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최애’ 향고래, 우리 바다에서 만나다

입력 2022.07.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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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고래는 향유고래라고도 하는데 크고 네모난 머리 속에 경랍 기관이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경랍 기관 안에는 향 고래가 소리를 내는데 활용하는 밀랍 같은 액체가 들어있습니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 읽어 보셨습니까? 그 소설에 나오는 고래가 바로 향고래입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中 >

해양 도감에 나올 것 같은 문장이지만, 인기 드라마 속 대사입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는 틈만 나면 고래 이야기를 합니다. 그중 향고래는 우영우가 가장 좋아하는 고래 중 하나입니다.

드라마 영향으로 고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향고래가 우리 동해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올해 처음 촬영된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아래 영상에서 53초쯤 나옵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이 올해 4월 17일, 속초 앞바다에서 촬영한 길이 5m 어린 개체입니다. 이빨고래류 중 가장 큰 고래인 향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뇌를 가진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대 18m까지 자라며, 최대 80분 동안 수심 2,200미터까지 잠수합니다.


■ 향고래, 18년간 20마리 포착

수과원 고래연구센터는 1999년부터 매년 4~5월경 고래 목시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사선 두 척에서 20여 일 동안 눈과 망원경으로 고래를 관찰한 뒤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체 개체 수를 추정합니다.

향고래는 목시조사에서 2004년 처음 8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올해는 2마리가 관측됐습니다. 첫 발견 후 18년 동안 우리 바다에서 관측된 개체 수는 모두 20마리입니다. 모두 동해에서 발견됐습니다.

올해 봄 동해 목시조사에서 발견된 향고래. [국립수산과학원]올해 봄 동해 목시조사에서 발견된 향고래. [국립수산과학원]

유준택 연구관은 KBS 통화에서 "향고래는 워낙 활동 반경이 넓은 동물이라, 동해에서 서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면서 "무리를 짓고 깊게 잠수해 해상에서 발견된 개체 수 자체도 큰 의미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해양수산부는 향고래가 우리 생태계에 엄연히 존재하는 희귀 동물로 보고 2007년 해양생태계법상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습니다.

■ 범고래, 역대 최다 발견

올해 목시조사에서는 범고래 7마리, 혹등고래 2마리도 관측됐습니다. 범고래 관측 수는 목시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다입니다. 특히, 몸길이 4~6m 가량의 흑범고래는 17년 만에 대규모 무리(250여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올해 봄 동해 목시조사에서 발견된 범고래 무리. [국립수산과학원]올해 봄 동해 목시조사에서 발견된 범고래 무리.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올해 조사에서 8종 2,298마리 고래들을 관찰했는데, 올해처럼 희귀고래들(향고래, 혹동고래, 범고래 등)이 동시에 많이 출현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바다의 수온 상승 때문일까요? 그렇게 결론 내리긴 섣부릅니다. 유준택 연구관은 "기후 변화 연관성을 찾으려면 최소 수십 년의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고, 고래 개체 수와 엘니뇨 지수의 인과 관계 등 관련성을 현재로서도 찾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봄 동해 목시조사에서 발견된 흑범고래. [국립수산과학원]올해 봄 동해 목시조사에서 발견된 흑범고래. [국립수산과학원]

■ "우영우 고래 설명, 맞나요?"

최근 고래연구센터에는 드라마 속 우영우의 고래 설명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물어보는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고래한테는 울산 앞바다가 주방, 일본 서해안이 침실"이란 드라마 속 대사가 있는데,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이 표현의 근거 데이터를 요청하기도 해 연구관들이 난감했다고 합니다.

최석관 고래연구센터장은 "드라마 영향으로 바빠지긴 했지만,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 고래 보호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라면서 "한국은 국제포경위원회(IWC, 고래 보호와 멸종을 막는 국제기구) 회원국이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고래 보호에 동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웃는 돌고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상괭이.‘웃는 돌고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상괭이.

■ 수난당하는 고래들

하지만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고래들의 삶은 험난합니다. 3월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상괭이는 배 속에서 5cm의 바늘 4개가 달려 있는 2m 길이의 낚싯줄 뭉치가 나왔습니다. 낚싯줄을 삼킨 뒤 제대로 먹지 못해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상괭이는 우리 바다에서 해마다 800마리 이상이 죽어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바다에 설치된 그물 등 어구에 갇혀 질식하는 경우가 90% 이상입니다.

"서해에서 자주 발견되는 고래로는 상괭이가 있습니다. 얕은 물에서 살거든요. 상괭이는 주둥이가 뭉툭한 돌고래로 등에 폭이 좁은 융기가 있습니다. 얼굴 모양이 꼭 웃는 것 같아서 귀엽습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中 >

우영우는 고래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고래도 인간과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요.

