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전기요금’ 걱정까지…피시방 사장님의 한숨

입력 2022.08.0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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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같은 더위에 너나 할 것 없이 시원한 장소를 찾게 되는 요즘입니다. 카페, 음식점, 영화관, 피시방 등이 대표적입니다. 냉방이 잘 되는 실내에서 피서 겸 취미생활을 보내는 거죠, 하지만 이 가운데 피시방 점주들은 손님이 늘어나는 여름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섭니다.

■ “인건비 줄이려 무인화, 에어컨 때문에 매장은 일부만 운영”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피시방을 두 곳 운영하는 임수택 씨, 코로나19가 유행할 즈음 매출이 크게 떨어져 울며 겨자 먹기로 한 곳은 무인으로 운영 방침을 바꿨습니다. 조리기구 등을 사용하지 못해 아깝지만, 매달 계속되는 적자를 버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한 무인 피시방. 에어컨 현재 온도가 22도로 돼 있다.서울의 한 무인 피시방. 에어컨 현재 온도가 22도로 돼 있다.

최근 임 씨에게는 또 다른 걱정이 생겼습니다. 올해에만 전기료가 4월에 이어 7월까지, 연달아 두 번이나 올랐기 때문입니다.

피시방은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업종입니다. 컴퓨터 기기부터 에어컨과 환풍기까지, 모든 게 전자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컴퓨터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에어컨도 곳곳에 설치해 24시간 내내 틀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 매장의 한 달 매출은 700만~800만 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200만 원 정도를 전기료로 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여름입니다. 에어컨 사용량이 늘고, 전기료가 인상된 7월은 훨씬 더 오를 예정입니다. 정부에서 권장하는 실내 적정 온도인 26도를 지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려는 손님들 성향상 온도를 조금이라도 올리면 바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피시방 한쪽 공간이 운영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피시방 한쪽 공간이 운영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결국 임 씨는 컴퓨터 운영 대수를 한시적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피시방 공간이 나뉘어 있는데 에어컨을 가동하는 장소만 운영하고, 다른 곳은 닫기로 한 겁니다. 이렇게 이 매장 컴퓨터의 30%가량은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임수택 씨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 대라도 덜 운영하는 것”이라며 “이제 정부 지원도 없다고 하는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해 손님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올라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 전기·가스·수도 15.7%↑...전기요금은 30년 만에 최대

그럼 전기요금 얼마나 오른 걸까요, 7월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15.7%를 기록했습니다. 이 품목들을 별도로 집계하기 시작한 게 2010년 1월부터인데 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이들 요금의 올해 추이를 보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전기요금, 5월 도시가스 요금을 올린 데 이어 7월에 전기와 가스 요금을 또 올리면서 최고치를 기록한 겁니다. 세부적으로는 7월 전기료가 18.2%, 도시가스 18.3%, 지역난방비 12.5% 올랐습니다.

특히, 전기료의 경우 1992년 6월(19.7%)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소상공인들이 ‘전기료 폭탄’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 “전기료에서 연료비 조정 단가가 인상됐고, 또 ‘필수 사용공제’라고 해서 사용량이 많지 않은 가구에 대해서 할인해 주던 부분들도 축소돼 전기료가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한국전력은 월 200킬로와트시(kW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일반가구에 기존 월 2,000원을 할인해주던 할인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물가 7%는 넘지 않을 거라지만...전기·가스요금 10월 '또' 인상 예정

문제는 전기와 가스요금이 오는 10월 한 차례 더 오를 것이라는 점입니다. 전기요금의 경우 kWh당 4.9원 더 오를 예정이어서 물가 상승 폭이 20% 이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올해에만 전기와 가스 요금이 세 차례 오르는 셈입니다. 전기료 부담 목소리가 크지만, 한전은 원자잿값 상승으로 적자 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에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7%대 상승률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기획재정부는 “그간 물가상승을 주도해 온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했고, 원자재와 곡물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6% 이하로 내려가진 않겠지만, 그 이상을 넘지도 않을 거란 전망입니다.

물론 전체 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건 석유류나 외식 같은 서비스 품목으로 전기와 가스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7월 전체 물가 6.3% 가운데 전기·가스·수도 요금의 기여도는 0.5%p 수준입니다.

