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 회담, 전문가 평가는?…“사드, 여전히 뇌관”

입력 2022.08.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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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만찬을 포함해 5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반도체 공급망 문제와 사드 등 예민한 현안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지만, 전반적인 회담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입니다.

KBS는 국내 중국 전문가 3명에게 이번 회담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소통 기회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당장 해결책이 없는 문제가 산적해 있고, 한국의 외교 기조도 미국에 기울고 있는 만큼 양국 간 긴장이 단번에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습니다.

눈앞의 불 끄기 식 외교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중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특히, 사드 문제의 경우 양측 입장 차이가 커 앞으로 한·중 관계의 '뇌관'으로 남을 거란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서울에 도착한 직후인 오늘(10일) 오후, 한국이 '3불(不)'에 더해 '1한(限)'도 선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한', 즉 한국이 기존에 들여온 사드도 운용을 제한한다고 밝혔단 겁니다. 한국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때부터 '3불'은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또, '1한'의 존재는 정식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번 회담은 한·중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중국 역시 한국을 소중한 파트너로 여긴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한국마저 중국에 적대적으로 돌아선다면, 중국이 아시아 정책을 펴는 데에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양국 간 구조적 긴장과 오해는 한 번에 풀리기 어렵다. 일례로, 미국의 공급망 협력 압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이런 도전 요인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가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이다.

사드 문제는 양측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사드를 문제 삼는 것이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양국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사드와 관련된 갈등은 언제든 분출될 수 있다."

■ 김한권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책임교수

"한·중 소통의 첫 단추와 같은 자리였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중국이 한국과 나름대로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교환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미국과의 공급망에 안착하면서 중국과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를 찾아 나가는 것이 하나의 과제일 것이다. 또한 '사드 3불 정책'에 대해선 중국은 물러서지 않고 현 상황과 같은 대립과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북한 핵실험 등 도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앞으로 양측이 더 긴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안정은 한·중의 공동 이익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북한 제재에 대해 중국이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북한의 혼란을 바라지 않는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강화하는 등의 구체적인 논의가 앞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한반도에서 군사 긴장이 높아지면 미·중 간 진영 구도가 더 구체화할 텐데, 이는 중국이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양측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중국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중국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번 회담은 양국 간 소통이 본격화되는 중요한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였으며 회담 자체를 논쟁의 장으로 만들지 않았다. 물론 한국보다 입장 표명을 간략하게 하는 등 양측 간 온도 차이는 있었다.

중국은 자신들의 요구를 구체적인 5개의 단어로 준비해왔다. 평소에 늘 하던 얘기가 아니고, 한국과의 회담을 앞두고 맞춤형으로 준비한 입장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입각한다'는 기존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무엇이 '보편 가치와 규범'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중국이 더 준비되어 있었다고 본다. 이 같은 논의 없이 당면한 경제 현안에 대해서만 얘기하다 보면, 한국 쪽에서 먼저 힘이 빠지게 될 것이다.

사드 문제는 여전히 뇌관이다. 이 문제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중국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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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 외교장관 회담, 전문가 평가는?…“사드, 여전히 뇌관”
    • 입력 2022-08-10 18:56:53
    취재K

어제(9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만찬을 포함해 5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반도체 공급망 문제와 사드 등 예민한 현안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지만, 전반적인 회담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입니다.

KBS는 국내 중국 전문가 3명에게 이번 회담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소통 기회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당장 해결책이 없는 문제가 산적해 있고, 한국의 외교 기조도 미국에 기울고 있는 만큼 양국 간 긴장이 단번에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습니다.

눈앞의 불 끄기 식 외교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중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특히, 사드 문제의 경우 양측 입장 차이가 커 앞으로 한·중 관계의 '뇌관'으로 남을 거란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서울에 도착한 직후인 오늘(10일) 오후, 한국이 '3불(不)'에 더해 '1한(限)'도 선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한', 즉 한국이 기존에 들여온 사드도 운용을 제한한다고 밝혔단 겁니다. 한국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때부터 '3불'은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또, '1한'의 존재는 정식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번 회담은 한·중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중국 역시 한국을 소중한 파트너로 여긴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한국마저 중국에 적대적으로 돌아선다면, 중국이 아시아 정책을 펴는 데에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양국 간 구조적 긴장과 오해는 한 번에 풀리기 어렵다. 일례로, 미국의 공급망 협력 압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이런 도전 요인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가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이다.

사드 문제는 양측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사드를 문제 삼는 것이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양국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사드와 관련된 갈등은 언제든 분출될 수 있다."

■ 김한권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책임교수

"한·중 소통의 첫 단추와 같은 자리였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중국이 한국과 나름대로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교환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미국과의 공급망에 안착하면서 중국과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를 찾아 나가는 것이 하나의 과제일 것이다. 또한 '사드 3불 정책'에 대해선 중국은 물러서지 않고 현 상황과 같은 대립과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북한 핵실험 등 도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앞으로 양측이 더 긴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안정은 한·중의 공동 이익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북한 제재에 대해 중국이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북한의 혼란을 바라지 않는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강화하는 등의 구체적인 논의가 앞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한반도에서 군사 긴장이 높아지면 미·중 간 진영 구도가 더 구체화할 텐데, 이는 중국이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양측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중국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중국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번 회담은 양국 간 소통이 본격화되는 중요한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였으며 회담 자체를 논쟁의 장으로 만들지 않았다. 물론 한국보다 입장 표명을 간략하게 하는 등 양측 간 온도 차이는 있었다.

중국은 자신들의 요구를 구체적인 5개의 단어로 준비해왔다. 평소에 늘 하던 얘기가 아니고, 한국과의 회담을 앞두고 맞춤형으로 준비한 입장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입각한다'는 기존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무엇이 '보편 가치와 규범'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중국이 더 준비되어 있었다고 본다. 이 같은 논의 없이 당면한 경제 현안에 대해서만 얘기하다 보면, 한국 쪽에서 먼저 힘이 빠지게 될 것이다.

사드 문제는 여전히 뇌관이다. 이 문제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중국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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