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번엔 러시아 옆자리…“북한 핵실험 우려”

입력 2022.08.05 (16:00) 수정 2022.08.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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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오늘(5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 외교부]박진 외교부 장관이 오늘(5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오늘(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북한 핵실험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 "北 핵실험 준비로 긴장 고조"…"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박 장관은 오늘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EAS 외교장관회의에서 옆자리의 라브로프 장관에게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탓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인공위성 등 수단을 동원해 북한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답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박 장관과 두어 마디를 더 주고받은 후 "현 상황이야말로 '팃-포-탯(tit-for-tat)'"이라 말한 것도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팃포탯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또는 '맞받아친다'라는 뜻으로, 라브로프 장관의 이 발언은 북핵 개발 등 한반도 긴장 고조는 북한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미국의 위협에 대한 자위권 차원에서 핵을 개발한다는 북한 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5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자리에 앉고 있다. 박 장관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하는 차림으로 등장했다.오늘(5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자리에 앉고 있다. 박 장관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하는 차림으로 등장했다.

■ 박진 "우크라 침공, 한러관계에 부정적 영향"

박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의 대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평화가 조속히 회복돼 한러관계가 다시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러관계 경색으로 러시아 주재 교민과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거주 한국인과 기업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진지하게 살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박 장관은 대화 도중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졌다는 취지의 말도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것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패션' 택한 박진…러시아 옆자리 의식?

오늘 두 장관의 대화 내용 외에도 주목할만한 건 박진 장관의 옷차림이었습니다.

하늘색 셔츠에 노란 넥타이를 매고 회의장에 등장했는데, 우크라이나 국기가 떠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국제무대에선 의복도 하나의 메시지로 해석되는 만큼, 러시아 옆자리에서 '우크라이나 패션'을 선보인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이 러시아 옆자리를 배정받은 건 국가명 영문 표기법 때문입니다. 한국은 'KOREA'냐 'ROK'냐에 따라 자리 배치가 달라집니다.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 당시엔 'KOREA' 표기가 채택되면서 일본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번처럼 ROK로 표기하면, RUSSIA와 나란히 착석하게 됩니다.

앞서 G20 외교장관회의 당시 참석자들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지정좌석도 없앴습니다. 여러 시간 이어졌던 점심시간은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이런 변화는 라브로프 장관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라브로프 장관을 대면하는 게 각국 장관들에겐 부담이었던 겁니다. 그러나 아세안이 주도하는 이번 회의에선 그 정도까지 러시아를 '기피'하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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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5 16:00:32
    • 수정2022-08-05 16: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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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오늘(5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오늘(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북한 핵실험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 "北 핵실험 준비로 긴장 고조"…"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박 장관은 오늘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EAS 외교장관회의에서 옆자리의 라브로프 장관에게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탓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인공위성 등 수단을 동원해 북한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답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박 장관과 두어 마디를 더 주고받은 후 "현 상황이야말로 '팃-포-탯(tit-for-tat)'"이라 말한 것도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팃포탯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또는 '맞받아친다'라는 뜻으로, 라브로프 장관의 이 발언은 북핵 개발 등 한반도 긴장 고조는 북한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미국의 위협에 대한 자위권 차원에서 핵을 개발한다는 북한 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5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자리에 앉고 있다. 박 장관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하는 차림으로 등장했다.
■ 박진 "우크라 침공, 한러관계에 부정적 영향"

박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의 대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평화가 조속히 회복돼 한러관계가 다시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러관계 경색으로 러시아 주재 교민과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거주 한국인과 기업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진지하게 살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박 장관은 대화 도중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졌다는 취지의 말도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것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패션' 택한 박진…러시아 옆자리 의식?

오늘 두 장관의 대화 내용 외에도 주목할만한 건 박진 장관의 옷차림이었습니다.

하늘색 셔츠에 노란 넥타이를 매고 회의장에 등장했는데, 우크라이나 국기가 떠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국제무대에선 의복도 하나의 메시지로 해석되는 만큼, 러시아 옆자리에서 '우크라이나 패션'을 선보인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이 러시아 옆자리를 배정받은 건 국가명 영문 표기법 때문입니다. 한국은 'KOREA'냐 'ROK'냐에 따라 자리 배치가 달라집니다.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 당시엔 'KOREA' 표기가 채택되면서 일본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번처럼 ROK로 표기하면, RUSSIA와 나란히 착석하게 됩니다.

앞서 G20 외교장관회의 당시 참석자들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지정좌석도 없앴습니다. 여러 시간 이어졌던 점심시간은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이런 변화는 라브로프 장관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라브로프 장관을 대면하는 게 각국 장관들에겐 부담이었던 겁니다. 그러나 아세안이 주도하는 이번 회의에선 그 정도까지 러시아를 '기피'하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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