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엔진 화재’ 대한항공 여객기…“비행 중 부품 이탈”

입력 2022.08.10 (17:40) 수정 2022.08.1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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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 200여 명을 태우고 지난달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다 엔진 화재로 아제르바이잔에 긴급 착륙했던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의 윤곽이 조금씩 잡히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국토부, 제작사가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인데, 조사를 위해 이송된 문제 엔진 내부에서 충돌 정황이 확인된 겁니다.

사고 당시 항공기사고 당시 항공기

■ "비행 중 부품 이탈…엔진 손상으로 이어져"

대한항공 여객기에 이상이 감지된 건 이륙한 지 1시간 50분 만입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승객들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좌석이 진동으로 떨렸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보니 오른쪽 날개 쪽에서 불꽃이 튀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고가 벌어진 건 "비행 중 여객기 엔진 내부에서 작은 부품이 떨어져 나가 충돌을 일으켰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것이 대한항공 자체 점검 내용입니다.

엔진의 저압터빈 부분에는 공기가 지나는 '덕트'라는 부품이 있습니다. "이 부분 일부 부품이 비행 중 떨어져 나갔고, 저속엔진을 둘러싼 일부 블레이드와 고속충돌해 손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대한항공은 또 "정비보다 엔진 설계나 제작상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설명했습니다.

복수의 국토부 핵심 관계자들은 대한항공으로부터 이같이 보고받았다고 KBS에 설명했습니다. 다만, "정확한 원인 파악과 정비 혹은 제작 설계상 문제인지 결론 내는 덴 시간이 더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은 "현재, 국토부와 제작사, 당사가 함께 정확한 결함의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자세한 언급은 꺼렸습니다.

■ "프랫&휘트니사 엔진인 점 주시"

문제가 된 엔진은 에어버스 330기에 장착하는 프랫&휘트니사(PW사)의 PW4170 모델입니다.

PW사는 앞서 보잉 777기에 다는 다른 모델의 엔진이 지난해 미국에서 운항 도중 부서지고 파편이 추락하면서 국내 유사 계열 기종에서 엔진 사용이 중단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2월 미국 덴버에서 발생한 PW엔진 장착 보잉 777기 사고에서 떨어진 파편지난해 2월 미국 덴버에서 발생한 PW엔진 장착 보잉 777기 사고에서 떨어진 파편

때문에 국토부도 이번 사고기 엔진에 대해 "사용 중단됐던 엔진과는 적용 기종, 모델, 계열이 다르다"면서도 PW사에서 제작한 점을 주시해왔습니다.

이번 사고기와 같은 기종에 같은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는 국내엔 대한항공 여객기 11대가 있습니다. 작은 결함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기인 만큼 전수조사에도 착수했습니다.

다만 내시경 점검 결과 아직까지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현재 승객을 태우고 운행 중이라고 합니다.

■ "원인 파악 시기상조"…서로 '말 조심'

PW사에도 직접 위와 같은 사고 원인 초기 조사 내용에 대해 동의하는지, 알고 있는지 이메일로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건 구체적 설명은 없이 "PW사는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사고 원인 파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답변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사고는 팬 블레이드(날개)와 관련된 지난해 덴버 사고 엔진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로 인해 전 세계 PW4170 엔진을 (모두) 점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도 했습니다.

사고 원인을 결론 내는 데까진 1년은 걸린다고 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대한항공, PW사, 국토부 모두 이런 맥락을 강조하면서, 서로 '말 조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대한항공은 국토부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는 만큼 그러한 기색이 더 역력했습니다.

