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은 곤두박질, 그런데 즉석밥값은 왜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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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최고 물가…쌀값은 장기간 '저공행진'
주원료 값 내려갔는데도 햇반 가격 또 인상
"인상 근거 과장…인하 강력 촉구" 목소리
'기대' 인플레이션에 '기대'는 관행 살펴볼 필요성
■풍년의 저주?…계속되는 쌀값 내림세
냉면 16,000원, 소주 한 병 6,000원, 공깃밥을 2,000원에 파는 식당까지. 안 오르는 것을 찾기 힘들다는 무서운 물가 오름세입니다. 그런데 끝을 모르고 값이 떨어지는 먹거리도 있습니다. 쌀값 이야기입니다.
쌀값 급락은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보다 10% 넘게 늘어난 '풍년 효과' 때문입니다. 여기에 쌀 소비량까지 줄었습니다. 정부가 세 차례의 '시장격리'(공급량을 줄이는 것)를 통해 가격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입니다. 현장에서는 곧 햅쌀이 나오기 시작하면 재고 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요즘 쌀 만큼은 대폭 내린 값에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원료의 99.9%가 쌀인데도 햇반값 또 인상
즉석밥은 쌀로 만들어집니다. '국민 즉석밥'이라 불리는 햇반에 인쇄된 원재료명을 보면 <멥쌀 99.9%, 그리고 쌀미강추출물>이라고 나옵니다. 그냥 쌀이라도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CJ제일제당은 3월에 햇반 가격을 오히려 7% 정도 올렸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봐도 주원료인 쌀값은 계속 내리는 추세였고, 1년 전과 비교해도 20kg 도매가가 5,000원 넘게 떨어졌을 때였습니다. 당시 CJ 측이 밝힌 인상 근거는 이랬습니다.
<햇반값 인상 이유(올해)> *제조에 사용되는 액화천연가스(LNG)비용 인상 *포장 용기 등 가격 인상 |
다시 말해 99.9%를 쓰는 쌀값 이야기는 빼고, 제품을 만드는 부대 비용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을 내놓은 셈입니다. 다만 그때부터 먹거리 가격 인상이 이미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소비자 저항도 없었습니다.
■소비자단체 "가격 인상 근거 과장됐다"
햇반 가격이 오른 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이하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인상이 적절했는지를 따져봤습니다. 먼저 쌀값이 떨어져 제조원가 비율이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올해 인상 이유에서 CJ는 쌀값 폭락 이야기를 쏙 들어냈지만, 지난해 인상 설명 때는 달랐습니다. 쉽게 말해 즉석밥값은 쌀값이 올라도 인상되고, 쌀값이 떨어져도 그릇값이 오르면 또 인상된다는 그때 그때 편리한 가격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햇반값 인상 이유(지난해)> "원재료인 쌀 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제품값 인상 불가피" |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올해 가격 인상 요인도 과장됐다고 지적합니다. 햇반 제조공장이 있는 부산과 충청 지역의 가스 소매요금을 분석한 결과 가격 상승률이 CJ가 설명한 것보다 낮았고, 포장재의 경우 2018년 기준 2021년까지 5% 정도 오히려 가격이 내려갔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 원재료인 쌀 가격 인하가 계속되자 소비자 상생 측면에서 즉석밥 가격을 내려달라고 시민단체들은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오른 가격이 내렸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1인 가구가 늘고 가정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즉석밥 매출은 갈수록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햇반은 전체 즉석밥 시장의 70%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추산 66.9%)
■고물가 기대(?) 속에 검증과 상생 필요성
7월 소비자물가가 6.3% 오르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고라는 소식이 또 들려왔습니다. 수치도 수치이지만 더 큰 변수는 바로 '기대심리'입니다.
소비자들의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앞으로 1년의 예상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7%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너도나도, 이것저것 물건값이 오르는 것을 어쩌면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햄버거 업체에서 1년 사이 가격을 두 번이나 올렸는데도 더 이상 큰 뉴스가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걷잡을 수 없는 물가상승 움직임은 이명박 정부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밀가루, 라면, 달걀, 과자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52개 주요 생필품을 정부가 직접 관리했습니다. 이른바 'MB물가지수'였습니다
너도나도 눈치 보지 않고 물건값을 올리고 있는 요즘, 최소한의 '가격 검증'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상생' 움직임을 기대하게 합니다. 쌀값이 1년 넘게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 즉석밥값을 내리겠다는 뉴스를 조만간 볼 수 있을까요?
