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푸틴은 ‘가스’, 시진핑은 ‘과자’ 중단…경제 보복 속 ‘석탄’ 꺼내든 유럽

입력 2022.08.04 (10:47) 수정 2022.08.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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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대국들이 한 손에 에너지, 다른 손에 식량을 무기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죠.

급기야 기후 변화를 막는다며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하던 유럽이 다시 석탄을 꺼내들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홍석우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홍 기자, 어제 국내 주식 시장을 보니까 뜬금없이 '과자' 주식들이 강세를 보였어요?

[기자]

네, 중국이 타이완 과자의 수입을 금지 시켰다는 소식 때문인데요.

낸시 펠로시 미국 국회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한 데 대한 무역 보복 성격으로 풀이됩니다.

중국 세관 당국이 과자와 빵을 만드는 타이완 업체 32%, 35곳에 대해 '수입 일시 중단' 조치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고요.

감귤류 과일과 냉장 갈치와 전갱이의 수입도 잠정 중단됐다고 합니다.

'하나의 중국'을 천명했는데도 이러네요.

당분간 경제 여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과자와 빵이 중국에 수출이 꽤 됐으니까 반사 이익을 예상한 거군요.

이번엔 유럽으로 가보나요?

[기자]

네, 석탄 가격이 급등했다는 소식입니다.

유럽에선 석탄 사재기 현상까지 있다네요.

월스트리트 저널이 유럽 국가들이 석탄을 대거 사들이면서 연초 톤당 134달러였던 석탄 가격이 400달러 선까지 급등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건 러시아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맞서 에너지를 무기화했습니다.

러시아는 독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을 40% 수준으로 줄이더니 지금은 그 절반인 20%로 줄였습니다.

아예 공급을 끊은 적도 있는데요.

독일이 가스 수요의 55%를 러시아에서 수입해온 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은 결국, 예비 전력원으로 남겨뒀던 화력 발전소를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는 라트비아로 가는 가스관을 끊겠다고도 했는데요.

발트해에 있는 약소국 라트비아는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거의 100%입니다.

[앵커]

석탄을 쓰는 화력 발전소를 재가동할 정도면 에너지 수급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데요?

[기자]

네, 독일이 지금 뭐, 이것 저것 따질 여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대통령 관저도 밤에 조명을 끈다고 합니다.

비용 아끼려는 목적보다는 '당장 쓸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수도 베를린은 시청, 박물관, 광장까지, 2백여 곳 시설의 야간 조명을 끄고 있고, 하노버 시는 공공 시설에 있는 온수를 잠갔습니다.

4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에 '샤워를 짧게 하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답니다.

독일 정부는 날이 추워지는 10월부터 실내 온도를 20도로 제한하고 히터, 라디에이터 사용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독일은 그동안 친환경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 육성한다고 했잖아요?

[기자]

네, 그린 에너지 분야에서 손꼽히는 선진국이었죠.

특히 풍력 발전은 독일 전체 전력 소비의 약 22%를 차지하는데요.

그런데 지난해엔 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 13%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풍력뿐만 아니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의 치명적인 단점이죠.

날씨 때문입니다.

바람이 제대로 안 불었답니다.

또 독일은 겨울 난방에 값싼 러시아산 가스를 써 왔습니다.

전체 가구의 절반이나 되는데요.

공급이 줄며 가스값이 치솟자 나무 땔감을 구하러 다니는 독일인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로베트르 하베크/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지난달 26일 : "푸틴 대통령은 가스관을 잠글 겁니다. 더는 놀랄 필요 없습니다."]

[앵커]

다른 유럽 나라들 에너지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마찬가집니다.

오스트리아도 석탄 화력 발전소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고요.

네덜란드는 석탄 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는 만큼 최대치로 돌리겠다고 했습니다.

유럽의 석탄 수입은 1년 새 2배 늘었습니다.

현재 재생에너지로는 24시간 내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고요.

미국, 중동에서 들여오는 천연가스로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앵커]

유럽은 한참 탄소 중립, 지구를 지키자고 외쳤잖아요?

[기자]

'탄소 중립'이라며 탄소 배출량을 0, 제로로 만들겠다고 했었죠.

화석 연료 안 쓴다고 했는데 급하니 석탄 꺼내 들었습니다.

화력 발전소 재가동으로 온실가스가 무려 3천만 톤이 추가로 배출된다고 하는데요.

말씀드렸듯이 지금 유럽 나라들이 그렇게 먼 미래까지 볼 여유가 없습니다.

만약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폭염, 산불 같은 기상 이변 악순환은 반복될 거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도 떠안아야 합니다.

향후 50년간 178조 달러에 달할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에너지와 식량의 무기화가 세계인들의 삶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 같습니다.

