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톡] 달로 향한 대한민국, 앞으로 필요한 2가지

입력 2022.08.07 (09:00) 수정 2022.08.0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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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리를 싣고 날아가는 ‘팰컨9’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다누리를 싣고 날아가는 ‘팰컨9’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5일 발사된 우리나라 달 탐사선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예정된 비행 궤도를 날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다누리는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L1 지점에 도착한 뒤 궤도를 변경해 달로 향할 예정입니다. 전체 비행 거리는 595만km 정도입니다.

오는 12월, 달 상공 100km 궤도 안착에 성공하면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2월부터 1년여간 본격적으로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지난 6월 누리호에 이어 이번 다누리 발사까지 성공하며 우리나라는 주목할 만한 우주 개발 기술 보유국이 됐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우주 개발 과제로는 대형 발사체와 재사용 로켓 기술 확보 등이 꼽힙니다.

■ 과제① : 대형 자체 발사체

애초 다누리의 발사 시기는 지난 3일이었습니다. 갑작스레 발사 시기가 이틀 연기된 건 다누리가 실릴 발사체 팰컨9의 추가 점검 때문이었습니다. 달 탐사선 다누리는 홀로 달 궤도까지 날아갈 수 없습니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우주 비행 궤도에 진입하려면 적어도 초속 11.2km 속도로 지구 중력을 뚫고 날아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6월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며 세계 7번째 실용위성급(무게 1톤 이상) 발사체 보유국이 됐지만 보유 기술로는 아직 지상 2,000km 미만 저궤도 상에 위성을 띄울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인공위성이 궤도에 안착하려면 초속 8km 안팎 속도로 발사체가 비행하면 됩니다. 누리호는 초속 8km 정도로 비행하는 건 가능하지만, 아직 11.2km 속도로 비행해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고도 미국 업체인 스페이스X의 로켓을 이용해 다누리를 발사한 이유입니다. 팰컨9의 1단 로켓 추력은 775톤으로 300톤인 누리호의 2배가 조금 넘습니다.

누리호 발사 모습(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누리호 발사 모습(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중요한 건 아무리 탐사선이나 착륙선 등의 탑재체 개발에 성공해도 이를 실어나를 발사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겁니다. 이번 다누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체 발사체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발사체 보유 국가나 보유 업체의 사정에 따라 우리의 발사 시기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체발사체는 일종의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나라들이 러시아 제재에 나서자 러시아는 우주 로켓을 무기 삼아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습니다. 자국의 발사체인 ‘소유즈’를 다른 국가가 이용할 수 없게 하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도 손을 떼겠다는 겁니다. 러시아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추락을 막기 위해 자국 로켓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 고도를 조절해 왔습니다.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영국 우주인터넷 업체 ‘원웹’은 예정했던 위성 발사를 연기하며 금전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앞으로 우주 산업이 커지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발사체 보유 여부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달을 포함한 심우주 탐사를 이어가고자 한다면 대형 자체 발사체 보유는 필수적입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내고 2035년까지는 소행성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입니다. 달 착륙선부터는 자체 발사체를 이용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 과제② : 재활용 발사체

지난 6월 누리호 성공으로 우리는 세계 7번째 실용위성급 발사체 기술 보유국이 됐습니다. 발사체 기술은 갖췄지만, 아직 시장 경쟁력은 갖추지 못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누리호는 12년 개발 기간 동안 2조 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됐습니다. 통상 우주 발사체는 kg당 발사 비용으로 경쟁력을 비교하는데, 누리호는 kg당 비용이 30,000달러(우리 돈 약 3,900만 원)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누리호는 1회 발사하면 폐기해야 하는 소모성 발사체입니다. 재활용이 되지 않습니다.

반면 이번에 다누리를 탑재한 스페이스X 팰컨9은 kg당 발사비용이 2,000달러(우리 돈 약 260만 원)수준에 불과합니다. 누리호의 15분의 1 정도입니다. 이런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 스페이스X가 현재 전 세계 발사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만든 힘입니다. 스페이스X의 점유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가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건 로켓 재활용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누리호는 일단 발사하면 1단 로켓을 해양 등에 추락시키지만, 스페이스X는 1단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합니다. 스페이스X는 2015년 로켓 회수에 처음 성공했고, 2017년에는 재사용 로켓 발사에 처음 성공했습니다.

스페이스X를 필두로 한 로켓 발사 비용의 급감은 최근 전 세계 우주개발 활성화의 주요 배경입니다. 과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은 1번 발사하는 데 2조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됐습니다. Kg당 발사 비용은 60,000달러(우리 돈 약 7,800만 원)가 넘었습니다. 결국 미국은 2011년 지나친 고비용 등을 이유로 우주왕복선 사업을 폐기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렴한 로켓 발사 비용 덕분에 각 나라는 물론이고 민간 업체들도 우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래 우주산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재활용 로켓 기술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2031년까지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발사체는 100톤급 엔진 5기를 묶어 500톤급 추력을 갖는 1단 로켓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여기에 재점화 기술 개발을 추진해 향후 재활용 로켓 기술까지 나아간다는 계획입니다.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조사 업체마다 다르지만 앞으로 천문학적 규모로 성장하리라는 데엔 이견이 없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우주산업 시장이 최소 1조 달러(우리 돈 약 1,300조 원) 이상이 되리라 전망합니다. 중국과 아랍에미리트 등 국가는 물론이고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럭틱 등 민간 업체들도 앞다퉈 우주개발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도 이제 시작입니다.

