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미중일 ‘칩의 전쟁’…대한민국의 계획은?

입력 2022.08.10 (14:49) 수정 2022.08.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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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종주국인 반도체, 이제 집으로 다시 데려옵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 반도체 법, 이 법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회의가 하나 있다. 이 회의는 지난달 상원 통과 직전에 '사우스 코트 강당'에서 열렸다. 백악관이 지난달 26일 날 홈페이지에 전문을 공개해놨다.

말은 회의이지만 '연극'이다. 출연하는 기업과 백악관 관계자는 배우다. 제목은 '왜 반도체를 다시 집(USA)으로 데려와야 하나?'

바이든이 이 연극을 지휘한다. 미국적 정치 풍경인데, 엿보면 그들의 필요가 정확히 보인다.

짐 타이클레 (록히드마틴 CEO)짐 타이클레 (록히드마틴 CEO)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재블린 미사일 한 대에 마이크로칩 250개가 들어갑니다. 헬리콥터 CH-53K에는 2,000개가 들어갑니다.

기존 칩으로는 5G 클라우드 컴퓨팅을 할 수 없습니다. 10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칩이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칩을 만들고 테스트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최신 기술 칩일수록
<Made In USA>여야 합니다."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

"마이크로 기술에 대한 접근성은 양자, AI, 극초음속, 5G, 6G는 물론 넥스트G 분야에서까지 중요합니다. 그런데 국방부가 이렇게 의존하는 마이크로 기술 분야 제조와 조립, 테스트의 98%가 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나 러먼도(상무부 장관)지나 러먼도(상무부 장관)

"CHIPS(Creating Helpful Incentives to Produce Semiconductors) 법안은 520억 달러 투자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사실 반도체는 우리가 만들었거든요. 실리콘밸리가 왜 실리콘밸리겠어요. (실리콘은 반도체, CHIP과 동의어처럼 쓰인다) 예전엔 40%를 미국이 만들었는데 지금은 12%입니다.

더 중요한 건 '첨단 칩 the leading-edge chips'인데, 우린 첨단 칩을 만들지 않습니다. 전적으로 '타이완'에 의존합니다.

우린 아무 투자를 하지 않는 사이 중국은 1,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어요. 의료기기나 산업기기, 항공기를 위한 칩은 중국에 의존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바꿔야 해요. 미국의 노동과 경제 국가안보에 투자해야 합니다."

톰 라인버거(커민스:연료전지-엔진 업체 CEO)톰 라인버거(커민스:연료전지-엔진 업체 CEO)

"반도체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새로운 모델마다 말이죠. 차량수요가 늘고 있는데 반도체가 얼마나 더 필요할지 정확히 계산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연료전지로 가면 더 많이 필요할 겁니다.

단순 필요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기술 혁신을 선두에서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95%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촉박합니다. 지금 투자를 해야 합니다. 유럽과 중국이 더 빨리 움직이고 있거든요."


"국가안보에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첨단 칩의 90%를 타이완이 만듭니다. 중국도 앞서나갑니다. (최첨단 칩의 경우) 미국은 0%입니다. 미국의 전체 반도체 점유율이 40%에서 12%로 줄어들 때, 중국은 2%에서 16%로 늘었습니다.

중국 목표는 25%입니다. 미국 반도체 법에 반대하는 게 이해가 가죠.

우리가 30년 전에는 R&D에 GDP 2%를 투자했는데, 지금은 0.7%에 불과하죠.

미국이 반도체를 만들었어요. 이제 다시 집으로 데려올 땝니다.
America invented the semiconductor; it’s time to bring it home.

자 거의 다 왔습니다. 다 왔어요. 빨리 법안이 통과되게 합시다. 너무나 많은 게 걸려있어요. 감사합니다. "

■ 미국은 반도체를 지정학적 필요의 시각에서 본다

이유는 중국이다. 지금 첨단 반도체는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데 이게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된단 거다. 미국은 중국이 타이완을 군사적으로 점령하거나, 타이완의 반도체 제조를 힘으로 막는 사태가 두렵다.

