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유엔사 패싱→승인’…‘국민의힘TF’의 김빠진 의혹 제기

입력 2022.07.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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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당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여 왔습니다.

판문점 관할권을 가진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당시 문재인 정부의 협조 요청을 거부했고, 그러자 유엔사를 '패싱'(무시)한 채 탈북 어민들을 북송했다는 내용도 TF가 내놓은 대표적 의혹이었습니다.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사진.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사진.

■ "유엔사, 어민 북송 거절"

유엔사 승인 여부는 탈북어민 북송 당시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판문점 남과 북의 경계선 앞에서 북송에 강력히 저항하는 탈북 어민의 모습과 맞물려 '강제 북송'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겁니다. 한기호 국민의힘 TF 위원장은 지난 15일 회의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복수 관계자 확인 결과, 문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탈북 어부 강제 북송 지원을 유엔사에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확인이 된다."

"유엔사에선 민간인 북송에 경비대 개입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가) 명확하게 거절했음에도 판문점에서 북한 주민을 데려갔던 마지막 순간에도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도 지난 22일 TF 회의 뒤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습니다.

"유엔사에서도 막았는데, 언론 보도를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고 북한으로 들어갔다."

판문점을 관할하는 유엔사를 '패싱'하면서까지 어민들을 북송한 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건데, 국민의힘은 열흘 가까이 이 주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 이종섭 "유엔사 승인, 제가 확인"

그런데 어제(25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TF 측 주장과 배치되는 취지의 답변들이 국무위원들의 입을 통해 나왔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자신이 직접 유엔사 승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 탈북어민 북송 문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북송을 하려면 판문점을 통과해야 되고요. 그 지역 관할권은 유엔사에 있지 않습니까?

이종섭 국방부 장관 : 그렇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 그러면 유엔사 승인을 거쳐야 했던거 아닙니까?

이종섭 국방부 장관 : 승인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 유엔사가 당시에 승인을 했습니까?

이종섭 국방부 장관 : 그것은 유엔사가 승인을 한 것으로 제가 확인했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 유엔사가 승인을 했다고요?

이종섭 국방부 장관 : 그렇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뿐 아니라 권영세 통일부 장관 역시 "유엔사의 승인을 받은 거로 안다"면서 TF 측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 논란 일자 "판문점 통과 허용한 것" 진화

논란이 일자 통일·국방부 장관은 오늘(26일) 일제히 해명에 나섰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오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엔사의 승인 자체는 있었다"면서도 "유엔사가 '강제 북송' 여부까지 알고 승인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어민 북송 과정에서 유엔사의 승인이 있었다는 것은 단순히 판문점 통과를 허용했다는 뜻일 뿐"이라고 궤를 맞췄습니다.

그러면서 "판문점 통과 승인과 북송 승인은 별개"라면서 "유엔사의 승인이라고 하는 것은 북송 자체에 대한 승인이 아니라 판문점 출입에 대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한마디로 장관들이 말한 '승인'은 단순한 출입 허가지, 북송 승인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25일 이뤄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25일 이뤄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 탈북 브로커?... 권영세 "16명 죽였다고 나와 있어"

TF 주장과 정부 답변이 엇갈린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20일, TF 측은 탈북민들을 증인으로 참석시킨 자리에서 이들의 증언을 통해 "북송 어민 2명은 살인자가 아니라 '탈북 브로커'였고, 이들이 16명을 살해했다는 발표 역시 허위였다" 고 주장했습니다.

"명백한 자백이 있는데도 이러한 객관적 사실을 무시한 북풍 몰이"라는 야당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한 주장이었습니다.

이 '탈북 브로커'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 측은 TF 측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흉악범이 맞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어제 대정부질문에서 "조사를 충분히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럴 개연성이 크다" 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 북송된 2명은, 16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흉악범 맞죠?

권영세 장관 : 그럴 개연성이 좀 크다고 생각합니다…(중략)…아쉬운 부분은 그게 그걸 근거로 해서 그렇게 이례적인 결정을 내릴 거였으면 조금 더 조사를 제대로 하고 결정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권 장관은 이어 오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당시 (합동신문조사) 보고서에 자백이라고 쓰여 있었고, 숫자는 16명을 죽였다고 나온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두고 정부 여당과 야당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통일부 대변인이 기존 정부 입장을 180도 바꾼 이후 보름이 넘도록 의혹제기는 계속되고, 거기에 내부 혼선도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결국 하나입니다. 국민의힘 TF가 내놓는 주장이 진실을 향하려면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확인 절차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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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유엔사 패싱→승인’…‘국민의힘TF’의 김빠진 의혹 제기
    • 입력 2022-07-26 19:47:22
    여심야심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당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여 왔습니다.

