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돌풍 ‘한산’, 거북선·학익진 고증은?

입력 2022.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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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 KBS AI 앵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조명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 '명량: 회오리 바다'의 누적 관객 수 1,700만 돌파 기록을 넘어설지 주목되는데요.

특히 한산도 앞바다에서 왜군 함대를 궤멸한 거북선 출항과 학익진 전술이 관전 포인트로 꼽힙니다. 조선 수군의 압도적 승리를 이끈 두 가지 비장의 무기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신승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본 뉴스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으므로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영화 '한산'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중엽, 임진왜란이 발발한 해인 1592년 7월 초순입니다. 전작 '명량'의 소재가 된 명량해전 5년 전으로, 경남 통영에 위치한 섬 '한산도' 앞바다가 주 무대입니다.

출병한 지 약 20일 만에 한양을 점령한 왜군은 명나라로 진격하기 위해 부산포에 병선(兵船)을 집결시키는데요.

정탐으로 거북선의 한계와 학익진의 허점을 간파한 왜장(倭將)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 분). 병선 73척을 통영과 거제 사이 좁은 수로(水路)인 '견내량'에 매복시켜 기회를 엿봅니다.

이에 맞서 통영 당포에 진을 친 전라좌수사 이순신(박해일 분)은 한산도 앞바다까지 왜군을 끌어낼 계책을 세웁니다.

영화의 흐름은 후반부 51분간 이어지는 치열한 해상 전투신에서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용머리 충파와 함포로 적의 전열을 무너뜨리는 '거북선'. '바다 위의 성'처럼 견고하게 포위하는 '학익진'. 결점이 보완된 두 가지 비장의 무기가 왜군을 격파해나가는 장면이 백미입니다.

개봉 다음 날인 7월 28일, 기자가 찾은 영화관에서 관객들은 "재미있게 봤다"며 "고증도 좋았다"고 호평을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봤을까요. 대체로 "부족한 사료(史料)에도 감독이 구성에 심혈을 기울여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칭찬하면서도, "관객들의 시각적 쾌감을 위해 상상력이 가미된 장면도 많다"고 분석합니다.

제장명 / 前 해군사관학교 충무공연구부 교수, 現 순천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장

"CG(컴퓨터 그래픽) 촬영을 잘하는 것 같은데요. (조선) 수군들이 장쾌하게 항해하는 모습, 파도가 치는데 싸우는 모습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을 아주 잘 그렸어요. 실제 전투를 실감 나게 하는 그런 부분들이 참 괜찮았어요.

(다만 전투 중 학익진 전법을 구사할 때) 제자리에서 선회를 해요, 배가. 돌리려면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해요. 닻을 내리고 바람이 불 때 따라간다면 돌아가겠죠. 그런데 (영화에서보다도) 시간이 많이 걸려요."

특히 구선(龜船), 왜군에게는 전설 속 해저 괴물 '복카이센'으로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 된 거북선이 전투신에서 '돌격선'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상규 / 前 해군 대령, 現 서울여해재단 이순신학교장

"임진왜란 때는 배의 속력이 노를 저어서 갈 때 5노트(kn) 내외였거든요. 5노트면은 요즘으로 치면 시속 한 9㎞, 굉장히 저속이었어요. 저속의 배로 부딪혀가지고 (적군의) 배를 쪼갠다. 속력을 빠르게 내는 배 스타일이 아닌 판옥선 스타일로 배를 부딪혀가지고 깨뜨린다, 이건 어렵다는 거죠.

그런데 이제 감독은 나름대로 자기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한 장면을 연출한 거죠. (영화적 완성도를 위해) 감독이 노력한 게 엿보인다고 봐야죠."

그렇다면 김한민 감독은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거북선을 구상했던 걸까요. 그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한민 /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감독

"거북선에 대해서 고증할 수 있는 몇 개의 자료가 있긴 해요. 그런데 거기에는 다 글로써 설명돼 있고, 빈약한 어떤 이미지 그림들이 좀 있을 뿐이죠. 그래서 거북선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설왕설래가 참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게 2층, 복층형이었느냐, 아니면 3층형이었느냐.

이런 이제 어떤 설들이 많은데, 제가 집중한 것은 이게 과연 그 당시 해전에 실용적이고, 활용하기에 굉장히 유효한가. 이 부분에 집중해가지고 (각종) 설들을 참조해서 거북선을 만들어내야겠다.

그래서 약간의 스포일러지만, 거북선의 종류가 좀 다르게도 나옵니다. 두 가지의 종류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게 이 영화의 중요한 테마와 연결이 되는 지점이 있죠. 이순신과 (거북선을 개발한) 나대용, 두 사람의 어떤 유비무환, 내지는 반드시 이겨야 되는 그 싸움에서 거북선에 대한 어떤 고뇌, 혁신, 이런 것들이 보여지는 게 이 영화의 중요한 맥락입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 거북선은 다양한 기능을 갖춘 개량형으로 등장합니다. 한산대첩에서 왜군 선단의 맹추격을 막고 개전 직후 불리했던 조선 수군의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신형 거북선의 실체와 학익진의 위력, 관람객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신승민입니다.

