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노동’에 ‘100억 적자’ 따릉이…“나 계속 달릴 수 있죠?”

입력 2022.07.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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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지난달 말 기준 355만 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서울 시민 3명 중 1명이 따릉이를 이용하는 셈입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반납만 잘한다면 1천 원에 하루 동안 이용할 수 있어, 서울시 공유 정책 만족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따릉이를 계속 운영할 수 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무슨 일일까요?

‘자전거(따릉이) 관리직 노동자’ 김의준 씨가 따릉이를 옮기고 있는 모습‘자전거(따릉이) 관리직 노동자’ 김의준 씨가 따릉이를 옮기고 있는 모습

■ 1인 다역의 '따릉이 노동자'…"2~3년 일하신 분들 다 손목 질환을 앓고 있어"

따릉이 관리직 노동자 김의준 씨는 따릉이 운반 화물차를 운전하면서 한 대여소에 몰려 있는 따릉이를 다른 대여소로 옮겨 나눠놓고 길가에 방치되거나 버려진 따릉이도 찾아야 합니다.

또 간단한 수리도 하고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고장 난 따릉이를 수거해 '따릉이 정비소'에 맡기기도 합니다. 따릉이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고, 대여소에 거치된 손 소독제도 교환합니다.

이 모든 일을 3교대로 혼자 해야 합니다.

서울시 강남 공공자전거관리소 소속인 김 씨는 "보통 대여소에 따릉이 30~40대가 있다고 치면 200여 대를 관리한다"면서 "(따릉이 운송 화물)차 1대로 일하기 버겁고, 이런 데(따릉이 대여소)가 서울 시내에 여러 군데 있다 보니깐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수시로 방문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전거를 운반할 때 진동이 오니까 손목 같은 데가 아프다"면서 "이 작업 2~3년 하신 분들은 다 손목 질환을 앓고 있어, 누구 말대로 몸 팔아서 돈 번다"라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 '따릉이 노동자' 1명당 따릉이 174대 관리…매년 10여 명이 퇴사해

2019년 2만 9,500대였던 따릉이는 매년 수 천대 씩 늘어 현재는 4만 1,500대까지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자전거 관리직 노동자들은 2019년엔 정원이 185명이었는데, 현재는 238명으로 늘었습니다.

2019년에는 노동자 1명이 따릉이 159대를 관리했는데, 현재는 1명당 174대의 따릉이를 관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따릉이가 늘어도 이를 관리할 노동자의 수는 비례해 늘지 않아 노동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이처럼 '자전거 관리직 노동자'는 1인 다역의 고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임금 수준이 노동자가 실질적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생활임금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복지 포인트'나 각종 수당 등을 모두 포함해야 '서울형 생활임금' 수준의 급여가 된다면서 이를 제외하고도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며 서울시설공단과 2년 넘게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자전거 관리직 노동자로 서울시설공단에 취업한 이들 가운데 매년 10여 명의 노동자가 퇴사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9명의 노동자가 퇴사했습니다.

기자(오른쪽)와 대화 중인 이충효 서울시설공단 민주노동조합 본부장(왼쪽)기자(오른쪽)와 대화 중인 이충효 서울시설공단 민주노동조합 본부장(왼쪽)

이충효 서울시설공단 민주노동조합 본부장은 "현장에서 정비를 시작했는데, 자전거(따릉이) 수가 늘어나니까 우리가 더는 꼼꼼히 조치 못 한다"면서 "그러면 인원을 늘려줘야 하는데 그렇게도 안 해줘서 직원들의 반발이 많이 심한 상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충효 본부장은 "저희가 가장 바라는 건 서울시민들이 가장 안전하게 따릉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저희들이 따릉이를 일일이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정도로만 처우 개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 쌓이는 운영 적자…2021년 한 해만 100억 원 적자

쌓이고 있는 따릉이 운영 적자도 문제입니다.

2016년 25억 원이던 운영 적자 수준은 2018년 67억 원, 2020년 99억 원이었다가 지난해 100억 원을 넘겼습니다.

올해 말부터 기업 광고를 따릉이에 붙이겠다고 서울시는 밝혔지만, 수입은 2년에 13억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100억 원인 적자를 메우기에는 한참 부족합니다.

기자(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는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왼쪽)기자(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는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왼쪽)

■ "따릉이의 공적 성격 감안해 예산 지원 더 해야"

시민단체는 따릉이의 공적 성격을 감안해 예산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시민들의 이용에서는 만족도가 높지만 실제로 그것을 운영하는 측면에서는 운영하는 주체라든지 아니면 운영을 위해서 노력하는 노동자들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는 불만이 있다"라고 현재 따릉이 제도를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어서, 운영과 관련된 다각적인 고려라든지 예산 편성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조금 더 고려돼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서울시 교통수단, 서울 시민의 복지 아니면 공공의 서비스 차원에서 조금 더 예산적인 면을 서울시가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임문자 서울시 도시교통실 공공자전거팀장임문자 서울시 도시교통실 공공자전거팀장

■ 따릉이는 교통 복지 정책…"비용 절감해 적자 줄이고, 노동자 처우 개선도 고려하고 있어"

임문자 서울시 도시교통실 공공자전거팀장은 "(따릉이는) 생활 교통수단으로서 교통 복지적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저희가 수익을 (고려)하는 것은 그래도 수익 쪽 측면을 어느 정도 보장하자는 측면"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LCD용 따릉이를 QR용 따릉이로 바꿔서 비용을 절감하고, (따릉이)차체 프레임을 추가적으로 설치해서 사용 연수를 늘려서, 여러 가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라며 "따릉이는 수량적으로 거의 적정 수치에 다 와서 (이러한 조치를 하면)적자는 크게 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팀장은 "(따릉이가)상업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없고 공공성이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아주 조금 효율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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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임금 노동’에 ‘100억 적자’ 따릉이…“나 계속 달릴 수 있죠?”
    • 입력 2022-07-25 11:08:09
    취재K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지난달 말 기준 355만 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서울 시민 3명 중 1명이 따릉이를 이용하는 셈입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반납만 잘한다면 1천 원에 하루 동안 이용할 수 있어, 서울시 공유 정책 만족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따릉이를 계속 운영할 수 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무슨 일일까요?

