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송금 본사는 “월세 30만 원 1인 사무실”…‘4조 불법 송금’ 정체는?

입력 2022.07.2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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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최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검사를 통해 4조 1,000억 원 규모의 의심스러운 외환거래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돈은 22개 무역업체를 통해 수입대금 명목으로 홍콩, 일본 등으로 빠져나갔는데, 대부분이 가상화폐거래소 계좌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어제 국회에서 "여러 불법 요소가 강하게 보이고, 불법성이 명확해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 4,000억 넘게 송금한 A사 본사는 월세 30만 원 공유사무실

22개 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지목된 귀금속 수입업체 A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A사는 금괴 등을 수입한다며 우리은행을 통해 4,000억 원을 해외로 보냈습니다.

이 업체는 지난달 신한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한 1조 6,000억 원 규모의 이상 외환송금 업체 3곳 중 하나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사가 두 은행을 통해 보낸 돈이 1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A사가 본사 주소로 등록한 곳은 인천의 한 공유사무실.


간판도 없는 1인실을 4월부터 쓰고 있었는데, 한 달에 30만 원을 내면 빌릴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공유사무실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 네다섯 번은 출근하는데 출퇴근이 일정하지는 않고, 일주일 내내 안 나온 적은 없는 것 같다"라며 "대표님은 거의 못 보고, 대표님 빼고는 한 명이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직원이 1명뿐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영세한 업체가 금괴를 수입한다며 최소 4,000억 넘는 돈을 해외로 보냈다는 겁니다.

■1명이 여러 법인 대표, 대표 사촌에 법인까지 다수 특수관계 확인


금감원이 두 은행을 검사해 홍콩, 일본 등으로 흘러 들어간 의심스러운 송금액의 자금 흐름을 살펴본 결과 A사 포함 22개 업체로 들어온 돈 대부분은 가상화폐계좌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가상화폐 계좌에서 나온 돈이 22개 업체로 가기까지 다수의 개인계좌와 법인계좌를 거쳤고, 이 과정에서 법인 대표가 같거나 사촌 관계인 경우, 1명이 여러 법인 임원 겸임하는 등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22개 업체 중 다수가 실제로는 한 몸일 수 있다는 겁니다.

■불법 의심 송금액 20억 달러 더 있다..금감원 검사 확대 예정

4조 1,000억 원이 다가 아닙니다.

금감원이 비슷한 이상 송금을 전 은행권에 자체점검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는데, 신한과 우리 외에 다른 은행들에서도 비슷한 불법 의심 외환송금 사례가 다수 포착됐습니다.

금감원은 이 규모가 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어제 국회에서 검사를 광범위하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검사를 거치면 금액은 지금 알려진 것보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투자금 불법송금..원인은 김치프리미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같은 가상화폐라도 거래소마다 또 거래 국가마다 가격이 다릅니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거셌던 우리 거래소에선 해외보다 시세가 약 10%가량 더 높게 형성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렇게 국내 시세가 비싸게 형성되는 현상을 두고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등을 사서 국내로 들여와 국내 거래소에서 산 것보다 더 비싸게 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는 투자도 유행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해외 비트코인을 국내로 들여와 번 돈을 해외로 다시 내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이건 해외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싸게 사기 위해 돈을 해외로 보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트코인 구매를 위한 송금은 불가능하고, 목적을 대지 않아도 되는 송금은 연 5만 달러 회당 5,000달러 등 제한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규제를 피해 대규모로 송금하기 위해 수입대금으로 속이고 돈을 보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가상화폐투자로 돈을 벌었거나, 돈을 벌기 위한 자금을 해외로 빼낸 것 아니냐는 겁니다.

■서울세관 지난해도 1조 6,000억 가상화폐 관련 불법송금 적발

이미 지난해 7월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1조 6,0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 관련 불법송금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세관,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 1조 6,000억 원 적발 보도자료_서울세관 홈페이지]

당시 서울세관이 공개한 불법송금 유형 중 하나가 이번 사례와 유사한 무역대금 가장 송금이었습니다.

사례에 따르면 국내 무역회사 운영자 B 씨는 중계무역을 하는 것처럼 서류를 위변조해 3년간 약 3,500억 원을 해외로 외환송금했습니다. 이렇게 보낸 돈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사들여 국내로 전송한 뒤 이를 팔아 약 100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습니다.

이를 적발한 세관은 B 씨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과태료 약 120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이번 불법 외환송금도 B 씨처럼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사들이기 위한 불법 송금일 수 있다는 겁니다.

■해외자금 흐름과 법인 대표 조사 등 이후 수사는 검찰과 관세청

이번 대규모 불법 외환송금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려면 국내에서 빠져나간 4조 1,000억 원의 자금이 해외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 또 돈을 보낸 이유가 뭔지 등을 조사해야 합니다.

이는 금감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과 관세청 등이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입니다.

