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 보듬고 MZ세대 결속하고…김정은, 전승절의 정치학

입력 2022.07.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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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북한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며 가장 먼저 노병의 손을 잡고 악수하고 있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북한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며 가장 먼저 노병의 손을 잡고 악수하고 있다
27일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차에서 내려 가장 먼저 노병들을 만났다. 훈장을 주렁주렁 매단 늙은 군인은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에서 일어나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이어진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노병들에게 "나라 사정도 어려운데다 얼마 전에는 보건위기까지 겪은 판국에 오늘처럼 모든 분들께서 이렇게 귀체를 보존해주셨다"며 재차 고마움을 표했다. 김 위원장의 각별한 '노병 사랑'에 담긴 정치적 노림수를 짚어본다.

■ 전승절 전국노병대회 8번 중 7번이 김정은 집권 이후…원로 지지 확보

북한은 6·25 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을 전승절로 기념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전승절을 기념한 전국노병대회에 공을 들여왔다.

북한의 전승절 기념 노병대회는 모두 8차례 열렸는데, 이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 집권 중인 1993년에 열린 첫 전국노병대회를 제외한 7번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중에 열렸다. 2015년과 2020년, 지난해엔 김 위원장은 직접 대회에 참석해 연설까지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엔 전승절을 기념해 전국노병대회에서 연설했다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엔 전승절을 기념해 전국노병대회에서 연설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현철해 북한 국방성 총고문이 숨지자 직접 운구를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노병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장례식까지 챙기며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김 위원장이 노병 사랑을 적극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후견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19를 거치며 고립된 상황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나라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치적 우군이 절실한 만큼, 김 위원장이 반복적으로 원로들을 예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7월 27일 조선중앙TV에 방영된 편집물 「전승세대」에서 노병과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7월 27일 조선중앙TV에 방영된 편집물 「전승세대」에서 노병과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승세대 희생 부각해 청년 결속…"다음 세대 위해 분투해야"

6·25전쟁을 겪은 '전승세대'의 희생과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북한 청년들의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승절 연설에서 "오늘 우리에게는 전승세대가 70년 전에 떠올린 국가의 영광과 영예를 현시대의 높이에 맞게 더욱 빛내이고 다음대에로 굳세게 이어놓아야 할 중대한 력사적책임이 지워져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승세대가 그러했듯이 우리도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 끊임없이 분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일부 이효정 부대변인은 오늘(2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노병대회 등 내부 행사들을 개최하며 소위 전승세대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전승절 연설에 대해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승리, 즉 조국해방전쟁의 승리를 강조함으로써 참전 노병들을 치하하고 반미주의를 기치로 체제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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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병 보듬고 MZ세대 결속하고…김정은, 전승절의 정치학
    • 입력 2022-07-29 15:25:57
    취재K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북한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며 가장 먼저 노병의 손을 잡고 악수하고 있다27일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차에서 내려 가장 먼저 노병들을 만났다. 훈장을 주렁주렁 매단 늙은 군인은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에서 일어나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이어진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노병들에게 "나라 사정도 어려운데다 얼마 전에는 보건위기까지 겪은 판국에 오늘처럼 모든 분들께서 이렇게 귀체를 보존해주셨다"며 재차 고마움을 표했다. 김 위원장의 각별한 '노병 사랑'에 담긴 정치적 노림수를 짚어본다.

■ 전승절 전국노병대회 8번 중 7번이 김정은 집권 이후…원로 지지 확보

북한은 6·25 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을 전승절로 기념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전승절을 기념한 전국노병대회에 공을 들여왔다.

북한의 전승절 기념 노병대회는 모두 8차례 열렸는데, 이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 집권 중인 1993년에 열린 첫 전국노병대회를 제외한 7번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중에 열렸다. 2015년과 2020년, 지난해엔 김 위원장은 직접 대회에 참석해 연설까지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엔 전승절을 기념해 전국노병대회에서 연설했다김 위원장은 지난 5월 현철해 북한 국방성 총고문이 숨지자 직접 운구를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노병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장례식까지 챙기며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김 위원장이 노병 사랑을 적극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후견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19를 거치며 고립된 상황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나라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치적 우군이 절실한 만큼, 김 위원장이 반복적으로 원로들을 예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7월 27일 조선중앙TV에 방영된 편집물 「전승세대」에서 노병과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승세대 희생 부각해 청년 결속…"다음 세대 위해 분투해야"

6·25전쟁을 겪은 '전승세대'의 희생과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북한 청년들의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승절 연설에서 "오늘 우리에게는 전승세대가 70년 전에 떠올린 국가의 영광과 영예를 현시대의 높이에 맞게 더욱 빛내이고 다음대에로 굳세게 이어놓아야 할 중대한 력사적책임이 지워져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승세대가 그러했듯이 우리도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 끊임없이 분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일부 이효정 부대변인은 오늘(2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노병대회 등 내부 행사들을 개최하며 소위 전승세대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전승절 연설에 대해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승리, 즉 조국해방전쟁의 승리를 강조함으로써 참전 노병들을 치하하고 반미주의를 기치로 체제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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