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미 태권도 교수의 호소, “문체부의 도움 절실”

입력 2022.07.28 (15:32) 수정 2022.07.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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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버클리 안창섭 석좌교수UC버클리 안창섭 석좌교수

■ '태권도 전도사' UC버클리 안창섭 석좌교수

미국 서부 명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 버클리 캠퍼스의 체육과 안창섭 석좌교수(미국명 러셀 안, 54). 1992년 지금의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를 졸업하고, 하와이 주립대학교에서 언어학을 새로 공부해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이색 인물이다.

안 교수는 2003년 UC버클리 체육과와 인연을 맺은 후 20년째 복무하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로서 태권도의 입지를 미국에 확립한 민경호 명예교수(미국명 켄 민, 87)의 부름을 받았다. 안 교수는 스승 민 명예교수가 은퇴한 후인 2006년 체육과 내 '무도 프로그램(Martial Arts Program, 이하 무도연구소)' 소장직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08년엔 체육과 '무도 석좌교수'로 정식 임명됐다.

태권도 8단에 유도(4단), 용무도(7단), 검도(4단) 유단자이기도 한 안 교수는 학점 수업뿐만 아니라 비학점 일반 클럽 형태로도 학생들에게 여러 무도를 가르치고 있다. 버클리 인근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등의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태권도 행사도 진행하며 태권도 홍보와 보급에도 앞장서 왔다. 2012년엔 문체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는 미국태권도협회 이사와 미국대학태권도협회장을 맡았다. 현재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태권도 분과 기술위원장이다.

안 교수는 "UC버클리 내 무도연구소는 민경호 박사의 평생 업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53년 역사를 자랑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 무도 교육 과정이다. 무도연구소에서 각종 대회와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해 미국 태권도를 발전시키는 데 앞장섰다. 미국태권도협회와 대학태권도협회 창설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태권도가 미국에서 1950년대 이후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이가 고 이준구 사범(1932~2018)이었다면, 1970년대 엘리트 경기 종목으로서 입지를 강화한 사범은 누가 뭐라 해도 민 명예교수다.

고 이준구 사범은 여러 태권도 도장을 차려 일반 대중들에게 태권도를 보급했다. 또 복싱 선수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척 노리스, 몇몇 상하원 의원들과도 친분을 쌓으며 태권도를 알렸다.

민 명예교수는 UC버클리 석좌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태권도가 '코리안 가라테'가 아님을 강조하며 정통성과 고유성을 알렸다. 생활 스포츠에서 한 발 더 나가 엘리트 스포츠로서 태권도를 '경기 종목화'하는데 미국에서 한평생을 바쳤다. 미국 체육 유관단체를 꾸준히 접촉하고 설득해 대학태권도협회 창립을 이끌어냈고, 팬암(Pan American) 대회를 만들었다.

그런 민 명예교수의 후계자가 바로 안 교수. 두 사람은 UC버클리가 '미국 태권도의 본산'이라 자부한다.

UC버클리 태권도수업UC버클리 태권도수업

■ 수련해 본 적 없는 주짓수, 레슬링도 가르치라는 체육과장 요구에 황당

그런데 안 교수가 최근 학교 측으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안 교수는 "4년 전 체육과장 임명 경쟁에서 아쉽게 졌는데, 선출된 A 교수가 나한테 태권도 수업을 줄이고 수련해 본 적도 없는 가라테와 주짓수, 레슬링까지 가르치라고 했다. 은퇴를 종용하는 듯하다. 무도연구소 소장직도 내려놓으라며 노골적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내가 UC버클리를 떠나면 태권도 수업이 위축되고 무도연구소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후계 석좌교수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20년 동안 초과 근무를 해가며 태권도와 유도, 용무도 등의 수업을 해온 '노동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안 교수는 현재 변호사를 고용해 학교 측과 대립하고 있다.

■ '무도연구소' 존속 위해선 UC버클리에 '석좌교수 기금' 준 문체부 도움 필요

문체부는 1995년 UC버클리와 석좌교수기금 계약(정식 명칭은 '켄 민(민경호) 박사 기념 대한민국 태권도 및 무도 프로그램 기금'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문체부는 UC버클리에 100만 달러의 기금을 전달했다.

