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죽은 벌레에 물에는 이물질’까지…해도해도 너무한 中 격리시설
입력 2022.07.28 (07:00)
수정 2022.07.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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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문 겉 표면이 뜯겨졌습니다. 페인트도 벗겨졌습니다.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낡은 공중화장실 같습니다.
또 다른 사진입니다.
화장실 바닥입니다.
빨간색 원안에 있는 있는 것은 바로 죽은 벌레들입니다.
청소는 안 돼 있고 위생상태는 엉망입니다.
어디냐구요?
해외입국자들이 격리되는 중국의 호텔 모습입니다.
■중국 격리시설 '최악'
지난 22일,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를 타고 216명의 해외입국객들이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 도착했습니다. 한국 교민은 86명이 포함됐습니다.
중국에 입국하면 일정기간 호텔에서 격리를 꼭 해야하는데 요즘은 1주일입니다.
그런데 이날 도착한 해외 입국객들이 배정받은 곳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 호텔이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기숙사로 쓰던 곳을 호텔로 개조한 곳이었는데 위에서 보셨듯이 시설이 최악이었다고 호텔을 배정받은 한국 교민들은 하나같이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24~32kg의 짐을 계단으로 옮기는 한국 교민들
요즘은 관광비자가 나오지 않아 대부분 중국에 입국한 교민들은 장기거주자로 1인당 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2,30 kg의 짐을 계단을 걸어야 옮겨야하는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깜짝 놀랐다"…위생상태 불량·진드기 까지
힘겹게 객실에 도착한 뒤 문을 연 순간 "깜짝 놀랐다" 라고 한국 교민 안수연씨는 KBS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침대 시트와 베개는 바꾸지도 않아 곳곳에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루에격리비용으로 180위안(한화 3만 5천원)을 받으면서 이런 시설을 배정하는 것에 당혹감 을 감출수 없었다고 안씨는 지적했습니다.
교민 김 모씨 역시 KBS와의 통화에서 "객실 안에 비치된 수건들 역시 다른 사람들이 사용했던 것이었고 침대 위에는 진드기와 같은 벌레들이 굉장히 많았다"라고 말했습니다.
호텔 객실안 화장실 내부.
객실 안 화장실은 더 최악이었습니다.
청소 상태가 불량한 것은 물론 시설이 낡아 이용하기가 어려웠다고 교민들은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화장실이 샤워실과 분리돼 있지 않았는데 샤워기가 화장실 변기 바로 옆에 설치돼 제대로 씻을 수 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말만 호텔이지 이런 곳에 해외입국객들을 배정하는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한다'라는 말이 교민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화장실 변기 옆에 설치된 샤워기 (사진 왼쪽), 녹이 슬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온수도 나오지 않는 세면대 (사진 오른쪽)
세면대에는 뜨거운 물이 아예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 수도꼭지를 통해 나오는 찬물에서는 이물질까지 발견됐습니다.
때문에 상당수 교민들은 며칠 동안 씻지 못했고, 일부 교민들은 먹는 생수로 세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격리 시설(호텔) 객실 내부
■교민들 항의에 '항의하는 것은 위법'…희망자에 한해 다른 곳으로 이동
이처럼 열악하다 못해 최악인 상태의 시설을 보고 황당해진 교민들이 중국 방역요원들에게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항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방역요원들에게 항의하는 교민들
교민들은 이같은 사실을 주중 칭다오총영사관에 알렸고 총영사관측이 지난시 방역당국과 협의를 벌여 호텔 투숙 3일이 지나서야 희망하는 사람들에 한해 다른 호텔로의 이동이 허용됐습니다.
중국에서의 격리는 엄격해서 일단 호텔에 들어가면 객실 문 밖으로도 못 나오게 하는게 일반적 입니다.
그런데 격리기간 중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걸 허용한 걸 보면 중국 지난시 방역당국도 사안의 심각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해도 과연이 아닙니다.
격리시설 외부 전경, 중학교 기숙사를 개조해 만든 호텔
■지난시, '컨테이너' 격리시설 검토했다 철회…'복불복' 중국 격리시설 배정
KBS가 이번 격리시설과 관련해 취재한 결과 지난시 방역당국이 한달여 전 쯤에는 해외입국객들의 격리시설로 호텔이 아닌 컨테이너 박스를 배정하려 했다가 이같은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반발로 철회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에서의 격리는 무상이 아니라 유상입니다. 격리하는해외입국자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비용을 부담합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에서는 내 맘대로 격리시설을 고를 수 없습니다.
격리시설 배정은 한마디로 '복불복'입니다. 어떤 곳이 격리시설인지 정보 제공도 없습니다. 운이 나쁘면 같은 돈을 내고도 시설이 열악한 곳에 배정될 수 있습니다. 격리시설 배정을 '운'에 맡기다 보니 중국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은 '어느 시설에 배정받을까? '호텔일까 연수원일까 아니면 기숙사일까?? ' 어느 도시로 가면 그나마 괜찮은 시설에서 격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안고 중국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
실제로 지난해 초 중국에 입국한 기자 역시 당시 격리시설 배정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가 없었습니다.
배정되는 시설은 상태가 어떨지?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을지? 등 궁금한 점은 많았지만 속시원히 얘기해주는 곳은 한곳도 없었습니다.
그저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굉장히 답답했었습니다.
