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K] “장바구니 우체통을 아십니까”

입력 2022.08.08 (19:43) 수정 2022.08.0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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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계획 없이 장을 보러 왔다는 최성현 씨.

미처 장바구니를 챙기지 못했지만 요즘은 걱정이 없습니다.

[최성현/전주시 서서학동 : "제가 깜빡 잊고 장바구니를 안 가져올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이렇게 마련되어 있어서 꺼내 쓰기 되게 편하고..."]

지난 6월, 전주 남부시장 입구에 장바구니가 담긴 우체통이 세워졌습니다.

물건을 살 때마다 새 비닐봉지를 쓰는 대신 우체통에서 재사용 주머니를 가져갈 수 있게 한 것.

누구나 원하는 만큼 꺼내 쓰고, 사용하지 않는 깨끗한 봉지나 종이가방 등을 가져다 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다시 쓰는, 자원순환 방식입니다.

[최성현/전주시 서서학동 : "좀 더 이런 우체통이 많아져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취지에 공감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우체통을 설치한 건, 전주의 한 비영리 환경모임입니다.

이들은 지난봄, 전통시장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시민 인식개선 캠페인을 벌였는데요.

당시 설문조사 결과, 많은 시민들은 비닐봉지가 환경에 크게 문제가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장바구니 챙기는 걸 잊거나 귀찮아서 비닐봉지를 쓰게 된다고 답했습니다.

[모아름드리/비영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 "계획을 하고 장을 보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언제나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는데요. 남부시장 곳곳에 이렇게 우체통이 있으면 필요할 때 언제든 재사용된 비닐봉지나 친환경 가방, 종이 가방 등을 시장을 볼 때 사용할 수 있어서..."]

우체통이 설치된 지 두 달.

비닐봉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일부 상인들은 장바구니가 없는 손님에게 재사용 봉지를 쓰길 권하기도 합니다.

["장바구니 안 가져왔어? 그거 공짜 있으니까 갖다가 장보고..."]

[김혜영/전주 남부시장 상인 : "비닐도 더 달라고 그러면 '어차피 재활용이니까 거기 열어서 하나 마음에 드는 거 꺼내 가세요' 내가 그러지."]

하지만 생각보다 홍보는 더딥니다.

우체통 안 장바구니는 하루 평균 두세 개 정도가 쓰일 뿐이고, 남부시장 외에 다른 시장에선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최영순/전주시 인후동 : "저렇게 함이 있다면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되는... 환경에도 좋다고 취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부시장에만 저렇게 있다고 하는데 시장마다 그게 확대되면 더욱더 좋지 않을까."]

장바구니 사용이 익숙해져 가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규제의 대상에서 제외돼 일상적으로 비닐봉지가 쓰이는 전통시장.

장바구니 우체통이 전통시장의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 이제는 시장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그 쓰임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앵커]

이번에는 '장바구니 우체통'을 기획한 비영리 환경단체 '프리테코'의 모아름드리 대표 모시고 더 자세한 이야기 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전통시장에서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뭔가요?

[답변]

활동가로 지내기 전, 직장에 다닐 때 전통시장과 행사를 함께한 적이 있었다.

그때 비닐이 너무 많이 쓰이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고 그 후로 전통시장에 갈 때마다 비닐이 눈에 띄었다.

저는 비닐을 가방에 가지고 다니는데 비닐을 내밀기도 전에 당연하게 새 비닐에 담아주시는 것도 매번 불편했다.

마트나 이런 곳은 규제가 되는데 시장은 아직 멀었구나, 규제가 되기 전에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시키고 먼저 바뀌어야겠다, 생각했다.

[앵커]

석 달 정도 관련해서 다양한 캠페인을 하셨는데, 시장 상인과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요?

[답변]

여러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인터뷰 때는 비닐의 심각성에 대해서 다들 동의하셨다.

그러면 이걸 쓰지 않기 위해 다회용 가방이나 그런 것들을 구입하거나 할 의향을 묻자 망설이셨다.

장바구니 대신 네트백(그물망가방)을 사용해보시라고 200개 정도 배포했는데 좋아하셨지만 어떻게 쓰였는지는 사실 알 수 없었다.

상인회에서도 이전에 이미 배포한 적이 있었는데 장바구니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 잘 안 된다고 하신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장바구니를 가져오는 걸 귀찮아하신다.

결국 상인과 소비자 양쪽이 다 편리하면서도 비닐봉지 사용을 줄일 수 방법을 고민하다 장바구니 우체통을 기획했다.

[앵커]

'장바구니 우체통'을 설치하고 운영하면서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답변]

사실 설치하는 자체도 환영받지 못했다.