기금 계약의 주 목적은 민 명예교수 은퇴 이후로도 무도연구소의 우수성을 유지하며 UC버클리 내 태권도 등의 무도 교육을 활성화하고, 석좌교수를 채용해 학생을 수련하는 것이었다. 석좌교수의 학점 과정, 비학점 클럽 형태 과정 및 기타 특별 과외활동을 포함한 지도 과정의 70% 이상은 태권도로 구성하게 돼 있다.

안 교수는 "UC버클리에 준 기금은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태권도 석좌교수 기금이다. 한국 국민의 혈세로 태권도 발전을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현재 A 체육과장의 요구 내용은 기금 계약 내용에 위반될 수 있다고 말하며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기를 호소하고 있다.

안 교수는 무도연구소만큼은 존속되길 바라고 있다. 안 교수는 "내가 체육과 수업을 아예 하지 못하더라도 무도연구소가 지켜지고 안정적인 근무 환경이 만들어지면 태권도 발전을 위한 기존 역할들을 계속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석좌교수 기금 계약에 따르면 무도연구소가 1년 이상 운영이 중단되거나 폐지될 때는 UC버클리가 문체부에 기금을 반환하게 돼 있다. 또 석좌교수는 '한국어를 읽고 말할 수 있는 태권도 4단 이상자'여야 하는데, 적합한 석좌교수가 없어 1년 이상 공석일 때는 기금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최근까지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문체부 관계자는 "안 교수, UC버클리 측과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기금 운용은 버클리가 자율적으로 한다. 버클리가 '기금 반환'을 할 수도 있다고 전해왔는데 그건 우리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문체부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UC버클리의 기금 운용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안 교수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공문을 UC버클리에 보낼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음 달 UC버클리에서는 국기원 해외 사범 교육 세미나가 개최된다. 또 조선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의 방문 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 모두 'UC버클리 무도연구소 안창섭 석좌교수'가 유치한 행사다.

안 교수는 UC버클리에서 은퇴할 때까지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한다. 대학 수업으로서 태권도 교육 프로그램 개발(태권도 부전공 개설), 후계 석좌교수 양성 등이다. 최근 불거진 일들이 잘 해결돼 UC버클리의 무도연구소가 '미국 태권도의 본산'으로서 역할을 꾸준히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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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재미 태권도 교수의 호소, “문체부의 도움 절실”
    • 입력 2022-07-28 15:32:16
    • 수정2022-07-28 15: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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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버클리 안창섭 석좌교수
■ '태권도 전도사' UC버클리 안창섭 석좌교수

미국 서부 명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 버클리 캠퍼스의 체육과 안창섭 석좌교수(미국명 러셀 안, 54). 1992년 지금의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를 졸업하고, 하와이 주립대학교에서 언어학을 새로 공부해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이색 인물이다.

안 교수는 2003년 UC버클리 체육과와 인연을 맺은 후 20년째 복무하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로서 태권도의 입지를 미국에 확립한 민경호 명예교수(미국명 켄 민, 87)의 부름을 받았다. 안 교수는 스승 민 명예교수가 은퇴한 후인 2006년 체육과 내 '무도 프로그램(Martial Arts Program, 이하 무도연구소)' 소장직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08년엔 체육과 '무도 석좌교수'로 정식 임명됐다.

태권도 8단에 유도(4단), 용무도(7단), 검도(4단) 유단자이기도 한 안 교수는 학점 수업뿐만 아니라 비학점 일반 클럽 형태로도 학생들에게 여러 무도를 가르치고 있다. 버클리 인근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등의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태권도 행사도 진행하며 태권도 홍보와 보급에도 앞장서 왔다. 2012년엔 문체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는 미국태권도협회 이사와 미국대학태권도협회장을 맡았다. 현재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태권도 분과 기술위원장이다.

안 교수는 "UC버클리 내 무도연구소는 민경호 박사의 평생 업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53년 역사를 자랑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 무도 교육 과정이다. 무도연구소에서 각종 대회와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해 미국 태권도를 발전시키는 데 앞장섰다. 미국태권도협회와 대학태권도협회 창설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태권도가 미국에서 1950년대 이후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이가 고 이준구 사범(1932~2018)이었다면, 1970년대 엘리트 경기 종목으로서 입지를 강화한 사범은 누가 뭐라 해도 민 명예교수다.

