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미 하원의장 왔는데 휑한 공항…‘영접 패싱’ 누구 잘못?

입력 2022.08.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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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이 어제(3일) 밤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펠로시 하원의장을 맞이하기 위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국 측 인사들이 도열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한국 측 인사는 없었습니다. 정부와 국회 모두 영접 인사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한국 측 인사와의 대면 없이 곧바로 숙소로 향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자 세계 최강대국의 의전 서열 3위인 주요 외빈이 방한했는데, 입국 의전에서부터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펠로시 의장 측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취지의 보도도 하면서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나가서 펠로시 의장을 맞았어야 했을까요?

■ 대통령실 "국회가 담당하는 것이 의전상 관례"

대통령실은 펠로시 의장의 방한이 우리 국회의 초정에 따른 것인 만큼 국회가 의전을 담당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은 오늘(4일) "공항 영접을 비롯한 제반 의전은 국회가 담당하는 것이 외교, 의전상 관례"라며 "국회 의전팀이 영접을 나가려고 했지만, 미국 측이 늦은 시간에, 더군다나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영접을 사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 의전 지침에는 외국의 행정부 요인이 방한할 경우 그 비중을 따져 외교부 장관, 차관, 의전장 등이 영접을 나가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그렇지만 행정부가 아닌 의회 인사의 경우 '파트너'(상대)인 국회가 의전을 맡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측 설명도 다르지 않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과 협의를 거쳤다"며 "사전 조율을 거쳐 의전을 생략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 측이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기사에 대해선 "(펠로시 의장이)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회의 환대에 대해서 너무나 고맙다며 감사의 말씀을 여러 차례 했다"며 "이해할 수 없는 기사"리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측 설명을 종합하면 '국회에서 영접을 나갔어야 했고, 나가지 않은 건 미국 측과 사전에 조율됐기 때문'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 전체 외교 사안…외교부가 챙겼어야"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했다면 굳이 영접을 '패싱'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논란을 키울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미 하원의장급이라면 대통령이 접견을 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외교부가 그걸(의전)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원의장은 국회가 응대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대통령실 설명에 대해서도 "(미 하원의장 방한은) 우리나라 전체의 외교 사안"이라면서 반박했습니다.

대사 출신의 전직 외교관 역시 "미국에서, 특히 미국 하원의장이 오는데 아무도 안 나가는 것은 외교적 결례"라면서 "미국 쪽에서 나중에 비공식적으로라도 불쾌감을 표시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인 어제(3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인 어제(3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윤 대통령 '회동 불발'도 논란 키웠나

'영접 패싱' 논란을 부추긴 건 대통령실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대만 차이잉원 총통,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 말레이시아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 등 정상들을 모두 만났습니다. 일본 기시다 총리와도 내일(5일) 면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독 한국 대통령만 '휴가'를 이유로 미국 국가서열 3위 인사를 만나지 않으니, 영접 문제를 놓고도 불필요한 잡음이 생겼다는 주장입니다. '안 만난다', '조율한다', 다시 '안 만난다', '전화통화를 하기로 했다'로 이어진 혼선도 논란을 키우는데 한몫 거들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금태섭 전 의원은 SNS를 통해 "대통령실의 대응은 대략 우리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대통령은 서울에서 연극을 보고 배우들과 술도 한잔하셨다. 그 사진을 언론에 배포까지 했다"면서 "펠로시 의장은, 혹은 그가 대표하는 상당수의 미국 국민들은 그런 모습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펠로시가 도착한 공항에는 고위 관료 한 명도 영접을 안 갔다"면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피하려고 했으면 그런 의전은 최고로 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뭔가 대통령실이나 정부가 매우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 톱니바퀴가 전혀 안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국익 고려한 결정"…"정부가 자신 없는 것 같아"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면담이 불발된 이유에 대해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건영 의원은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는 이유가 외교 정책의 판단이라면 중요한 이유는 중국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 국면에서 원칙을 갖고 대응해 왔더라면 이번에 펠로시 의장을 만난다 해도 큰 문제는 없었을 텐데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즉 이제까지 편향된 외교를 보였기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요국 대사 출신의 또 다른 전직 외교 관료도 KBS와의 통화에서 "(면담을 두고 혼선을 빚은 건) 미국 측에서도 좀 불쾌할 수 있고, 중국도 '장난하나' 이렇게 볼 수도 있다"면서 "지금 정부가 자신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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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미 하원의장 왔는데 휑한 공항…‘영접 패싱’ 누구 잘못?
    • 입력 2022-08-04 18:13:01
    여심야심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이 어제(3일) 밤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펠로시 하원의장을 맞이하기 위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국 측 인사들이 도열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한국 측 인사는 없었습니다. 정부와 국회 모두 영접 인사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한국 측 인사와의 대면 없이 곧바로 숙소로 향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자 세계 최강대국의 의전 서열 3위인 주요 외빈이 방한했는데, 입국 의전에서부터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펠로시 의장 측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취지의 보도도 하면서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나가서 펠로시 의장을 맞았어야 했을까요?

