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항에 거는 기대, 그리고 우려

입력 2022.07.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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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국내 최초 '포항경주공항' 명칭 변경…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착착'
4대 신공항 건설과 4대 공항 확장…재정 부담, 수요 분산 우려↑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공항…반복되는 '공항 포퓰리즘'
"신공항은 검증 강화, 기존 공항은 재원 다원화"


■ '포항공항' → '포항경주공항'…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최근 포항공항이 '포항경주공항'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국내 공항 가운데 명칭을 변경한 최초 사례입니다.

2015년 KTX 포항역 신설로 이용객이 급감했던 포항공항이 국내 대표 관광지 '경주'를 이름에 넣어 관광객을 유인하겠다는 건데요. 포항-김포 노선 운항 편수도 늘리고 공항과 경주 보문단지를 잇는 직통버스도 운영합니다.

하지만 국제선은 아예 없고 국내선도 하루 네 편에 불과합니다. 특히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생기면 국제선 유치는 더 어렵고 여객 수요 분산도 불 보듯 뻔합니다.

그렇다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요?

권성동/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통합신공항 건설은 대구·경북 공통의 최우선 과제이자 시·도지사의 1호 공약…조기 착공을 약속드린 만큼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

지난 20일 열린 대구·경북 국민의힘 예산정책협의회 회의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통합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당 차원의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은 '통합신공항 조기 착공에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 전국 곳곳 공항 건설·확장…현실성은?

그런데 전국적으로 보면 현실성에 의문이 듭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4대 신공항 건설과 4대 공항 확장을 모두 포함 시켰기 때문입니다.

4대 신공항에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새만금 신공항, 제주 제2 공항, 가덕도 신공항이 포함됐습니다. 이 외에 무안, 청주, 서산, 울산공항은 확장이 추진됩니다.

공항 건설과 확장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해서 재정 부담은 물론, 전국적인 수요 분산으로 인한 '유령공항' 우려도 큽니다.


실제로 2020년 지방공항 14곳 중 13곳이 천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당연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영향이 큽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7년부터 2019년만 봐도 대구, 제주, 김포, 김해공항을 제외한 10개 공항은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나마 대구공항도 적자를 이어오다 2016년이 되어서야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즉, 대다수 지방공항의 적자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만은 아니란 겁니다.

■ 반복된 '정치공항' 문제…혈세 낭비 여전

지방공항 만성 적자의 배경으로 '공항 포퓰리즘'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역대 정부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지역개발 사업으로 공항 건설을 약속해왔습니다. 이후 지어진 지방공항이 수요 부족과 경영난에 만성 적자를 보이면서 철저한 경제성 평가나 정확한 수요 예측보다는 선심성 공약의 결과라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사례만 봐도 예천공항이 1989년 민간공항으로 문을 열었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다 2004년 간판을 떼고 군 시설에 편입됐습니다. 1996년 추진된 울진공항은 취항 항공사를 찾지 못하면서 항공기 한 번 띄워보지 못하고 개항을 수년째 미루다 결국 비행훈련센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일부 공항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은데요.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우후죽순 생긴 공항에 혈세만 낭비된 겁니다.


■ "전 세계 항공망 고려, 전문가 검증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중심 수요 예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단순히 국토 균형 개발 차원에서 공항의 입지나 필요성을 보는 게 아니라 전 세계적 항공망 네트워크 관점으로 수요를 예측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지역 간 유치 경쟁과 소모적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객 관적인 전문가 검증을 토대로 한 '국책사업 위원회', '국민토론 위원회' 등을 운영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 "공항 재무 건전성 향상 필요…복합도시 개발, 재원 다원화"

한국교통연구원은 이 외에도 기존 공항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공항 복합 도시 등 주변 지역 개발 사업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공항만 이용하러 가는 도시가 아니라 관광이나 비즈니스 허브 등으로 개발되면 공항공사의 재무 건전성 개선은 물론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공항 건설 사업 재원 분담구조를 다원화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해외사례를 보면 호주 멜버른과 영국 히드로 공항은 제3 활주로 건설 등에 공항 운영자인 민간에서 100%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도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재원을 일정 비율 분담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항의 재무 건전성도 높이고 다양한 주체의 책임과 역할을 공유합니다.

공항을 짓고 확장하려면 막대한 예산뿐만 아니라 십수 년의 공사 기간과 주민 피해 등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그만큼 공항은 선거 때마다 지지에 대한 선물처럼 짓고 파리만 날리다 몇 년 뒤 문 닫으면 되는 사업이 아니란 겁니다.

