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8천억 분담금은 못 갚는데…인니, 라팔전투기에 F15까지 구입

입력 2022.08.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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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도네시아, 자꾸 전투기를 사들인다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 17,000개 섬으로 이뤄진 이 나라는 남중국해와 타이완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갈등이 고조되자 자꾸 비싼 전투기를 사들인다.

올 2월, 프랑스의 신형 라팔(Rafale)전투기 42대를 구입하기로 했다. 일단 2026년 6대가 먼저 들어온다. 이를 위해 81억 달러(10조 원 정도)가 들어간다. 인도네시아 국가 개발부와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다. 쉽게 말해 빚내서 산다.

벌써 라팔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중이다. 여기에 미국의 'F15'도 도입을 추진중이다. 사실상 확정단계다. 인도네시아 공군 관계자들이 수차례 국방부를 방문했고, 지난해 12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자카르타를 방문했다. 그리고 지난 2월 10일, 미국은 F-15 전투기 36대 등 139억 달러(약 17조 원)규모의 대 인도네시아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제 돈만 내면 된다.

(그 이후 미국은 인도네시아 인권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 미국은 전투기도 팔고 가뜩이나 시끄러운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인구 3억 인도네시아의 지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만든 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연결해보면 그 한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있다)


지난 5월 19일 미 국무부를 방문한 인도네시아 공군참모총장(좌). 미 공군 참모총장을 만나 F-15구입 등을 논의했다. 사진 미국 공군 홈페이지지난 5월 19일 미 국무부를 방문한 인도네시아 공군참모총장(좌). 미 공군 참모총장을 만나 F-15구입 등을 논의했다. 사진 미국 공군 홈페이지

2.우리 빚 8천억 원은?

인도네시아는 우리 KF-21사업에 숟가락을 얹으며 전투기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2015년부터 공동개발에 합의하고 8조 8천억 원의 개발비 중 20%를 내기로 했다. 하지만 8천억 원을 연체중이다. 지난해 11월 다시 협의를 해서 그 8천 억 원 중 30%는 돈 대신 현물로 지급하고 공동개발은 계속 하기로 했다 (팜유 등 현물을 준다는데, 구체적으로 뭘 주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올 상반기에는 일부라도 상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또 소식이 없다.
코로나로 재정 여건이 어렵다는 말만 돌아왔다(그런데 그 비싼 전투기들은 무슨 돈으로...). 그리고 지난 7월 28일 방한한 조코 위도도(Joko Widodo)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분담금 연체 문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전투기 공공개발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계속 협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나왔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발표문에서는 아예 언급이 없었다. 사실은 우리가 모질게 빚독촉을 못하는 이유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1년, 수출이 안돼 애가 타던 우리 T-50초음속 훈련기 16대를 처음으로 사줬다. 2014년 2월 실전 배치됐다. 이후 필리핀과 태국 등의 구매 계약이 이어졌다(2015년 2월,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T-50훈련기 중 1대가 에어쇼 기동 중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우리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1,400톤급 잠수함도 3척이나 사줬다. 지난해 3월, 우리기술로 만든 3번째 잠수함이 인도네시아에서 성공적으로 진수됐다.

2021년 3월 17일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로 만든 3번째 잠수함의 인도식이  인도네시아 현지 PT.PAL조선소에서 열렸다.  그리고 2019년 인도네시아는 3척의 잠수함에 대한 추가 구매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진전이 없다. 사진 대우조선해양2021년 3월 17일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로 만든 3번째 잠수함의 인도식이 인도네시아 현지 PT.PAL조선소에서 열렸다. 그리고 2019년 인도네시아는 3척의 잠수함에 대한 추가 구매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진전이 없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꼭 단골 손님이 아니더라도 인도네시아는 우리 최고 우방국중 하나다. 아세인국가들 중 유일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다. 보르네오에 만들고 있는 신수도 건설사업에 우리는 인프라, 전자행정, 스마트시티 구축에 참여한다. 자꾸 8천억 원 갚으라고 몰아붙이면 어딘가 쫌스러보인다.

3. 인도네시아의 무리한 무기 조달…우리 순번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폭넓은 중재외교로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4천 달러에 불과한 이 나라는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일본 자위대와는 합동군사훈련을 준비중이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중재한다며 현지를 다녀왔다. 오는 10월에는 자카르타에서 G20회의가 열린다.

특히 군사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국제분쟁이 적어 소규모 해군만 보유했지만, 막대한 공군력과 잠수함, 심지어 공중급유기까지 구입을 검토중이다. 이를 위해 3년간 정부가 의회에 신청한 예산이 1,250억 달러(163조 원)에 달한다. 무기구입 대금을 대부분 차관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그럼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우리는 몇 번째일까.

'KF21' 사업에서 8천억 분담금을 갚지 않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1조 원 규모의 대우해양조선의 잠수함 구매 계약도 꾸물거리고 있다. 예산도 부족하고 '굳이 한국 잠수함을 또 사야하냐'는 여론이 고개를 든다.
그사이 타이완을 중심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긴장은 고조되고, 일본의 군사대국화에도 속도가 붙는다.

인도네시아의 한국산 무기 구입을 공수표로 만들지 않고, 돈도 떼이지 않는 외교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면서 인구·자원 대국인 이 나라와 지금처럼 좋은 관계도 유지해야한다. '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019년 아세안특별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우리 존경하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형님의 나라는 사이좋은 동생이 갚지 않은 빚을 어느 선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외교가 어렵다.