(대문 사진: 이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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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행 돌풍 ‘한산’, 거북선·학익진 고증은?
    • 입력 2022-07-31 06:00:03
    취재K

신지혜 / KBS AI 앵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조명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 '명량: 회오리 바다'의 누적 관객 수 1,700만 돌파 기록을 넘어설지 주목되는데요.

특히 한산도 앞바다에서 왜군 함대를 궤멸한 거북선 출항과 학익진 전술이 관전 포인트로 꼽힙니다. 조선 수군의 압도적 승리를 이끈 두 가지 비장의 무기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신승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본 뉴스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으므로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영화 '한산'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중엽, 임진왜란이 발발한 해인 1592년 7월 초순입니다. 전작 '명량'의 소재가 된 명량해전 5년 전으로, 경남 통영에 위치한 섬 '한산도' 앞바다가 주 무대입니다.

출병한 지 약 20일 만에 한양을 점령한 왜군은 명나라로 진격하기 위해 부산포에 병선(兵船)을 집결시키는데요.

정탐으로 거북선의 한계와 학익진의 허점을 간파한 왜장(倭將)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 분). 병선 73척을 통영과 거제 사이 좁은 수로(水路)인 '견내량'에 매복시켜 기회를 엿봅니다.

이에 맞서 통영 당포에 진을 친 전라좌수사 이순신(박해일 분)은 한산도 앞바다까지 왜군을 끌어낼 계책을 세웁니다.

영화의 흐름은 후반부 51분간 이어지는 치열한 해상 전투신에서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용머리 충파와 함포로 적의 전열을 무너뜨리는 '거북선'. '바다 위의 성'처럼 견고하게 포위하는 '학익진'. 결점이 보완된 두 가지 비장의 무기가 왜군을 격파해나가는 장면이 백미입니다.

개봉 다음 날인 7월 28일, 기자가 찾은 영화관에서 관객들은 "재미있게 봤다"며 "고증도 좋았다"고 호평을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봤을까요. 대체로 "부족한 사료(史料)에도 감독이 구성에 심혈을 기울여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칭찬하면서도, "관객들의 시각적 쾌감을 위해 상상력이 가미된 장면도 많다"고 분석합니다.

제장명 / 前 해군사관학교 충무공연구부 교수, 現 순천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장

"CG(컴퓨터 그래픽) 촬영을 잘하는 것 같은데요. (조선) 수군들이 장쾌하게 항해하는 모습, 파도가 치는데 싸우는 모습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을 아주 잘 그렸어요. 실제 전투를 실감 나게 하는 그런 부분들이 참 괜찮았어요.

(다만 전투 중 학익진 전법을 구사할 때) 제자리에서 선회를 해요, 배가. 돌리려면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해요. 닻을 내리고 바람이 불 때 따라간다면 돌아가겠죠. 그런데 (영화에서보다도) 시간이 많이 걸려요."

특히 구선(龜船), 왜군에게는 전설 속 해저 괴물 '복카이센'으로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 된 거북선이 전투신에서 '돌격선'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상규 / 前 해군 대령, 現 서울여해재단 이순신학교장

"임진왜란 때는 배의 속력이 노를 저어서 갈 때 5노트(kn) 내외였거든요. 5노트면은 요즘으로 치면 시속 한 9㎞, 굉장히 저속이었어요. 저속의 배로 부딪혀가지고 (적군의) 배를 쪼갠다. 속력을 빠르게 내는 배 스타일이 아닌 판옥선 스타일로 배를 부딪혀가지고 깨뜨린다, 이건 어렵다는 거죠.

그런데 이제 감독은 나름대로 자기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한 장면을 연출한 거죠. (영화적 완성도를 위해) 감독이 노력한 게 엿보인다고 봐야죠."

그렇다면 김한민 감독은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거북선을 구상했던 걸까요. 그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한민 /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감독

"거북선에 대해서 고증할 수 있는 몇 개의 자료가 있긴 해요. 그런데 거기에는 다 글로써 설명돼 있고, 빈약한 어떤 이미지 그림들이 좀 있을 뿐이죠. 그래서 거북선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설왕설래가 참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게 2층, 복층형이었느냐, 아니면 3층형이었느냐.

이런 이제 어떤 설들이 많은데, 제가 집중한 것은 이게 과연 그 당시 해전에 실용적이고, 활용하기에 굉장히 유효한가. 이 부분에 집중해가지고 (각종) 설들을 참조해서 거북선을 만들어내야겠다.

그래서 약간의 스포일러지만, 거북선의 종류가 좀 다르게도 나옵니다. 두 가지의 종류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게 이 영화의 중요한 테마와 연결이 되는 지점이 있죠. 이순신과 (거북선을 개발한) 나대용, 두 사람의 어떤 유비무환, 내지는 반드시 이겨야 되는 그 싸움에서 거북선에 대한 어떤 고뇌, 혁신, 이런 것들이 보여지는 게 이 영화의 중요한 맥락입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 거북선은 다양한 기능을 갖춘 개량형으로 등장합니다. 한산대첩에서 왜군 선단의 맹추격을 막고 개전 직후 불리했던 조선 수군의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신형 거북선의 실체와 학익진의 위력, 관람객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신승민입니다.

(대문 사진: 이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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