다만, 이들 공공요금 인상을 쉽게만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이들 품목은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의 원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른 품목들도 자극해 연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료 부담이 커진 탓에 한 시간에 천 원 정도 하는 피시방 요금이 오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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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에 ‘전기요금’ 걱정까지…피시방 사장님의 한숨
    • 입력 2022-08-02 14:43:35
    취재K

찜통 같은 더위에 너나 할 것 없이 시원한 장소를 찾게 되는 요즘입니다. 카페, 음식점, 영화관, 피시방 등이 대표적입니다. 냉방이 잘 되는 실내에서 피서 겸 취미생활을 보내는 거죠, 하지만 이 가운데 피시방 점주들은 손님이 늘어나는 여름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섭니다.

■ “인건비 줄이려 무인화, 에어컨 때문에 매장은 일부만 운영”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피시방을 두 곳 운영하는 임수택 씨, 코로나19가 유행할 즈음 매출이 크게 떨어져 울며 겨자 먹기로 한 곳은 무인으로 운영 방침을 바꿨습니다. 조리기구 등을 사용하지 못해 아깝지만, 매달 계속되는 적자를 버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한 무인 피시방. 에어컨 현재 온도가 22도로 돼 있다.
최근 임 씨에게는 또 다른 걱정이 생겼습니다. 올해에만 전기료가 4월에 이어 7월까지, 연달아 두 번이나 올랐기 때문입니다.

피시방은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업종입니다. 컴퓨터 기기부터 에어컨과 환풍기까지, 모든 게 전자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컴퓨터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에어컨도 곳곳에 설치해 24시간 내내 틀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 매장의 한 달 매출은 700만~800만 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200만 원 정도를 전기료로 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여름입니다. 에어컨 사용량이 늘고, 전기료가 인상된 7월은 훨씬 더 오를 예정입니다. 정부에서 권장하는 실내 적정 온도인 26도를 지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려는 손님들 성향상 온도를 조금이라도 올리면 바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피시방 한쪽 공간이 운영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결국 임 씨는 컴퓨터 운영 대수를 한시적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피시방 공간이 나뉘어 있는데 에어컨을 가동하는 장소만 운영하고, 다른 곳은 닫기로 한 겁니다. 이렇게 이 매장 컴퓨터의 30%가량은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임수택 씨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 대라도 덜 운영하는 것”이라며 “이제 정부 지원도 없다고 하는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해 손님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올라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 전기·가스·수도 15.7%↑...전기요금은 30년 만에 최대

그럼 전기요금 얼마나 오른 걸까요, 7월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15.7%를 기록했습니다. 이 품목들을 별도로 집계하기 시작한 게 2010년 1월부터인데 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이들 요금의 올해 추이를 보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전기요금, 5월 도시가스 요금을 올린 데 이어 7월에 전기와 가스 요금을 또 올리면서 최고치를 기록한 겁니다. 세부적으로는 7월 전기료가 18.2%, 도시가스 18.3%, 지역난방비 12.5% 올랐습니다.

특히, 전기료의 경우 1992년 6월(19.7%)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소상공인들이 ‘전기료 폭탄’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 “전기료에서 연료비 조정 단가가 인상됐고, 또 ‘필수 사용공제’라고 해서 사용량이 많지 않은 가구에 대해서 할인해 주던 부분들도 축소돼 전기료가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한국전력은 월 200킬로와트시(kW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일반가구에 기존 월 2,000원을 할인해주던 할인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물가 7%는 넘지 않을 거라지만...전기·가스요금 10월 '또' 인상 예정

문제는 전기와 가스요금이 오는 10월 한 차례 더 오를 것이라는 점입니다. 전기요금의 경우 kWh당 4.9원 더 오를 예정이어서 물가 상승 폭이 20% 이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올해에만 전기와 가스 요금이 세 차례 오르는 셈입니다. 전기료 부담 목소리가 크지만, 한전은 원자잿값 상승으로 적자 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에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7%대 상승률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기획재정부는 “그간 물가상승을 주도해 온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했고, 원자재와 곡물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6% 이하로 내려가진 않겠지만, 그 이상을 넘지도 않을 거란 전망입니다.

물론 전체 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건 석유류나 외식 같은 서비스 품목으로 전기와 가스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7월 전체 물가 6.3% 가운데 전기·가스·수도 요금의 기여도는 0.5%p 수준입니다.

다만, 이들 공공요금 인상을 쉽게만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이들 품목은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의 원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른 품목들도 자극해 연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료 부담이 커진 탓에 한 시간에 천 원 정도 하는 피시방 요금이 오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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