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17마리 버려져 떼죽음…“개인사정으로 집 비웠다”
입력 2022.07.24 (12:00)
수정 2022.07.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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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최근 동물을 상대로 잔혹한 학대 행위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대구 남구의 한 빌라 안에서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요.
고양이 17마리가 집 안에서 모두 사체로 발견된 건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습니다.
지난 11일 대구 남구 ○○빌라 집 안
고양이 배설물이 나뒹굴고,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집. 고양이들의 사체가 심하게 부패돼 털만 남았습니다. 주인을 기다리다 지쳤는지, 고양이 사체 상당수가 현관문 앞에서 발견됐습니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다른 방에서 뼈만 남은 채 죽어 있었습니다. 대구시 남구의 한 빌라 가정집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고양이들이 오랜 기간 밥과 물 없이 방치돼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웃과 취재진이 고양이 사체 현장이 발견된 곳 사진을 보고 있다.
■ "썩은 냄새가 진동해요. 벌레도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지난해부터 해당 집 주변에선 악취가 났다고 이웃들은 말합니다. 약 한 달 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가며 왔을 땐 빌라 전체가 썩은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문 앞은 벌레로 들끓었습니다. 벌레들은 이웃들 집까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웃들도 여러 달 동안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이웃들은 결국 이상한 느낌이 가시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람이 죽어있을 가능성 때문에 해당 집에 강제로 진입했습니다. 집 안은 온통 쓰레기장이었습니다.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고양이 17마리가 죽어 있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도 이웃들과 마찬가지로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0월 고양이 여러 마리가 창문 틈을 통해 탈출했다.
■ "지난해 10월에도 고양이 탈출해 신고… 당시에도 학대 의심"
이제 집주인이자 고양이 주인을 A 씨라고 칭하겠습니다. A 씨의 고양이 학대 의혹,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도 이웃들은 창문 틈을 통해 옥상 위로 탈출하는 고양이들을 목격했습니다. 고양이들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었고, 사람을 심하게 경계했습니다. 당시에도 이웃들은 학대 의심이 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빌라 주민 "고양이들이 너무 말라 있어서, 급한 대로 집에 있는 강아지 사료를 줬는데, 대체 얼마나 굶었던 건지 허겁지겁 먹는 거예요. 아 주인이 얘네를 굶기고 있구나 생각했죠." |
당시 출동한 경찰이 A 씨에게 고양이들을 동물보호센터에 보내주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정이 많이 든 아이들이다, 잘 키우겠다"고 울면서 경찰을 설득했습니다. 신고한 이웃도 잘 키우겠거니 했습니다. 잘 보살피겠다는 말은 결국 지키지 못했습니다.
기자가 고양이 주인집 앞을 보고 있다.
■현관엔 석 달 넘은 택배 '수북' … 오랜 기간 집 비운 주인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문이 닫혀 있었지만 집 내부가 어떤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문 틈 사이에는 고양이 털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구더기로 보이는 벌레 수 천마리가 들끓고 있었습니다. 택배 상자들도 여러 개가 쌓여 있었습니다. 언제 온 택배들인지 확인해 봤더니, 지난 4월부터 배송 온 고양이용품, 간식, 사료 등이었습니다. 모든 정황을 종합해보면 수개월째 주인 A 씨가 집을 비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0월 탈출했던 고양이들. 이웃들이 준 사료를 먹고 있다.
오랜 기간 집을 비운 고양이 주인 A 씨, 혹여나 납치된 건 아닐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의문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모두 오산이었습니다. A 씨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SNS를 찾을 수 있었는데, 고양이들이 사체로 발견되던 날 불과 하루 전에도 SNS 활동을 했습니다. 자신이 '다묘가'라며 동물 이미지를 활용한 문구류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 석 달 넘게 집 비운 A 씨, "고양이 몇 마리인지 몰라요"
경찰은 최근 20대 여성 A 씨를 소환해 2차 조사까지 마쳤습니다. 집에 살지 않느냐란 질문에 A 씨는 "개인 사정 때문에 4월 초부터 집을 비웠다"고 진술했습니다. A 씨는 자신이 고양이 몇 마리를 키웠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부검을 위해 A 씨 집에서 수거해 온 사체만 17마리에 이릅니다.
경찰은 최근 고양이들의 부검을 마쳤습니다. 죽은 지 너무 오래돼 사인이 불분명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고의로 먹이를 주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A 씨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되면 다음 주쯤 A 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려동물을 학대하거나 버려둘 경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최대 징역 3년 또는 3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끝까지 책임지지 않을 거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데려오는 것도, 키우는 것도, 밥 주는 것도 반려인 자신의 책임입니다.