그런데 대화에 한국이 안 보인다. 우린 반도체 수출 1등 국가인데 안 보인다. 회의 내내 타이완과 중국만 언급된다. 미국이 정말 절실한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우리가 큰 존재감이 없다는 이야기다.

법은 신호탄이고, 목표는 명확하다. 이제 파운드리는 미국에서 하겠다.


사실 압박의 역사는 오래됐다. 지난해 11월 반도체 공급망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세계 반도체 회사들의 고객과 기밀 정보를 공개하라'고 할 때부터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서둘러 미국 투자를 결정했다. 생각보다 더 큰 돈(170억 달러, 21조)을 투자해 2공장을 짓는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파운드리에서 생각보다 최신 공정인 5나노 공장을 짓는다. (기존 텍사스 파운드리 1공장은 미세공정 공장이 아니다.)

즉, 미국이 새롭게 주도하는 반도체 지정학에서 한국은 주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협력은 해야 한다. 비용이 문제가 된다.

미래는 더 불투명하다. 한가지 불안요소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핵심 공정'이 한국을 떠나는 시나리오다.

최근 삼성은 텍사스주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포함하는 중장기 사업 방안을 제출했다. 세제 지원 혜택을 기대하기 위한 선제적 계획이고, 실제 구체적 투자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선을 긋고는 있지만, 규모가 심상치 않다.

앞으로 20년간 250조 원을 투자할 수 있단다. 반도체 공장 11개를 짓겠다 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 정도 초 거대규모의 투자로 미국의 지정학적 사고에 화답한다면, 장기적으로 파운드리 부문 핵심역량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 집중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 일본은 중국, 그리고 한국을 견제한다
-민간 메모리 반도체 공장에 약 9천억 원 지원
-타이완 TSMC 파운드리 지원에는 무려 4조 6천억 원 지원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2년 7월, 자국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에 최대 929억 엔 (8,9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기업 웨스턴디지털과 함께 미에현에 건설 중인 플래시메모리 공장 사업 지원을 위해서다. 전체 투자금액의 약 1/3을 정부가 대는 셈이다.

아사히는 그러면서 ‘키옥시아는 낸드형 플래시메모리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이며 웨스턴디지털과 손을 잡고 업계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항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처럼 일본도 자국 기업을 위한 산업정책에 나섰다. 지원 근거는 ‘경제안보법’이다. 기시다 후미오 새 총리 취임과 함께 내건 ‘간판 정책’이다. 미국의 CHIPS 법과 동일한 지정학적 이익 강화를 목적으로 2022년 4월 발효됐다.

경제안보 관점에서 ▲반도체 등 전략물자 공급망 강화 ▲기간 인프라 산업 안전 확보 ▲첨단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목적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정부 지원금의 규모다. 법을 통과시키며 조성한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 강화 기금’은 총 6,170억 엔(약 6조 원) 수준이다. 그 가운데 929억 원을 삼성의 가장 강력한 메모리 산업 경쟁자에 지원한 것이다.

여기까진 놀랍지 않다. 지정학이 돌아온 시대니까. 놀라운 것은 자국이 아닌 타이완 기업 TSMC에 대한 지원이다. 키옥시아 지원에 한 달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TSMC에 대한 지원을 먼저 결정했다.

TSMC의 일본 쿠마모토 공장부지 예정지 (소니 이미지 센서 공장 옆이다)TSMC의 일본 쿠마모토 공장부지 예정지 (소니 이미지 센서 공장 옆이다)

규모는 키옥시아의 5배에 가까운 4,760억 엔이다. 우리 돈 4조 6천억 원. TSMC가 쿠마모토에 건설하는 파운드리 공장 총 투자의 절반을 일본 정부가 대기로 했다. ‘경제안보법’으로 조성한 돈의 3/4을 타이완 기업에 지원했다.