■ 대통령실 "국회가 담당하는 것이 의전상 관례"

대통령실은 펠로시 의장의 방한이 우리 국회의 초정에 따른 것인 만큼 국회가 의전을 담당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은 오늘(4일) "공항 영접을 비롯한 제반 의전은 국회가 담당하는 것이 외교, 의전상 관례"라며 "국회 의전팀이 영접을 나가려고 했지만, 미국 측이 늦은 시간에, 더군다나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영접을 사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 의전 지침에는 외국의 행정부 요인이 방한할 경우 그 비중을 따져 외교부 장관, 차관, 의전장 등이 영접을 나가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그렇지만 행정부가 아닌 의회 인사의 경우 '파트너'(상대)인 국회가 의전을 맡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측 설명도 다르지 않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과 협의를 거쳤다"며 "사전 조율을 거쳐 의전을 생략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 측이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기사에 대해선 "(펠로시 의장이)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회의 환대에 대해서 너무나 고맙다며 감사의 말씀을 여러 차례 했다"며 "이해할 수 없는 기사"리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측 설명을 종합하면 '국회에서 영접을 나갔어야 했고, 나가지 않은 건 미국 측과 사전에 조율됐기 때문'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 전체 외교 사안…외교부가 챙겼어야"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했다면 굳이 영접을 '패싱'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논란을 키울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미 하원의장급이라면 대통령이 접견을 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외교부가 그걸(의전)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원의장은 국회가 응대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대통령실 설명에 대해서도 "(미 하원의장 방한은) 우리나라 전체의 외교 사안"이라면서 반박했습니다.

대사 출신의 전직 외교관 역시 "미국에서, 특히 미국 하원의장이 오는데 아무도 안 나가는 것은 외교적 결례"라면서 "미국 쪽에서 나중에 비공식적으로라도 불쾌감을 표시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인 어제(3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윤 대통령 '회동 불발'도 논란 키웠나

'영접 패싱' 논란을 부추긴 건 대통령실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대만 차이잉원 총통,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 말레이시아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 등 정상들을 모두 만났습니다. 일본 기시다 총리와도 내일(5일) 면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독 한국 대통령만 '휴가'를 이유로 미국 국가서열 3위 인사를 만나지 않으니, 영접 문제를 놓고도 불필요한 잡음이 생겼다는 주장입니다. '안 만난다', '조율한다', 다시 '안 만난다', '전화통화를 하기로 했다'로 이어진 혼선도 논란을 키우는데 한몫 거들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금태섭 전 의원은 SNS를 통해 "대통령실의 대응은 대략 우리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대통령은 서울에서 연극을 보고 배우들과 술도 한잔하셨다. 그 사진을 언론에 배포까지 했다"면서 "펠로시 의장은, 혹은 그가 대표하는 상당수의 미국 국민들은 그런 모습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펠로시가 도착한 공항에는 고위 관료 한 명도 영접을 안 갔다"면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피하려고 했으면 그런 의전은 최고로 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뭔가 대통령실이나 정부가 매우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 톱니바퀴가 전혀 안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국익 고려한 결정"…"정부가 자신 없는 것 같아"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면담이 불발된 이유에 대해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건영 의원은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는 이유가 외교 정책의 판단이라면 중요한 이유는 중국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 국면에서 원칙을 갖고 대응해 왔더라면 이번에 펠로시 의장을 만난다 해도 큰 문제는 없었을 텐데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즉 이제까지 편향된 외교를 보였기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요국 대사 출신의 또 다른 전직 외교 관료도 KBS와의 통화에서 "(면담을 두고 혼선을 빚은 건) 미국 측에서도 좀 불쾌할 수 있고, 중국도 '장난하나' 이렇게 볼 수도 있다"면서 "지금 정부가 자신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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