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마디 대사의 힘…주연보다 빛나는 노장 단역들

입력 2022.07.25 (12:41) 수정 2022.07.2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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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년 전 연극 <햄릿>에서 주요 배역을 맡았던 원로 배우들이 이번엔 조연이나 단역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출연진 가운데 확진자가 나와 공연이 잠시 멈춰섰지만, 이번 주 재개될 공연을 앞두고 무대를 향한 원로배우들의 열정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데요.

안다영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무대를 가득 채우는 짧지만 강렬한 대사.

["산 자는 잠에 들고 죽은 자 눈을 뜰 때 깊은 물로부터 타는 불로부터 젖은 대지로부터 탁한 대기 속에서..."]

기라성 같은 이 배우들이 맡은 배역, '극 중 극'의 배우 1, 2, 3, 4입니다.

이름도 없는 단역으로, 대사는 일곱 마디뿐입니다.

[손숙/'배우2' 역 : "일곱 마디를 얼마나 매일 열심히 하는지 몰라요. (연출자가) 일곱 마디를 갖고 관객을 울리라는 거예요. 말이 안 되잖아요. 일곱 마디로 어떻게 울리냐고!"]

6년 전 연극 '햄릿'을 선보였던 원로배우 9명이 주연에서 물러나 조연이나 단역으로 다시 모였습니다.

82살 최고령 배우들이 맡은 배역은 유령과 무덤 파기.

무대 변방을 지키는데도, 다른 배우들이 가장 눈독 들였다는 감초 역할입니다.

[권성덕/'무덤파기' 역 : "'무덤파기' 역을 바라고 있는지는 몰랐어요. 그러면 진작 그 역을 내놓고 내가 '햄릿'을 할걸."]

햄릿 역만 여섯 차례나 연기했던 유인촌 배우.

[2016년 햄릿 : "우리 조카, 내 아들 햄릿 가재는 게 편이지만 게는 가재가 아니지."]

이번엔 삼촌 역으로 햄릿의 대척점에 섭니다.

[2022년 햄릿 : "우리 조카, 내 아들 햄릿 가재는 게 편이지만 게는 가재가 아니다."]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철학적 무대가 평균 나이 74살, 노장들의 열정이 더해져 더 깊고, 진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박정자/'배우 1' 역 : "단역과 또 조연의 그 역할들의 소중함, 그걸 너무나 절감하고 있습니다. 조명 밖에 비켜 서 있는 배우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겠죠. 아주 행복합니다."]

출연진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잠시 휴식기를 가진 연극 '햄릿'은 이번 주 초 다시 무대로 돌아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 박준석/영상편집:김형기/화면제공:신시컴퍼니/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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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곱 마디 대사의 힘…주연보다 빛나는 노장 단역들
    • 입력 2022-07-25 12:41:54
    • 수정2022-07-25 12:45:03
    뉴스 12
[앵커]

6년 전 연극 <햄릿>에서 주요 배역을 맡았던 원로 배우들이 이번엔 조연이나 단역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출연진 가운데 확진자가 나와 공연이 잠시 멈춰섰지만, 이번 주 재개될 공연을 앞두고 무대를 향한 원로배우들의 열정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데요.

안다영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무대를 가득 채우는 짧지만 강렬한 대사.

["산 자는 잠에 들고 죽은 자 눈을 뜰 때 깊은 물로부터 타는 불로부터 젖은 대지로부터 탁한 대기 속에서..."]

기라성 같은 이 배우들이 맡은 배역, '극 중 극'의 배우 1, 2, 3, 4입니다.

이름도 없는 단역으로, 대사는 일곱 마디뿐입니다.

[손숙/'배우2' 역 : "일곱 마디를 얼마나 매일 열심히 하는지 몰라요. (연출자가) 일곱 마디를 갖고 관객을 울리라는 거예요. 말이 안 되잖아요. 일곱 마디로 어떻게 울리냐고!"]

6년 전 연극 '햄릿'을 선보였던 원로배우 9명이 주연에서 물러나 조연이나 단역으로 다시 모였습니다.

82살 최고령 배우들이 맡은 배역은 유령과 무덤 파기.

무대 변방을 지키는데도, 다른 배우들이 가장 눈독 들였다는 감초 역할입니다.

[권성덕/'무덤파기' 역 : "'무덤파기' 역을 바라고 있는지는 몰랐어요. 그러면 진작 그 역을 내놓고 내가 '햄릿'을 할걸."]

햄릿 역만 여섯 차례나 연기했던 유인촌 배우.

[2016년 햄릿 : "우리 조카, 내 아들 햄릿 가재는 게 편이지만 게는 가재가 아니지."]

이번엔 삼촌 역으로 햄릿의 대척점에 섭니다.

[2022년 햄릿 : "우리 조카, 내 아들 햄릿 가재는 게 편이지만 게는 가재가 아니다."]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철학적 무대가 평균 나이 74살, 노장들의 열정이 더해져 더 깊고, 진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박정자/'배우 1' 역 : "단역과 또 조연의 그 역할들의 소중함, 그걸 너무나 절감하고 있습니다. 조명 밖에 비켜 서 있는 배우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겠죠. 아주 행복합니다."]

출연진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잠시 휴식기를 가진 연극 '햄릿'은 이번 주 초 다시 무대로 돌아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 박준석/영상편집:김형기/화면제공:신시컴퍼니/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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