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탈레반 치하 1년…과거로 회귀한 아프간

입력 2022.08.05 (10:46) 수정 2022.08.0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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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9.11 테러를 일으켰던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고위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미국 CIA의 공습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최근 전해드렸는데요.

알자와히리가 숨어있던 곳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제 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1년째 장악하고 있는 아프간 상황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알카에다의 지도자가 아프가니스탄에 숨어 있었던 게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기자]

아프간을 점령하고 있는 탈레반이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슬람 강경 수니파 무장조직 탈레반은 지난해 8월 무력을 동원해 아프간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01년 9.11테러에 대한 미국의 반격으로 정권을 잃은 지 20년 만이었습니다.

정권을 되찾은 발판은 2020년 미국과 탈레반이 맺은 도하협정이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당시 협정에서 탈레반이 알카에다 등 테러 조직을 없애는 대신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카에다의 지도층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심지어 탈레반 고위 지도자가 소유한 집에서 은신하고 있었던 게 드러난 겁니다.

[앵커]

탈레반의 약속이 공수표에 지나지 않았던 거네요.

탈레반이 장악한 1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은 어떻게 변했나요?

[기자]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했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국제 공항으로 몰려들고, 심지어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렸다 떨어져 숨지기까지 했었죠.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이 암흑기로 들어설 거라는 시민들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가장 크게 후퇴한 건 여성 인권입니다.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은 여학생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며 여러 유화책을 내놨지만, 결국 말뿐이었습니다.

지난 1년 아프간 여성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뺏겼을 뿐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내놓거나 남성 보호자 없이 여행할 수도 없게 됐습니다.

[할리마 나시리/아프간 여성 평화자유기구 대표 :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보완합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쪽이 완전히 무시되면, 인간으로서 가치조차 없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의견을 낼 기회가 없어지면, 우리 사회는 후퇴할 것입니다."]

탄압의 또 다른 대상은 언론인데요.

탈레반은 새 언론 규정을 만들어 이슬람에 반하거나 국가 인사를 모욕하는 보도를 금지했습니다.

탈레반이 재집권하고 반년 안에 언론사의 60%가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아프간은 오랜 전쟁과 테러에 시달려 왔는데, 경제적 어려움도 상당하지 않나요?

[기자]

탈레반이 아프간을 무력으로 장악하자 국제 사회는 이들의 돈줄부터 틀어막았는데요.

먼저 아프간 공공 경비의 75%를 차지하는 해외 원조를 끊었습니다.

아프간 정부의 해외 자산이 90억 달러, 우리 돈 11조 원 정도 되는데 이것도 동결해버렸습니다.

결국, 수많은 아프간 시민들은 기아와 난민으로 내몰렸고, 장기 밀매나 마약 중독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유엔 조사를 보면 아프간 인구 4천만 명 중 2천3백만 명, 약 60%가 극심한 기아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마리 엘렌 맥그로티/유엔 세계식량계획 아프간 국장 :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엄청난 빈곤과 고통, 굶주림의 쓰나미가 몰려와 수백만 국민과 어린이, 여성, 가족을 생존의 문턱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국가는 혼란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6월 아프간 남동부에 강한 지진까지 났는데요.

천 명 넘게 숨지고 집이 만 채나 무너지자, 탈레반은 자존심을 꺾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한 상황입니다.

[앵커]

국제 사회도 인도적 지원까지 끊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경제 원조를 발판 삼아 탈레반이 국제 무대에 진입하게 될까요?

[기자]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고 싶은 탈레반이 기회가 될 때마다 외교전을 펼치는 건 사실입니다.

지난달 우즈베키스탄에서 중국, 미국 대표와 만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해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EU, 일본, 우리나라 등과 접촉해 경제난과 인권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또 아시아 요충지에 위치한 아프간의 지리적 특성상, 전 세계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아프간을 아예 무시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중국은 자국에서 유럽까지 육로로 연결하는 이른바 '일대일로' 정책이 성공하려면 아프간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중국은 최근 아프간에 경제적 원조를 먼저 제안하는 등 미국이 철수한 틈을 타 자국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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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탈레반 치하 1년…과거로 회귀한 아프간
    • 입력 2022-08-05 10:46:58
    • 수정2022-08-05 10:59:03
    지구촌뉴스
[앵커]

9.11 테러를 일으켰던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고위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미국 CIA의 공습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최근 전해드렸는데요.

