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낙동강 녹조 역대 최악…“독성물질 기준치 3배 검출”

입력 2022.08.05 (17:25) 수정 2022.08.0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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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폭염과 가뭄으로 올해도 낙동강 유역에 대규모 녹조가 발생하면서 조류 경보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독성물질이 기준치의 3배 넘게 검출되면서 역대 최악을 기록했고, 식수원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올해도 어김없이 짙은 초록빛으로 뒤덮인 이곳, 바로 낙동강입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진한 녹조 현상이 반복되는데요.

이번에는 특히 상황이 심각합니다.

이미 지난 5월, 조류 '관심' 경보가 발령됐고 6월 중순부터는 '경계' 경보로 격상됐습니다.

경남 김해시 낙동강 하류, 물감을 풀어놓은 듯 강 전체가 짙은 녹색으로 변했습니다.

강물을 떠 잔에 담아 보니 걸쭉한 조류 알갱이들이 선명합니다.

[이대희/경남 김해 어촌계 : "조업하고 오면 두통 아니면 심하면 구토까지 합니다. 어떤 사람은 피부염까지 오고 있습니다."]

상류로 올라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곳은 경북 고령인데요.

그물을 건져 올리자, 죽은 물고기들만 가득합니다.

[박상하/낙동강 어민 : "고기들이 이렇게 다 죽어서 나옵니다."]

시민들의 식수원인 취수장 주변은 어떨까요?

녹조를 막기 위해 살수 장치를 가동해보지만 역부족입니다.

경남 창원의 또 다른 취수장 근처 흙을 파봤습니다.

실지렁이와 깔따구로 추정되는 유충이 보입니다.

[임희자/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 "녹조 때문이죠. (녹조가) 가라앉으면 썩고, 썩으면 깔따구가 좋아하는 먹잇감이 되는 것이고요."]

수질 등급을 살펴보면, 가장 깨끗한 1급수를 시작으로 오염될수록 숫자가 커지는데요.

4급수부터는 물이 썩어서 고약한 냄새가 나고 물고기가 살 수 없습니다.

이런 더러운 물에서 서식하는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이 낙동강에서 발견되는 겁니다.

원인은 남부지방에 계속된 폭염과 가뭄 때문입니다.

올해 7월 기준, 폭염 일수는 평년보다 이틀 가까이 더 많았습니다.

장마는 지역에 따라 큰 격차를 보였는데요.

중부지방은 장맛비가 예년보다 20mm 정도 많았지만, 남부지방은 무려 140mm가 적게 내렸습니다.

특히 경북 지역은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였는데요.

봄 가뭄에 이어 여름 장맛비마저 비껴가다 보니, 남부지방 댐의 경우 용수 공급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낙동강의 수질은 역대 최악을 기록 중입니다.

부산 지역 식수원인 물금·매리 취수장의 유해 남조류 수는 지난달 14일과 25일, 각각 밀리리터당 13만과 14만 개를 웃돌 정도로 치솟았는데요.

2016년, 남조류 수로 조류경보 지표를 발령한 이후 최대 수치입니다.

남조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을 뿜어냅니다.

환경부 기준의 3배를 훌쩍 넘는 검출량을 기록했는데, 전례 없는 수치입니다.

환경부와 부산시는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에서는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박창근/대한하천학회장 : "(지자체가) 취·정수장 관리를 강화하겠다, 이거(지자체 대책)는 말 그대로 국민들의 식수를 방기하는 그런 조치라고 봅니다."]

낙동강 하류에 조류 '경계' 경보가 내려진 지 40일이 넘었는데요.

낙동강 수질 관리를 위해 보의 수문을 개방하자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나옵니다.

반면, 수문을 개방하면 보의 수위가 내려가서 농업 용수가 부족해진다는 다른 목소리도 들립니다.