지을 때부터 철저한 수요 조사와 전문가 검증이 필요하고요. 지어진 뒤에도 모든 주체가 함께 공항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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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공항에 거는 기대, 그리고 우려
    • 입력 2022-07-27 07:00:38
    취재K
<strong>국내 최초 '포항경주공항' 명칭 변경…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착착'<br />4대 신공항 건설과 4대 공항 확장…재정 부담, 수요 분산 우려↑<br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공항…반복되는 '공항 포퓰리즘'<br />"신공항은 검증 강화, 기존 공항은 재원 다원화"</strong>

■ '포항공항' → '포항경주공항'…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최근 포항공항이 '포항경주공항'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국내 공항 가운데 명칭을 변경한 최초 사례입니다.

2015년 KTX 포항역 신설로 이용객이 급감했던 포항공항이 국내 대표 관광지 '경주'를 이름에 넣어 관광객을 유인하겠다는 건데요. 포항-김포 노선 운항 편수도 늘리고 공항과 경주 보문단지를 잇는 직통버스도 운영합니다.

하지만 국제선은 아예 없고 국내선도 하루 네 편에 불과합니다. 특히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생기면 국제선 유치는 더 어렵고 여객 수요 분산도 불 보듯 뻔합니다.

그렇다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요?

권성동/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통합신공항 건설은 대구·경북 공통의 최우선 과제이자 시·도지사의 1호 공약…조기 착공을 약속드린 만큼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

지난 20일 열린 대구·경북 국민의힘 예산정책협의회 회의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통합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당 차원의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은 '통합신공항 조기 착공에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 전국 곳곳 공항 건설·확장…현실성은?

그런데 전국적으로 보면 현실성에 의문이 듭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4대 신공항 건설과 4대 공항 확장을 모두 포함 시켰기 때문입니다.

4대 신공항에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새만금 신공항, 제주 제2 공항, 가덕도 신공항이 포함됐습니다. 이 외에 무안, 청주, 서산, 울산공항은 확장이 추진됩니다.

공항 건설과 확장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해서 재정 부담은 물론, 전국적인 수요 분산으로 인한 '유령공항' 우려도 큽니다.


실제로 2020년 지방공항 14곳 중 13곳이 천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당연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영향이 큽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7년부터 2019년만 봐도 대구, 제주, 김포, 김해공항을 제외한 10개 공항은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나마 대구공항도 적자를 이어오다 2016년이 되어서야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즉, 대다수 지방공항의 적자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만은 아니란 겁니다.

■ 반복된 '정치공항' 문제…혈세 낭비 여전

지방공항 만성 적자의 배경으로 '공항 포퓰리즘'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역대 정부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지역개발 사업으로 공항 건설을 약속해왔습니다. 이후 지어진 지방공항이 수요 부족과 경영난에 만성 적자를 보이면서 철저한 경제성 평가나 정확한 수요 예측보다는 선심성 공약의 결과라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사례만 봐도 예천공항이 1989년 민간공항으로 문을 열었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다 2004년 간판을 떼고 군 시설에 편입됐습니다. 1996년 추진된 울진공항은 취항 항공사를 찾지 못하면서 항공기 한 번 띄워보지 못하고 개항을 수년째 미루다 결국 비행훈련센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일부 공항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은데요.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우후죽순 생긴 공항에 혈세만 낭비된 겁니다.


■ "전 세계 항공망 고려, 전문가 검증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중심 수요 예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단순히 국토 균형 개발 차원에서 공항의 입지나 필요성을 보는 게 아니라 전 세계적 항공망 네트워크 관점으로 수요를 예측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지역 간 유치 경쟁과 소모적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객 관적인 전문가 검증을 토대로 한 '국책사업 위원회', '국민토론 위원회' 등을 운영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 "공항 재무 건전성 향상 필요…복합도시 개발, 재원 다원화"

한국교통연구원은 이 외에도 기존 공항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공항 복합 도시 등 주변 지역 개발 사업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공항만 이용하러 가는 도시가 아니라 관광이나 비즈니스 허브 등으로 개발되면 공항공사의 재무 건전성 개선은 물론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공항 건설 사업 재원 분담구조를 다원화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해외사례를 보면 호주 멜버른과 영국 히드로 공항은 제3 활주로 건설 등에 공항 운영자인 민간에서 100%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도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재원을 일정 비율 분담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항의 재무 건전성도 높이고 다양한 주체의 책임과 역할을 공유합니다.

공항을 짓고 확장하려면 막대한 예산뿐만 아니라 십수 년의 공사 기간과 주민 피해 등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그만큼 공항은 선거 때마다 지지에 대한 선물처럼 짓고 파리만 날리다 몇 년 뒤 문 닫으면 되는 사업이 아니란 겁니다.

지을 때부터 철저한 수요 조사와 전문가 검증이 필요하고요. 지어진 뒤에도 모든 주체가 함께 공항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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