일본 정부는 이 거대한 자금을 대어주면서 ‘생산된 반도체를 일본에 우선 공급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어찌 보면 ‘안정적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의미 있는 성과지만, 달리 보면 ‘공장 지어주고, 물건도 사주기로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공장을 함께 운영할 소니와 덴소(토요타가 최대 주주다)가 970억 엔을 투자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소니는 이미지센서 반도체, 덴소는 자동차용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다.

TSMC가 일본의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파격적인 지원을 받고 일본에 ‘지어주는’ 공장은 그러나, 10~20나노 기술 공정 생산라인이다. 초미세 공정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레거시 칩’ 공장이다.

그러고도 일본 정부와 언론은 ‘TSMC와 민-관’이 삼각동맹을 결성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양 측면에서 ‘중국과 한국을 견제하게’ 됐단 얘기다.


■ 중국은 반도체 자급자족을 꿈꾼다

사실 가장 무서운 지정학적 비전은 중국이 가지고 있다. 앞선 백악관 회의에 한 단면이 언급되는데, 중국은 지금 반도체 자급자족을 꿈꾼다.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

"특히 반도체는 중국과의 기술경쟁의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입니다. 중국은 보조금을 주고 제도적 인센티브를 줘서 자국내 연구 개발 제조 역량 구축에 투자합니다."

지나 러먼도(상무부 장관)지나 러먼도(상무부 장관)

"우린 아무 투자를 하지 않는 사이 중국은 1,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어요. 의료기기나 산업기기, 항공기를 위한 칩은 중국에 의존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중국이 스스로 발표한 목표가 세계 점유율 25%라는데, 이 정도면 자급자족이 된다는 게 미 백악관의 분석이다.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탈한국을 한다면, 한국산 반도체의 설 자리는 어디일까.

지금 중국 기술 수준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 또 앞으로는 미국이 EUV 장비 등 초미세공정 개발에 필수적인 장비들을 막을 테니 큰 걱정을 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 일본 반도체를 따라잡은 비결은 '저비용'과 '부단한 기술혁신'이다.

저비용에서 중국은 확실한 강점이 있다. 노동력이 여전히 값싸고, 대규모 내수시장까지 가지고 있다.

기술 혁신을 위해선 러먼도 미 상무부 장관의 분석대로라면 1,500억 달러를 투자한다. 국가와 기업의 경계도 모호하다. 미국이 이번에 지원을 결의한 금액 520억 달러(우리 돈 60조 원)의 세 배, 일본의 지원 금액 6조 원의 약 30배 규모다.

비금전적 지원도 막대하다. 기술 저작권을 지키지 않는다는 의심. 심지어 인력을 빼내서 핵심 노하우를 확보한다는 의심도 적지 않다. 우리 법원에 해당 사건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어쩌면 중국의 자급자족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무서운 지정학적 위협이다.


■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과 일본의 반도체 '쩐의 전쟁'이 펼쳐진다. 2022년 '쩐의 전쟁'의 특징은 이 전쟁이 더이상 민간의 전쟁이 아니란 점이다.

국가 간의 지정학적 전투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마지막 보루라던 미국까지 본격적인 참전을 선언했다. 이제 세 나라가 모두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을 압박한다.

미국의 자금은 일단은 아시아 기업 유치 자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신 공정은 TSMC, 그 다음 가는 최신 공정은 한국에 있으니까. 당장 걱정할 일이 아닌 듯 보일수 있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생산 시설의 집적이 필요한 반도체 생산 설비는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국경을 넘어가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 핵심 반도체 공장은 그래서 한반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휴대전화나 디스플레이와 반도체가 결정적으로 다른 게 이 지점이다. 전자들은 반도체와 달리 수요가 있으면 수요처에, 인건비가 싼 지역이 있으면 그 저비용 국가에 공장을 짓고 생산한다. 반도체는 그럴 수 없다. 쉽지 않다.