이미 중앙지검과 관세청은 금감원과 자료를 공유하며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한편, 국정원 또한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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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00억 송금 본사는 “월세 30만 원 1인 사무실”…‘4조 불법 송금’ 정체는?
    • 입력 2022-07-29 13:54:18
    취재K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검사를 통해 4조 1,000억 원 규모의 의심스러운 외환거래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돈은 22개 무역업체를 통해 수입대금 명목으로 홍콩, 일본 등으로 빠져나갔는데, 대부분이 가상화폐거래소 계좌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어제 국회에서 "여러 불법 요소가 강하게 보이고, 불법성이 명확해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 4,000억 넘게 송금한 A사 본사는 월세 30만 원 공유사무실

22개 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지목된 귀금속 수입업체 A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A사는 금괴 등을 수입한다며 우리은행을 통해 4,000억 원을 해외로 보냈습니다.

이 업체는 지난달 신한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한 1조 6,000억 원 규모의 이상 외환송금 업체 3곳 중 하나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사가 두 은행을 통해 보낸 돈이 1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A사가 본사 주소로 등록한 곳은 인천의 한 공유사무실.


간판도 없는 1인실을 4월부터 쓰고 있었는데, 한 달에 30만 원을 내면 빌릴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공유사무실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 네다섯 번은 출근하는데 출퇴근이 일정하지는 않고, 일주일 내내 안 나온 적은 없는 것 같다"라며 "대표님은 거의 못 보고, 대표님 빼고는 한 명이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직원이 1명뿐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영세한 업체가 금괴를 수입한다며 최소 4,000억 넘는 돈을 해외로 보냈다는 겁니다.

■1명이 여러 법인 대표, 대표 사촌에 법인까지 다수 특수관계 확인


금감원이 두 은행을 검사해 홍콩, 일본 등으로 흘러 들어간 의심스러운 송금액의 자금 흐름을 살펴본 결과 A사 포함 22개 업체로 들어온 돈 대부분은 가상화폐계좌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가상화폐 계좌에서 나온 돈이 22개 업체로 가기까지 다수의 개인계좌와 법인계좌를 거쳤고, 이 과정에서 법인 대표가 같거나 사촌 관계인 경우, 1명이 여러 법인 임원 겸임하는 등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22개 업체 중 다수가 실제로는 한 몸일 수 있다는 겁니다.

■불법 의심 송금액 20억 달러 더 있다..금감원 검사 확대 예정

4조 1,000억 원이 다가 아닙니다.

금감원이 비슷한 이상 송금을 전 은행권에 자체점검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는데, 신한과 우리 외에 다른 은행들에서도 비슷한 불법 의심 외환송금 사례가 다수 포착됐습니다.

금감원은 이 규모가 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어제 국회에서 검사를 광범위하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검사를 거치면 금액은 지금 알려진 것보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투자금 불법송금..원인은 김치프리미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같은 가상화폐라도 거래소마다 또 거래 국가마다 가격이 다릅니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거셌던 우리 거래소에선 해외보다 시세가 약 10%가량 더 높게 형성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렇게 국내 시세가 비싸게 형성되는 현상을 두고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등을 사서 국내로 들여와 국내 거래소에서 산 것보다 더 비싸게 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는 투자도 유행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해외 비트코인을 국내로 들여와 번 돈을 해외로 다시 내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이건 해외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싸게 사기 위해 돈을 해외로 보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트코인 구매를 위한 송금은 불가능하고, 목적을 대지 않아도 되는 송금은 연 5만 달러 회당 5,000달러 등 제한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규제를 피해 대규모로 송금하기 위해 수입대금으로 속이고 돈을 보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가상화폐투자로 돈을 벌었거나, 돈을 벌기 위한 자금을 해외로 빼낸 것 아니냐는 겁니다.

■서울세관 지난해도 1조 6,000억 가상화폐 관련 불법송금 적발

이미 지난해 7월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1조 6,0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 관련 불법송금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세관,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 1조 6,000억 원 적발 보도자료_서울세관 홈페이지]

당시 서울세관이 공개한 불법송금 유형 중 하나가 이번 사례와 유사한 무역대금 가장 송금이었습니다.

사례에 따르면 국내 무역회사 운영자 B 씨는 중계무역을 하는 것처럼 서류를 위변조해 3년간 약 3,500억 원을 해외로 외환송금했습니다. 이렇게 보낸 돈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사들여 국내로 전송한 뒤 이를 팔아 약 100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습니다.

이를 적발한 세관은 B 씨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과태료 약 120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이번 불법 외환송금도 B 씨처럼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사들이기 위한 불법 송금일 수 있다는 겁니다.

■해외자금 흐름과 법인 대표 조사 등 이후 수사는 검찰과 관세청

이번 대규모 불법 외환송금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려면 국내에서 빠져나간 4조 1,000억 원의 자금이 해외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 또 돈을 보낸 이유가 뭔지 등을 조사해야 합니다.

이는 금감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과 관세청 등이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입니다.

이미 중앙지검과 관세청은 금감원과 자료를 공유하며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한편, 국정원 또한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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