고, 감염병 격리 병상도 95병상 규모로 확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2 대구의료원은 대구의 상급 종합병원이 5개나 되고 병상도 수도 부산, 울산의 2배인 만큼 의료 수요가 있는지 확인한 뒤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코로나19 초기 2천여 명 이상이 입원 병실이 없어서 대기하고 있었고, 입원도 못한 채 사망한 환자가 발생했고 80여 명이 넘는 중환자가 다른 시·도로 실려가야 했습니다.” - 김동은/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저희는 아직 제2 의료원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홍준표 시장한테도 정말 대구시민들에게 다시 물어보고 판단하시라 이렇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 강금수/새로운 공공병원 대구시민행동 |
반면, 대구지역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제2 대구의료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대구시 연구용역에서 보듯 대구시민 66%가 제2 의료원 건립에 찬성했고, 관련 절차도 진행돼 온 만큼 사회적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인구 240만 명의 대구에서 공공병원이 대구의료원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합니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 대구에 4만여 개가 넘는 병상이 있었지만 즉시 동원할 수 있었던 공공병상은 490여 개 병상의 대구의료원이 유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넘쳐나는 환자를 제때 수용하지 못해 큰 혼란과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는 겁니다.
또, 대구는 상급 종합병원은 많지만, 환자 진료체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3백 병상 이상 2차 병원이 부족해 대형병원 쏠림과 과밀화가 심하고 감염병 위기 때는 정작 병상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 진주의료원 폐원 10년, 공공병원 다시 짓는 경상남도
사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공공병원 문제로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0년 전 경남도지사 재임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원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에서 극심한 진통이 잇따랐습니다.
“강성 노조 이익에 극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은 도민을 위한 병원이 아닙니다.” - 홍준표(당시 경남도지사/2013년 4월) |
지난 2013년, 103년 전통의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았습니다. 경상남도의 공공의료원 2곳 중 하나가 폐업한 겁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 등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지만,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폐업을 강행했습니다. 여러 번 정상화 요구가 이어졌지만 거부당했고, 당시 홍 지사는 만성 적자와 강성 노조 등으로 폐업이 불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전 지사를 진주의료원을 대신해, 당시 신축 이전을 준비 중이던 마산의료원을 대규모 확장을 추진했습니다. 음압병실 8실과 간호사 기숙사 등을 확충해 문제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홍 시장은 코로나 19 사태 때 대구를 포함한 전국 중환자들을 마산의료원 음압 병동으로 이송 치료하는 등 최신 시설과 장비로 전국 의료원 모범이 되었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가 걸려도 이렇게 멀리까지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구나. 믿고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졌습니다.” - 하정우/진주시민 |
하지만 경남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진주와 하동 등 서부 주민들의 사정은 다릅니다. 진주의료원이 없어진 이후, 코로나 치료를 받기 위해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마산의료원이나 양산부산대 병원을 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경남도 공공의료 서비스 저하는 수치상으로도 드러났습니다. 2020년 기준, 경남도 공공의료시설이 최하위로 나타난 겁니다. 마산의료원 병상 수는 298병상. 당시 경남도 인구는 336만 천 여명으로 마산의료원 병상 1개가 만 1,280명을 감당해야 하는 겁니다. 이는 전국 평균 4천 104명의 2.7배에 이릅니다.
“경남 서부권의 산청, 하동, 남해, 사천 같은 경우에는 종합병원이 없습니다. 소아 청소년, 산모 출산 같은 부족한 필수 의료 쪽에 많은 지원이 될 예정입니다.” -백종철/경남도 보건행정과장 |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경남도는 공공병원 재설립에 나섰습니다. 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선정된 진주 옛 예하초등학교 일원에 ‘서부 경남공공병원’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해 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되며 순항하고 있는데요. 진주의료원 폐업 10년 만에 진주에 공공병원 건립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 겁니다. 새 공공병원은 3백 병상 규모로 건립될 예정인데요. 내년 실시설계를 거쳐 2027년 개원합니다. 종합병원이 없는 서부권의 산청, 하동, 남해, 사천 등에는 필수 의료 지원도 가능할 전망입니다.
■ 공공의료 강화가 대세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경남도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 중요성이 더욱 커지며 광역단체마다 공공병원 확충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인프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공공의료기관은 230개소.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공공 비중은 5.5%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입니다. OECD 평균은 52.8%로, 10분의 1 수준입니다. 공공병상 비율도 낮습니다. 국내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공공병원 병상 비율은 9.7%로, 인구 천 명당 1.22개에 불과합니다.