우리 정부는 그래서 비교적 느긋했다.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자금 지원에 나서는 반도체 지원법안 마련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반도체의 핵심 공정도, 자금을 지원하는 국가로 나갈 수 있다. 지정학적 필요 때문에 강제로 이전을 요구하는 국가로 나가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단 보장은 없다. 미·중·일 '쩐의 전쟁'은 바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가려는 국가 간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큰 그림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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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미중일 ‘칩의 전쟁’…대한민국의 계획은?
    • 입력 2022-08-10 14:49:41
    • 수정2022-08-10 14:51:04
    취재K

■"우리가 종주국인 반도체, 이제 집으로 다시 데려옵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 반도체 법, 이 법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회의가 하나 있다. 이 회의는 지난달 상원 통과 직전에 '사우스 코트 강당'에서 열렸다. 백악관이 지난달 26일 날 홈페이지에 전문을 공개해놨다.

말은 회의이지만 '연극'이다. 출연하는 기업과 백악관 관계자는 배우다. 제목은 '왜 반도체를 다시 집(USA)으로 데려와야 하나?'

바이든이 이 연극을 지휘한다. 미국적 정치 풍경인데, 엿보면 그들의 필요가 정확히 보인다.

짐 타이클레 (록히드마틴 CEO)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재블린 미사일 한 대에 마이크로칩 250개가 들어갑니다. 헬리콥터 CH-53K에는 2,000개가 들어갑니다.

기존 칩으로는 5G 클라우드 컴퓨팅을 할 수 없습니다. 10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칩이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칩을 만들고 테스트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최신 기술 칩일수록
<Made In USA>여야 합니다."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
"마이크로 기술에 대한 접근성은 양자, AI, 극초음속, 5G, 6G는 물론 넥스트G 분야에서까지 중요합니다. 그런데 국방부가 이렇게 의존하는 마이크로 기술 분야 제조와 조립, 테스트의 98%가 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나 러먼도(상무부 장관)
"CHIPS(Creating Helpful Incentives to Produce Semiconductors) 법안은 520억 달러 투자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사실 반도체는 우리가 만들었거든요. 실리콘밸리가 왜 실리콘밸리겠어요. (실리콘은 반도체, CHIP과 동의어처럼 쓰인다) 예전엔 40%를 미국이 만들었는데 지금은 12%입니다.

더 중요한 건 '첨단 칩 the leading-edge chips'인데, 우린 첨단 칩을 만들지 않습니다. 전적으로 '타이완'에 의존합니다.

우린 아무 투자를 하지 않는 사이 중국은 1,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어요. 의료기기나 산업기기, 항공기를 위한 칩은 중국에 의존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바꿔야 해요. 미국의 노동과 경제 국가안보에 투자해야 합니다."

톰 라인버거(커민스:연료전지-엔진 업체 CEO)
"반도체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새로운 모델마다 말이죠. 차량수요가 늘고 있는데 반도체가 얼마나 더 필요할지 정확히 계산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연료전지로 가면 더 많이 필요할 겁니다.

단순 필요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기술 혁신을 선두에서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95%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촉박합니다. 지금 투자를 해야 합니다. 유럽과 중국이 더 빨리 움직이고 있거든요."


"국가안보에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첨단 칩의 90%를 타이완이 만듭니다. 중국도 앞서나갑니다. (최첨단 칩의 경우) 미국은 0%입니다. 미국의 전체 반도체 점유율이 40%에서 12%로 줄어들 때, 중국은 2%에서 16%로 늘었습니다.

중국 목표는 25%입니다. 미국 반도체 법에 반대하는 게 이해가 가죠.

우리가 30년 전에는 R&D에 GDP 2%를 투자했는데, 지금은 0.7%에 불과하죠.

미국이 반도체를 만들었어요. 이제 다시 집으로 데려올 땝니다.
America invented the semiconductor; it’s time to bring it home.

자 거의 다 왔습니다. 다 왔어요. 빨리 법안이 통과되게 합시다. 너무나 많은 게 걸려있어요. 감사합니다. "

■ 미국은 반도체를 지정학적 필요의 시각에서 본다

이유는 중국이다. 지금 첨단 반도체는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데 이게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된단 거다. 미국은 중국이 타이완을 군사적으로 점령하거나, 타이완의 반도체 제조를 힘으로 막는 사태가 두렵다.

