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시장화 산물…구매력 갖춘 北 중산층

입력 2022.07.30 (08:21) 수정 2022.07.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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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 앵커, ‘중산층’ 하면 어떻게 정의 하십니까?

네, 말 그대로, ‘중간 정도의 소득이나 재산을 가진 사람들’, 이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선 중위소득의 75%에서 200% 사이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고 하는 데요.

아주 어렵지도, 그렇다고 아주 부자도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북한에도 자산에 따른 이런 중산층이 있다고 합니다.

네, 북한의 공식 통계가 없으니 명확히 확인은 어렵지만 그런 사회계층이 실재한다는 건데요.

생활 양식과 소비에서 남다르다고 합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유튜브 채널에서 유창한 영국식 영어로 평양을 소개해 화제가 된 북한 어린이 송아.

이번엔 친구와 함께 수영장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제가 저의 첫 동영상에서 여러분과 한 약속을 지키게 됐어요. 제가 있는 이곳이 바로 문수 물놀이장이거든요."]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문수 물놀이장은 2013년 평양 대동강 구역에 들어섰는데, 실내외 수영장과 파도풀, 20개가 넘는 슬라이드를 갖춘 북한 최대의 워터파크다.

["정말 아름답죠? 마치 만화에서 보는 것만 같은 수영장들이예요."]

그런데 이 문수 물놀이장의 입장료는 북한 돈으로 약 2만 원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근로자의 공식 급여가 월 3천 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7개월을 꼬박 모아야 한다.

문수 문놀이장을 찾는 이들은 구매력이높은 계층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이 같은 재산 축적과 그에 따라 등장하고 있는 북한 중산층 연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의 중산층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권력형 전문가형 상업형 중산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상업형 중산층은 가장 광범위한 사회집단을 포괄하고 있는데 이들은 장사나 무역 사업 등 시장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업형 중산층’을 눈여겨봐야 하는데, 신분적 토대를 중요시하는 북한이지만 이들은 시장 경제에 적응하고 활용해 경제력을 갈수록 키우고 있다.

휴대폰은 물론 북한에서 구하기 힘든 오토바이와 전자제품 등에 대한 소비 욕구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한 달 평균 생활비가 백 달러에서 삼백 달러 미만, 이 정도의 소비를 하는 사람이 가계 지출을 하는 사람들이 보통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의 화이트 칼라 노동자들의 일반적인 공식급여는 몇천 원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전국민들이 투잡을 갖고 있다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기에 월급은커녕 배급조차 끊어진 상황에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키웠다.

북한에서 오랜 기간 회계사로 근무했던 이 탈북민 역시 먹고 살기 위해 장사에 뛰어들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배급이 안 나오니까. 전 식료품 회사 회계사였거든요. 내가 한 달 동안 열심히 나가 일해도 그 돈으로 2~3시간도 살기 빠듯해요. 2~3시간. 점심 한 끼도 그 돈으론 사 먹지 못해요. 부족해요."]

공식적인 국가 경제는 침몰 상태에 몰렸지만, 개인에겐 부 축적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진짜 그땐 엄청 돈을 (벌었죠). 옥수숫가루 같은 거 판매하고 나면 빈 자루에 돈을 막 쓸어 담는 정도로 그렇게 벌었어요. 내가 평생 회사에 몸을 담고 일을 해도 (장사로) 한 번 움직이는 양의 돈을 벌 수가 없는 거예요."]

20년 넘게 이뤄져 온 이 같은 시장화로 ‘돈주’로 불리는 자산가들이 생겼고, 더불어 중산층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이제는 북한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수 경제 활성화에 큰 자극을 주고 있다.

평양에서 탁구장을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다는 탈북민 정시우 씨, 씀씀이가 상당했다고 얘기한다.

[정시우/2017년 탈북 : "노는 데 많이 사용했죠. 노는 데도 많이 쓰고 옷 같은 것도 많이 사입고 그리고 제가 살 수 있는 집도 하나 장만했고요. 집 인테리어 같은 것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요. 그리고 광복백화점이나 대성백화점 이런 데는 제집 드나들듯 왔다 갔다 하죠."]

