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아님’ 발표했는데…누가 설명 좀 해주세요

입력 2022.08.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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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가 김건희 여사의 논문에 대한 조사 결과를 어제(1일) 발표했습니다. 대부분 언론이 주요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발표부터 보도까지의 과정은 여러모로 이례적이었습니다.

■ 발표 자료, 담당자도 부서도 없어

일단, 큰 관심을 끌 주요 발표인 게 뻔하지만 아무런 예고가 없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임박해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발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발표 자료가 일종의 괴문건과 같았습니다. 담당자가 누군지, 담당 부서는 어디인지, 궁금한 건 어디에 물어야 하는지 등의 부가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주요 내용을 담아 외부에 배포하는 문서라고 보기에는 누가 봐도 너무 이상합니다. 전체 3페이지인 자료 원문을 첨부합니다. 직접 살펴보시죠.




판정의 주체도 불명확합니다. 김 여사의 논문 3편은 '표절 아님', 논문 1편은 '검증 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판정을 '누가' 한 것인지를 알 수 없게 기술했습니다.

황우석 사건 이후 주요 대학은 연구 윤리 제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갖췄습니다. 대학마다 설치된 '연구윤리위원회'가 대표적입니다. 국민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건희 여사 논문은 워낙 이목이 쏠렸던 탓에, 국민대는 연구윤리위원회 산하에 재조사위원회까지 구성했습니다. 재조사위는 지난 4월 최종 판단을 연구윤리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번 결론이 재조사위원회가 4월에 내린 판단 그대로인지, 그 위의 연구윤리위원회가 수정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대학 본부 측이 종합적으로 최종 판단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 비밀, 비밀, 또 비밀…

그래서 하루가 지나 오늘 국민대에 여러 경로로 문의했습니다. 홍보팀은 물론 대외협력처, 연구윤리위 위원, 주요 보직 교수 등등. 돌아온 답은 하나같았습니다. "말할 수 없다" "드릴 말씀이 없다." "자료 이상 언급할 게 없다"

연구윤리위원회나 재조사위원회에 직접 참가한 교수들에게 직접 물으면 어떨까요?

그런데 '재조사위원회'의 명단은 비공개되고 있습니다. 재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연구윤리위원회' 역시 대학원장 등 당연직 위원 4명을 제외하고는 누군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재조사위와 연구윤리위의 운영 방식 등을 확인하고자 취재진이 국민대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관계자들은 "대답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국민대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이번 결정이 객관적이고 정밀한 조사에 근거한 것인지 알기 위해 재조사위 명단과 최종보고서를 공개하라"고 국민대 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

국민대는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게재 논문 2편이 '표절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면서 같은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표절에 해당하거나, 학문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에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부정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입니다.

학계에서 통상 용인되는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김 여사의 논문은 어떤 점에서 그 범위 안에 있는 것인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에게서도.

학술지 논문 1편에 대해서는 "인용 분량이 많다"면서도 "주석을 달았고, 국민대 기준으로 양호 수준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은 "일부 타인의 연구 내용과 저작물의 출처 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으나, 박사학위가 실무와 실용에 비중을 두고 있어"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8개월 조사했지만…허무한 발표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해 7월입니다. 박사학위 논문은 표절 검증 프로그램에서 표절률이 17%로 나타났고, 표절률이 40%를 넘은 학술지 게재 논문은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로 오역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대는 곧바로 자체조사에 착수했지만, 지난해 9월 "검증 시효가 지났다"며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연구 부정행위에 대해선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른 겁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조사 계획을 다시 제출하라고 국민대에 요구했고, 그 결과 국민대는 지난해 11월 재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8개월 만에, 어제 결과가 공표됐습니다.

이렇게 마치 도망치듯 발표 자료를 던져 놓으면 끝일까요? 누가 좀 자세히 설명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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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아님’ 발표했는데…누가 설명 좀 해주세요
    • 입력 2022-08-02 20:04:01
    취재K

국민대가 김건희 여사의 논문에 대한 조사 결과를 어제(1일) 발표했습니다. 대부분 언론이 주요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발표부터 보도까지의 과정은 여러모로 이례적이었습니다.

■ 발표 자료, 담당자도 부서도 없어

일단, 큰 관심을 끌 주요 발표인 게 뻔하지만 아무런 예고가 없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임박해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발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발표 자료가 일종의 괴문건과 같았습니다. 담당자가 누군지, 담당 부서는 어디인지, 궁금한 건 어디에 물어야 하는지 등의 부가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주요 내용을 담아 외부에 배포하는 문서라고 보기에는 누가 봐도 너무 이상합니다. 전체 3페이지인 자료 원문을 첨부합니다. 직접 살펴보시죠.




판정의 주체도 불명확합니다. 김 여사의 논문 3편은 '표절 아님', 논문 1편은 '검증 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판정을 '누가' 한 것인지를 알 수 없게 기술했습니다.

황우석 사건 이후 주요 대학은 연구 윤리 제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갖췄습니다. 대학마다 설치된 '연구윤리위원회'가 대표적입니다. 국민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건희 여사 논문은 워낙 이목이 쏠렸던 탓에, 국민대는 연구윤리위원회 산하에 재조사위원회까지 구성했습니다. 재조사위는 지난 4월 최종 판단을 연구윤리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번 결론이 재조사위원회가 4월에 내린 판단 그대로인지, 그 위의 연구윤리위원회가 수정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대학 본부 측이 종합적으로 최종 판단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 비밀, 비밀, 또 비밀…

그래서 하루가 지나 오늘 국민대에 여러 경로로 문의했습니다. 홍보팀은 물론 대외협력처, 연구윤리위 위원, 주요 보직 교수 등등. 돌아온 답은 하나같았습니다. "말할 수 없다" "드릴 말씀이 없다." "자료 이상 언급할 게 없다"

연구윤리위원회나 재조사위원회에 직접 참가한 교수들에게 직접 물으면 어떨까요?

그런데 '재조사위원회'의 명단은 비공개되고 있습니다. 재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연구윤리위원회' 역시 대학원장 등 당연직 위원 4명을 제외하고는 누군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재조사위와 연구윤리위의 운영 방식 등을 확인하고자 취재진이 국민대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관계자들은 "대답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국민대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이번 결정이 객관적이고 정밀한 조사에 근거한 것인지 알기 위해 재조사위 명단과 최종보고서를 공개하라"고 국민대 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

국민대는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게재 논문 2편이 '표절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면서 같은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표절에 해당하거나, 학문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에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부정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입니다.

학계에서 통상 용인되는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김 여사의 논문은 어떤 점에서 그 범위 안에 있는 것인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에게서도.

학술지 논문 1편에 대해서는 "인용 분량이 많다"면서도 "주석을 달았고, 국민대 기준으로 양호 수준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은 "일부 타인의 연구 내용과 저작물의 출처 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으나, 박사학위가 실무와 실용에 비중을 두고 있어"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8개월 조사했지만…허무한 발표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해 7월입니다. 박사학위 논문은 표절 검증 프로그램에서 표절률이 17%로 나타났고, 표절률이 40%를 넘은 학술지 게재 논문은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로 오역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대는 곧바로 자체조사에 착수했지만, 지난해 9월 "검증 시효가 지났다"며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연구 부정행위에 대해선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른 겁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조사 계획을 다시 제출하라고 국민대에 요구했고, 그 결과 국민대는 지난해 11월 재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8개월 만에, 어제 결과가 공표됐습니다.

이렇게 마치 도망치듯 발표 자료를 던져 놓으면 끝일까요? 누가 좀 자세히 설명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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