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리는 ‘구미 3살 여아 사건’ 재판…실체적 진실 드러날까?

입력 2022.08.10 (10:15) 수정 2022.08.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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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북 구미의 한 원룸에서 세 살 여자아이가 몇 달간 방치됐다 숨진 사건 기억하십니까?

아이를 버려둬 숨지게 한 죄로 기소된 20대 김 모 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고 형량이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진행된 유전자 감식에서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 석 모 씨가 친모로 밝혀지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즉, 이 사건에는 석 씨가 낳았고 김 씨가 기르다가 방치해 숨진 A 양과 김 씨가 낳았지만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는 B 양, 두 아이가 바꿔치기 됐다는 겁니다. 숨진 A 양의 엄마인 줄 알았던 20대 김 씨는, 실제로는 언니였고요.

이후 석 씨는 미성년자 약취 등의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는데요. 지난 6월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다만 석 씨가 숨진 아이를 보고, 이를 숨기려 했던 '사체은닉미수 혐의'는 그대로 인정됐습니다.)

대법원 선고 이후 두 달이 지난 8월 11일, 대구지방법원의 항소사건을 다루는 제1형사부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이 열립니다. 이 재판의 쟁점은 이렇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건, 이 사건 여아 A 양이 피고인 석씨의 딸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 이는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증명이 아님.

○ 추가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움.

○ 피고인의 행위가 '미성년자 약취'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선 피고인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수단과 방법,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는 피해자 B 양의 상태 등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함.

대법원 입장을 정리하면, 사건의 실체를 입증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과학적 증거인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통해 석씨가 매우 의심스럽다는 건 알겠는데, 이것만으로는 아이 바꿔치기가 완전히 증명되진 않았고 아직 몇 가지 의문부호가 남아있으니,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선 실체적 진실이 더 필요하다는 거죠.

파기환송심이 진행될 대구지방법원 법정동파기환송심이 진행될 대구지방법원 법정동

■앞으로 확인해야 할 과제들

대법원이 이렇게 몇 가지 콕 찍어 의문을 제기한 이상, 수사기관은 이를 입증해야 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최우선적으로 사라진 B 양의 생사와 소재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요. 아이 아버지는 누구이며, 석 씨가 출산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는 이유는 뭔지 확인해야 하는 과제도 생겼습니다. 이밖에 대법원이 지적한 아래 사항 등에 대한 확인도 해야합니다.

○ A, B 양 바꿔치기 과정에서 몸무게가 달라졌다는데, 신생아 몸무게가 변했다는 사실이 아이 바꿔치기를 증명할 정도로 이례적인 것인지?

○ 당시 촬영된 아이 사진들을 토대로 전문가의 얼굴 사진 판독 등을 통해 바꿔치기 증거로 확인할 수 있을지?

○ 출산 준비를 이유로 자발적 퇴사를 했던 석씨가, 출산 임박 시점에 재입사를 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에 대구지검은 이 사건 1심을 담당하며,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김천지원(구미는 김천지원 관할입니다) 검사를 재판에 투입합니다. 그리고 대법원이 의문을 제기한 부분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사실 관계 확인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세 살 여자아이를 홀로 방치해 숨지게 했다는 사건 자체부터, 이후 드러난 여러 사실까지 충격과 의문부호로 가득했던 '구미 여아 사건'. 다시 열리는 재판에서 그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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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열리는 ‘구미 3살 여아 사건’ 재판…실체적 진실 드러날까?
    • 입력 2022-08-10 10:15:48
    • 수정2022-08-10 10:16:27
    취재K

지난해 경북 구미의 한 원룸에서 세 살 여자아이가 몇 달간 방치됐다 숨진 사건 기억하십니까?

아이를 버려둬 숨지게 한 죄로 기소된 20대 김 모 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고 형량이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진행된 유전자 감식에서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 석 모 씨가 친모로 밝혀지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즉, 이 사건에는 석 씨가 낳았고 김 씨가 기르다가 방치해 숨진 A 양과 김 씨가 낳았지만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는 B 양, 두 아이가 바꿔치기 됐다는 겁니다. 숨진 A 양의 엄마인 줄 알았던 20대 김 씨는, 실제로는 언니였고요.

이후 석 씨는 미성년자 약취 등의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는데요. 지난 6월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다만 석 씨가 숨진 아이를 보고, 이를 숨기려 했던 '사체은닉미수 혐의'는 그대로 인정됐습니다.)

대법원 선고 이후 두 달이 지난 8월 11일, 대구지방법원의 항소사건을 다루는 제1형사부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이 열립니다. 이 재판의 쟁점은 이렇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건, 이 사건 여아 A 양이 피고인 석씨의 딸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 이는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증명이 아님.

○ 추가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움.

○ 피고인의 행위가 '미성년자 약취'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선 피고인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수단과 방법,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는 피해자 B 양의 상태 등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함.

대법원 입장을 정리하면, 사건의 실체를 입증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과학적 증거인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통해 석씨가 매우 의심스럽다는 건 알겠는데, 이것만으로는 아이 바꿔치기가 완전히 증명되진 않았고 아직 몇 가지 의문부호가 남아있으니,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선 실체적 진실이 더 필요하다는 거죠.

파기환송심이 진행될 대구지방법원 법정동
■앞으로 확인해야 할 과제들

대법원이 이렇게 몇 가지 콕 찍어 의문을 제기한 이상, 수사기관은 이를 입증해야 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최우선적으로 사라진 B 양의 생사와 소재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요. 아이 아버지는 누구이며, 석 씨가 출산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는 이유는 뭔지 확인해야 하는 과제도 생겼습니다. 이밖에 대법원이 지적한 아래 사항 등에 대한 확인도 해야합니다.

○ A, B 양 바꿔치기 과정에서 몸무게가 달라졌다는데, 신생아 몸무게가 변했다는 사실이 아이 바꿔치기를 증명할 정도로 이례적인 것인지?

○ 당시 촬영된 아이 사진들을 토대로 전문가의 얼굴 사진 판독 등을 통해 바꿔치기 증거로 확인할 수 있을지?

○ 출산 준비를 이유로 자발적 퇴사를 했던 석씨가, 출산 임박 시점에 재입사를 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에 대구지검은 이 사건 1심을 담당하며,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김천지원(구미는 김천지원 관할입니다) 검사를 재판에 투입합니다. 그리고 대법원이 의문을 제기한 부분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사실 관계 확인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세 살 여자아이를 홀로 방치해 숨지게 했다는 사건 자체부터, 이후 드러난 여러 사실까지 충격과 의문부호로 가득했던 '구미 여아 사건'. 다시 열리는 재판에서 그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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