당국도 이런 구매력을 갖춘 계층을 겨냥한 서비스 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엔 우리의 복합 쇼핑몰과 유사한 대형 상업 시설들 들어섰는데, 평양 창전거리에는 해맞이 종합 식당이 세워졌고.

[류영미/해맞이 종합식당 봉사자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여기 이 빵 매대에도 들리시어 위생성과 편의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진열장을 독특하면서 창조적으로 아주 잘 만들었다고 치하해 주셨습니다."]

보통강 구역에 들어선 류경미래관은 전문 식당가와 함께 레저 스포츠 시설에 이미용 전문점도 입점해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류경미래관 미용실 이용객 : "전 여기 미용사 동지가 해주는 이 머리 모양이 꼭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인지 전 여기를 자주 찾곤하는데 이제는 단골손님이 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전문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커피 전문점도 김 위원장 시대 들어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커피 한 잔 가격은 우리 돈 6천 원으로 북한에선 꽤 비싼 편이지만 찾는 사람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자, 스파게티, 초밥과 같이 해외 음식 전문점들도 주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김금숙/초밥 전문점 봉사자 : "우리 식당에 대한, 초밥 요리들에 대한 평이 대단해졌습니다. 우리는 더 훌륭하고 더 맛있는 초밥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지방 역시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중산층들의 구매력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박현숙/2015년 탈북 : "혜산 같은 곳은 직접 모든걸 거래하지 않습니까. 중국하고. (중국)사람들이 압록강에서 바라봤을 때 혜산 집들은 (겉보기엔) 다 오막살이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 그런데 문을 열면 집이 깨끗하고 없는 게 없이 산다고 말합니다. 그 (중국) 사람들이 (집안을 보면) 입을 쩍 벌리는 거예요."]

북한 당국은 중산층의 자산 축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경계하고 있다.

이들의 자본금을 ‘지원사업’이라는 명분으로 거둬들이는데 살림집 건설, 농촌 지원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중산층의 지원사업이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이 지원사업의 특징은 뭐냐면 개인이 부를 어느정도는 축적하는 건 용인하지만 이 부를 개인이 다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지원사업이 국가의 건설사업이잖아요. 공공의 영역으로 나누는거죠."]

상업형 중산층에 속하는 주민들에게 상납금을 받아 국가에 적을 둔 노동자들에게 분배하기도 한다.

[정시우/2017년 탈북 : "어차피 기업소는 돈을 못 버니까 명절날 되면 노동자들한테 기름이나 고기 같은 걸 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상납받은 돈으로 자기네 일한 노동자에게 기름이나 고기 같은 걸 명절 공급으로 주는 거죠."]

중산층의 등장과 성장을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 용인하지만 절대 권력은 북한 당국이 쥐고 있다는 걸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큰 경제력과 소비를 욕망하는 중산층이 북한의 현 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중국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들 그리고 일부 유럽의 체제 전환 국가들 사례를 보면 중산층의 성장이 반드시 정치적 변혁을 가져 오진 않습니다. 왜냐면 이런 나라들의 중산층은 국가 권력과 협력해서 자신의 기득권이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북한도 그런 모습이 일정하게 나타나고 있거든요."]

여기에 코로나19로 국경 봉쇄가 장기화해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북한 중산층에게 큰 위기가 들이닥쳤다.

노동신문에 꾸준히 올라오던 ‘지원사업 감사 보도’가 지난해와 올해 단 한 건도 없다는 데서, 북한 중산층이 상당히 위축됐다는 걸 간접 확인할 수 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제가 살 때는 중국 쌀 25~20kg를 사면 120위안이면 샀어요. 그런데 지금은 100위안으로 쌀 10kg도 살 수 없데요. 그리고 밀수하는 건 꿈도 못 꾸고요. 압록강 전역에는 내려갈 수도 없데요."]

개인의 살아남기를 넘어 시장화의 강한 힘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등장하고 성장해온 북한의 중산층.