판문점 관할권을 가진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당시 문재인 정부의 협조 요청을 거부했고, 그러자 유엔사를 '패싱'(무시)한 채 탈북 어민들을 북송했다는 내용도 TF가 내놓은 대표적 의혹이었습니다.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사진.
■ "유엔사, 어민 북송 거절"

유엔사 승인 여부는 탈북어민 북송 당시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판문점 남과 북의 경계선 앞에서 북송에 강력히 저항하는 탈북 어민의 모습과 맞물려 '강제 북송'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겁니다. 한기호 국민의힘 TF 위원장은 지난 15일 회의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복수 관계자 확인 결과, 문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탈북 어부 강제 북송 지원을 유엔사에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확인이 된다."

"유엔사에선 민간인 북송에 경비대 개입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가) 명확하게 거절했음에도 판문점에서 북한 주민을 데려갔던 마지막 순간에도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도 지난 22일 TF 회의 뒤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습니다.

"유엔사에서도 막았는데, 언론 보도를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고 북한으로 들어갔다."

판문점을 관할하는 유엔사를 '패싱'하면서까지 어민들을 북송한 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건데, 국민의힘은 열흘 가까이 이 주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 이종섭 "유엔사 승인, 제가 확인"

그런데 어제(25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TF 측 주장과 배치되는 취지의 답변들이 국무위원들의 입을 통해 나왔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자신이 직접 유엔사 승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 탈북어민 북송 문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북송을 하려면 판문점을 통과해야 되고요. 그 지역 관할권은 유엔사에 있지 않습니까?

이종섭 국방부 장관 : 그렇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 그러면 유엔사 승인을 거쳐야 했던거 아닙니까?

이종섭 국방부 장관 : 승인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 유엔사가 당시에 승인을 했습니까?

이종섭 국방부 장관 : 그것은 유엔사가 승인을 한 것으로 제가 확인했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 유엔사가 승인을 했다고요?

이종섭 국방부 장관 : 그렇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뿐 아니라 권영세 통일부 장관 역시 "유엔사의 승인을 받은 거로 안다"면서 TF 측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 논란 일자 "판문점 통과 허용한 것" 진화

논란이 일자 통일·국방부 장관은 오늘(26일) 일제히 해명에 나섰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오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엔사의 승인 자체는 있었다"면서도 "유엔사가 '강제 북송' 여부까지 알고 승인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어민 북송 과정에서 유엔사의 승인이 있었다는 것은 단순히 판문점 통과를 허용했다는 뜻일 뿐"이라고 궤를 맞췄습니다.

그러면서 "판문점 통과 승인과 북송 승인은 별개"라면서 "유엔사의 승인이라고 하는 것은 북송 자체에 대한 승인이 아니라 판문점 출입에 대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한마디로 장관들이 말한 '승인'은 단순한 출입 허가지, 북송 승인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25일 이뤄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 탈북 브로커?... 권영세 "16명 죽였다고 나와 있어"

TF 주장과 정부 답변이 엇갈린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20일, TF 측은 탈북민들을 증인으로 참석시킨 자리에서 이들의 증언을 통해 "북송 어민 2명은 살인자가 아니라 '탈북 브로커'였고, 이들이 16명을 살해했다는 발표 역시 허위였다" 고 주장했습니다.

"명백한 자백이 있는데도 이러한 객관적 사실을 무시한 북풍 몰이"라는 야당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한 주장이었습니다.

이 '탈북 브로커'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 측은 TF 측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흉악범이 맞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어제 대정부질문에서 "조사를 충분히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럴 개연성이 크다" 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 북송된 2명은, 16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흉악범 맞죠?

권영세 장관 : 그럴 개연성이 좀 크다고 생각합니다…(중략)…아쉬운 부분은 그게 그걸 근거로 해서 그렇게 이례적인 결정을 내릴 거였으면 조금 더 조사를 제대로 하고 결정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권 장관은 이어 오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당시 (합동신문조사) 보고서에 자백이라고 쓰여 있었고, 숫자는 16명을 죽였다고 나온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두고 정부 여당과 야당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통일부 대변인이 기존 정부 입장을 180도 바꾼 이후 보름이 넘도록 의혹제기는 계속되고, 거기에 내부 혼선도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결국 하나입니다. 국민의힘 TF가 내놓는 주장이 진실을 향하려면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확인 절차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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