“경영에 민간병원이 훨씬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쉽지 않죠. 코로나로 경험한 팬데믹 대응, 재난 이럴 때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김창엽/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예산 문제 등으로 소극적이던 광역단체들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공공의료 필요성을 절감한 상황. 공공의료원이 없는 광주, 대전, 울산은 신규 건립을, 부산, 경기, 인천 등은 추가 건립을 각각 추진 중입니다. 전문가들도 대규모 감염병이나 재해에 대응하고 지역과 소득에 따른 의료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높아진 공공의료 중요성에 대한 공감이 확산한 만큼 공공의료에 대한 태도가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민선 8기 출범한 홍준표 호의 핵심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 “고통 없는 혁신은 없다”를 외치며 공공기관 통폐합부터 위원회 정비, 재정 혁신 등 연일 고강도 개혁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만큼은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거침없는 혁신도 좋지만, 시민들의 합의를 뒤집는 것인 만큼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2 대구의료원 유보 의사를 밝힌 대구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광역단체 공공의료 인프라는 확충될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대구시만 역행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공공의료 강화 흐름 속 대구만 역행?…“기존 의료원 강화” vs “제2의료원 필요”
-
- 입력 2022-07-24 08:00:46
“효과적인 감염병 대응과 의료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제2대구의료원 건립을 적극 추진해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겠습니다.” - 권영진 대구시장(2021.2.18/코로나 19 확진자 발생 1주년 대시민 담화문) |
지난해 2월 18일,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2 대구의료원’ 건립 추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꼭 1년 되던 날이었습니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주장했던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애초 제2 대구의료원 건립에 소극적이었던 대구시가 입장을 바꾼 건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가 공공병원 건립 예산 지원 의사를 밝힌 데다 대구의료원만으로는 감염병 대응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후 대구시가 8개월 동안 실시한 ‘제2 대구의료원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도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음이 확인됐습니다. 시민 천 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66.7%가 제2 의료원 설립에 찬성했고, 87.6%가 향후 이용 의향을 나타냈습니다.
올해 3월, 대구시는 최종 용역 결과 “400~500병상 정도 규모로, 대구 동북권에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이 필요하며 부지매입비를 제외한 소요 예산은 2천2백억 원~3천2백억 원 정도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말까지 부지 선정 등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7년 완공하겠다는 로드맵까지 제시했습니다.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 같았던 ‘제2 대구의료원’ 건립. 하지만 이 약속은 불과 몇 달 만에 뒤집힙니다. 민선8기가 출범하자마자 홍준표 시장이 제2 대구의료원 건립을 ‘유보’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이후 지역 사회에서는 연일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는 제2 대구의료원 문제의 쟁점은 무엇인지, 다른 시·도 사례는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대구의료원 강화”vs “제2 의료원 필요”
“일부 강성노조에서 제2 의료원 요구한다고 꼭 설립해야 된다. 그런 논리는 나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지금있는 대구시민 의료원을 강화하겠습니다.” (홍준표/대구시장) |
홍준표 시장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제2 대구의료원 건립은 유보하고, 현 대구의료원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제2 의료원을 짓는 일보다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재 대구의료원을 정상화하는 것이 더 급하다는 건데요.
이를 위해 홍 시장은 임기인 2026년까지 488억 원을 투입해 소아 환자의 야간, 휴일 진료가 가능한 ‘달빛 어린이 병원’과 지역 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또, 경북대병원 의료진 파견 등을 통해 현재 36명인 의사 수를 60~80명, 지금의 2배 수준으로 늘리고, 감염병 격리 병상도 95병상 규모로 확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2 대구의료원은 대구의 상급 종합병원이 5개나 되고 병상도 수도 부산, 울산의 2배인 만큼 의료 수요가 있는지 확인한 뒤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코로나19 초기 2천여 명 이상이 입원 병실이 없어서 대기하고 있었고, 입원도 못한 채 사망한 환자가 발생했고 80여 명이 넘는 중환자가 다른 시·도로 실려가야 했습니다.” - 김동은/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저희는 아직 제2 의료원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홍준표 시장한테도 정말 대구시민들에게 다시 물어보고 판단하시라 이렇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 강금수/새로운 공공병원 대구시민행동 |
반면, 대구지역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제2 대구의료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대구시 연구용역에서 보듯 대구시민 66%가 제2 의료원 건립에 찬성했고, 관련 절차도 진행돼 온 만큼 사회적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인구 240만 명의 대구에서 공공병원이 대구의료원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합니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 대구에 4만여 개가 넘는 병상이 있었지만 즉시 동원할 수 있었던 공공병상은 490여 개 병상의 대구의료원이 유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넘쳐나는 환자를 제때 수용하지 못해 큰 혼란과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는 겁니다.