알자와히리가 숨어있던 곳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제 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1년째 장악하고 있는 아프간 상황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알카에다의 지도자가 아프가니스탄에 숨어 있었던 게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기자]

아프간을 점령하고 있는 탈레반이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슬람 강경 수니파 무장조직 탈레반은 지난해 8월 무력을 동원해 아프간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01년 9.11테러에 대한 미국의 반격으로 정권을 잃은 지 20년 만이었습니다.

정권을 되찾은 발판은 2020년 미국과 탈레반이 맺은 도하협정이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당시 협정에서 탈레반이 알카에다 등 테러 조직을 없애는 대신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카에다의 지도층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심지어 탈레반 고위 지도자가 소유한 집에서 은신하고 있었던 게 드러난 겁니다.

[앵커]

탈레반의 약속이 공수표에 지나지 않았던 거네요.

탈레반이 장악한 1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은 어떻게 변했나요?

[기자]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했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국제 공항으로 몰려들고, 심지어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렸다 떨어져 숨지기까지 했었죠.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이 암흑기로 들어설 거라는 시민들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가장 크게 후퇴한 건 여성 인권입니다.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은 여학생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며 여러 유화책을 내놨지만, 결국 말뿐이었습니다.

지난 1년 아프간 여성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뺏겼을 뿐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내놓거나 남성 보호자 없이 여행할 수도 없게 됐습니다.

[할리마 나시리/아프간 여성 평화자유기구 대표 :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보완합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쪽이 완전히 무시되면, 인간으로서 가치조차 없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의견을 낼 기회가 없어지면, 우리 사회는 후퇴할 것입니다."]

탄압의 또 다른 대상은 언론인데요.

탈레반은 새 언론 규정을 만들어 이슬람에 반하거나 국가 인사를 모욕하는 보도를 금지했습니다.

탈레반이 재집권하고 반년 안에 언론사의 60%가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아프간은 오랜 전쟁과 테러에 시달려 왔는데, 경제적 어려움도 상당하지 않나요?

[기자]

탈레반이 아프간을 무력으로 장악하자 국제 사회는 이들의 돈줄부터 틀어막았는데요.

먼저 아프간 공공 경비의 75%를 차지하는 해외 원조를 끊었습니다.

아프간 정부의 해외 자산이 90억 달러, 우리 돈 11조 원 정도 되는데 이것도 동결해버렸습니다.

결국, 수많은 아프간 시민들은 기아와 난민으로 내몰렸고, 장기 밀매나 마약 중독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유엔 조사를 보면 아프간 인구 4천만 명 중 2천3백만 명, 약 60%가 극심한 기아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마리 엘렌 맥그로티/유엔 세계식량계획 아프간 국장 :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엄청난 빈곤과 고통, 굶주림의 쓰나미가 몰려와 수백만 국민과 어린이, 여성, 가족을 생존의 문턱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국가는 혼란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6월 아프간 남동부에 강한 지진까지 났는데요.

천 명 넘게 숨지고 집이 만 채나 무너지자, 탈레반은 자존심을 꺾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한 상황입니다.

[앵커]

국제 사회도 인도적 지원까지 끊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경제 원조를 발판 삼아 탈레반이 국제 무대에 진입하게 될까요?

[기자]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고 싶은 탈레반이 기회가 될 때마다 외교전을 펼치는 건 사실입니다.

지난달 우즈베키스탄에서 중국, 미국 대표와 만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해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EU, 일본, 우리나라 등과 접촉해 경제난과 인권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또 아시아 요충지에 위치한 아프간의 지리적 특성상, 전 세계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아프간을 아예 무시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중국은 자국에서 유럽까지 육로로 연결하는 이른바 '일대일로' 정책이 성공하려면 아프간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중국은 최근 아프간에 경제적 원조를 먼저 제안하는 등 미국이 철수한 틈을 타 자국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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