[앵커]

일단 지구를 지키는 것도 내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건데, 또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까 그것도 걱정되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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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4 10:47:23
    • 수정2022-08-04 1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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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대국들이 한 손에 에너지, 다른 손에 식량을 무기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죠.

급기야 기후 변화를 막는다며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하던 유럽이 다시 석탄을 꺼내들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홍석우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홍 기자, 어제 국내 주식 시장을 보니까 뜬금없이 '과자' 주식들이 강세를 보였어요?

[기자]

네, 중국이 타이완 과자의 수입을 금지 시켰다는 소식 때문인데요.

낸시 펠로시 미국 국회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한 데 대한 무역 보복 성격으로 풀이됩니다.

중국 세관 당국이 과자와 빵을 만드는 타이완 업체 32%, 35곳에 대해 '수입 일시 중단' 조치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고요.

감귤류 과일과 냉장 갈치와 전갱이의 수입도 잠정 중단됐다고 합니다.

'하나의 중국'을 천명했는데도 이러네요.

당분간 경제 여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과자와 빵이 중국에 수출이 꽤 됐으니까 반사 이익을 예상한 거군요.

이번엔 유럽으로 가보나요?

[기자]

네, 석탄 가격이 급등했다는 소식입니다.

유럽에선 석탄 사재기 현상까지 있다네요.

월스트리트 저널이 유럽 국가들이 석탄을 대거 사들이면서 연초 톤당 134달러였던 석탄 가격이 400달러 선까지 급등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건 러시아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맞서 에너지를 무기화했습니다.

러시아는 독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을 40% 수준으로 줄이더니 지금은 그 절반인 20%로 줄였습니다.

아예 공급을 끊은 적도 있는데요.

독일이 가스 수요의 55%를 러시아에서 수입해온 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은 결국, 예비 전력원으로 남겨뒀던 화력 발전소를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는 라트비아로 가는 가스관을 끊겠다고도 했는데요.

발트해에 있는 약소국 라트비아는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거의 100%입니다.

[앵커]

석탄을 쓰는 화력 발전소를 재가동할 정도면 에너지 수급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데요?

[기자]

네, 독일이 지금 뭐, 이것 저것 따질 여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대통령 관저도 밤에 조명을 끈다고 합니다.

비용 아끼려는 목적보다는 '당장 쓸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수도 베를린은 시청, 박물관, 광장까지, 2백여 곳 시설의 야간 조명을 끄고 있고, 하노버 시는 공공 시설에 있는 온수를 잠갔습니다.

4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에 '샤워를 짧게 하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답니다.

독일 정부는 날이 추워지는 10월부터 실내 온도를 20도로 제한하고 히터, 라디에이터 사용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독일은 그동안 친환경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 육성한다고 했잖아요?

[기자]

네, 그린 에너지 분야에서 손꼽히는 선진국이었죠.

특히 풍력 발전은 독일 전체 전력 소비의 약 22%를 차지하는데요.

그런데 지난해엔 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 13%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풍력뿐만 아니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의 치명적인 단점이죠.

날씨 때문입니다.

바람이 제대로 안 불었답니다.

또 독일은 겨울 난방에 값싼 러시아산 가스를 써 왔습니다.

전체 가구의 절반이나 되는데요.

공급이 줄며 가스값이 치솟자 나무 땔감을 구하러 다니는 독일인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로베트르 하베크/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지난달 26일 : "푸틴 대통령은 가스관을 잠글 겁니다. 더는 놀랄 필요 없습니다."]

[앵커]

다른 유럽 나라들 에너지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마찬가집니다.

오스트리아도 석탄 화력 발전소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고요.

네덜란드는 석탄 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는 만큼 최대치로 돌리겠다고 했습니다.

유럽의 석탄 수입은 1년 새 2배 늘었습니다.

현재 재생에너지로는 24시간 내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고요.

미국, 중동에서 들여오는 천연가스로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앵커]

유럽은 한참 탄소 중립, 지구를 지키자고 외쳤잖아요?

[기자]

'탄소 중립'이라며 탄소 배출량을 0, 제로로 만들겠다고 했었죠.

화석 연료 안 쓴다고 했는데 급하니 석탄 꺼내 들었습니다.

화력 발전소 재가동으로 온실가스가 무려 3천만 톤이 추가로 배출된다고 하는데요.

말씀드렸듯이 지금 유럽 나라들이 그렇게 먼 미래까지 볼 여유가 없습니다.

만약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폭염, 산불 같은 기상 이변 악순환은 반복될 거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도 떠안아야 합니다.

향후 50년간 178조 달러에 달할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에너지와 식량의 무기화가 세계인들의 삶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 같습니다.

[앵커]

일단 지구를 지키는 것도 내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건데, 또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까 그것도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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