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못 볼 수도”…고층 빌딩에 싸인 아파트

입력 2022.08.05 (23:17) 수정 2022.08.0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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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에 잘살고 있는데 갑자기 고층 건물들로 둘러 쌓이면 어떨까요?

울산의 한 아파트 주변에 고층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데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지만, 구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왜 그런지 신건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8층짜리 아파트 뒤로 30층 높이의 아파트가 서 있습니다.

옆에는 2년 전 완공된 37층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섰고, 인근에는 25층 아파트가 내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고층 건물들이 아파트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이제는 앞까지 막히게 생겼습니다.

아파트 바로 앞 공터에 41층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구청에서 건축허가 심의 중인데, 주민들은 마지막 한 면마저 막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임흥민/아파트 입주자 대표 : "아파트에서는 앞쪽으로 해를 볼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돼 버립니다. 다 막혀 버립니다. 막혀 버리고 해가 낮까지 올라가더라도 그 해를 우리가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라며 구청에 탄원서도 제출했지만, 구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울산 남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상업지역은 일조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이격거리라든가 이런 부분은 요건이 되는 건 아니고, 법상 사실 문제가 되는 건 아니예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파트가 위치한 곳은 도시개발계획 상 주거지역으로 분류되는데, 일조권 등 생활환경을 보장을 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도록 돼 있습니다.

반면 주상복합이 들어설 곳은 상업지역으로 분류돼, 이격거리를 확보하지 않아도 됩니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문제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유정석/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죠. 살고 있던 사람도 일종의 권리가 있고, 지주에게도 권리가 있고요. 신규공급을 해야 되는 쪽에서도 권리를 행사하려고 하다 보니까 이해 상충 문제가 생기는 거죠."]

대법원은 2007년 지역의 용도와 상관없이 사실상 주거지역이면 일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일조권을 둘러싼 분쟁이 계속 되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신건입니다.

촬영기자:최진백/그래픽:박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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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 못 볼 수도”…고층 빌딩에 싸인 아파트
    • 입력 2022-08-05 23:17:42
    • 수정2022-08-05 23:39:25
    뉴스7(울산)
[앵커]

아파트에 잘살고 있는데 갑자기 고층 건물들로 둘러 쌓이면 어떨까요?

울산의 한 아파트 주변에 고층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데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지만, 구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왜 그런지 신건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8층짜리 아파트 뒤로 30층 높이의 아파트가 서 있습니다.

옆에는 2년 전 완공된 37층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섰고, 인근에는 25층 아파트가 내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고층 건물들이 아파트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이제는 앞까지 막히게 생겼습니다.

아파트 바로 앞 공터에 41층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구청에서 건축허가 심의 중인데, 주민들은 마지막 한 면마저 막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임흥민/아파트 입주자 대표 : "아파트에서는 앞쪽으로 해를 볼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돼 버립니다. 다 막혀 버립니다. 막혀 버리고 해가 낮까지 올라가더라도 그 해를 우리가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라며 구청에 탄원서도 제출했지만, 구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울산 남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상업지역은 일조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이격거리라든가 이런 부분은 요건이 되는 건 아니고, 법상 사실 문제가 되는 건 아니예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파트가 위치한 곳은 도시개발계획 상 주거지역으로 분류되는데, 일조권 등 생활환경을 보장을 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도록 돼 있습니다.

반면 주상복합이 들어설 곳은 상업지역으로 분류돼, 이격거리를 확보하지 않아도 됩니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문제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유정석/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죠. 살고 있던 사람도 일종의 권리가 있고, 지주에게도 권리가 있고요. 신규공급을 해야 되는 쪽에서도 권리를 행사하려고 하다 보니까 이해 상충 문제가 생기는 거죠."]

대법원은 2007년 지역의 용도와 상관없이 사실상 주거지역이면 일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일조권을 둘러싼 분쟁이 계속 되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신건입니다.

촬영기자:최진백/그래픽:박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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