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지붕’이 녹아내린다…알프스 빙하 위기

입력 2022.07.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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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기상청이 제시한 지난해와 올해 여름 고산 지역 만년설 모습 (화면 출처 : MeteoSchweiz 트위터)스위스 기상청이 제시한 지난해와 올해 여름 고산 지역 만년설 모습 (화면 출처 : MeteoSchweiz 트위터)

'유럽의 지붕'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푸른 초원과 만년설을 모두 볼 수 있는 알프스가 기후 변화로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인간도 피해를 봅니다. 3일(현지시간) 알프스의 지맥인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최고봉 마르몰라다에서 큰 빙하가 떨어져 등반객들을 덮쳤고 11명이 숨졌습니다.

알프스를 즐기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녹지 않는 만년설 덕에 가능했던 여름 스키도 사라질지 모릅니다.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 빙하 붕괴 사고 발생 지점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 빙하 붕괴 사고 발생 지점

■ 스위스 여름 스키장 운영 중단…"폭염 등 기후 변화 탓"

해발고도가 최고 4,000m가 넘는 알프스 산봉우리에서 손님을 맞던 스위스의 여름 스키장이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스위스 남부 체르마트 부근의 최고 높이 4,478m의 알프스 봉우리인 마터호른에서 스키장 리프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마터호른 체르마트 베르크반넨은 29일부터 여름 스키장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홈페이지 공지문에서 "스키장에 쌓인 눈의 두께가 얇아졌기 때문에 슬로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충분한 겨울 눈이 내리지 않은 데다 폭염이 이어진 올해 여름 해발 4,000m 이상 지역에서 눈이 아닌 비가 내리는 등 강수 상황이 예상을 벗어난 점이 문제를 초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후 변화로 야기된 올해 여름의 극심한 폭염 속에 알프스의 빙하가 녹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회사 측은 "여름 날씨로 인해 큰 빙하가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수직 균열이 생기는 크레바스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안전에 대한 높은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언급했습니다.

■ 무섭게 녹는 알프스 빙하…빙점 고도 27년 만에 최고

여러 관측도 알프스의 빙하가 이례적으로 빨리 녹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위스 기상청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밤사이 알프스 상공의 빙점이 5,184m까지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1995년 7월 20일에 관측됐던 이전 기록인 5,117m보다 70m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5,000m 이상으로 올라간 것은 이례적인 일로, 스위스 기상청은 기후 변화가 이 같은 기록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빙점이 올라간다는 것은 0도 이하를 유지할 수 있는 상공의 높이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빙점이 5,000m 이상 올라갔다는 건 알프스 최고봉인 해발고도 4,807m의 몽블랑에서도 만년설이 버틸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은 빙점 상승이 산봉우리의 기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름철 고산지대에 만년설이 덮여 있는 면적 역시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바닥 드러낸 ‘모테라치 빙하’바닥 드러낸 ‘모테라치 빙하’

■ 알프스 최대 빙하 60년 만에 최대폭 소실…가파른 기온 상승

로이터통신도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브뤼셀 자유대학교 등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알프스 지역 빙하들이 올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26일 보도했습니다.

스위스 알프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테라치 빙하'는 하루 5㎝씩 경계선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겨울철 적설량과 여름철에 녹은 빙하의 양을 분석하면 빙하의 규모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데, 올해 모테라치 빙하는 6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크기가 줄었습니다.

다른 빙하도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북서쪽의 '그랑에르트 빙하'는 올해 누적 적설량이 1.3m에 불과했습니다. 과거 20년간 연평균 적설량은 3.3m 수준이었습니다.

알프스산맥의 평균 기온은 최근 10년 만에 0.3도 상승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 속도의 2배에 이릅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100년 알프스의 빙하 80%가 사라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티아스 후스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소장은 "수십 년 뒤에나 일어날 것 같던 일이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극단적인 변화를 금세기에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화면 출처 : '@meteoschweiz'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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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의 지붕’이 녹아내린다…알프스 빙하 위기
    • 입력 2022-07-31 09:00:26
    세계는 지금
스위스 기상청이 제시한 지난해와 올해 여름 고산 지역 만년설 모습 (화면 출처 : MeteoSchweiz 트위터)
'유럽의 지붕'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푸른 초원과 만년설을 모두 볼 수 있는 알프스가 기후 변화로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인간도 피해를 봅니다. 3일(현지시간) 알프스의 지맥인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최고봉 마르몰라다에서 큰 빙하가 떨어져 등반객들을 덮쳤고 11명이 숨졌습니다.

알프스를 즐기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녹지 않는 만년설 덕에 가능했던 여름 스키도 사라질지 모릅니다.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 빙하 붕괴 사고 발생 지점
■ 스위스 여름 스키장 운영 중단…"폭염 등 기후 변화 탓"

해발고도가 최고 4,000m가 넘는 알프스 산봉우리에서 손님을 맞던 스위스의 여름 스키장이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스위스 남부 체르마트 부근의 최고 높이 4,478m의 알프스 봉우리인 마터호른에서 스키장 리프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마터호른 체르마트 베르크반넨은 29일부터 여름 스키장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홈페이지 공지문에서 "스키장에 쌓인 눈의 두께가 얇아졌기 때문에 슬로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충분한 겨울 눈이 내리지 않은 데다 폭염이 이어진 올해 여름 해발 4,000m 이상 지역에서 눈이 아닌 비가 내리는 등 강수 상황이 예상을 벗어난 점이 문제를 초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후 변화로 야기된 올해 여름의 극심한 폭염 속에 알프스의 빙하가 녹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회사 측은 "여름 날씨로 인해 큰 빙하가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수직 균열이 생기는 크레바스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안전에 대한 높은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언급했습니다.

■ 무섭게 녹는 알프스 빙하…빙점 고도 27년 만에 최고

여러 관측도 알프스의 빙하가 이례적으로 빨리 녹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위스 기상청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밤사이 알프스 상공의 빙점이 5,184m까지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1995년 7월 20일에 관측됐던 이전 기록인 5,117m보다 70m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5,000m 이상으로 올라간 것은 이례적인 일로, 스위스 기상청은 기후 변화가 이 같은 기록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빙점이 올라간다는 것은 0도 이하를 유지할 수 있는 상공의 높이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빙점이 5,000m 이상 올라갔다는 건 알프스 최고봉인 해발고도 4,807m의 몽블랑에서도 만년설이 버틸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은 빙점 상승이 산봉우리의 기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름철 고산지대에 만년설이 덮여 있는 면적 역시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바닥 드러낸 ‘모테라치 빙하’
■ 알프스 최대 빙하 60년 만에 최대폭 소실…가파른 기온 상승

로이터통신도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브뤼셀 자유대학교 등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알프스 지역 빙하들이 올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26일 보도했습니다.

스위스 알프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테라치 빙하'는 하루 5㎝씩 경계선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겨울철 적설량과 여름철에 녹은 빙하의 양을 분석하면 빙하의 규모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데, 올해 모테라치 빙하는 6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크기가 줄었습니다.

다른 빙하도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북서쪽의 '그랑에르트 빙하'는 올해 누적 적설량이 1.3m에 불과했습니다. 과거 20년간 연평균 적설량은 3.3m 수준이었습니다.

알프스산맥의 평균 기온은 최근 10년 만에 0.3도 상승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 속도의 2배에 이릅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100년 알프스의 빙하 80%가 사라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티아스 후스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소장은 "수십 년 뒤에나 일어날 것 같던 일이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극단적인 변화를 금세기에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화면 출처 : '@meteoschweiz'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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