이들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적 사회적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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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2-07-30 09: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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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 앵커, ‘중산층’ 하면 어떻게 정의 하십니까?

네, 말 그대로, ‘중간 정도의 소득이나 재산을 가진 사람들’, 이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선 중위소득의 75%에서 200% 사이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고 하는 데요.

아주 어렵지도, 그렇다고 아주 부자도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북한에도 자산에 따른 이런 중산층이 있다고 합니다.

네, 북한의 공식 통계가 없으니 명확히 확인은 어렵지만 그런 사회계층이 실재한다는 건데요.

생활 양식과 소비에서 남다르다고 합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유튜브 채널에서 유창한 영국식 영어로 평양을 소개해 화제가 된 북한 어린이 송아.

이번엔 친구와 함께 수영장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제가 저의 첫 동영상에서 여러분과 한 약속을 지키게 됐어요. 제가 있는 이곳이 바로 문수 물놀이장이거든요."]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문수 물놀이장은 2013년 평양 대동강 구역에 들어섰는데, 실내외 수영장과 파도풀, 20개가 넘는 슬라이드를 갖춘 북한 최대의 워터파크다.

["정말 아름답죠? 마치 만화에서 보는 것만 같은 수영장들이예요."]

그런데 이 문수 물놀이장의 입장료는 북한 돈으로 약 2만 원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근로자의 공식 급여가 월 3천 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7개월을 꼬박 모아야 한다.

문수 문놀이장을 찾는 이들은 구매력이높은 계층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이 같은 재산 축적과 그에 따라 등장하고 있는 북한 중산층 연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의 중산층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권력형 전문가형 상업형 중산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상업형 중산층은 가장 광범위한 사회집단을 포괄하고 있는데 이들은 장사나 무역 사업 등 시장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업형 중산층’을 눈여겨봐야 하는데, 신분적 토대를 중요시하는 북한이지만 이들은 시장 경제에 적응하고 활용해 경제력을 갈수록 키우고 있다.

휴대폰은 물론 북한에서 구하기 힘든 오토바이와 전자제품 등에 대한 소비 욕구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한 달 평균 생활비가 백 달러에서 삼백 달러 미만, 이 정도의 소비를 하는 사람이 가계 지출을 하는 사람들이 보통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의 화이트 칼라 노동자들의 일반적인 공식급여는 몇천 원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전국민들이 투잡을 갖고 있다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기에 월급은커녕 배급조차 끊어진 상황에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키웠다.

북한에서 오랜 기간 회계사로 근무했던 이 탈북민 역시 먹고 살기 위해 장사에 뛰어들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배급이 안 나오니까. 전 식료품 회사 회계사였거든요. 내가 한 달 동안 열심히 나가 일해도 그 돈으로 2~3시간도 살기 빠듯해요. 2~3시간. 점심 한 끼도 그 돈으론 사 먹지 못해요. 부족해요."]

공식적인 국가 경제는 침몰 상태에 몰렸지만, 개인에겐 부 축적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진짜 그땐 엄청 돈을 (벌었죠). 옥수숫가루 같은 거 판매하고 나면 빈 자루에 돈을 막 쓸어 담는 정도로 그렇게 벌었어요. 내가 평생 회사에 몸을 담고 일을 해도 (장사로) 한 번 움직이는 양의 돈을 벌 수가 없는 거예요."]

20년 넘게 이뤄져 온 이 같은 시장화로 ‘돈주’로 불리는 자산가들이 생겼고, 더불어 중산층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이제는 북한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수 경제 활성화에 큰 자극을 주고 있다.

평양에서 탁구장을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다는 탈북민 정시우 씨, 씀씀이가 상당했다고 얘기한다.

[정시우/2017년 탈북 : "노는 데 많이 사용했죠. 노는 데도 많이 쓰고 옷 같은 것도 많이 사입고 그리고 제가 살 수 있는 집도 하나 장만했고요. 집 인테리어 같은 것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요. 그리고 광복백화점이나 대성백화점 이런 데는 제집 드나들듯 왔다 갔다 하죠."]