(그래픽: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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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7 09:00:08
    • 수정2022-08-07 13:20:05
    취재K
다누리를 싣고 날아가는 ‘팰컨9’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5일 발사된 우리나라 달 탐사선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예정된 비행 궤도를 날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다누리는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L1 지점에 도착한 뒤 궤도를 변경해 달로 향할 예정입니다. 전체 비행 거리는 595만km 정도입니다.

오는 12월, 달 상공 100km 궤도 안착에 성공하면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2월부터 1년여간 본격적으로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지난 6월 누리호에 이어 이번 다누리 발사까지 성공하며 우리나라는 주목할 만한 우주 개발 기술 보유국이 됐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우주 개발 과제로는 대형 발사체와 재사용 로켓 기술 확보 등이 꼽힙니다.

■ 과제① : 대형 자체 발사체

애초 다누리의 발사 시기는 지난 3일이었습니다. 갑작스레 발사 시기가 이틀 연기된 건 다누리가 실릴 발사체 팰컨9의 추가 점검 때문이었습니다. 달 탐사선 다누리는 홀로 달 궤도까지 날아갈 수 없습니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우주 비행 궤도에 진입하려면 적어도 초속 11.2km 속도로 지구 중력을 뚫고 날아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6월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며 세계 7번째 실용위성급(무게 1톤 이상) 발사체 보유국이 됐지만 보유 기술로는 아직 지상 2,000km 미만 저궤도 상에 위성을 띄울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인공위성이 궤도에 안착하려면 초속 8km 안팎 속도로 발사체가 비행하면 됩니다. 누리호는 초속 8km 정도로 비행하는 건 가능하지만, 아직 11.2km 속도로 비행해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고도 미국 업체인 스페이스X의 로켓을 이용해 다누리를 발사한 이유입니다. 팰컨9의 1단 로켓 추력은 775톤으로 300톤인 누리호의 2배가 조금 넘습니다.

누리호 발사 모습(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중요한 건 아무리 탐사선이나 착륙선 등의 탑재체 개발에 성공해도 이를 실어나를 발사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겁니다. 이번 다누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체 발사체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발사체 보유 국가나 보유 업체의 사정에 따라 우리의 발사 시기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체발사체는 일종의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나라들이 러시아 제재에 나서자 러시아는 우주 로켓을 무기 삼아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습니다. 자국의 발사체인 ‘소유즈’를 다른 국가가 이용할 수 없게 하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도 손을 떼겠다는 겁니다. 러시아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추락을 막기 위해 자국 로켓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 고도를 조절해 왔습니다.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영국 우주인터넷 업체 ‘원웹’은 예정했던 위성 발사를 연기하며 금전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앞으로 우주 산업이 커지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발사체 보유 여부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달을 포함한 심우주 탐사를 이어가고자 한다면 대형 자체 발사체 보유는 필수적입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내고 2035년까지는 소행성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입니다. 달 착륙선부터는 자체 발사체를 이용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 과제② : 재활용 발사체

지난 6월 누리호 성공으로 우리는 세계 7번째 실용위성급 발사체 기술 보유국이 됐습니다. 발사체 기술은 갖췄지만, 아직 시장 경쟁력은 갖추지 못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누리호는 12년 개발 기간 동안 2조 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됐습니다. 통상 우주 발사체는 kg당 발사 비용으로 경쟁력을 비교하는데, 누리호는 kg당 비용이 30,000달러(우리 돈 약 3,900만 원)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누리호는 1회 발사하면 폐기해야 하는 소모성 발사체입니다. 재활용이 되지 않습니다.

반면 이번에 다누리를 탑재한 스페이스X 팰컨9은 kg당 발사비용이 2,000달러(우리 돈 약 260만 원)수준에 불과합니다. 누리호의 15분의 1 정도입니다. 이런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 스페이스X가 현재 전 세계 발사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만든 힘입니다. 스페이스X의 점유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가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건 로켓 재활용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누리호는 일단 발사하면 1단 로켓을 해양 등에 추락시키지만, 스페이스X는 1단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합니다. 스페이스X는 2015년 로켓 회수에 처음 성공했고, 2017년에는 재사용 로켓 발사에 처음 성공했습니다.

스페이스X를 필두로 한 로켓 발사 비용의 급감은 최근 전 세계 우주개발 활성화의 주요 배경입니다. 과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은 1번 발사하는 데 2조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됐습니다. Kg당 발사 비용은 60,000달러(우리 돈 약 7,800만 원)가 넘었습니다. 결국 미국은 2011년 지나친 고비용 등을 이유로 우주왕복선 사업을 폐기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렴한 로켓 발사 비용 덕분에 각 나라는 물론이고 민간 업체들도 우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래 우주산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재활용 로켓 기술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2031년까지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발사체는 100톤급 엔진 5기를 묶어 500톤급 추력을 갖는 1단 로켓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여기에 재점화 기술 개발을 추진해 향후 재활용 로켓 기술까지 나아간다는 계획입니다.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조사 업체마다 다르지만 앞으로 천문학적 규모로 성장하리라는 데엔 이견이 없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우주산업 시장이 최소 1조 달러(우리 돈 약 1,300조 원) 이상이 되리라 전망합니다. 중국과 아랍에미리트 등 국가는 물론이고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럭틱 등 민간 업체들도 앞다퉈 우주개발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도 이제 시작입니다.

(그래픽: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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