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탈북민인데 저는 아니래요”…정부 지원서 배제

입력 2022.08.04 (07:23) 수정 2022.08.04 (07:3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국내 탈북민 수가 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탈북 청소년만 2천 명 대에 이르는데 이들 3명 중 2명은 '제3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가 탈북하면서 경유하던 국가에서 출산을 했기 때문입니다.

출생지가 북한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3국 출생 탈북민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황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7살 천 모 양은 탈북민 엄마를 따라 3년 전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태어난 곳은 중국이지만, 목숨 걸고서라도 오고 싶었던 곳은 한국이었습니다.

[천○○/제3국 출생 탈북민 : "엄마 때문에 왔어요. 탈북자 언니 오빠들이랑 똑같은 방법으로 왔어요. 배 타고 산도 걸어 왔어요."]

천 양의 가족처럼 탈북민 대부분이 우리나라로 직행하지 못하고 중국이나 동남아 등 제3국을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태어난 아이들, 국내에서는 '제3국 출생 탈북민'이라고 부르며 조금은 다르게 분류합니다.

출생지가 북한이 아니란 이유로 주거 지원금을 못 받고 정원외 대학 특례입학에서도 배제됩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 기회도 없습니다.

[천○○/제3국 출생 탈북민 : "같은 탈북자 신분이고 그분(탈북민)들은 한국어 잘하지만 저는 한국어 때문에 두 배로 힘들어요."]

탈북민 허 모 씨의 아들도 그런 사례입니다.

4년 전 17살에 입국했는데 대입에서도 취업에서도 지원은 전무했습니다.

[허 모 씨/탈북민 : "너무 안타깝고 애를 과연 어떻게 이 사회에 적응시킬까 하는 것도 저한테는 너무 큰 숙제 같아요. 걔 혼자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탈북민은 군 복무도 선택 사항입니다.

사회 적응을 돕자는 취지지만 유독 '제3국 출생'만 군대를 안 가면 국적을 안 줍니다.

[도레미/탈북민 대안학교 '반석학교' 교감 : "데리고 와서 정말 잘 키우려고 하는데 모든 상황과 여건은 하나도 지원도 되지 않고 어려우니까 다시 악순환이 되는 거죠."]

제3국 출생 탈북민 지원법이 지난 국회에서 발의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그 이후로는 법안 논의가 없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김지혜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엄마는 탈북민인데 저는 아니래요”…정부 지원서 배제
    • 입력 2022-08-04 07:23:24
    • 수정2022-08-04 07:30:11
    뉴스광장
[앵커]

국내 탈북민 수가 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탈북 청소년만 2천 명 대에 이르는데 이들 3명 중 2명은 '제3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가 탈북하면서 경유하던 국가에서 출산을 했기 때문입니다.

출생지가 북한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3국 출생 탈북민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황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7살 천 모 양은 탈북민 엄마를 따라 3년 전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태어난 곳은 중국이지만, 목숨 걸고서라도 오고 싶었던 곳은 한국이었습니다.

[천○○/제3국 출생 탈북민 : "엄마 때문에 왔어요. 탈북자 언니 오빠들이랑 똑같은 방법으로 왔어요. 배 타고 산도 걸어 왔어요."]

천 양의 가족처럼 탈북민 대부분이 우리나라로 직행하지 못하고 중국이나 동남아 등 제3국을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태어난 아이들, 국내에서는 '제3국 출생 탈북민'이라고 부르며 조금은 다르게 분류합니다.

출생지가 북한이 아니란 이유로 주거 지원금을 못 받고 정원외 대학 특례입학에서도 배제됩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 기회도 없습니다.

[천○○/제3국 출생 탈북민 : "같은 탈북자 신분이고 그분(탈북민)들은 한국어 잘하지만 저는 한국어 때문에 두 배로 힘들어요."]

탈북민 허 모 씨의 아들도 그런 사례입니다.

4년 전 17살에 입국했는데 대입에서도 취업에서도 지원은 전무했습니다.

[허 모 씨/탈북민 : "너무 안타깝고 애를 과연 어떻게 이 사회에 적응시킬까 하는 것도 저한테는 너무 큰 숙제 같아요. 걔 혼자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탈북민은 군 복무도 선택 사항입니다.

사회 적응을 돕자는 취지지만 유독 '제3국 출생'만 군대를 안 가면 국적을 안 줍니다.

[도레미/탈북민 대안학교 '반석학교' 교감 : "데리고 와서 정말 잘 키우려고 하는데 모든 상황과 여건은 하나도 지원도 되지 않고 어려우니까 다시 악순환이 되는 거죠."]

제3국 출생 탈북민 지원법이 지난 국회에서 발의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그 이후로는 법안 논의가 없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김지혜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