‘자전거(따릉이) 관리직 노동자’ 김의준 씨가 따릉이를 옮기고 있는 모습
■ 1인 다역의 '따릉이 노동자'…"2~3년 일하신 분들 다 손목 질환을 앓고 있어"

따릉이 관리직 노동자 김의준 씨는 따릉이 운반 화물차를 운전하면서 한 대여소에 몰려 있는 따릉이를 다른 대여소로 옮겨 나눠놓고 길가에 방치되거나 버려진 따릉이도 찾아야 합니다.

또 간단한 수리도 하고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고장 난 따릉이를 수거해 '따릉이 정비소'에 맡기기도 합니다. 따릉이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고, 대여소에 거치된 손 소독제도 교환합니다.

이 모든 일을 3교대로 혼자 해야 합니다.

서울시 강남 공공자전거관리소 소속인 김 씨는 "보통 대여소에 따릉이 30~40대가 있다고 치면 200여 대를 관리한다"면서 "(따릉이 운송 화물)차 1대로 일하기 버겁고, 이런 데(따릉이 대여소)가 서울 시내에 여러 군데 있다 보니깐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수시로 방문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전거를 운반할 때 진동이 오니까 손목 같은 데가 아프다"면서 "이 작업 2~3년 하신 분들은 다 손목 질환을 앓고 있어, 누구 말대로 몸 팔아서 돈 번다"라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 '따릉이 노동자' 1명당 따릉이 174대 관리…매년 10여 명이 퇴사해

2019년 2만 9,500대였던 따릉이는 매년 수 천대 씩 늘어 현재는 4만 1,500대까지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자전거 관리직 노동자들은 2019년엔 정원이 185명이었는데, 현재는 238명으로 늘었습니다.

2019년에는 노동자 1명이 따릉이 159대를 관리했는데, 현재는 1명당 174대의 따릉이를 관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따릉이가 늘어도 이를 관리할 노동자의 수는 비례해 늘지 않아 노동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이처럼 '자전거 관리직 노동자'는 1인 다역의 고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임금 수준이 노동자가 실질적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생활임금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복지 포인트'나 각종 수당 등을 모두 포함해야 '서울형 생활임금' 수준의 급여가 된다면서 이를 제외하고도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며 서울시설공단과 2년 넘게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자전거 관리직 노동자로 서울시설공단에 취업한 이들 가운데 매년 10여 명의 노동자가 퇴사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9명의 노동자가 퇴사했습니다.

기자(오른쪽)와 대화 중인 이충효 서울시설공단 민주노동조합 본부장(왼쪽)
이충효 서울시설공단 민주노동조합 본부장은 "현장에서 정비를 시작했는데, 자전거(따릉이) 수가 늘어나니까 우리가 더는 꼼꼼히 조치 못 한다"면서 "그러면 인원을 늘려줘야 하는데 그렇게도 안 해줘서 직원들의 반발이 많이 심한 상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충효 본부장은 "저희가 가장 바라는 건 서울시민들이 가장 안전하게 따릉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저희들이 따릉이를 일일이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정도로만 처우 개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 쌓이는 운영 적자…2021년 한 해만 100억 원 적자

쌓이고 있는 따릉이 운영 적자도 문제입니다.

2016년 25억 원이던 운영 적자 수준은 2018년 67억 원, 2020년 99억 원이었다가 지난해 100억 원을 넘겼습니다.

올해 말부터 기업 광고를 따릉이에 붙이겠다고 서울시는 밝혔지만, 수입은 2년에 13억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100억 원인 적자를 메우기에는 한참 부족합니다.

기자(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는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왼쪽)
■ "따릉이의 공적 성격 감안해 예산 지원 더 해야"

시민단체는 따릉이의 공적 성격을 감안해 예산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시민들의 이용에서는 만족도가 높지만 실제로 그것을 운영하는 측면에서는 운영하는 주체라든지 아니면 운영을 위해서 노력하는 노동자들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는 불만이 있다"라고 현재 따릉이 제도를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어서, 운영과 관련된 다각적인 고려라든지 예산 편성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조금 더 고려돼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서울시 교통수단, 서울 시민의 복지 아니면 공공의 서비스 차원에서 조금 더 예산적인 면을 서울시가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임문자 서울시 도시교통실 공공자전거팀장
■ 따릉이는 교통 복지 정책…"비용 절감해 적자 줄이고, 노동자 처우 개선도 고려하고 있어"

임문자 서울시 도시교통실 공공자전거팀장은 "(따릉이는) 생활 교통수단으로서 교통 복지적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저희가 수익을 (고려)하는 것은 그래도 수익 쪽 측면을 어느 정도 보장하자는 측면"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LCD용 따릉이를 QR용 따릉이로 바꿔서 비용을 절감하고, (따릉이)차체 프레임을 추가적으로 설치해서 사용 연수를 늘려서, 여러 가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라며 "따릉이는 수량적으로 거의 적정 수치에 다 와서 (이러한 조치를 하면)적자는 크게 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팀장은 "(따릉이가)상업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없고 공공성이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아주 조금 효율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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