그런데 대화에 한국이 안 보인다. 우린 반도체 수출 1등 국가인데 안 보인다. 회의 내내 타이완과 중국만 언급된다. 미국이 정말 절실한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우리가 큰 존재감이 없다는 이야기다.

법은 신호탄이고, 목표는 명확하다. 이제 파운드리는 미국에서 하겠다.


사실 압박의 역사는 오래됐다. 지난해 11월 반도체 공급망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세계 반도체 회사들의 고객과 기밀 정보를 공개하라'고 할 때부터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서둘러 미국 투자를 결정했다. 생각보다 더 큰 돈(170억 달러, 21조)을 투자해 2공장을 짓는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파운드리에서 생각보다 최신 공정인 5나노 공장을 짓는다. (기존 텍사스 파운드리 1공장은 미세공정 공장이 아니다.)

즉, 미국이 새롭게 주도하는 반도체 지정학에서 한국은 주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협력은 해야 한다. 비용이 문제가 된다.

미래는 더 불투명하다. 한가지 불안요소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핵심 공정'이 한국을 떠나는 시나리오다.

최근 삼성은 텍사스주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포함하는 중장기 사업 방안을 제출했다. 세제 지원 혜택을 기대하기 위한 선제적 계획이고, 실제 구체적 투자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선을 긋고는 있지만, 규모가 심상치 않다.

앞으로 20년간 250조 원을 투자할 수 있단다. 반도체 공장 11개를 짓겠다 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 정도 초 거대규모의 투자로 미국의 지정학적 사고에 화답한다면, 장기적으로 파운드리 부문 핵심역량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 집중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 일본은 중국, 그리고 한국을 견제한다
-민간 메모리 반도체 공장에 약 9천억 원 지원
-타이완 TSMC 파운드리 지원에는 무려 4조 6천억 원 지원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2년 7월, 자국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에 최대 929억 엔 (8,9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기업 웨스턴디지털과 함께 미에현에 건설 중인 플래시메모리 공장 사업 지원을 위해서다. 전체 투자금액의 약 1/3을 정부가 대는 셈이다.

아사히는 그러면서 ‘키옥시아는 낸드형 플래시메모리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이며 웨스턴디지털과 손을 잡고 업계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항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처럼 일본도 자국 기업을 위한 산업정책에 나섰다. 지원 근거는 ‘경제안보법’이다. 기시다 후미오 새 총리 취임과 함께 내건 ‘간판 정책’이다. 미국의 CHIPS 법과 동일한 지정학적 이익 강화를 목적으로 2022년 4월 발효됐다.

경제안보 관점에서 ▲반도체 등 전략물자 공급망 강화 ▲기간 인프라 산업 안전 확보 ▲첨단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목적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정부 지원금의 규모다. 법을 통과시키며 조성한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 강화 기금’은 총 6,170억 엔(약 6조 원) 수준이다. 그 가운데 929억 원을 삼성의 가장 강력한 메모리 산업 경쟁자에 지원한 것이다.

여기까진 놀랍지 않다. 지정학이 돌아온 시대니까. 놀라운 것은 자국이 아닌 타이완 기업 TSMC에 대한 지원이다. 키옥시아 지원에 한 달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TSMC에 대한 지원을 먼저 결정했다.

TSMC의 일본 쿠마모토 공장부지 예정지 (소니 이미지 센서 공장 옆이다)
규모는 키옥시아의 5배에 가까운 4,760억 엔이다. 우리 돈 4조 6천억 원. TSMC가 쿠마모토에 건설하는 파운드리 공장 총 투자의 절반을 일본 정부가 대기로 했다. ‘경제안보법’으로 조성한 돈의 3/4을 타이완 기업에 지원했다.

일본 정부는 이 거대한 자금을 대어주면서 ‘생산된 반도체를 일본에 우선 공급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어찌 보면 ‘안정적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의미 있는 성과지만, 달리 보면 ‘공장 지어주고, 물건도 사주기로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공장을 함께 운영할 소니와 덴소(토요타가 최대 주주다)가 970억 엔을 투자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소니는 이미지센서 반도체, 덴소는 자동차용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다.