환경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시면서도 내 장사에 방해되는 것은 원하지 않으신다.

생계의 문제라 이해하지만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또 우체통을 종종 확인을 해보면 상당히 쓰이고 있긴 한데...

한 사람이 몽땅 가지고 가는 건지 실제 많은 사람이 이용하시는 건지 관리자가 우리뿐이라 확인이 어렵다.

장바구니를 채워두시는 분도 아직은 일부일 뿐이다.

시장은 비닐사용 금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상인과 소비자들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 시민의식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여전히 시장에 가면 비닐봉지가 쭉 걸려 있고, 장을 보는 시민들도 거의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신다.

마음만큼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게 가장 어려웠다.

[앵커]

이 장바구니 우체통이 전주 남부시장 한 곳에만 있어서 아쉽다는 의견도 있던데요.

이런 취지가 효과를 보려면 우체통을 늘리거나 다른 시장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답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희 같은 민간 비영리 활동가가 전체 시장을 다 하기엔 한계가 있다.

처음에는 남부시장에도 10개 정도의 우체통을 설치하려고 했다.

곳곳에 있어야 쓰이니까.

멀리 있으면 굳이 가서 가져가지 않으신다.

그런데 비용 문제도 있고 상인회에서 관리 문제도 제기하셨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지자체 등에서 예산을 쓰시고 전체적으로 관리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

우체통을 놓는다고 자동으로 인식개선이 되는 건 아니다.

쉽게 입소문이 나고 그런 것도 아니더라.

하반기나 내년에는 상인회와 함께 이용객 대상 교육이나 홍보캠페인 등을 가져볼 계획이다.

[앵커]

그렇다면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

혹은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답변]

저는 가방에 항상 비닐을 몇 장 가지고 다닌다.

텀블러보다 가지고 다니기 쉽다.

집에 배달 한 번 시켜도 엄청나게 딸려오는 게 비닐봉지, 그런 거 버리지 말고 모아두셨다가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하면 그것이 자원순환이다.

비닐을 당장 안 쓸 수는 없다.

안 쓸 수 없다면 일단 재사용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줄여보자.

[앵커]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글·구성:이보연/촬영·편집:강영찬/종합편집:공재성/내레이션:김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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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K] “장바구니 우체통을 아십니까”
    • 입력 2022-08-08 19:42:59
    • 수정2022-08-08 20:01:20
    뉴스7(전주)
퇴근길에 계획 없이 장을 보러 왔다는 최성현 씨.

미처 장바구니를 챙기지 못했지만 요즘은 걱정이 없습니다.

[최성현/전주시 서서학동 : "제가 깜빡 잊고 장바구니를 안 가져올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이렇게 마련되어 있어서 꺼내 쓰기 되게 편하고..."]

지난 6월, 전주 남부시장 입구에 장바구니가 담긴 우체통이 세워졌습니다.

물건을 살 때마다 새 비닐봉지를 쓰는 대신 우체통에서 재사용 주머니를 가져갈 수 있게 한 것.

누구나 원하는 만큼 꺼내 쓰고, 사용하지 않는 깨끗한 봉지나 종이가방 등을 가져다 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다시 쓰는, 자원순환 방식입니다.

[최성현/전주시 서서학동 : "좀 더 이런 우체통이 많아져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취지에 공감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우체통을 설치한 건, 전주의 한 비영리 환경모임입니다.

이들은 지난봄, 전통시장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시민 인식개선 캠페인을 벌였는데요.

당시 설문조사 결과, 많은 시민들은 비닐봉지가 환경에 크게 문제가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장바구니 챙기는 걸 잊거나 귀찮아서 비닐봉지를 쓰게 된다고 답했습니다.

[모아름드리/비영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 "계획을 하고 장을 보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언제나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는데요. 남부시장 곳곳에 이렇게 우체통이 있으면 필요할 때 언제든 재사용된 비닐봉지나 친환경 가방, 종이 가방 등을 시장을 볼 때 사용할 수 있어서..."]

우체통이 설치된 지 두 달.

비닐봉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일부 상인들은 장바구니가 없는 손님에게 재사용 봉지를 쓰길 권하기도 합니다.

["장바구니 안 가져왔어? 그거 공짜 있으니까 갖다가 장보고..."]

[김혜영/전주 남부시장 상인 : "비닐도 더 달라고 그러면 '어차피 재활용이니까 거기 열어서 하나 마음에 드는 거 꺼내 가세요' 내가 그러지."]

하지만 생각보다 홍보는 더딥니다.