(인포그래픽: 권세라 / 대문 사진: 신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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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값은 곤두박질, 그런데 즉석밥값은 왜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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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8-03 07:00:20
- 수정2022-08-03 11:18:15
■풍년의 저주?…계속되는 쌀값 내림세
냉면 16,000원, 소주 한 병 6,000원, 공깃밥을 2,000원에 파는 식당까지. 안 오르는 것을 찾기 힘들다는 무서운 물가 오름세입니다. 그런데 끝을 모르고 값이 떨어지는 먹거리도 있습니다. 쌀값 이야기입니다.
쌀값 급락은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보다 10% 넘게 늘어난 '풍년 효과' 때문입니다. 여기에 쌀 소비량까지 줄었습니다. 정부가 세 차례의 '시장격리'(공급량을 줄이는 것)를 통해 가격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입니다. 현장에서는 곧 햅쌀이 나오기 시작하면 재고 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요즘 쌀 만큼은 대폭 내린 값에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원료의 99.9%가 쌀인데도 햇반값 또 인상
즉석밥은 쌀로 만들어집니다. '국민 즉석밥'이라 불리는 햇반에 인쇄된 원재료명을 보면 <멥쌀 99.9%, 그리고 쌀미강추출물>이라고 나옵니다. 그냥 쌀이라도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CJ제일제당은 3월에 햇반 가격을 오히려 7% 정도 올렸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봐도 주원료인 쌀값은 계속 내리는 추세였고, 1년 전과 비교해도 20kg 도매가가 5,000원 넘게 떨어졌을 때였습니다. 당시 CJ 측이 밝힌 인상 근거는 이랬습니다.
<햇반값 인상 이유(올해)> *제조에 사용되는 액화천연가스(LNG)비용 인상 *포장 용기 등 가격 인상 |
다시 말해 99.9%를 쓰는 쌀값 이야기는 빼고, 제품을 만드는 부대 비용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을 내놓은 셈입니다. 다만 그때부터 먹거리 가격 인상이 이미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소비자 저항도 없었습니다.
■소비자단체 "가격 인상 근거 과장됐다"
햇반 가격이 오른 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이하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인상이 적절했는지를 따져봤습니다. 먼저 쌀값이 떨어져 제조원가 비율이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올해 인상 이유에서 CJ는 쌀값 폭락 이야기를 쏙 들어냈지만, 지난해 인상 설명 때는 달랐습니다. 쉽게 말해 즉석밥값은 쌀값이 올라도 인상되고, 쌀값이 떨어져도 그릇값이 오르면 또 인상된다는 그때 그때 편리한 가격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햇반값 인상 이유(지난해)> "원재료인 쌀 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제품값 인상 불가피" |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올해 가격 인상 요인도 과장됐다고 지적합니다. 햇반 제조공장이 있는 부산과 충청 지역의 가스 소매요금을 분석한 결과 가격 상승률이 CJ가 설명한 것보다 낮았고, 포장재의 경우 2018년 기준 2021년까지 5% 정도 오히려 가격이 내려갔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 원재료인 쌀 가격 인하가 계속되자 소비자 상생 측면에서 즉석밥 가격을 내려달라고 시민단체들은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오른 가격이 내렸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1인 가구가 늘고 가정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즉석밥 매출은 갈수록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햇반은 전체 즉석밥 시장의 70%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추산 66.9%)
■고물가 기대(?) 속에 검증과 상생 필요성
7월 소비자물가가 6.3% 오르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고라는 소식이 또 들려왔습니다. 수치도 수치이지만 더 큰 변수는 바로 '기대심리'입니다.
소비자들의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앞으로 1년의 예상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7%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너도나도, 이것저것 물건값이 오르는 것을 어쩌면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햄버거 업체에서 1년 사이 가격을 두 번이나 올렸는데도 더 이상 큰 뉴스가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걷잡을 수 없는 물가상승 움직임은 이명박 정부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밀가루, 라면, 달걀, 과자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52개 주요 생필품을 정부가 직접 관리했습니다. 이른바 'MB물가지수'였습니다
너도나도 눈치 보지 않고 물건값을 올리고 있는 요즘, 최소한의 '가격 검증'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상생' 움직임을 기대하게 합니다. 쌀값이 1년 넘게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 즉석밥값을 내리겠다는 뉴스를 조만간 볼 수 있을까요?
(인포그래픽: 권세라 / 대문 사진: 신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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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park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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