'웃는 돌고래'라는 별명처럼, 상괭이들이 웃는 얼굴로 우리 바다를 헤엄칠 날을 기대해 봅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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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영우 최애’ 향고래, 우리 바다에서 만나다
    • 입력 2022-07-27 07:00:39
    취재K

"향고래는 향유고래라고도 하는데 크고 네모난 머리 속에 경랍 기관이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경랍 기관 안에는 향 고래가 소리를 내는데 활용하는 밀랍 같은 액체가 들어있습니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 읽어 보셨습니까? 그 소설에 나오는 고래가 바로 향고래입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中 >

해양 도감에 나올 것 같은 문장이지만, 인기 드라마 속 대사입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는 틈만 나면 고래 이야기를 합니다. 그중 향고래는 우영우가 가장 좋아하는 고래 중 하나입니다.

드라마 영향으로 고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향고래가 우리 동해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올해 처음 촬영된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아래 영상에서 53초쯤 나옵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이 올해 4월 17일, 속초 앞바다에서 촬영한 길이 5m 어린 개체입니다. 이빨고래류 중 가장 큰 고래인 향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뇌를 가진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대 18m까지 자라며, 최대 80분 동안 수심 2,200미터까지 잠수합니다.


■ 향고래, 18년간 20마리 포착

수과원 고래연구센터는 1999년부터 매년 4~5월경 고래 목시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사선 두 척에서 20여 일 동안 눈과 망원경으로 고래를 관찰한 뒤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체 개체 수를 추정합니다.

향고래는 목시조사에서 2004년 처음 8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올해는 2마리가 관측됐습니다. 첫 발견 후 18년 동안 우리 바다에서 관측된 개체 수는 모두 20마리입니다. 모두 동해에서 발견됐습니다.

올해 봄 동해 목시조사에서 발견된 향고래. [국립수산과학원]
유준택 연구관은 KBS 통화에서 "향고래는 워낙 활동 반경이 넓은 동물이라, 동해에서 서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면서 "무리를 짓고 깊게 잠수해 해상에서 발견된 개체 수 자체도 큰 의미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해양수산부는 향고래가 우리 생태계에 엄연히 존재하는 희귀 동물로 보고 2007년 해양생태계법상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습니다.

■ 범고래, 역대 최다 발견

올해 목시조사에서는 범고래 7마리, 혹등고래 2마리도 관측됐습니다. 범고래 관측 수는 목시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다입니다. 특히, 몸길이 4~6m 가량의 흑범고래는 17년 만에 대규모 무리(250여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올해 봄 동해 목시조사에서 발견된 범고래 무리.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올해 조사에서 8종 2,298마리 고래들을 관찰했는데, 올해처럼 희귀고래들(향고래, 혹동고래, 범고래 등)이 동시에 많이 출현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바다의 수온 상승 때문일까요? 그렇게 결론 내리긴 섣부릅니다. 유준택 연구관은 "기후 변화 연관성을 찾으려면 최소 수십 년의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고, 고래 개체 수와 엘니뇨 지수의 인과 관계 등 관련성을 현재로서도 찾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봄 동해 목시조사에서 발견된 흑범고래. [국립수산과학원]
■ "우영우 고래 설명, 맞나요?"

최근 고래연구센터에는 드라마 속 우영우의 고래 설명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물어보는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고래한테는 울산 앞바다가 주방, 일본 서해안이 침실"이란 드라마 속 대사가 있는데,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이 표현의 근거 데이터를 요청하기도 해 연구관들이 난감했다고 합니다.

최석관 고래연구센터장은 "드라마 영향으로 바빠지긴 했지만,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 고래 보호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라면서 "한국은 국제포경위원회(IWC, 고래 보호와 멸종을 막는 국제기구) 회원국이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고래 보호에 동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웃는 돌고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상괭이.
■ 수난당하는 고래들

하지만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고래들의 삶은 험난합니다. 3월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상괭이는 배 속에서 5cm의 바늘 4개가 달려 있는 2m 길이의 낚싯줄 뭉치가 나왔습니다. 낚싯줄을 삼킨 뒤 제대로 먹지 못해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상괭이는 우리 바다에서 해마다 800마리 이상이 죽어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바다에 설치된 그물 등 어구에 갇혀 질식하는 경우가 90% 이상입니다.

"서해에서 자주 발견되는 고래로는 상괭이가 있습니다. 얕은 물에서 살거든요. 상괭이는 주둥이가 뭉툭한 돌고래로 등에 폭이 좁은 융기가 있습니다. 얼굴 모양이 꼭 웃는 것 같아서 귀엽습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中 >

우영우는 고래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고래도 인간과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요.

'웃는 돌고래'라는 별명처럼, 상괭이들이 웃는 얼굴로 우리 바다를 헤엄칠 날을 기대해 봅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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