우체통 안 장바구니는 하루 평균 두세 개 정도가 쓰일 뿐이고, 남부시장 외에 다른 시장에선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최영순/전주시 인후동 : "저렇게 함이 있다면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되는... 환경에도 좋다고 취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부시장에만 저렇게 있다고 하는데 시장마다 그게 확대되면 더욱더 좋지 않을까."]

장바구니 사용이 익숙해져 가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규제의 대상에서 제외돼 일상적으로 비닐봉지가 쓰이는 전통시장.

장바구니 우체통이 전통시장의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 이제는 시장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그 쓰임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앵커]

이번에는 '장바구니 우체통'을 기획한 비영리 환경단체 '프리테코'의 모아름드리 대표 모시고 더 자세한 이야기 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전통시장에서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뭔가요?

[답변]

활동가로 지내기 전, 직장에 다닐 때 전통시장과 행사를 함께한 적이 있었다.

그때 비닐이 너무 많이 쓰이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고 그 후로 전통시장에 갈 때마다 비닐이 눈에 띄었다.

저는 비닐을 가방에 가지고 다니는데 비닐을 내밀기도 전에 당연하게 새 비닐에 담아주시는 것도 매번 불편했다.

마트나 이런 곳은 규제가 되는데 시장은 아직 멀었구나, 규제가 되기 전에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시키고 먼저 바뀌어야겠다, 생각했다.

[앵커]

석 달 정도 관련해서 다양한 캠페인을 하셨는데, 시장 상인과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요?

[답변]

여러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인터뷰 때는 비닐의 심각성에 대해서 다들 동의하셨다.

그러면 이걸 쓰지 않기 위해 다회용 가방이나 그런 것들을 구입하거나 할 의향을 묻자 망설이셨다.

장바구니 대신 네트백(그물망가방)을 사용해보시라고 200개 정도 배포했는데 좋아하셨지만 어떻게 쓰였는지는 사실 알 수 없었다.

상인회에서도 이전에 이미 배포한 적이 있었는데 장바구니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 잘 안 된다고 하신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장바구니를 가져오는 걸 귀찮아하신다.

결국 상인과 소비자 양쪽이 다 편리하면서도 비닐봉지 사용을 줄일 수 방법을 고민하다 장바구니 우체통을 기획했다.

[앵커]

'장바구니 우체통'을 설치하고 운영하면서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답변]

사실 설치하는 자체도 환영받지 못했다.

환경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시면서도 내 장사에 방해되는 것은 원하지 않으신다.

생계의 문제라 이해하지만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또 우체통을 종종 확인을 해보면 상당히 쓰이고 있긴 한데...

한 사람이 몽땅 가지고 가는 건지 실제 많은 사람이 이용하시는 건지 관리자가 우리뿐이라 확인이 어렵다.

장바구니를 채워두시는 분도 아직은 일부일 뿐이다.

시장은 비닐사용 금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상인과 소비자들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 시민의식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여전히 시장에 가면 비닐봉지가 쭉 걸려 있고, 장을 보는 시민들도 거의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신다.

마음만큼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게 가장 어려웠다.

[앵커]

이 장바구니 우체통이 전주 남부시장 한 곳에만 있어서 아쉽다는 의견도 있던데요.

이런 취지가 효과를 보려면 우체통을 늘리거나 다른 시장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답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희 같은 민간 비영리 활동가가 전체 시장을 다 하기엔 한계가 있다.

처음에는 남부시장에도 10개 정도의 우체통을 설치하려고 했다.

곳곳에 있어야 쓰이니까.

멀리 있으면 굳이 가서 가져가지 않으신다.

그런데 비용 문제도 있고 상인회에서 관리 문제도 제기하셨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지자체 등에서 예산을 쓰시고 전체적으로 관리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

우체통을 놓는다고 자동으로 인식개선이 되는 건 아니다.

쉽게 입소문이 나고 그런 것도 아니더라.

하반기나 내년에는 상인회와 함께 이용객 대상 교육이나 홍보캠페인 등을 가져볼 계획이다.

[앵커]

그렇다면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

혹은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답변]

저는 가방에 항상 비닐을 몇 장 가지고 다닌다.

텀블러보다 가지고 다니기 쉽다.

집에 배달 한 번 시켜도 엄청나게 딸려오는 게 비닐봉지, 그런 거 버리지 말고 모아두셨다가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하면 그것이 자원순환이다.

비닐을 당장 안 쓸 수는 없다.

안 쓸 수 없다면 일단 재사용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줄여보자.

[앵커]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글·구성:이보연/촬영·편집:강영찬/종합편집:공재성/내레이션:김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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