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종식 선언’ 가능성↑…도발로 이어지나

입력 2022.08.01 (16:15) 수정 2022.08.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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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신규 발열 0명'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코로나19가 의심되는 발열 환자 수를 공개하기 시작한지 두달여 만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달 29~31일 사흘 연속 "전국적으로 유열자(발열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했습니다.

■ '발열자 0명' 믿어, 말어?

북한의 일일 발열자 수는 5월 중순 이후 일관되게 감소해왔습니다. '방역 상황이 확고한 안정세'에 있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국내 의료·북한 전문가들도 동의합니다. 사회주의 국가만 가능한 통제 방역을 이유로 꼽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통계까지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북한 보건 전문가인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발열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자와 미보고자 등을 생각하면 북한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최소 5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전승절) 기념 노병대회에서 참가자들과 노 마스크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 7월 29일)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전승절) 기념 노병대회에서 참가자들과 노 마스크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 7월 29일)

반면, 애초에 북한이 발표한 발열 환자를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분류한 것이 '오류'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말하는 '유열자(발열 환자)' 상당수가 수인성 전염병 환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그 근거로 북한의 방역이 배수지와 우물 등에 대한 소독과 수질 검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 대규모 주민 동원 행사가 재개된 점을 꼽습니다. 실제 국정원도 지난 5월 국회에서, "그(발열 환자) 안에는 상당수의 코로나가 아닌 발열 증상의 수인성 전염병 숫자가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정 센터장은 수인성 전염병은 수액 치료만으로 수일 내 회복되기 때문에 북한이 주장하는 매우 낮은 치명률도 충분히 설명된다고 봤습니다.

■ 북·중 국경 개방 포석?

일단 북한이 신규 발열 환자 '제로'를 선언한 만큼,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오랜 봉쇄로 식량난과 내부 불만에 직면한 북한이 북·중 교역 재개를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겁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현재 중국과의 국경을 개방하고 싶어 하는데 중국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 봉쇄 초기에는 중국이 개방하자고 해도 북한이 거부했는데 상황이 반대로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내부 소식통을 빌어 "북한 내 주민 간 이동 통제는 이미 어느 정도 완화 또는 해제된 상황"이라고도 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숫자상으로는 종식을 선언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 주민 상당수가 이미 감염됐거나 무증상으로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두 달여 간의 방역정책을 한 마디로 '고립 탈피를 위한 집단 자연 면역 유도'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식 방역은 북·중 교역 재개, 외부적 개방을 위한 정지작업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당분간은 통계 관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생산 활동 독려와 주민 규율 관리에 코로나 통제가 유용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 대미·대남 공세 강화…도발로 이어지나

통일부는 북한의 코로나 종식 선언과 봉쇄 해제 여부에 대해 "방역 성공을 과시할 가능성과 주민 경각심 유지를 위해 봉쇄를 유지할 가능성 둘 다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평양 주민들이 전광판에 방송되는 ‘전승절’ 69주년 경축공연을 보고 있다 (출처 : 노동신문, 7월 29일)평양 주민들이 전광판에 방송되는 ‘전승절’ 69주년 경축공연을 보고 있다 (출처 : 노동신문, 7월 29일)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하면서, 북한이 그간 자제해온 대미·대남 비방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는 점에 주목합니다. 더는 코로나 통제가 필요 없을 만큼 내부가 안정되면 코로나19를 털어내고 도발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만큼, 북한이 코로나 종식을 공식 선언하는 때부터가 위기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주 김정은의 '윤석열 정권 전멸' 발언 이후 연일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한 강경 메시지를 내고 있고, 군중 행사를 통해 반미 정서 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 당국자는 "최고지도자가 직접 메시지를 내놨으니 어떤 형태든 도발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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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2-08-01 16:17:52
    취재K

북한이 '신규 발열 0명'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코로나19가 의심되는 발열 환자 수를 공개하기 시작한지 두달여 만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달 29~31일 사흘 연속 "전국적으로 유열자(발열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했습니다.

■ '발열자 0명' 믿어, 말어?

북한의 일일 발열자 수는 5월 중순 이후 일관되게 감소해왔습니다. '방역 상황이 확고한 안정세'에 있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국내 의료·북한 전문가들도 동의합니다. 사회주의 국가만 가능한 통제 방역을 이유로 꼽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통계까지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북한 보건 전문가인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발열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자와 미보고자 등을 생각하면 북한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최소 5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전승절) 기념 노병대회에서 참가자들과 노 마스크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 7월 29일)
반면, 애초에 북한이 발표한 발열 환자를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분류한 것이 '오류'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말하는 '유열자(발열 환자)' 상당수가 수인성 전염병 환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그 근거로 북한의 방역이 배수지와 우물 등에 대한 소독과 수질 검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 대규모 주민 동원 행사가 재개된 점을 꼽습니다. 실제 국정원도 지난 5월 국회에서, "그(발열 환자) 안에는 상당수의 코로나가 아닌 발열 증상의 수인성 전염병 숫자가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정 센터장은 수인성 전염병은 수액 치료만으로 수일 내 회복되기 때문에 북한이 주장하는 매우 낮은 치명률도 충분히 설명된다고 봤습니다.

■ 북·중 국경 개방 포석?

일단 북한이 신규 발열 환자 '제로'를 선언한 만큼,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오랜 봉쇄로 식량난과 내부 불만에 직면한 북한이 북·중 교역 재개를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겁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현재 중국과의 국경을 개방하고 싶어 하는데 중국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 봉쇄 초기에는 중국이 개방하자고 해도 북한이 거부했는데 상황이 반대로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내부 소식통을 빌어 "북한 내 주민 간 이동 통제는 이미 어느 정도 완화 또는 해제된 상황"이라고도 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숫자상으로는 종식을 선언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 주민 상당수가 이미 감염됐거나 무증상으로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두 달여 간의 방역정책을 한 마디로 '고립 탈피를 위한 집단 자연 면역 유도'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식 방역은 북·중 교역 재개, 외부적 개방을 위한 정지작업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당분간은 통계 관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생산 활동 독려와 주민 규율 관리에 코로나 통제가 유용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 대미·대남 공세 강화…도발로 이어지나

통일부는 북한의 코로나 종식 선언과 봉쇄 해제 여부에 대해 "방역 성공을 과시할 가능성과 주민 경각심 유지를 위해 봉쇄를 유지할 가능성 둘 다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평양 주민들이 전광판에 방송되는 ‘전승절’ 69주년 경축공연을 보고 있다 (출처 : 노동신문, 7월 29일)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하면서, 북한이 그간 자제해온 대미·대남 비방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는 점에 주목합니다. 더는 코로나 통제가 필요 없을 만큼 내부가 안정되면 코로나19를 털어내고 도발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만큼, 북한이 코로나 종식을 공식 선언하는 때부터가 위기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주 김정은의 '윤석열 정권 전멸' 발언 이후 연일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한 강경 메시지를 내고 있고, 군중 행사를 통해 반미 정서 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 당국자는 "최고지도자가 직접 메시지를 내놨으니 어떤 형태든 도발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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