당국도 이런 구매력을 갖춘 계층을 겨냥한 서비스 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엔 우리의 복합 쇼핑몰과 유사한 대형 상업 시설들 들어섰는데, 평양 창전거리에는 해맞이 종합 식당이 세워졌고.

[류영미/해맞이 종합식당 봉사자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여기 이 빵 매대에도 들리시어 위생성과 편의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진열장을 독특하면서 창조적으로 아주 잘 만들었다고 치하해 주셨습니다."]

보통강 구역에 들어선 류경미래관은 전문 식당가와 함께 레저 스포츠 시설에 이미용 전문점도 입점해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류경미래관 미용실 이용객 : "전 여기 미용사 동지가 해주는 이 머리 모양이 꼭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인지 전 여기를 자주 찾곤하는데 이제는 단골손님이 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전문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커피 전문점도 김 위원장 시대 들어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커피 한 잔 가격은 우리 돈 6천 원으로 북한에선 꽤 비싼 편이지만 찾는 사람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자, 스파게티, 초밥과 같이 해외 음식 전문점들도 주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김금숙/초밥 전문점 봉사자 : "우리 식당에 대한, 초밥 요리들에 대한 평이 대단해졌습니다. 우리는 더 훌륭하고 더 맛있는 초밥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지방 역시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중산층들의 구매력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박현숙/2015년 탈북 : "혜산 같은 곳은 직접 모든걸 거래하지 않습니까. 중국하고. (중국)사람들이 압록강에서 바라봤을 때 혜산 집들은 (겉보기엔) 다 오막살이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 그런데 문을 열면 집이 깨끗하고 없는 게 없이 산다고 말합니다. 그 (중국) 사람들이 (집안을 보면) 입을 쩍 벌리는 거예요."]

북한 당국은 중산층의 자산 축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경계하고 있다.

이들의 자본금을 ‘지원사업’이라는 명분으로 거둬들이는데 살림집 건설, 농촌 지원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중산층의 지원사업이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이 지원사업의 특징은 뭐냐면 개인이 부를 어느정도는 축적하는 건 용인하지만 이 부를 개인이 다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지원사업이 국가의 건설사업이잖아요. 공공의 영역으로 나누는거죠."]

상업형 중산층에 속하는 주민들에게 상납금을 받아 국가에 적을 둔 노동자들에게 분배하기도 한다.

[정시우/2017년 탈북 : "어차피 기업소는 돈을 못 버니까 명절날 되면 노동자들한테 기름이나 고기 같은 걸 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상납받은 돈으로 자기네 일한 노동자에게 기름이나 고기 같은 걸 명절 공급으로 주는 거죠."]

중산층의 등장과 성장을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 용인하지만 절대 권력은 북한 당국이 쥐고 있다는 걸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큰 경제력과 소비를 욕망하는 중산층이 북한의 현 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중국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들 그리고 일부 유럽의 체제 전환 국가들 사례를 보면 중산층의 성장이 반드시 정치적 변혁을 가져 오진 않습니다. 왜냐면 이런 나라들의 중산층은 국가 권력과 협력해서 자신의 기득권이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북한도 그런 모습이 일정하게 나타나고 있거든요."]

여기에 코로나19로 국경 봉쇄가 장기화해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북한 중산층에게 큰 위기가 들이닥쳤다.

노동신문에 꾸준히 올라오던 ‘지원사업 감사 보도’가 지난해와 올해 단 한 건도 없다는 데서, 북한 중산층이 상당히 위축됐다는 걸 간접 확인할 수 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제가 살 때는 중국 쌀 25~20kg를 사면 120위안이면 샀어요. 그런데 지금은 100위안으로 쌀 10kg도 살 수 없데요. 그리고 밀수하는 건 꿈도 못 꾸고요. 압록강 전역에는 내려갈 수도 없데요."]

개인의 살아남기를 넘어 시장화의 강한 힘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등장하고 성장해온 북한의 중산층.

이들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적 사회적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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