그래서 보의 취수구 높이를 낮추는 재설계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매년 찾아오는 이상 기후 위기 속에 점점 더 심각해지는 녹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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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낙동강 녹조 역대 최악…“독성물질 기준치 3배 검출”
    • 입력 2022-08-05 17:25:39
    • 수정2022-08-05 17: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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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폭염과 가뭄으로 올해도 낙동강 유역에 대규모 녹조가 발생하면서 조류 경보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독성물질이 기준치의 3배 넘게 검출되면서 역대 최악을 기록했고, 식수원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올해도 어김없이 짙은 초록빛으로 뒤덮인 이곳, 바로 낙동강입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진한 녹조 현상이 반복되는데요.

이번에는 특히 상황이 심각합니다.

이미 지난 5월, 조류 '관심' 경보가 발령됐고 6월 중순부터는 '경계' 경보로 격상됐습니다.

경남 김해시 낙동강 하류, 물감을 풀어놓은 듯 강 전체가 짙은 녹색으로 변했습니다.

강물을 떠 잔에 담아 보니 걸쭉한 조류 알갱이들이 선명합니다.

[이대희/경남 김해 어촌계 : "조업하고 오면 두통 아니면 심하면 구토까지 합니다. 어떤 사람은 피부염까지 오고 있습니다."]

상류로 올라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곳은 경북 고령인데요.

그물을 건져 올리자, 죽은 물고기들만 가득합니다.

[박상하/낙동강 어민 : "고기들이 이렇게 다 죽어서 나옵니다."]

시민들의 식수원인 취수장 주변은 어떨까요?

녹조를 막기 위해 살수 장치를 가동해보지만 역부족입니다.

경남 창원의 또 다른 취수장 근처 흙을 파봤습니다.

실지렁이와 깔따구로 추정되는 유충이 보입니다.

[임희자/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 "녹조 때문이죠. (녹조가) 가라앉으면 썩고, 썩으면 깔따구가 좋아하는 먹잇감이 되는 것이고요."]

수질 등급을 살펴보면, 가장 깨끗한 1급수를 시작으로 오염될수록 숫자가 커지는데요.

4급수부터는 물이 썩어서 고약한 냄새가 나고 물고기가 살 수 없습니다.

이런 더러운 물에서 서식하는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이 낙동강에서 발견되는 겁니다.

원인은 남부지방에 계속된 폭염과 가뭄 때문입니다.

올해 7월 기준, 폭염 일수는 평년보다 이틀 가까이 더 많았습니다.

장마는 지역에 따라 큰 격차를 보였는데요.

중부지방은 장맛비가 예년보다 20mm 정도 많았지만, 남부지방은 무려 140mm가 적게 내렸습니다.

특히 경북 지역은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였는데요.

봄 가뭄에 이어 여름 장맛비마저 비껴가다 보니, 남부지방 댐의 경우 용수 공급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낙동강의 수질은 역대 최악을 기록 중입니다.

부산 지역 식수원인 물금·매리 취수장의 유해 남조류 수는 지난달 14일과 25일, 각각 밀리리터당 13만과 14만 개를 웃돌 정도로 치솟았는데요.

2016년, 남조류 수로 조류경보 지표를 발령한 이후 최대 수치입니다.

남조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을 뿜어냅니다.

환경부 기준의 3배를 훌쩍 넘는 검출량을 기록했는데, 전례 없는 수치입니다.

환경부와 부산시는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에서는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박창근/대한하천학회장 : "(지자체가) 취·정수장 관리를 강화하겠다, 이거(지자체 대책)는 말 그대로 국민들의 식수를 방기하는 그런 조치라고 봅니다."]

낙동강 하류에 조류 '경계' 경보가 내려진 지 40일이 넘었는데요.

낙동강 수질 관리를 위해 보의 수문을 개방하자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나옵니다.

반면, 수문을 개방하면 보의 수위가 내려가서 농업 용수가 부족해진다는 다른 목소리도 들립니다.

그래서 보의 취수구 높이를 낮추는 재설계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매년 찾아오는 이상 기후 위기 속에 점점 더 심각해지는 녹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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