(참고로, 말로 천냥 빚을 갚고 다니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임기는 2024년 10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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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8천억 분담금은 못 갚는데…인니, 라팔전투기에 F15까지 구입
    • 입력 2022-08-05 08:00:32
    특파원 리포트

1.인도네시아, 자꾸 전투기를 사들인다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 17,000개 섬으로 이뤄진 이 나라는 남중국해와 타이완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갈등이 고조되자 자꾸 비싼 전투기를 사들인다.

올 2월, 프랑스의 신형 라팔(Rafale)전투기 42대를 구입하기로 했다. 일단 2026년 6대가 먼저 들어온다. 이를 위해 81억 달러(10조 원 정도)가 들어간다. 인도네시아 국가 개발부와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다. 쉽게 말해 빚내서 산다.

벌써 라팔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중이다. 여기에 미국의 'F15'도 도입을 추진중이다. 사실상 확정단계다. 인도네시아 공군 관계자들이 수차례 국방부를 방문했고, 지난해 12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자카르타를 방문했다. 그리고 지난 2월 10일, 미국은 F-15 전투기 36대 등 139억 달러(약 17조 원)규모의 대 인도네시아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제 돈만 내면 된다.

(그 이후 미국은 인도네시아 인권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 미국은 전투기도 팔고 가뜩이나 시끄러운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인구 3억 인도네시아의 지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만든 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연결해보면 그 한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있다)


지난 5월 19일 미 국무부를 방문한 인도네시아 공군참모총장(좌). 미 공군 참모총장을 만나 F-15구입 등을 논의했다. 사진 미국 공군 홈페이지
2.우리 빚 8천억 원은?

인도네시아는 우리 KF-21사업에 숟가락을 얹으며 전투기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2015년부터 공동개발에 합의하고 8조 8천억 원의 개발비 중 20%를 내기로 했다. 하지만 8천억 원을 연체중이다. 지난해 11월 다시 협의를 해서 그 8천 억 원 중 30%는 돈 대신 현물로 지급하고 공동개발은 계속 하기로 했다 (팜유 등 현물을 준다는데, 구체적으로 뭘 주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올 상반기에는 일부라도 상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또 소식이 없다.
코로나로 재정 여건이 어렵다는 말만 돌아왔다(그런데 그 비싼 전투기들은 무슨 돈으로...). 그리고 지난 7월 28일 방한한 조코 위도도(Joko Widodo)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분담금 연체 문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전투기 공공개발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계속 협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나왔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발표문에서는 아예 언급이 없었다. 사실은 우리가 모질게 빚독촉을 못하는 이유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1년, 수출이 안돼 애가 타던 우리 T-50초음속 훈련기 16대를 처음으로 사줬다. 2014년 2월 실전 배치됐다. 이후 필리핀과 태국 등의 구매 계약이 이어졌다(2015년 2월,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T-50훈련기 중 1대가 에어쇼 기동 중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우리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1,400톤급 잠수함도 3척이나 사줬다. 지난해 3월, 우리기술로 만든 3번째 잠수함이 인도네시아에서 성공적으로 진수됐다.

2021년 3월 17일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로 만든 3번째 잠수함의 인도식이  인도네시아 현지 PT.PAL조선소에서 열렸다.  그리고 2019년 인도네시아는 3척의 잠수함에 대한 추가 구매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진전이 없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꼭 단골 손님이 아니더라도 인도네시아는 우리 최고 우방국중 하나다. 아세인국가들 중 유일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다. 보르네오에 만들고 있는 신수도 건설사업에 우리는 인프라, 전자행정, 스마트시티 구축에 참여한다. 자꾸 8천억 원 갚으라고 몰아붙이면 어딘가 쫌스러보인다.

3. 인도네시아의 무리한 무기 조달…우리 순번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폭넓은 중재외교로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4천 달러에 불과한 이 나라는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일본 자위대와는 합동군사훈련을 준비중이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중재한다며 현지를 다녀왔다. 오는 10월에는 자카르타에서 G20회의가 열린다.

특히 군사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국제분쟁이 적어 소규모 해군만 보유했지만, 막대한 공군력과 잠수함, 심지어 공중급유기까지 구입을 검토중이다. 이를 위해 3년간 정부가 의회에 신청한 예산이 1,250억 달러(163조 원)에 달한다. 무기구입 대금을 대부분 차관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그럼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우리는 몇 번째일까.

'KF21' 사업에서 8천억 분담금을 갚지 않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1조 원 규모의 대우해양조선의 잠수함 구매 계약도 꾸물거리고 있다. 예산도 부족하고 '굳이 한국 잠수함을 또 사야하냐'는 여론이 고개를 든다.
그사이 타이완을 중심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긴장은 고조되고, 일본의 군사대국화에도 속도가 붙는다.

인도네시아의 한국산 무기 구입을 공수표로 만들지 않고, 돈도 떼이지 않는 외교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면서 인구·자원 대국인 이 나라와 지금처럼 좋은 관계도 유지해야한다. '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019년 아세안특별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우리 존경하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형님의 나라는 사이좋은 동생이 갚지 않은 빚을 어느 선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외교가 어렵다.

(참고로, 말로 천냥 빚을 갚고 다니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임기는 2024년 10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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