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통화’에 요금제 차별이 숨어 있다?

입력 2022.07.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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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씨는 친구들과 통화하는 시간이 부쩍 잦아졌지만 별다른 부담을 갖지 않았습니다.

가입하고 있는 월 4만 원가량의 요금제가 ‘음성통화 무제한’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얼마 뒤 A씨가 받아든 6월 휴대전화 통신요금 청구서에는 60만 원이 넘게 찍혀 있었습니다.

A씨는 요금제를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요?

■ 알고 보니 월 100시간까지만…‘상한선’ 있는데 ‘무제한’?

A씨가 쓰고 있는 LG유플러스 요금제는 ‘통화 무제한’인 상품이었습니다.

이 요금제 외에도 현재 이동통신 3사는 LTE와 5G 요금제 대부분에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요금이 청구된 걸까요?

통신사는 음성통화 무제한에 있어 다음과 같은 예외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일 600분을 초과하는 통화 횟수가 월 3회를 넘는 경우
월 음성통화량이 10,000분을 초과하는 경우
월 1,000개를 초과하는 번호로 음성과 영상 통화를 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예외규정에 해당할 경우 통신사는 즉시 ‘무제한’을 해제하고 요금을 부과합니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스팸 등 불법적인 목적이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억제하고 이에 따른 피해 확산을 방지하고자 예외 규정을 두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오·남용 막기 위해서라는데…요금제별로 ‘상한선’ 달라

서비스 이용의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오·남용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사의 ‘무제한 서비스’에 대한 예외 규정은 합리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단, 예외 규정을 제대로 알리고 이용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경우 를 전제로 한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일부 통신사의 ‘무제한’ 예외 규정을 살펴보면 요금제별로 다른 규정을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LG유플러스는 LTE와 5G 요금제 상관 없이 월5만 5,000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는 10,000분을 넘을 경우 요금을 부과하는 반면 5만 5,000원 미만 요금제에 대해서는 6, 000분으로 차등화하고 있었습니다.

KT 역시 LTE의 일부 저가 요금제에 대해 6,000분을 초과할 경우 요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5G 요금제의 경우 10,000분까지입니다.

SK텔레콤은 요금제별로 차등화하지 않았지만 월 통화량이 10,000분을 넘을 경우 요금을 책정하는 것은 동일했습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통신분과장인 한범석 변호사는 이용자 차별로 볼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월 통화량 6천 분을 넘으면 문제가 되고, 고가 요금제 가입자는 만 분까지 괜찮다는 기준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통신사가 불법·상업적 이용이나 헤비 유저(heavy user·과도한 사용자)를 분석해 설정한 통화량이 있을 텐데 그 기준을 요금제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며 고가요금제에 서비스를 편중하려는 편법 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 ‘요금 부과’ 규정 설명·표시, 제대로 하고 있을까?

사실상 무제한이 아닌 예외 규정에 대해 소비자들은 가입 당시 충분한 설명이나 안내를 받고 있을까요?

요금 폭탄을 맞은 A씨는 가입 당시 이러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60만 원이 넘는 청구서를 확인한 뒤 대리점에 문의를 했을 때조차 해당 대리점으로부터 “고객님이 가입한 상품은 무제한이 맞다. 청구서가 잘못된 거다.”라고 들었을 정도였다는 겁니다.


통신사 홈페이지의 요금제 설명에서도 이 부분은 찾아보기 어렵거나 세부 설명란의 ‘음성통화’ 항목에 들어가야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자 크기도 상대적으로 작게 처리돼 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LG유플러스는 “일정 통화량을 초과해 요금이 부과될 경우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리고 있지만, 고객들이 광고성 메시지로 오인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며 “홈페이지상에 ‘통화 무제한’으로 표시된 부분에 요금 부과 규정을 추가로 표기하는 등 안내를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가 요금제와 저가 요금제를 나누어 별도의 기준을 운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용자들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차등화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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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제한 통화’에 요금제 차별이 숨어 있다?
    • 입력 2022-07-30 10:02:15
    취재K

대학생 A씨는 친구들과 통화하는 시간이 부쩍 잦아졌지만 별다른 부담을 갖지 않았습니다.