또, 대구는 상급 종합병원은 많지만, 환자 진료체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3백 병상 이상 2차 병원이 부족해 대형병원 쏠림과 과밀화가 심하고 감염병 위기 때는 정작 병상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 진주의료원 폐원 10년, 공공병원 다시 짓는 경상남도
사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공공병원 문제로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0년 전 경남도지사 재임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원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에서 극심한 진통이 잇따랐습니다.
“강성 노조 이익에 극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은 도민을 위한 병원이 아닙니다.” - 홍준표(당시 경남도지사/2013년 4월) |
지난 2013년, 103년 전통의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았습니다. 경상남도의 공공의료원 2곳 중 하나가 폐업한 겁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 등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지만,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폐업을 강행했습니다. 여러 번 정상화 요구가 이어졌지만 거부당했고, 당시 홍 지사는 만성 적자와 강성 노조 등으로 폐업이 불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전 지사를 진주의료원을 대신해, 당시 신축 이전을 준비 중이던 마산의료원을 대규모 확장을 추진했습니다. 음압병실 8실과 간호사 기숙사 등을 확충해 문제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홍 시장은 코로나 19 사태 때 대구를 포함한 전국 중환자들을 마산의료원 음압 병동으로 이송 치료하는 등 최신 시설과 장비로 전국 의료원 모범이 되었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가 걸려도 이렇게 멀리까지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구나. 믿고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졌습니다.” - 하정우/진주시민 |
하지만 경남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진주와 하동 등 서부 주민들의 사정은 다릅니다. 진주의료원이 없어진 이후, 코로나 치료를 받기 위해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마산의료원이나 양산부산대 병원을 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경남도 공공의료 서비스 저하는 수치상으로도 드러났습니다. 2020년 기준, 경남도 공공의료시설이 최하위로 나타난 겁니다. 마산의료원 병상 수는 298병상. 당시 경남도 인구는 336만 천 여명으로 마산의료원 병상 1개가 만 1,280명을 감당해야 하는 겁니다. 이는 전국 평균 4천 104명의 2.7배에 이릅니다.
“경남 서부권의 산청, 하동, 남해, 사천 같은 경우에는 종합병원이 없습니다. 소아 청소년, 산모 출산 같은 부족한 필수 의료 쪽에 많은 지원이 될 예정입니다.” -백종철/경남도 보건행정과장 |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경남도는 공공병원 재설립에 나섰습니다. 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선정된 진주 옛 예하초등학교 일원에 ‘서부 경남공공병원’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해 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되며 순항하고 있는데요. 진주의료원 폐업 10년 만에 진주에 공공병원 건립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 겁니다. 새 공공병원은 3백 병상 규모로 건립될 예정인데요. 내년 실시설계를 거쳐 2027년 개원합니다. 종합병원이 없는 서부권의 산청, 하동, 남해, 사천 등에는 필수 의료 지원도 가능할 전망입니다.
■ 공공의료 강화가 대세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경남도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 중요성이 더욱 커지며 광역단체마다 공공병원 확충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인프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공공의료기관은 230개소.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공공 비중은 5.5%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입니다. OECD 평균은 52.8%로, 10분의 1 수준입니다. 공공병상 비율도 낮습니다. 국내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공공병원 병상 비율은 9.7%로, 인구 천 명당 1.22개에 불과합니다.
“경영에 민간병원이 훨씬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쉽지 않죠. 코로나로 경험한 팬데믹 대응, 재난 이럴 때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김창엽/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예산 문제 등으로 소극적이던 광역단체들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공공의료 필요성을 절감한 상황. 공공의료원이 없는 광주, 대전, 울산은 신규 건립을, 부산, 경기, 인천 등은 추가 건립을 각각 추진 중입니다. 전문가들도 대규모 감염병이나 재해에 대응하고 지역과 소득에 따른 의료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높아진 공공의료 중요성에 대한 공감이 확산한 만큼 공공의료에 대한 태도가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민선 8기 출범한 홍준표 호의 핵심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 “고통 없는 혁신은 없다”를 외치며 공공기관 통폐합부터 위원회 정비, 재정 혁신 등 연일 고강도 개혁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만큼은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거침없는 혁신도 좋지만, 시민들의 합의를 뒤집는 것인 만큼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2 대구의료원 유보 의사를 밝힌 대구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광역단체 공공의료 인프라는 확충될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대구시만 역행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
-
윤희정 기자 yooni@kbs.co.kr
윤희정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