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소기업은 ‘경력 호봉’ 인정 안해…인권위 “차별”

입력 2022.08.01 (11:2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A 씨는 22년 동안 직원 70여 명 규모의 도시가스 회사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했습니다.

회사를 떠난 뒤에는 1년 6개월간 소방본부에서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건축물 가스 화재 안전조사와 교육을 맡았습니다.

가스 안전 관리와 조사 업무를 맡아 23년 넘게 일한 건데, 그 이후 공기업인 원주시설관리공단으로 직장을 옮겨서는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 100인 미만 사업장·비정규직은 경력 인정 No?
 
원주시설관리공단이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은 건 '이전 회사가 100인 미만 사업장이고, 근무 형태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공단의 보수 규정 환산표에는 퇴직 당시 상근직원 100명 이상 법인에서 정규직으로 해당 분야에 근무한 경력이 있을 때 경력의 50%를 인정해준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에 A 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전 직장에서 동일 유사 업무를 했음에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 공단 "비정규직·정규직 같게 볼 수 없어"

공단은 행정안전부의 지침에서 자체규정에 따라 호봉을 산정하라고 돼 있고, 이에 맞게 정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임용 경로에서 차이가 있고, 수행하는 업무와 책임에 차이가 있어 정규직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보수규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경영권이고, 임금 규정도 회사에서 정할 사적 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경력 산정 기준이 평등권 침해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인권위 "경력 인정, 근무 형태·전문성 고려해야"

공단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이를 차별로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사회적 신분으로 판단하고 있고, 사업장 규모 역시 개인의 의지로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사항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신분과 자신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불리한 처우를 받는 건 차별이라는 겁니다.

경력인정제도는 입사 전 경력의 근무 형태와 전문성을 고려해 그 결과를 보수에 반영하는 것이지, 비정규직이라는 형식적 요소로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비정규직 경력과 100인 미만 민간사업장의 유사 경력이 일률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진정인의 경력을 재심의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회사 측은 아직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비정규직·소기업은 ‘경력 호봉’ 인정 안해…인권위 “차별”
    • 입력 2022-08-01 11:29:13
    취재K

A 씨는 22년 동안 직원 70여 명 규모의 도시가스 회사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했습니다.

회사를 떠난 뒤에는 1년 6개월간 소방본부에서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건축물 가스 화재 안전조사와 교육을 맡았습니다.

가스 안전 관리와 조사 업무를 맡아 23년 넘게 일한 건데, 그 이후 공기업인 원주시설관리공단으로 직장을 옮겨서는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 100인 미만 사업장·비정규직은 경력 인정 No?
 
원주시설관리공단이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은 건 '이전 회사가 100인 미만 사업장이고, 근무 형태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공단의 보수 규정 환산표에는 퇴직 당시 상근직원 100명 이상 법인에서 정규직으로 해당 분야에 근무한 경력이 있을 때 경력의 50%를 인정해준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에 A 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전 직장에서 동일 유사 업무를 했음에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 공단 "비정규직·정규직 같게 볼 수 없어"

공단은 행정안전부의 지침에서 자체규정에 따라 호봉을 산정하라고 돼 있고, 이에 맞게 정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임용 경로에서 차이가 있고, 수행하는 업무와 책임에 차이가 있어 정규직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보수규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경영권이고, 임금 규정도 회사에서 정할 사적 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경력 산정 기준이 평등권 침해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인권위 "경력 인정, 근무 형태·전문성 고려해야"

공단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이를 차별로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사회적 신분으로 판단하고 있고, 사업장 규모 역시 개인의 의지로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사항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신분과 자신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불리한 처우를 받는 건 차별이라는 겁니다.

경력인정제도는 입사 전 경력의 근무 형태와 전문성을 고려해 그 결과를 보수에 반영하는 것이지, 비정규직이라는 형식적 요소로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비정규직 경력과 100인 미만 민간사업장의 유사 경력이 일률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진정인의 경력을 재심의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회사 측은 아직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