[연관 기사] 잠긴 빌라서 고양이 10여 마리 사체 발견…동물 학대 수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08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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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17마리 버려져 떼죽음…“개인사정으로 집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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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7-24 12:00:06
- 수정2022-07-24 12:00:43
<em><strong>최근 동물을 상대로 잔혹한 학대 행위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br />지난 11일, 대구 남구의 한 빌라 안에서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요.<br /></strong></em><em><strong>고양이 17마리가 집 안에서 모두 사체로 발견된 건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습니다.</strong></em>
고양이 배설물이 나뒹굴고,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집. 고양이들의 사체가 심하게 부패돼 털만 남았습니다. 주인을 기다리다 지쳤는지, 고양이 사체 상당수가 현관문 앞에서 발견됐습니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다른 방에서 뼈만 남은 채 죽어 있었습니다. 대구시 남구의 한 빌라 가정집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고양이들이 오랜 기간 밥과 물 없이 방치돼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썩은 냄새가 진동해요. 벌레도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지난해부터 해당 집 주변에선 악취가 났다고 이웃들은 말합니다. 약 한 달 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가며 왔을 땐 빌라 전체가 썩은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문 앞은 벌레로 들끓었습니다. 벌레들은 이웃들 집까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웃들도 여러 달 동안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이웃들은 결국 이상한 느낌이 가시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람이 죽어있을 가능성 때문에 해당 집에 강제로 진입했습니다. 집 안은 온통 쓰레기장이었습니다.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고양이 17마리가 죽어 있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도 이웃들과 마찬가지로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습니다.
■ "지난해 10월에도 고양이 탈출해 신고… 당시에도 학대 의심"
이제 집주인이자 고양이 주인을 A 씨라고 칭하겠습니다. A 씨의 고양이 학대 의혹,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도 이웃들은 창문 틈을 통해 옥상 위로 탈출하는 고양이들을 목격했습니다. 고양이들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었고, 사람을 심하게 경계했습니다. 당시에도 이웃들은 학대 의심이 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빌라 주민 "고양이들이 너무 말라 있어서, 급한 대로 집에 있는 강아지 사료를 줬는데, 대체 얼마나 굶었던 건지 허겁지겁 먹는 거예요. 아 주인이 얘네를 굶기고 있구나 생각했죠." |
당시 출동한 경찰이 A 씨에게 고양이들을 동물보호센터에 보내주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정이 많이 든 아이들이다, 잘 키우겠다"고 울면서 경찰을 설득했습니다. 신고한 이웃도 잘 키우겠거니 했습니다. 잘 보살피겠다는 말은 결국 지키지 못했습니다.
■현관엔 석 달 넘은 택배 '수북' … 오랜 기간 집 비운 주인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문이 닫혀 있었지만 집 내부가 어떤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문 틈 사이에는 고양이 털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구더기로 보이는 벌레 수 천마리가 들끓고 있었습니다. 택배 상자들도 여러 개가 쌓여 있었습니다. 언제 온 택배들인지 확인해 봤더니, 지난 4월부터 배송 온 고양이용품, 간식, 사료 등이었습니다. 모든 정황을 종합해보면 수개월째 주인 A 씨가 집을 비운 것으로 보입니다.
오랜 기간 집을 비운 고양이 주인 A 씨, 혹여나 납치된 건 아닐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의문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모두 오산이었습니다. A 씨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SNS를 찾을 수 있었는데, 고양이들이 사체로 발견되던 날 불과 하루 전에도 SNS 활동을 했습니다. 자신이 '다묘가'라며 동물 이미지를 활용한 문구류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 석 달 넘게 집 비운 A 씨, "고양이 몇 마리인지 몰라요"
경찰은 최근 20대 여성 A 씨를 소환해 2차 조사까지 마쳤습니다. 집에 살지 않느냐란 질문에 A 씨는 "개인 사정 때문에 4월 초부터 집을 비웠다"고 진술했습니다. A 씨는 자신이 고양이 몇 마리를 키웠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부검을 위해 A 씨 집에서 수거해 온 사체만 17마리에 이릅니다.
경찰은 최근 고양이들의 부검을 마쳤습니다. 죽은 지 너무 오래돼 사인이 불분명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고의로 먹이를 주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A 씨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되면 다음 주쯤 A 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려동물을 학대하거나 버려둘 경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최대 징역 3년 또는 3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끝까지 책임지지 않을 거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데려오는 것도, 키우는 것도, 밥 주는 것도 반려인 자신의 책임입니다.
[연관 기사] 잠긴 빌라서 고양이 10여 마리 사체 발견…동물 학대 수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08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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