TSMC가 일본의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파격적인 지원을 받고 일본에 ‘지어주는’ 공장은 그러나, 10~20나노 기술 공정 생산라인이다. 초미세 공정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레거시 칩’ 공장이다.

그러고도 일본 정부와 언론은 ‘TSMC와 민-관’이 삼각동맹을 결성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양 측면에서 ‘중국과 한국을 견제하게’ 됐단 얘기다.


■ 중국은 반도체 자급자족을 꿈꾼다

사실 가장 무서운 지정학적 비전은 중국이 가지고 있다. 앞선 백악관 회의에 한 단면이 언급되는데, 중국은 지금 반도체 자급자족을 꿈꾼다.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
"특히 반도체는 중국과의 기술경쟁의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입니다. 중국은 보조금을 주고 제도적 인센티브를 줘서 자국내 연구 개발 제조 역량 구축에 투자합니다."

지나 러먼도(상무부 장관)
"우린 아무 투자를 하지 않는 사이 중국은 1,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어요. 의료기기나 산업기기, 항공기를 위한 칩은 중국에 의존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중국이 스스로 발표한 목표가 세계 점유율 25%라는데, 이 정도면 자급자족이 된다는 게 미 백악관의 분석이다.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탈한국을 한다면, 한국산 반도체의 설 자리는 어디일까.

지금 중국 기술 수준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 또 앞으로는 미국이 EUV 장비 등 초미세공정 개발에 필수적인 장비들을 막을 테니 큰 걱정을 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 일본 반도체를 따라잡은 비결은 '저비용'과 '부단한 기술혁신'이다.

저비용에서 중국은 확실한 강점이 있다. 노동력이 여전히 값싸고, 대규모 내수시장까지 가지고 있다.

기술 혁신을 위해선 러먼도 미 상무부 장관의 분석대로라면 1,500억 달러를 투자한다. 국가와 기업의 경계도 모호하다. 미국이 이번에 지원을 결의한 금액 520억 달러(우리 돈 60조 원)의 세 배, 일본의 지원 금액 6조 원의 약 30배 규모다.

비금전적 지원도 막대하다. 기술 저작권을 지키지 않는다는 의심. 심지어 인력을 빼내서 핵심 노하우를 확보한다는 의심도 적지 않다. 우리 법원에 해당 사건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어쩌면 중국의 자급자족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무서운 지정학적 위협이다.


■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과 일본의 반도체 '쩐의 전쟁'이 펼쳐진다. 2022년 '쩐의 전쟁'의 특징은 이 전쟁이 더이상 민간의 전쟁이 아니란 점이다.

국가 간의 지정학적 전투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마지막 보루라던 미국까지 본격적인 참전을 선언했다. 이제 세 나라가 모두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을 압박한다.

미국의 자금은 일단은 아시아 기업 유치 자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신 공정은 TSMC, 그 다음 가는 최신 공정은 한국에 있으니까. 당장 걱정할 일이 아닌 듯 보일수 있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생산 시설의 집적이 필요한 반도체 생산 설비는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국경을 넘어가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 핵심 반도체 공장은 그래서 한반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휴대전화나 디스플레이와 반도체가 결정적으로 다른 게 이 지점이다. 전자들은 반도체와 달리 수요가 있으면 수요처에, 인건비가 싼 지역이 있으면 그 저비용 국가에 공장을 짓고 생산한다. 반도체는 그럴 수 없다. 쉽지 않다.

우리 정부는 그래서 비교적 느긋했다.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자금 지원에 나서는 반도체 지원법안 마련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반도체의 핵심 공정도, 자금을 지원하는 국가로 나갈 수 있다. 지정학적 필요 때문에 강제로 이전을 요구하는 국가로 나가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단 보장은 없다. 미·중·일 '쩐의 전쟁'은 바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가려는 국가 간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큰 그림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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