기자가 배정받았던 베이징의 격리시설
■언제든 유사 사례 발생 가능성
세계 각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속에서도 '위드 코로나'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방역과 경제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목표 아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입국하는 해외입국객들의 시설 격리기간이 21일에서 14일로, 최근에는 다시 7일로 줄었지만 격리시설에 대한 정보 미제공과 이에 따른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지난시 격리시설 사건은 교민들의 적극적인 '항의'에 그나마 3일만에 조금 나은 시설로 이동이 가능해 교민들의 불편을 조금 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깜깜이', '복불복' 격리시설 배정이 계속되는 한 언제든 유사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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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리포트] ‘죽은 벌레에 물에는 이물질’까지…해도해도 너무한 中 격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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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7-28 07:00:11
- 수정2022-07-28 07:00:53
화장실 문 겉 표면이 뜯겨졌습니다. 페인트도 벗겨졌습니다.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낡은 공중화장실 같습니다.
또 다른 사진입니다.
화장실 바닥입니다.
빨간색 원안에 있는 있는 것은 바로 죽은 벌레들입니다.
청소는 안 돼 있고 위생상태는 엉망입니다.
어디냐구요?
해외입국자들이 격리되는 중국의 호텔 모습입니다.
■중국 격리시설 '최악'
지난 22일,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를 타고 216명의 해외입국객들이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 도착했습니다. 한국 교민은 86명이 포함됐습니다.
중국에 입국하면 일정기간 호텔에서 격리를 꼭 해야하는데 요즘은 1주일입니다.
그런데 이날 도착한 해외 입국객들이 배정받은 곳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 호텔이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기숙사로 쓰던 곳을 호텔로 개조한 곳이었는데 위에서 보셨듯이 시설이 최악이었다고 호텔을 배정받은 한국 교민들은 하나같이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요즘은 관광비자가 나오지 않아 대부분 중국에 입국한 교민들은 장기거주자로 1인당 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2,30 kg의 짐을 계단을 걸어야 옮겨야하는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깜짝 놀랐다"…위생상태 불량·진드기 까지
힘겹게 객실에 도착한 뒤 문을 연 순간 "깜짝 놀랐다" 라고 한국 교민 안수연씨는 KBS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침대 시트와 베개는 바꾸지도 않아 곳곳에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루에격리비용으로 180위안(한화 3만 5천원)을 받으면서 이런 시설을 배정하는 것에 당혹감 을 감출수 없었다고 안씨는 지적했습니다.
교민 김 모씨 역시 KBS와의 통화에서 "객실 안에 비치된 수건들 역시 다른 사람들이 사용했던 것이었고 침대 위에는 진드기와 같은 벌레들이 굉장히 많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객실 안 화장실은 더 최악이었습니다.
청소 상태가 불량한 것은 물론 시설이 낡아 이용하기가 어려웠다고 교민들은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화장실이 샤워실과 분리돼 있지 않았는데 샤워기가 화장실 변기 바로 옆에 설치돼 제대로 씻을 수 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말만 호텔이지 이런 곳에 해외입국객들을 배정하는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한다'라는 말이 교민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세면대에는 뜨거운 물이 아예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 수도꼭지를 통해 나오는 찬물에서는 이물질까지 발견됐습니다.
때문에 상당수 교민들은 며칠 동안 씻지 못했고, 일부 교민들은 먹는 생수로 세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교민들 항의에 '항의하는 것은 위법'…희망자에 한해 다른 곳으로 이동
이처럼 열악하다 못해 최악인 상태의 시설을 보고 황당해진 교민들이 중국 방역요원들에게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항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교민들은 이같은 사실을 주중 칭다오총영사관에 알렸고 총영사관측이 지난시 방역당국과 협의를 벌여 호텔 투숙 3일이 지나서야 희망하는 사람들에 한해 다른 호텔로의 이동이 허용됐습니다.
중국에서의 격리는 엄격해서 일단 호텔에 들어가면 객실 문 밖으로도 못 나오게 하는게 일반적 입니다.
그런데 격리기간 중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걸 허용한 걸 보면 중국 지난시 방역당국도 사안의 심각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해도 과연이 아닙니다.
■지난시, '컨테이너' 격리시설 검토했다 철회…'복불복' 중국 격리시설 배정
KBS가 이번 격리시설과 관련해 취재한 결과 지난시 방역당국이 한달여 전 쯤에는 해외입국객들의 격리시설로 호텔이 아닌 컨테이너 박스를 배정하려 했다가 이같은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반발로 철회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에서의 격리는 무상이 아니라 유상입니다. 격리하는해외입국자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비용을 부담합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에서는 내 맘대로 격리시설을 고를 수 없습니다.
격리시설 배정은 한마디로 '복불복'입니다. 어떤 곳이 격리시설인지 정보 제공도 없습니다. 운이 나쁘면 같은 돈을 내고도 시설이 열악한 곳에 배정될 수 있습니다. 격리시설 배정을 '운'에 맡기다 보니 중국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은 '어느 시설에 배정받을까? '호텔일까 연수원일까 아니면 기숙사일까?? ' 어느 도시로 가면 그나마 괜찮은 시설에서 격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안고 중국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
실제로 지난해 초 중국에 입국한 기자 역시 당시 격리시설 배정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가 없었습니다.
배정되는 시설은 상태가 어떨지?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을지? 등 궁금한 점은 많았지만 속시원히 얘기해주는 곳은 한곳도 없었습니다.
그저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굉장히 답답했었습니다.
■언제든 유사 사례 발생 가능성
세계 각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속에서도 '위드 코로나'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방역과 경제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목표 아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입국하는 해외입국객들의 시설 격리기간이 21일에서 14일로, 최근에는 다시 7일로 줄었지만 격리시설에 대한 정보 미제공과 이에 따른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지난시 격리시설 사건은 교민들의 적극적인 '항의'에 그나마 3일만에 조금 나은 시설로 이동이 가능해 교민들의 불편을 조금 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깜깜이', '복불복' 격리시설 배정이 계속되는 한 언제든 유사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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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 kim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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