고 이준구 사범은 여러 태권도 도장을 차려 일반 대중들에게 태권도를 보급했다. 또 복싱 선수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척 노리스, 몇몇 상하원 의원들과도 친분을 쌓으며 태권도를 알렸다.

민 명예교수는 UC버클리 석좌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태권도가 '코리안 가라테'가 아님을 강조하며 정통성과 고유성을 알렸다. 생활 스포츠에서 한 발 더 나가 엘리트 스포츠로서 태권도를 '경기 종목화'하는데 미국에서 한평생을 바쳤다. 미국 체육 유관단체를 꾸준히 접촉하고 설득해 대학태권도협회 창립을 이끌어냈고, 팬암(Pan American) 대회를 만들었다.

그런 민 명예교수의 후계자가 바로 안 교수. 두 사람은 UC버클리가 '미국 태권도의 본산'이라 자부한다.

UC버클리 태권도수업
■ 수련해 본 적 없는 주짓수, 레슬링도 가르치라는 체육과장 요구에 황당

그런데 안 교수가 최근 학교 측으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안 교수는 "4년 전 체육과장 임명 경쟁에서 아쉽게 졌는데, 선출된 A 교수가 나한테 태권도 수업을 줄이고 수련해 본 적도 없는 가라테와 주짓수, 레슬링까지 가르치라고 했다. 은퇴를 종용하는 듯하다. 무도연구소 소장직도 내려놓으라며 노골적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내가 UC버클리를 떠나면 태권도 수업이 위축되고 무도연구소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후계 석좌교수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20년 동안 초과 근무를 해가며 태권도와 유도, 용무도 등의 수업을 해온 '노동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안 교수는 현재 변호사를 고용해 학교 측과 대립하고 있다.

■ '무도연구소' 존속 위해선 UC버클리에 '석좌교수 기금' 준 문체부 도움 필요

문체부는 1995년 UC버클리와 석좌교수기금 계약(정식 명칭은 '켄 민(민경호) 박사 기념 대한민국 태권도 및 무도 프로그램 기금'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문체부는 UC버클리에 100만 달러의 기금을 전달했다.

기금 계약의 주 목적은 민 명예교수 은퇴 이후로도 무도연구소의 우수성을 유지하며 UC버클리 내 태권도 등의 무도 교육을 활성화하고, 석좌교수를 채용해 학생을 수련하는 것이었다. 석좌교수의 학점 과정, 비학점 클럽 형태 과정 및 기타 특별 과외활동을 포함한 지도 과정의 70% 이상은 태권도로 구성하게 돼 있다.

안 교수는 "UC버클리에 준 기금은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태권도 석좌교수 기금이다. 한국 국민의 혈세로 태권도 발전을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현재 A 체육과장의 요구 내용은 기금 계약 내용에 위반될 수 있다고 말하며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기를 호소하고 있다.

안 교수는 무도연구소만큼은 존속되길 바라고 있다. 안 교수는 "내가 체육과 수업을 아예 하지 못하더라도 무도연구소가 지켜지고 안정적인 근무 환경이 만들어지면 태권도 발전을 위한 기존 역할들을 계속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석좌교수 기금 계약에 따르면 무도연구소가 1년 이상 운영이 중단되거나 폐지될 때는 UC버클리가 문체부에 기금을 반환하게 돼 있다. 또 석좌교수는 '한국어를 읽고 말할 수 있는 태권도 4단 이상자'여야 하는데, 적합한 석좌교수가 없어 1년 이상 공석일 때는 기금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최근까지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문체부 관계자는 "안 교수, UC버클리 측과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기금 운용은 버클리가 자율적으로 한다. 버클리가 '기금 반환'을 할 수도 있다고 전해왔는데 그건 우리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문체부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UC버클리의 기금 운용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안 교수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공문을 UC버클리에 보낼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음 달 UC버클리에서는 국기원 해외 사범 교육 세미나가 개최된다. 또 조선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의 방문 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 모두 'UC버클리 무도연구소 안창섭 석좌교수'가 유치한 행사다.

안 교수는 UC버클리에서 은퇴할 때까지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한다. 대학 수업으로서 태권도 교육 프로그램 개발(태권도 부전공 개설), 후계 석좌교수 양성 등이다. 최근 불거진 일들이 잘 해결돼 UC버클리의 무도연구소가 '미국 태권도의 본산'으로서 역할을 꾸준히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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