결론에 따라 항공사가 처벌을 받을 수도, 제작사 엔진이 리콜 혹은 사용 중단될 수도 있는 등 파급력이 큰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PW사와 정비협력 계약을 맺은 대한항공은 PW사가 제작한 국내·외 엔진을 정비할 예정입니다. 이번 사고 원인이 제작사인 PW 쪽에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게 외부에 공개되면 불편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항공기의 작은 결함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안전에 있어 시기상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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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2-08-10 20:38:03
    취재K

탑승객 200여 명을 태우고 지난달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다 엔진 화재로 아제르바이잔에 긴급 착륙했던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의 윤곽이 조금씩 잡히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국토부, 제작사가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인데, 조사를 위해 이송된 문제 엔진 내부에서 충돌 정황이 확인된 겁니다.

사고 당시 항공기
■ "비행 중 부품 이탈…엔진 손상으로 이어져"

대한항공 여객기에 이상이 감지된 건 이륙한 지 1시간 50분 만입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승객들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좌석이 진동으로 떨렸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보니 오른쪽 날개 쪽에서 불꽃이 튀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고가 벌어진 건 "비행 중 여객기 엔진 내부에서 작은 부품이 떨어져 나가 충돌을 일으켰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것이 대한항공 자체 점검 내용입니다.

엔진의 저압터빈 부분에는 공기가 지나는 '덕트'라는 부품이 있습니다. "이 부분 일부 부품이 비행 중 떨어져 나갔고, 저속엔진을 둘러싼 일부 블레이드와 고속충돌해 손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대한항공은 또 "정비보다 엔진 설계나 제작상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설명했습니다.

복수의 국토부 핵심 관계자들은 대한항공으로부터 이같이 보고받았다고 KBS에 설명했습니다. 다만, "정확한 원인 파악과 정비 혹은 제작 설계상 문제인지 결론 내는 덴 시간이 더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은 "현재, 국토부와 제작사, 당사가 함께 정확한 결함의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자세한 언급은 꺼렸습니다.

■ "프랫&휘트니사 엔진인 점 주시"

문제가 된 엔진은 에어버스 330기에 장착하는 프랫&휘트니사(PW사)의 PW4170 모델입니다.

PW사는 앞서 보잉 777기에 다는 다른 모델의 엔진이 지난해 미국에서 운항 도중 부서지고 파편이 추락하면서 국내 유사 계열 기종에서 엔진 사용이 중단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2월 미국 덴버에서 발생한 PW엔진 장착 보잉 777기 사고에서 떨어진 파편
때문에 국토부도 이번 사고기 엔진에 대해 "사용 중단됐던 엔진과는 적용 기종, 모델, 계열이 다르다"면서도 PW사에서 제작한 점을 주시해왔습니다.

이번 사고기와 같은 기종에 같은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는 국내엔 대한항공 여객기 11대가 있습니다. 작은 결함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기인 만큼 전수조사에도 착수했습니다.

다만 내시경 점검 결과 아직까지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현재 승객을 태우고 운행 중이라고 합니다.

■ "원인 파악 시기상조"…서로 '말 조심'

PW사에도 직접 위와 같은 사고 원인 초기 조사 내용에 대해 동의하는지, 알고 있는지 이메일로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건 구체적 설명은 없이 "PW사는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사고 원인 파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답변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사고는 팬 블레이드(날개)와 관련된 지난해 덴버 사고 엔진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로 인해 전 세계 PW4170 엔진을 (모두) 점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도 했습니다.

사고 원인을 결론 내는 데까진 1년은 걸린다고 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대한항공, PW사, 국토부 모두 이런 맥락을 강조하면서, 서로 '말 조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대한항공은 국토부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는 만큼 그러한 기색이 더 역력했습니다.

결론에 따라 항공사가 처벌을 받을 수도, 제작사 엔진이 리콜 혹은 사용 중단될 수도 있는 등 파급력이 큰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PW사와 정비협력 계약을 맺은 대한항공은 PW사가 제작한 국내·외 엔진을 정비할 예정입니다. 이번 사고 원인이 제작사인 PW 쪽에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게 외부에 공개되면 불편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항공기의 작은 결함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안전에 있어 시기상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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