가입하고 있는 월 4만 원가량의 요금제가 ‘음성통화 무제한’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얼마 뒤 A씨가 받아든 6월 휴대전화 통신요금 청구서에는 60만 원이 넘게 찍혀 있었습니다.

A씨는 요금제를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요?

■ 알고 보니 월 100시간까지만…‘상한선’ 있는데 ‘무제한’?

A씨가 쓰고 있는 LG유플러스 요금제는 ‘통화 무제한’인 상품이었습니다.

이 요금제 외에도 현재 이동통신 3사는 LTE와 5G 요금제 대부분에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요금이 청구된 걸까요?

통신사는 음성통화 무제한에 있어 다음과 같은 예외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일 600분을 초과하는 통화 횟수가 월 3회를 넘는 경우
월 음성통화량이 10,000분을 초과하는 경우
월 1,000개를 초과하는 번호로 음성과 영상 통화를 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예외규정에 해당할 경우 통신사는 즉시 ‘무제한’을 해제하고 요금을 부과합니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스팸 등 불법적인 목적이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억제하고 이에 따른 피해 확산을 방지하고자 예외 규정을 두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오·남용 막기 위해서라는데…요금제별로 ‘상한선’ 달라

서비스 이용의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오·남용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사의 ‘무제한 서비스’에 대한 예외 규정은 합리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단, 예외 규정을 제대로 알리고 이용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경우 를 전제로 한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일부 통신사의 ‘무제한’ 예외 규정을 살펴보면 요금제별로 다른 규정을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LG유플러스는 LTE와 5G 요금제 상관 없이 월5만 5,000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는 10,000분을 넘을 경우 요금을 부과하는 반면 5만 5,000원 미만 요금제에 대해서는 6, 000분으로 차등화하고 있었습니다.

KT 역시 LTE의 일부 저가 요금제에 대해 6,000분을 초과할 경우 요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5G 요금제의 경우 10,000분까지입니다.

SK텔레콤은 요금제별로 차등화하지 않았지만 월 통화량이 10,000분을 넘을 경우 요금을 책정하는 것은 동일했습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통신분과장인 한범석 변호사는 이용자 차별로 볼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월 통화량 6천 분을 넘으면 문제가 되고, 고가 요금제 가입자는 만 분까지 괜찮다는 기준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통신사가 불법·상업적 이용이나 헤비 유저(heavy user·과도한 사용자)를 분석해 설정한 통화량이 있을 텐데 그 기준을 요금제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며 고가요금제에 서비스를 편중하려는 편법 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 ‘요금 부과’ 규정 설명·표시, 제대로 하고 있을까?

사실상 무제한이 아닌 예외 규정에 대해 소비자들은 가입 당시 충분한 설명이나 안내를 받고 있을까요?

요금 폭탄을 맞은 A씨는 가입 당시 이러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60만 원이 넘는 청구서를 확인한 뒤 대리점에 문의를 했을 때조차 해당 대리점으로부터 “고객님이 가입한 상품은 무제한이 맞다. 청구서가 잘못된 거다.”라고 들었을 정도였다는 겁니다.


통신사 홈페이지의 요금제 설명에서도 이 부분은 찾아보기 어렵거나 세부 설명란의 ‘음성통화’ 항목에 들어가야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자 크기도 상대적으로 작게 처리돼 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LG유플러스는 “일정 통화량을 초과해 요금이 부과될 경우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리고 있지만, 고객들이 광고성 메시지로 오인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며 “홈페이지상에 ‘통화 무제한’으로 표시된 부분에 요금 부과 규정을 추가로 표기하는 등 안내를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가 요금제와 저가 요금제를 나누어 별도의 기준을 운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용자들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차등화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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